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중공업 호텔 이상한 공모전 내막

“불쌍한 취준생 갖고 놀았다”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본격적인 취업시즌을 앞두고 취업준비생들의 스펙 쌓기가 한창이다. 그런데 이들의 절실함을 악용해 홍보에 이용했다는 질타를 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 공모전을 진행하고도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아 응모자들은 '새'가 됐다. 문제의 기업은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사 현대호텔이 운영하는 씨마크호텔. 오는 6월 공식 오픈 예정인 씨마크호텔은 시작 전부터 악재를 안고가게 됐다.
 

"정말 애 썼지만 이상한 기분이 든다. 수상작이 없다는 건 응모자들의 노력이 헛수고였다는 건데 주최 측에서 이런 공모전을 해도 되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우리의 출품작이 무단으로 사용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시마크호텔이 진행한 공모전에 참여했던 한 응모자의 말이다. 이 외에도 "지금까지 단 한명도 수상하지 않았던 공모전은 보지 못했다" "출품작이 자격 미달이라고 하더라도 응모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작은 상이라도 만들어 수상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다못해 5000원짜리 문화상품권을 주는 곳도 있었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고생만 했다"

사건은 지난해 12월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을 전후로 해서 잡코리아, 인크루트 등 취업사이트와 광고협회, 각종 미술학원 게시판에 '제1회 씨마크호텔 시리즈 광고 공모전'이라는 이름의 공고가 올라왔다. 

씨마크호텔은 공고를 통해 새로운 이름인 씨마크 브랜드 론칭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인쇄광고시안을 모집하면서 대상 1팀에게는 상금 500만원과 호텔 숙박권 2매를, 금상 1팀에게는 상금 100만원과 호텔 숙박권 2매를, 은상 2팀에게는 상금 각 50만원을 내걸었다.


응모 자격은 별도로 정해지지 않았으며 개인 또는 4인 이하의 팀 단위로 참가가 가능했다. 제출 기한은 2015년 1월30일 오후 6시까지, 수상자 발표는 같은 해 2월19일이었다.

공모전에는 총 146팀이 참여했다. 그러나 수상작은 단 한 작품도 선정되지 않았다. 취업준비생이 대부분이었던 응모자들은 뿔이 났다. '이력서 한 줄 추가'라는 꿈을 안고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부었음에도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10대 그룹에 포함되는 대기업이 진행했기에 그 분노는 더욱 컸다. 씨마크호텔은 현대호텔경포대의 새로운 이름으로 운영사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현대호텔이다. 오는 6월 오픈 예정으로 지난 11일 씨마크호텔은 호텔 새 명칭을 발표하며 "국내외 호텔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는 6성급 특급 호텔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씨마크호텔이 밝힌 수상작 미선정 이유는 그들이 지향하는 브랜드 방향성에 적합한 출품작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씨마크호텔은 발표 당일 각 응모자들에게 해당 이유가 포함된 짤막한 이메일을 보냈다.

씨마크호텔은 응모 주제를 설명하면서 "씨마크는 '바다'라는 의미를 가진 'SEA'와 '최고급, 일류'라는 의미를 가진 'MARQ'의 합성어이며 전 객실이 스위트인 최고급 호텔로 이에 맞는 고급스러운 컨셉으로 한 광고시안을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소재나 내용에 대한 제한은 없으나 시리즈물의 경우에는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도록 내용에 연계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호텔이라는 틀에 한정되지 않은 자유롭고 획기적인 발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식에 씨마크를 각인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응모 주제 자체를 추상적으로 정해 놓고 이제 와서 브랜드 방향성을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는 처사"라며 "처음부터 응모자들이 주최 측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씨마크호텔 상금 걸고 시리즈 광고 공모
무려 146팀 참여…결과는 '수상작 없음'


공모전 공고에서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씨마크호텔은 유의 사항에 '입상 응모작의 저작권은 주최 시마크 호텔이 소유한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창작물 공모전 가이드라인'에 위반되는 내용이다. 가이드라인은 공모전 주최 측이 응모작에 대한 권리를 아무런 제한 없이 가져가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고 국민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가이드라인을 보면 '공모전에 출품된 응모작의 저작권, 즉 지식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인 응모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고 공모전 주최는 응모작 중 입상하지 않은 작품에 대해 어떤 권리도 취득할 수 없다. 입상한 응모작에 대해서도 저작재산권의 전체나 일부를 양수하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해 고지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같은 해 8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도로공사 등 15개 공공기관과 삼성전자 등 4개 민간기업의 공모전 지식재산권 귀속·사용 관련 불공정약관 조항을 시정하기도 했다.

문체부 저작권 정책과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법적 처벌 근거는 없는 권고안일 뿐이지만 가이드라인 발표 후 공정위가 시정 조치에 나서고, 이후 많은 기업들이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문체부로 문의를 하곤 한다"며 "가이드라인에 따르려는 공모전 주최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수상자 발표를 2월19일 구정 당일에 했다는 점도 의아하다. 명절이라는 점을 악용해 수상작 미선정 사실을 응모자들이 알기 어렵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많은 응모자들이 해당 내용을 아직 알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씨마크호텔은 "다 이유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씨마크호텔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인쇄광고라는 점에서 디자인과 카피문구를 가장 중요한 심사 기준으로 삼고 심사를 진행했지만 최저기준점에 미치는 작품이 하나도 없었다"며 수상작 미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저작권과 관련해서 이 관계자는 "공모전 공고 전, 문체부 저작권 정책과에 문의한 결과 저작권 소유 부문을 미리 고지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명절 당일 발표 일정을 정한 것은 공모 일정과 수상자 발표 일정을 모두 고려한 결과 2월19일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해 결정했다"며 "씨마크호텔 직원들은 모두 명절에도 근무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접수된 출품작은 돌려주지는 않지만 원본 파일을 모두 폐기한 상태라고 전했다.

시안 빼돌리기?

이번 공모전에 참가한 146팀은 대부분 단편 광고 시안이 아닌 시리즈물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즈물로 제출할시 가산점 부여'라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응모자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씨마크호텔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짭짤한' 홍보 효과를 누린 셈이 됐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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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