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회고록 VS MB 관전록 전격비교

"자뻑하다간 쌍피 대신 쌍코피 터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 조지 오웰(1903 ~ 1950, 영국작가)의 이 말처럼 자화자찬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이의 자세로써 부적절하다. 회고록도 마찬가지다. 단지 글을 전개하는 방식이 기억의 흐름을 쫓아서냐 아니면 사건을 통해서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화자찬 회고록’으로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알에이치코리아)은 숱한 화제 속에 예정 출간일보다 3일이나 앞선 지난달 30일에 판매가 시작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MB의 비용>(알마출판사)이 2월3일 출판됐다.

두 책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완벽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하물며 비슷한 시기에 출판됐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과연 누가 더 진실을 얘기하고 있는지 항목별로 내용을 들여다보자.

자찬 대 자뻑
자원 외교

결론부터 얘기하면 둘은 하나의 사업에 대해 완전히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통령의 시간>에서는 자원외교에 대해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다”라며 “퇴임한 지 2년도 안된 상황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즉 자원외교의 성패에 대해 지금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말이다.

그 어리석은 생각이 <MB의 비용>에 실려 있다. 자원외교 부분을 저술한 고기영 한신대학교 교수는 책의 도입부에서 “어떻게 해서 이런 엉터리 투자가 가능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지금 손쓰지 않으면 손실은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라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지금 당장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나중에 평가하라는 이 전 대통령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생각이다.


이어서 고 교수는 “자원외교로 에너지 공기업 3사에 생긴 빚이 42조원에 이른다”며 “이는 2015년도 국방·외교·통일 예산을 합한 것보다 높은 액수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최근 문제된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 맥시코 볼레오 구리광산처럼 빚낸 돈을 모두 날릴 만한 건이 허다하다는 것이다”라고 현 상황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우리 정부 시절 공기업이 해외 자원에 투자한 26조원(242억달러) 중 4조원(36억달러)은 이미 회수됐으며, 2014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의하면 미래의 이자비용까지 감안한 현재가치로 환산된 향후 회수 예상액은 26조원에 달한다”고 밝혀 손해 보는 사업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한 “총 회수 전망액이 30조원으로 투자 대비 총 회수율은 114.8%에 이르러 전임(노무현)정부 시절 투자된 해외자원사업의 총회수율 102.7%보다도 12.1%포인트가 높은 수준이다”라는 것이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다.

전국 서점에 때아닌 MB열풍 몰아쳐
자원외교·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일색

그러나 <MB의 비용>에서는 다르게 분석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인 여섯 건의 해외자원개발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최대 10조원의 손해액을 도출해낸다. 특히 이 사업들은 잘하려고 하다가 투자에 실패했다기보다는 겉보기 성과를 위해 절차를 무시해가며 사업을 추진했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관점의 차이인 것일까. 이 전 대통령은 책에서 “오랫동안 유전개발을 해온 서구 선진국들도 많은 검토 끝에 시추해서 기름이 나올 확률은 20%에 불과하다”면서 “실패한 업만을 꼬집어 단기적인 평가를 통해 책임을 묻는다면 아무도 그 일을 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해 투자한 금액보다 그 이면의 의미를 잘 봐야 한다는 듯한 발언을 한다.

이 전 대통령은 현재 자원외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해외자원개발 과정에서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하여 관련자를 엄벌하면 된다”면서 “그러나 이런 문제를 침소봉대해 자원외교나 해외자원개발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에너지와 자원 확보는 미래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이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해외자원개발의 총괄지휘는 국무총리실에서 맡았다. 초대 국무총리로 한승수 총리를 임명한 것은 그 같은 이유였다”면서 “국내외의 복잡한 현안에 대해서는 내가 담당하고, 해외자원외교 부문을 한 총리가 힘을 쏟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강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성공 대 사기
4대강사업

<대통령의 시간>에서는 4대강 추진 배경과 경과 등의 내용이 35쪽에 걸쳐 요약돼 있다. 책 전체 분량이 798쪽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이다. 책에서 4대강사업에 관한 얘기는 이 전 대통령이 ‘한반도대운하 건설’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현대건설 재직 시절 유럽 운하를 보고 처음 한반도대운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대운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직후 불거진 광우병 파동 탓에 백지화 됐고 대신 하천정비사업으로 목적을 바꾸는가 하면, 이름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이하 4대강사업)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MB의 비용>에서 4대강사업에 대해 저술한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는 서두에서 “4대강사업의 진실은 일시적으로 물속에 잠겨 있을지 몰라도 엄연히 숨 쉬고 있다”며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우리 국민들은 ‘오래된 상식’을 확인했다. 어서 그들의 몰상식을 백일하에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2013년 위장된 대운하사업으로 드러난 감사결과에 따르면) 이명박정부가 22조원의 국민세금으로 추진했던 4대강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뜻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투자된 22조원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적극 해명했다. 책에서 그는 “2009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확정한 4대강사업 예산은 15조3000억원인데, 일각에서 22조2000억원으로 부풀려 비판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농림수산식품부와 환경부가 계속 사업으로 진행해온 6조9000억원 예산이 포함된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2013년 3월 감사원이 ‘4대강사업은 대운하를 만들기 위한 의도’라고 감사 결과를 밝힌 데 대해서는 정면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사업의 입찰 시공 과정의 부정이나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파악해야 할 감사원이 대운하 위장설을 발표하는 행위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며 “감사원의 비전문가들이 단기간에 판단해 결론을 내릴 문제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국민들이 회고록에 대해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은 4대강사업에 대한 자평이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이 2008년 금융위기 극복에 도움이 됐다는 주장은 물론 2012년 홍수를 예방하는 등 다방면에서 성과가 좋은 사업이라는 것이다.

녹조 발생에 관해선 "4대강사업을 시행한 남한강은 녹조가 없었던 반면 공사를 안 한 북한강과 서울 한강 본류에 극심한 녹조가 나타났다"며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4대강 공사로 인해 녹조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MB의 비용>에서는 “(4대강사업이 준공될 무렵인) 2012년부터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한 이후 내리 3년째다”며 “하천이 녹조가 썩어가고 있고 물에서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고 있음에도 부산과 대구시민, 그리고 경남북도민 약 1300만명은 그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국격 대 전시
원전 수주

홍수가 예방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하천법에 따라 국가하천, 지방하천으로 나눠 “(국가하천은) 3000km 길이의 국가하천 중 홍수예방을 위한 4대강사업의 준설구간은 686km에 지나지 않는다”며 “문제는 준설구간이 21세기 들어 홍수로 인한 범람 피해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 구간이라는 점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지방하천에 대해서는 “4대강사업으로 홍수 위험이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은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라 불리면서 국제사회에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자평했다. 그는 지난 2011년 10월 미국을 국빈 방문해 가진 오바마 대통령과의 비공식 만찬에서 “식사 도중에 오바마는 세계 금융위기를 맞아 한국이 즉각 4대강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정 투자에 나설 수 있었는지 물었다”고 소개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너무 후한 자평에 비판의 목소리가 속출했다. 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4대강사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했다라고 밝힌 것에 대해 “개가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망국적인 4대강사업의 주동자 MB가 회고록인가 뭔가에서 이런 망언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우선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제일 먼저 빠져 나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허풍이다”라며 “길 가던 분견(糞犬)이 이 말 듣고 가가대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라고 말했다.

자원외교를 펼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이하 UAE)를 세 차례 방문해 석유광구개발권을 따냈다는 부분에서 원전을 수주했다는 내용도 함께 담겨 있다.

책에 따르면 “2009년 12월27일, 칼리파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말하며 원전 수주가 결정된 순간에 대해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UAE 원전 수주가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일본, 프랑스와 함께 세계 4대 원전 수출국이 됐다”고 자축했다.

그러한 원전에 대해 <MB의 비용>에서 ‘무너진 원전 안전의 신화’를 저술한 김학진 충남대학교 교수는 “원자력발전소는 아주 서서히 작동하는 원자폭탄으로 안전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나 최우선 과제다”며 “한국에서 사고 원전을 중심으로 반지름 100km 지역에 아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한국 사회 전체가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고 경고했다.

같은 사건 두고 ‘자가당착 일색’ 혹평
남기고 싶은 5년 VS 잃어버린 5년


이어서 김 교수는 UAE 원전 수주를 ‘전시 행정의 끝판 왕’으로 칭하며 “총 수주 금액이 43조원에 달하는 UAE 원전 수주 사업은 밑지는 덤핑이라는 주장이 수주 성공 보도 후 바로 제기됐다”며 “그후에도 수주 욕심에 덤핑으로 낙찰받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어서 미국의 GE 컨소시엄은 1Kw당 생산단가가 한국보다 82%나 높은 가격이며 그 차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328억달러, 즉 35조원이 넘는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대통령의 시간>에는 민감한 사안이 실려 있다. 바로 대북 문제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각국의 정상들과 만난 외교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북한과의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그 속에는 북한이 다양한 채널로 먼저 남북 정상회담을 요구하면서 우리 측에 그 대가로 대규모 경제지원 등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및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의 대가로 쌀 50만톤 제공을 요구했다고 밝힌 것이다. 자신들의 행적이 남한 대통령의 회고록에 기재됐기 때문에 북한 측의 반응에 이목이 집중됐다.

실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 대해 반응을 보였다. <노동신문>은 이날 ‘뭇매 맞은 정치무능아’라는 제목의 단평에서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쓴다는 것도 가관이지만 자기 치적을 광고하려고 염치없이 놀다가 동네북 신세가 된 것은 더욱 꼴불견”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문제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아 의아함을 자아냈다.

<MB의 비용>에서는 북한 문제 부분을 2부 ‘실정’에서 다룬다. 1부에서는 경제적 비용에 주목했다면 2부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재임당시 얼마만큼 낭비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는지를 대담 형식으로 구성해 보여준다. 대담자로 나선 김연철·정세현은 남북관계를 잃어버린 5년이라 칭하며 이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현실성 떨어지는 외교·안보의식에 대해 비판했다.

김연철 인제대학교 교수는 이명박정부의 남북관에 대해 “시각 자체가 외교적 필요성의 측면보다는 이념에 기반한 측면이 매우 강하다”며 “그러다보니 대북정책을 이분법적으로 평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 인사 중 일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안 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했다”며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을 때도 이명박정부는 이산가족 안 만나도 상관없다는 식의 시각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정세현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은 “보수정권인 이명박정부는 남북관계 중단하더라도 지지세력 결집을 통해 5년 동안 힘 있게 권력을 행사하자는 계산이 있었다고 본다”라고 생각을 말했다.

이념 대 손실
대북 관계

즉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북한의 부당한 요구와 도발로 대북 제재를 했다기 보다 정치적 이념 차이로 관계를 단절할 의사가 이미 있었고 마침 그때 발생한 천안함 사건이 남북관계를 끊고 싶었던 이명박정부에게 좋은 구실로 이용당한 셈이라는 것이다.

<MB의 비용>은 결국 잘못된 대북관계가 현재 박근혜정부에까지 영향을 미쳐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이 전 대통령의 집권기인 2008년부터 2013년까지의 잃어버린 5년으로 인해 현재 더 많은 유무형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MB의 비용>은 “어떻게 그렇게 단시간에 나라를 망가뜨릴 수 있었을까?”라고 독자에게 질문한다. <대통령의 시간>은 “새로운 미래를 위해 우리(이 전 대통령과 함께한 참모들)는 쉬지 않고 달렸다”고 주장한다.

이 전 대통령은 “기억이 용탈돼 희미해지기 전에 대통령과 참모들이 생각하고 일한 기록을 가급적 생생하게 남기고 싶었다”고 그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MB의 비용> 저자들은 그 5년을 잊고 싶다며, 또는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말한다.

누구의 말이 더 공감 가는지는 현명한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 ‘측근 입단속’
“회고록 관련 논란 발언 자제하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둘러싸고 공방이 끊이지 않자 측근들에게 발언을 조심하라고 지시했다.

집필을 총괄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 1일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참모진과 회의를 열어 “논쟁을 일으키자는 게 본래의 취지가 아니다”라며 “논란이 될 발언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전 수석은 “물론 외부에서 계속 이명박정부에 대해 근거 없는 비판이 제기되는 데도 입을 다무는 것은 맞지 않아 어느 수준에서 대응은 할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선도해서 말을 함으로써 논쟁을 일으키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원래 의도와 다르게 전·현정부의 갈등 양상으로 비치는 것은 국민에게 할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탈고한 후 가족들과 외국으로 나갔다가 지난달 30일 귀국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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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