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등장 껄끄러운 김무성 ‘맞장 해법’

언젠간 만날 외나무다리라면 지금 부딪치는 게 낫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지난 8일 오후 6시경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수장으로 문재인 대표를 맞이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대권을 놓고 한판승부를 펼쳤던 지난 2012년을 떠올렸다. 그 영향이 있던 걸까.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컨벤션효과(정치이벤트 전후 지지율 상승 현상)로 문 대표의 지지율은 상승한 반면,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지율은 연일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차기 대권을 차지할 인물로 7~8명 정도가 꼽힌다. 그 중 여·야를 대표하는 인물은 공교롭게도 두 당의 수장을 맡고 있다. 바로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가 그들이다. 부산 경남중학교 동문으로 알려진 두 사람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이다. 참으로 질긴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대권을 위해, 당의 대표로서는 선거 승리를 위해 앞으로 수없이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재인 당선
대권을 향해

두 사람은 지난 9일 처음으로 회동했다. 제1야당의 새로운 수장이 된 문 대표가 김 대표를 찾아간 것이다. 이후 공식적인 상견례가 이어졌다. 문 대표가 직접 찾아온다는 소식에 김 대표는 비록 버선발로 뛰쳐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김학용 비서실장을 미리 문밖으로 보내 예를 다했다. 서로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그러나 오고간 말 속에는 비수와 같은 암기(暗器)들이 상대방을 향해 번뜩였다.

선공을 한 쪽은 당선의 기세를 타고 고공행진 중인 문 대표였다. 문 대표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 “박근혜정부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 쪽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주면 좋겠다”며 “김 대표께서 역할을 많이 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의연한 자세로 대처했다. 그는 문 대표를 향해 “정말 축하한다”며 “추운 날씨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건 참 잘하신 일이다”라고 치켜세웠다. 김 대표는 또 화답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김 대표는 문 대표에게 “저와 같은 시대, 비슷한 지역에 살면서 같은 학교를 다녀 동질감이 많다. 대화를 잘 하리라 믿는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실제로 문 대표는 김 대표의 지역구인 영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표는 “(김 대표가) 과거 통일민주당 활동을 하셨고, 나도 그때 부산지역에서 시민사회운동을 하며 자주 뵐 기회가 있었다”며 “충분히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좋은 분위기는 여기까지였다. 산적한 정치현안 문제가 언급되자 방안 공기는 금세 긴장감으로 채워졌다. 문 대표는 “서민 증세, 연말정산 때문에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호되게 비판을 받았는데 어떻게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 제도를 마련할지 논의할 일이 참 많다”며 다시 한 번 공세를 펼쳤다.

문재인 당선으로 지난 대선 재조명
두 대표 덕담 빙자한 날선 공방 보여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 질문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공개로 바뀐 자리에서는 증세와 복지를 두고 문 대표와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는 후문이다.

문 대표는 ‘복지축소불가론’을 주장하며 “하던 복지를 줄이기는 힘들다”고 압박한 반면 김 대표는 “그 부분은 동의한다”면서도 “지금 복지 중 중복되거나 부조리한 부분이 많다. 낭비적 요인을 드러내고 세출 구조조정을 한 뒤 그래도 안 되면 증세를 해야 할 것이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두 대표는 공방이 끝난 후 원내대표와 함께 하는 ‘2+2’ 회동을 자주 갖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이렇듯 문 대표가 초반부터 강하게 나오는 것에 대해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강경파들에게 휘둘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당내에 존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은 문 대표가 강경파들과 함께 한다면 앞으로 공세적인 행보로 이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오고간 덕담
숨겨진 비수

이러한 새누리당 내에 흐르는 우려의 목소리가 절대 기우가 아님을 여론조사 결과가 증명하고 있다. 일례로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달 30~31일 양일간 여야전체 대권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당시 새정치연합 당권 도전에 나선 문재인 의원이 17.6%로 나왔다. 지난해 12월까지 1위를 기록한 박원순 서울시장(17.3%)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선 것이다.


문 대표는 지난해 12월 12~13일에는 지지율이 13.1%에 그쳤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5%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박 시장은 지난 조사에서는 19.9%로 앞서나갔으나 이번 조사에선 2.6% 포인트 하락했다. 이처럼 문 대표의 상승세와 박원순 시장의 하락세가 엇갈리면서 순위도 역전됐다. 그리고 김 대표는 8.7%로 지난 조사 결과인 12.8%에서 무려 4.1% 포인트가 하락했다.
 

결국 김 대표는 10% 이하로 지지율이 떨어짐에 따라 지난해 8월 이후 형성됐던 문재인, 박원순과의 3강 구도에서 멀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석에 의하면 ‘문재인 대 박원순’의 양강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7.1%)이 4위를 차지했는데 특별한 이슈가 없는 안 전 대표와 지지율이 1%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새누리당 내 대선주자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비록 김 대표가 13.3%로 여전히 1위를 유지했으나 지난번 조사된 16.3%보다 3.0%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반면 야권 대선주자 경쟁에서는 문 대표가 박 시장을 역전했다.

문재인 의원은 21.1%로 지난 조사 16.7%보다 4.4% 포인트 상승했으나 박 시장은 지난 조사 24.2%에서 3.7% 포인트 하락한 20.5%를 나타냈다. 당내 대선주자 지지율을 단순히 비교해 봐도 김 대표가 13.3%로 10% 초반 대를 유지하는 것에 반해 문 대표와 박 시장은 2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보는 이에 따라서 체감 차이는 훨씬 클 수 있는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간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의 새로운 아킬레스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갤럽’ ‘리얼미터’ 등 다른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표한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체적으로 문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한 반면 김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증세와 복지 문제로 연일 화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층이 얇아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비상
김무성 추락

김 대표 측의 입장에서는 언론의 보도 또한 내키지 않아 할 공산이 크다. 현재 분위기는 마치 2012년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표가 당선 후 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 발언을 한 이후 분위기는 더욱더 그쪽으로 향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덧붙여서 문 대표는 지난 10일 “(복지와 관련한) 증세는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이중 배신을 하고 있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이어서 그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말 참 충격을 받았다. 어쩜 저렇게 말씀을 하실 수 있을까”라고 언급했다.

또한 “우선 증세를 해서 배신이고, 부자감세라는 형태로 대기업에 가해졌던 법인세 특혜를 바로잡고 정상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식으로 증세를 했다”며 “이것이 이중 배신 아닌가”라며 박 대통령을 향해 쓴 소리를 했다.

새누리당에서 군불을 지핀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쟁점까지 문 대표가 가져갈 기세다. 유력한 대선 후보의 발언이다 보니 언론으로부터 연일 화제가 되고 있으며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새누리당과 김 대표의 발언은 주목을 덜 받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지지율 상승, 김무성은 하락
재보선, 총선에서 한판 승부 예고

김 대표 입장에서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당에서 가장 앞서 있는 대권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묻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실력으로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이번 총선에 사활을 건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그에 앞서 치러지는 ‘4·29재보궐 선거’부터 승리로 이끈다면 그의 위상은 한순간에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왜냐하면 현재 정계에서는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승리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김 대표가 승리로 이끈다면 지지율 반등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구미가 당길 만한 승부수라 보고 있다.


현재 4·29재보선에서는 중요도에 비해 이름값이 높은 인물들의 공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은 물론이고 심지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급한 여당이 야당보다 더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은 YTN 라디오 <강지원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선거가 있는) 세 곳 모두 어려운 지역이다”라며 “우선 당에서는 성남 중원구 지역에 신상진 의원을 공천했다. 그는 이미 두 차례 그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아깝게 떨어졌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봤을 때도 적임자라 생각한다”고 지지를 보냈다.

나머지 지역구인 서울 관악과 광주 서구을에 대해 100% 여론조사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관악 지역은 100% 여론조사 하기 어렵다. 때문에 관악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공천하려 논의 중이고 광주는 지금 현재 심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김문수, 김황식 등 묵직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전략 공천에 대해서는 “이미 김황식 전 총리라든지 김문수 위원장 같은 경우에는 당 지도부에서 의사를 물어 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분들이 출마의 뜻을 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광주는 계속 검토해서 좋은 방안을 내 놓도록 하겠다. 관악은 여론조사를 해서 저희가 후보를 내 놓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정계에서는 4·29재보선은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의미에서 내년 4월에 치러질 총선이 결국 대선후보로서 두 사람을 갈라놓을 심판대라 보고 있다. 특히 두 사람 모두 핵심 정치기반을 부산·울산·경남에 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양보 없는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다.

마치 삼국지에서 제갈량과 사마의가 진법 싸움을 펼칠 때처럼 최선의 선수진으로 최고의 전략을 구사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 개개인의 경쟁력이 최우선 공천기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칫 이러한 전면전이 제3자만 이롭게 하는 방휼지쟁(蚌鷸之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면전 예고
이득은 친박

일각에서는 그 3자를 박근혜 대통령이라 보고 있다.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표의 귀환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면에서 박 대통령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문 대표가 김 대표보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라는 측면에서 이름값으로 압도해 버린다면 그동안 침체되던 친박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해석이 따라오고 있다.

즉 그동안 비박의 핵심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대권주자 1위로 꼽혀왔던 김 대표가 껄끄러웠을 친박계 인사들이 이번 기회로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본의 아니게 문 대표가 박 대통령의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 줄 것이라는 점에서 이이제이(以夷制夷)라 보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의 성토
“국정원 대선개입, 박근혜 사과하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불법 대선개입 행위로 법정 구속된 사실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문 대표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유죄판결과 법정 구속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박 대통령도 이 일에 대해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은 대선 중 국정원 대선개입의 일단이 드러났을 때 ‘문재인 후보 측의 모략’이라거나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이라며 오히려 나를 비방했고 정권 출범 후 진실을 은폐하고 검찰의 엄중한 수사를 가로막았다”며 “이제 드러난 진실에 대해 박 대통령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국정원이 다시는 대선에 개입하고 정치에 관여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당이 요구한 바와 같이 제대로 된 개혁을 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도리일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편 2012년 대선 당시 무소속으로 문 대표와의 단일화에 합의했던 안철수 의원도 전날 SNS를 통해 “법원은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고 판결했다”며 “나와 관련된 국정원의 조작 댓글이 4만2000여 건에 달했다고 한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하는 이런 비상식적 일이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고 글을 남겼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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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