2년 만에 등 돌리는 보수 ‘왜?’

박근혜 대통령 만든 노심 뿔났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보수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박근혜정부는 두 살이 되었다. 축하받아야 할 기념일이지만 여론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지난 대선 때부터 꾸준히 지지를 보낸 50세 이상 보수층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기반이 흔들리니 청와대도 다급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쇠처럼 단단할 것만 같던 콘크리트 지지층에 왜 균열이 간 것일까. 노심(老心)이 뿔난 이유를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지난 2년간 나타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마치 동해바다의 파도를 보는 것 같았다.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큰 폭으로 요동쳤다. 등락폭이 커 좀처럼 안정세를 찾지 못했다. 지지율 변화 그래프를 보면 3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첫 1년간은 순탄했다. 한국갤럽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3월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 42%를 기록해 다소 낮은 감이 있었지만 꾸준히 상승해 2013년 9월에는 63%로 재임기간 내 최고점을 찍었다. 첫 번째 시기인 ‘상승기’였다.

균열난 지지층
떨어진 지지율

이후부터 2014년 4월까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체기를 맞이했다. 큰 상승은 없었지만 꾸준히 5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박근혜호가 순풍을 맞아 ‘안정기’를 보낸 것이다.

그러던 중 2014년 4월 세월호가 바다 속으로 잠기면서 박근혜호도 함께 가라앉기 시작했다. 4월부터 5월 사이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지지율이 무려 10%가 빠진 47%를 기록하게 됐다. 그리고 50%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신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하락기’에 접어든 것이다.

하락기 동안 박근혜정부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연말까지는 40%를 유지했지만 2015년에 들어서는 이마저도 지켜내지 못했다. 결국 2015년 1월에는 33%까지 추락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보면 사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한국갤럽이 제공하고 JTBC <뉴스룸>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3년차 1분기 지지율에서 박 대통령은 32%를 기록, 5명의 대통령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내용을 보면 같은 기간 김대중 전 대통령이 49%로 가장 높게, 다음이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44%를, 그 다음이 김영삼 37%, 노무현 33%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동안 핵심 지지층으로 불린 50세 이상 노년층 지지자들의 이탈이다. 연령대별 지지율 변화를 보면 모두 2013년 9월 최고점을, 가장 최근인 2015년 1월이 최하점을 나타내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60대 이상은 최고가 85%로 막강한 지지율을 보였으나 이후 60%로 약 25%가 빠져나갔다. 50대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74%에서 41%로 33%가 하락했다. 그 외에도 40대는 61%에서 26%로 무려 35%의 지지층이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은 물론 20대 총선을 준비하는 친박계 입장에서도 간담이 서늘해질만한 조사내용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하락기 내에서 나타나는 변화다. 세월호 사건으로 추락한 지지율이 조금씩 회복돼 갈 무렵 2014년 연말을 기점으로 다시 한 번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되는데, 이때 위에서 말한 60·50·40대 지지율 하락이 나머지 30·20대의 지지율 하락폭보다 더욱 크게 나타난 것이다. 이 시점이 ‘연말정산 사태’와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불거진 시점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복지와 경제·세금 관련 공약이 허상에 불과했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에 대해 평가한 많은 전문가들은 노년층 지지자들을 돌아서게 만든 결정적 요인으로 복지 논란을 꼽았다.

떨어지는 지지율, 역대 대통령 중 최하
계속되는 거짓말에 보수층도 등 돌려

박 대통령은 ‘노인복지 공약’을 내세워 당선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파격적인 복지 공약을 쏟아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기존 20만원 지급되던 노인 일자리 수당을 40만원으로 올려주겠다던 것이 실상은 2년째 동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던 노인 빈곤층에게는 1, 2만원이 아쉬운 상황이라 박 대통령의 공약을 믿고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그들은 돌아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대구의 한 80세 노인은 “대통령의 말을 믿었다. 그런데 나아진 건 아무것도 없다”며 “방값 내고 나면 하루살기도 버겁다”고 삶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의 한 70대 노부부도 “아파도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하소연했다.

허상뿐인
노인복지

‘기초연금’ 문제로 들어가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65세 이상 노인이면 누구에게나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2012년 대선후보자 토론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문재인 후보와 날선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당선된 후에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원래 공약에서 소득 하위 70% 조항을 추가함은 물론이고 이마저도 등급을 나눠 10만~20만원 사이로 차등 지급하는 등 기존 방침을 뜯어 고쳤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국가예산 확보 문제로 그런 것이라면 적어도 국민들에게 의견을 들어보고 수정안을 제시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치아관련 병원비는 다른 병원비용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체감상으로 치아가 좋지 못한 노인들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 대통령은 65세 이상 노인들이라면 누구나 임플란트 비용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노인 임플란트’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이는 75세로 적용대상이 상향 조정됐다. 이 공약을 지지해 박 대통령에게 투표한 65세에서 75에 사이 노인들은 말 그대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증세 없는 복지’ 논란도 문제가 됐다. 박 대통령은 수많은 복지공약을 내놓으면서 증세는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증세로 보이는 여러 정황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터져 나오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조세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두고 ‘공약한 복지정책은 많은데 세수를 확보하기 힘드니 편법으로 증세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중 가장 논란이 크게 되고 있는 것은 담뱃값 인상이다.

정부는 2015년 새해에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세수확보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여론이 있었으나 정부는 국민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 일축했다. 그러나 이후 제기되는 각종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건강 목적보다 증세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민층의 흡연율이 높아 담배 관련 세금이 올라가면 고소득층보다는 서민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담배는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소득역진성’이 심한 품목임에도 불구하고 인상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서민 호주머니 털기’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만기친람
오불관언

그러던 중 발생한 ‘저가 담배’ 논란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효과로 작용했다. 최초로 발언을 한 사람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였다. 그는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저가 담배’를 검토해 볼 것을 당 정책위에 지시했다. 이를 두고 유 원내대표는 담배가격 인상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이 적지 않다는 여론 때문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럴 것 같으면 왜 담배가격을 인상했냐’며 반발했다.

저가 담배 논란은 국민건강 문제로까지 번졌다. 담배의 가격을 낮추다보면 자연스레 질은 떨어질 것이고 그럼 피우는 국민들의 건강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는 그동안 정부에서 내세웠던 국민 건강 목적과 완전 대치된다는 점에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국민들은 ‘가난뱅이는 싸구려 담배나 피우다 병들어 죽으라는 것이냐?’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다. ‘국정원 댓글 사건’부터 ‘정윤회 문건 파동’ ‘증세없는 복지 논란’ 그리고 ‘세월호 사건’까지. 많은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연일 들려오는 ‘강한’ 소식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 때쯤 피부로 와 닿는 증세와 복지 문제가 터지니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라 분석한다.

저가 담배, 불어터진 국수 등 논란 확산
집권 3년차 쇄신하는 모습 필요 지적


사태가 악화되니 그간 보여준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다. 종합해보면 박 대통령은 그간 인사에서는 만기친람(萬機親覽) 식으로, 사고 수습은 오불관언(吾不關焉) 식으로 했다는 것이다. 즉 많은 사람들이 볼 때 박 대통령은 사람을 쓸 때 믿고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써본 사람만 고집하면서 사고를 수습함에 있어서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는 말이다. 결국 국민들이 현 정권의 잦은 인사 실패와 세월호사태 때 보여준 모습들을 두고 사자성어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집권 3년차를 통해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우선 산적해 있는 경제 현안들을 풀어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잔뜩 힘주고 있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이 대정부 질문에서 한 발언만 봐도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경제가 참 불쌍하다”며 “그런 불어터진 국수 먹고도 힘을 차리는구나. (중략)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들도 좀 통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에서 협조해 달라는 말이었다.

이러한 대통령의 발언에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좋지 못한 시선을 보낸다. 발언이 있은 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은 “대통령께서 퉁퉁 불은 국수를 먹게 된 경제가 불쌍하다고 했는데 그건 국가원수의 언어가 아니다”며 쓴소리를 했다. 이어서 그는 “한 사람의 언어는 그 사람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과 사고 능력을 보여주는데 대통령이 사돈 남 말하듯이 유체이탈 화법으로 말하면 안 된다”며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같은 당 소속인 박영선 의원도 “엉터리 같은 대통령 만나 고생하는 건 아닌지…. 우리 모두가 불쌍하다”고 말해 발언이 부적절했음을 지적했다.

앞으로 3년
새국면 필요

‘원박(원조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의 발언보다 대통령이 가진 부동산3법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했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이 전 최고의원은 “박 대통령의 인식은 부동산3법이 경제를 살리는 묘약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그렇게 보기 어렵다”며 “건설경기가 전체를 끌고 가는 시대가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은 박근혜정부에게 소통의 미덕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들은 현재 정권이 경제활성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당장 소통을 통한 범국민적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경제활성화 정책들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그 효과가 미미해 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계에는 ‘박’과 관련된 용어들이 많이 사용된다. ‘친박’부터 ‘멀박’ ‘탈박’ 등 이 용어들은 박 대통령과 얼마나 정치적 거리가 가까운지에 따라 다르게 사용된다. 최근 언론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박의 추이를 알 수 있다. 갈수록 친박보단 멀박, 탈박 등 지척의 거리가 아닌 멀어졌다는 의미의 용어가 많이 사용된다. 이는 그만큼 박 대통령을 떠나간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조차 점점 멀박의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대통령 입장에서 고민해 봐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2012년 당시 박 후보자가 당선된 후 미국의 ABC뉴스는 승리 요인에 대해 ‘한국 경제성장 동력을 불러일으킨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향수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외신의 눈에도 박 대통령은 그 당시 이뤄낸 눈부신 경제성장을 그리워하는 세대들의 힘으로 당선된 대통령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경제성장을 일궈낸 현재 50·60대 지지층이 더 이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공약 사항을 이행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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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