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등 돌리는 보수 ‘왜?’

박근혜 대통령 만든 노심 뿔났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보수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박근혜정부는 두 살이 되었다. 축하받아야 할 기념일이지만 여론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지난 대선 때부터 꾸준히 지지를 보낸 50세 이상 보수층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기반이 흔들리니 청와대도 다급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쇠처럼 단단할 것만 같던 콘크리트 지지층에 왜 균열이 간 것일까. 노심(老心)이 뿔난 이유를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지난 2년간 나타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마치 동해바다의 파도를 보는 것 같았다. 사건·사고가 있을 때마다 큰 폭으로 요동쳤다. 등락폭이 커 좀처럼 안정세를 찾지 못했다. 지지율 변화 그래프를 보면 3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첫 1년간은 순탄했다. 한국갤럽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3월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 42%를 기록해 다소 낮은 감이 있었지만 꾸준히 상승해 2013년 9월에는 63%로 재임기간 내 최고점을 찍었다. 첫 번째 시기인 ‘상승기’였다.

균열난 지지층
떨어진 지지율

이후부터 2014년 4월까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체기를 맞이했다. 큰 상승은 없었지만 꾸준히 5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박근혜호가 순풍을 맞아 ‘안정기’를 보낸 것이다.

그러던 중 2014년 4월 세월호가 바다 속으로 잠기면서 박근혜호도 함께 가라앉기 시작했다. 4월부터 5월 사이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지지율이 무려 10%가 빠진 47%를 기록하게 됐다. 그리고 50%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신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하락기’에 접어든 것이다.

하락기 동안 박근혜정부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연말까지는 40%를 유지했지만 2015년에 들어서는 이마저도 지켜내지 못했다. 결국 2015년 1월에는 33%까지 추락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보면 사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한국갤럽이 제공하고 JTBC <뉴스룸>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3년차 1분기 지지율에서 박 대통령은 32%를 기록, 5명의 대통령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내용을 보면 같은 기간 김대중 전 대통령이 49%로 가장 높게, 다음이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44%를, 그 다음이 김영삼 37%, 노무현 33%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동안 핵심 지지층으로 불린 50세 이상 노년층 지지자들의 이탈이다. 연령대별 지지율 변화를 보면 모두 2013년 9월 최고점을, 가장 최근인 2015년 1월이 최하점을 나타내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60대 이상은 최고가 85%로 막강한 지지율을 보였으나 이후 60%로 약 25%가 빠져나갔다. 50대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74%에서 41%로 33%가 하락했다. 그 외에도 40대는 61%에서 26%로 무려 35%의 지지층이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은 물론 20대 총선을 준비하는 친박계 입장에서도 간담이 서늘해질만한 조사내용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하락기 내에서 나타나는 변화다. 세월호 사건으로 추락한 지지율이 조금씩 회복돼 갈 무렵 2014년 연말을 기점으로 다시 한 번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되는데, 이때 위에서 말한 60·50·40대 지지율 하락이 나머지 30·20대의 지지율 하락폭보다 더욱 크게 나타난 것이다. 이 시점이 ‘연말정산 사태’와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불거진 시점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복지와 경제·세금 관련 공약이 허상에 불과했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에 대해 평가한 많은 전문가들은 노년층 지지자들을 돌아서게 만든 결정적 요인으로 복지 논란을 꼽았다.

떨어지는 지지율, 역대 대통령 중 최하
계속되는 거짓말에 보수층도 등 돌려

박 대통령은 ‘노인복지 공약’을 내세워 당선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파격적인 복지 공약을 쏟아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기존 20만원 지급되던 노인 일자리 수당을 40만원으로 올려주겠다던 것이 실상은 2년째 동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던 노인 빈곤층에게는 1, 2만원이 아쉬운 상황이라 박 대통령의 공약을 믿고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그들은 돌아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대구의 한 80세 노인은 “대통령의 말을 믿었다. 그런데 나아진 건 아무것도 없다”며 “방값 내고 나면 하루살기도 버겁다”고 삶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의 한 70대 노부부도 “아파도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하소연했다.

허상뿐인
노인복지

‘기초연금’ 문제로 들어가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65세 이상 노인이면 누구에게나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2012년 대선후보자 토론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문재인 후보와 날선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당선된 후에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원래 공약에서 소득 하위 70% 조항을 추가함은 물론이고 이마저도 등급을 나눠 10만~20만원 사이로 차등 지급하는 등 기존 방침을 뜯어 고쳤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국가예산 확보 문제로 그런 것이라면 적어도 국민들에게 의견을 들어보고 수정안을 제시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치아관련 병원비는 다른 병원비용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체감상으로 치아가 좋지 못한 노인들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 대통령은 65세 이상 노인들이라면 누구나 임플란트 비용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노인 임플란트’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이는 75세로 적용대상이 상향 조정됐다. 이 공약을 지지해 박 대통령에게 투표한 65세에서 75에 사이 노인들은 말 그대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증세 없는 복지’ 논란도 문제가 됐다. 박 대통령은 수많은 복지공약을 내놓으면서 증세는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증세로 보이는 여러 정황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터져 나오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조세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두고 ‘공약한 복지정책은 많은데 세수를 확보하기 힘드니 편법으로 증세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중 가장 논란이 크게 되고 있는 것은 담뱃값 인상이다.

정부는 2015년 새해에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세수확보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여론이 있었으나 정부는 국민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 일축했다. 그러나 이후 제기되는 각종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건강 목적보다 증세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민층의 흡연율이 높아 담배 관련 세금이 올라가면 고소득층보다는 서민 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담배는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소득역진성’이 심한 품목임에도 불구하고 인상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서민 호주머니 털기’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만기친람
오불관언

그러던 중 발생한 ‘저가 담배’ 논란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효과로 작용했다. 최초로 발언을 한 사람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였다. 그는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저가 담배’를 검토해 볼 것을 당 정책위에 지시했다. 이를 두고 유 원내대표는 담배가격 인상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이 적지 않다는 여론 때문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럴 것 같으면 왜 담배가격을 인상했냐’며 반발했다.

저가 담배 논란은 국민건강 문제로까지 번졌다. 담배의 가격을 낮추다보면 자연스레 질은 떨어질 것이고 그럼 피우는 국민들의 건강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는 그동안 정부에서 내세웠던 국민 건강 목적과 완전 대치된다는 점에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국민들은 ‘가난뱅이는 싸구려 담배나 피우다 병들어 죽으라는 것이냐?’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다. ‘국정원 댓글 사건’부터 ‘정윤회 문건 파동’ ‘증세없는 복지 논란’ 그리고 ‘세월호 사건’까지. 많은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연일 들려오는 ‘강한’ 소식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 때쯤 피부로 와 닿는 증세와 복지 문제가 터지니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라 분석한다.

저가 담배, 불어터진 국수 등 논란 확산
집권 3년차 쇄신하는 모습 필요 지적


사태가 악화되니 그간 보여준 리더십도 도마 위에 올랐다. 종합해보면 박 대통령은 그간 인사에서는 만기친람(萬機親覽) 식으로, 사고 수습은 오불관언(吾不關焉) 식으로 했다는 것이다. 즉 많은 사람들이 볼 때 박 대통령은 사람을 쓸 때 믿고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써본 사람만 고집하면서 사고를 수습함에 있어서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는 말이다. 결국 국민들이 현 정권의 잦은 인사 실패와 세월호사태 때 보여준 모습들을 두고 사자성어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집권 3년차를 통해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우선 산적해 있는 경제 현안들을 풀어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잔뜩 힘주고 있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이 대정부 질문에서 한 발언만 봐도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경제가 참 불쌍하다”며 “그런 불어터진 국수 먹고도 힘을 차리는구나. (중략)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들도 좀 통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에서 협조해 달라는 말이었다.

이러한 대통령의 발언에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좋지 못한 시선을 보낸다. 발언이 있은 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은 “대통령께서 퉁퉁 불은 국수를 먹게 된 경제가 불쌍하다고 했는데 그건 국가원수의 언어가 아니다”며 쓴소리를 했다. 이어서 그는 “한 사람의 언어는 그 사람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과 사고 능력을 보여주는데 대통령이 사돈 남 말하듯이 유체이탈 화법으로 말하면 안 된다”며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같은 당 소속인 박영선 의원도 “엉터리 같은 대통령 만나 고생하는 건 아닌지…. 우리 모두가 불쌍하다”고 말해 발언이 부적절했음을 지적했다.

앞으로 3년
새국면 필요

‘원박(원조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의 발언보다 대통령이 가진 부동산3법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했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이 전 최고의원은 “박 대통령의 인식은 부동산3법이 경제를 살리는 묘약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그렇게 보기 어렵다”며 “건설경기가 전체를 끌고 가는 시대가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은 박근혜정부에게 소통의 미덕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들은 현재 정권이 경제활성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당장 소통을 통한 범국민적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경제활성화 정책들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그 효과가 미미해 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계에는 ‘박’과 관련된 용어들이 많이 사용된다. ‘친박’부터 ‘멀박’ ‘탈박’ 등 이 용어들은 박 대통령과 얼마나 정치적 거리가 가까운지에 따라 다르게 사용된다. 최근 언론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박의 추이를 알 수 있다. 갈수록 친박보단 멀박, 탈박 등 지척의 거리가 아닌 멀어졌다는 의미의 용어가 많이 사용된다. 이는 그만큼 박 대통령을 떠나간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조차 점점 멀박의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대통령 입장에서 고민해 봐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2012년 당시 박 후보자가 당선된 후 미국의 ABC뉴스는 승리 요인에 대해 ‘한국 경제성장 동력을 불러일으킨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향수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외신의 눈에도 박 대통령은 그 당시 이뤄낸 눈부신 경제성장을 그리워하는 세대들의 힘으로 당선된 대통령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경제성장을 일궈낸 현재 50·60대 지지층이 더 이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공약 사항을 이행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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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