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2팀] 양동주 기자 = 양적 팽창에 몰두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던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최근 친환경차 개발, ‘World Rally Championship(WRC)’의 선전을 앞세워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덩달아 이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의 입지와 한국차에 대한 비전이 재조명 받는 모양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변방에 불과했던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의 이 같은 마인드를 발판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현재 자동차 생산량 기준 글로벌 톱5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현대차의 승승장구 배경으로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과 더불어 정의선 부회장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꼽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현대차 WRC팀이다.
WRC는 자동차 기술력의 바로미터로 평가받는 극한의 랠리이다. 현대차와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도요타에를 비롯해 지금껏 수많은 양산차 회사들이 WRC에서 기술력을 입증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2003년 WRC 첫 도전에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한 이후 절치부심 끝에 지난 2013년부터 다시 WRC에 참전한 현대차는 최정상급 랠리카를 개발한 이래 서서히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번의 뼈아픈 실패를 뒤로 하고 WRC에 뛰어드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라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WRC의 재도전에 대해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정 부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큰 힘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독일 뤼셀스하임 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친환경차 개발 프로젝트에도 정의선 부회장의 입김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미 현대차의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는 지난해 4월 유럽연합(EU)의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사업자에 선정되는 등 유럽 친환경시장 공략의 선봉장으로 활약중이다.
또한 현대차는 유럽에서 친환경 자동차 판매확대를 위해서 지난해 개최된 파리모터쇼를 통해 i30 바이퓨얼, i40 48V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친환경차 모델 개발에 매진한다는 복안이다.
이렇듯 현대차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자 재계에서도 정의선 부회장의 행보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에 비해 덜 부각되고 있지만 착실히 영향력을 다지고 있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현대차를 거론할 때 정몽구 회장을 언급하지만 정의선 부회장의 영향력이 회사 안팎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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