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개발' 옥스필드CC 기업회생 악용 고발

빚잔치 하게 되자 ‘문닫고 배째라’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회원제 골프장인 옥스필드CC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회원과의 합의는 없었다. 졸지에 800억원가량의 입회보증금을 날리게 된 회원들은 '옥생회'라는 비상대책기구를 조성하고 집단 대응에 돌입했다. 옥생회 가입 회원은 500명에 달한다.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한일개발 소유의 옥스필드 컨트리클럽(18홀 회원제, 이하 옥스필드CC)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수석부장판사 윤준)는 옥스필드CC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옥스필드CC의 회생절차 개시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옥스필드CC는 골프장 완공 전 회원권 586여억원어치를 분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114억원의 누적적자(2009년)를 기록하고 있었다. 2010년 영업개시 이후 66억여원의 적자를 냈고 2011년 45억여원, 2012년 23억여원, 2013년 37억여원 등 매년 20억~70억 적자를 지속했다. 2013년 기준 옥스필드CC의 누적적자는 311억원이다. 

전체 부채 중
회원권 채무 62%

옥스필드CC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주중·무기명 회원권을 남발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적자는 가중됐다. 강원권 골프장 중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아 연 입장객이 18홀 회원권 골프장 평균보다 2만명가량 많았음에도 불구, 코스관리비와 판관비를 과다 지출하고 과도한 차입금과 빈약한 자기자본으로 결국 일어서지 못했다.

지난해 12월19일 옥스필드CC는 개장 5년 만에 입회보증금 반환시기가 돌아오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냈다. 그리고 지난달 16일 옥스필드CC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향후 절차는 채권자들의 채권 신고가 취합되면 법원에서 임명한 조사위원들이 옥스필드CC를 방문, 회사 측이 제출한 채권금액과 채권자가 제출한 채권금액의 내용이 맞는지 여부와 부실 발생사유 등을 조사한 후에 오는 3월20일 제1차 관계인 집회를 열고 확정된 채권금액 조정안과 회사가 제시하는 회생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회생신청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산에 직면한 채무자(회사)가 채권자, 주주, 이해관계자들의 부채를 조정하여 기업을 회생할 수 있도록 법원에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일부 부도덕한 회원제 골프장의 사주들은 이를 악용, 회원들의 입회금을 거의 반환하지 않으면서, 파산절차를 통해 사주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회사를 통해 헐값에 인수하면서 수백억원의 차익을 챙겨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북 모 지역에 있는 A골프장이다. A골프장은 회생절차신청 후 골프장을 사주의 관계사인 B사에 26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회원들의 입회보증금은 한 푼도 반환되지 않았다.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도 없었다. 오히려 막대한 차익을 남겼을 뿐이다. 이는 회원제 골프업계에서 대표적인 모럴해저드 사례로 꼽힌다.

옥스필드CC 또한 내부 직원의 고발로 인해 한일개발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등 회사 측과 사주에 의한 여러 가지 불법행위와 비리혐의에 관한 검찰(춘천지검 원주지청)의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업체 한일개발 회원들 몰래 법정관리
입회보증금 반환시기 다가오자 '나몰라라'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이는 다름 아닌 회원들이다. 옥스필드CC도 마찬가지다. 대출기관인 금융기관은 이미 한일개발 소유 부동산에 담보를 설정했고 한일개발의 주요 재산 또한 이미 신탁회사로 소유권이 이전되어 있는 상태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확보했다. 하지만 회원들은 다르다.

한일개발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기업회생개시신청서 중 회원권채권 변제안에 따르면 회원권자들이 회원권을 반납하고 퍼블릭으로 전환동의를 해 준다는 조건으로 회원권을 보유한 채권자에게 2021년 2%, 2022년 2%, 2023년 2%, 2024년에 14%를 상환하여 총 20%의 채권액만을 상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1억원의 회원권을 보유한 회원은 한일개발의 회생계획안에 따라 회원 지위를 상실함은 물론, 2021년에 200만원, 2022년에 200만원, 2023년에 200만원, 2024년에 1400만원만을 지급받게 된다. 1억원의 채권을 가진 회원이 10년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2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마저도 상환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옥스필드CC의 재무구조를 보면 부채총액은 1172억원(입회보증금 785억원, 금융권 차입금 387억원)이다. 반면 자본금은 5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만5420%에 이른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채권자인 농협과 제1·2저축은행의 신탁자산 담보권 행사다. 공매에 의해 진행되는 신탁재산의 담보권 행사는 회원권채무 승계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 자칫하다가는 회원권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법원에 의해 선임된 조사위원이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 보다 높지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면 법원에 의한 강제 파산절차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법원이 옥스필드CC를 청산하는 게 옥스필드CC를 유지하는 것보다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다면 완전히 파산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옥생회'가 조성된 이유다.

옥생회는 '옥스필드를 생각하는 회원들의 모임'의 준말이다. 옥스필드CC의 회원들 중 대부분인 500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기구로, 옥스필드CC 측의 기업회생신청사건에서 회원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구성된 모임이다. 옥스필드CC 회원채권자인 황극성, 이강의씨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교통회관에서 총회를 열고 회원들의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회원권 뺏기고
돈도 날리고

이들은 우선 옥스필드CC 회생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채권금액의 62%를 소유한 회원들이 회생신청에 반대해 골프장을 공매절차로 이끈 뒤, 금융권이 공매절차에 진입하고자 하면 공매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등 공매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막아내는 것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회생법상 이해관계인인 회원채권자들이 별도의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수 있는 바 회원들의 결집으로 회원채권자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회생계획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회원지주제 회원제나 회원지주제 대중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회원부담이 커서 불가피하게 제3자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경우가 도래하더라도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매각방향을 결정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옥생회 측은 "오래 전부터 법정관리를 준비해 왔던 경영주와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금융권에 대항해 조직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회원들이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회원 결집"이라며 "전체 채권의 50%, 회원채권자 2/3이상의 의견을 모은다면 회원을 완전히 배제하고 독자적인 회생계획안의 인가와 실행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옥생회는 또 "모든 회원권자들을 모아서 한 목소리로 법원에 회원들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와 같은 결정은 비록 회원권 금액은 돌려받을 수 없더라도 불의에 대항하는 운동이라도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회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옥생회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청화의 신동원 대표변호사는 "회원 개개인을 대신해 회원채권자의 채권신고 및 수정을 진행하고 부실과 부정이 포함되지 않은 회계자료가 제출되어 정확한 조사보고서가 제출될 수 있도록 회생사건의 진행에 조력할 것"이라며 "법인은 법원에 전체회원의 의견을 전달하고 법원에서 선임한 관리위원, 조사위원과의 면담을 통한 회원권 권익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돈 못 받아도
불의는 못 참아


<일요시사>는 관련 내용에 대한 사측 입장을 듣기 위해 옥스필드CC에 연락을 취했지만 관계자는 "옥생회라는 단체가 조직된 것은 일부 회원들이 골프장으로 관련 건을 문의해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 채권 신고 시간으로 별 다른 입장 표명을 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했을 뿐이다.

입회보증금을 둘러싼 회원들과 골프장 운영업체와의 갈등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간 재판부는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왔다. 통합도산법은 회원권을 담보권 없는 채권으로만 인정하고 있다. 담보권을 통해 우선순위를 가진 금융회사들이 먼저 회수하고 남은 금액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
 

반면 회원들은 통합도산법과 충돌하는 체육시설법 27조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의견으로 맞섰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 제 27조는 ‘체육시설업자가 사망, 영업 양도, 합병의 경우 그 상속인, 영업양수인,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은 기존 회원의 권리를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골프장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더라고 회원의 채권을 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법원 판결은 골프장 운영업체에게 유리하게 나왔다. 골프클럽Q안성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서울고등법원은 골프클럽Q안성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서 통합도산법(기업회생법)을 적용해 회원들에게 입회보증금 원금의 17%만 돌려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회생계획안 "10년 뒤까지 20% 돌려주겠다"
채권자 '옥생회' 결성하고 집단대응 예고

옥생회와 법무법인 청화는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소규모 인원들이 제각각 모여 골프장과 대립하던 것과는 달리 옥스필드CC의 경우 850여명의 회원 중 500명이 규합해 법원도 지금과 같은 판결을 내리기 힘들어졌다는 게 그 이유다.


옥스필드CC 회생절차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판단은 향후 골프장 법정관리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기준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접수된 골프장 법정관리 사건은 회생 개시 결정이 내려진 옥스필드CC를 포함해 삼공개발의 신라CC(인가), 동양레저의 파인크리크CC·파인밸리CC(인가), 캐슬파인리조트의 캐슬파인CC(진행 중), 광릉레저개발의 광릉포레스트CC(진행 중), 오션뷰의 오션뷰CC(진행 중) 등 7곳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말 기준 20개 회원제 골프장이 회생절차를 개시했고 자본잠식 골프장은 75개(대중제 포함 174개)다.

입회금 반환 규모는 3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입회금 반환 시기가 도래하는 골프장 수는 지난해 51개(2조9525억원), 올해는 57개(3조4598억원)다. 2000년 이후 분양한 회원제 골프장 대부분이 입회금 반환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회원제 골프장이 죽을 쓰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회원제 골프장의 구조적 문제점 때문이다. 회원제 골프장은 소액의 자기자본으로 골프장 사업을 시작, 투자비의 95% 정도를 회원권 분양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회원제 골프장 전체 이용객 중 절반이 회원이고, 회원 10명 중 6명이 입장료를 면제받고 있어 적자경영이 불가피하다. 그러다보니 골프회원권값이 폭락하고 입회금 반환 청구 소송이 불가피해지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자본금은 48억원이다. 1억∼5억원 이하가 23.7%, 1억원 이하도 9.2%를 차지하고 있다. 자연스레 부채비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부채비율은 2621%, 업체당 평균 부채액은 1251억원이다.

옥스필드CC 측
"할 말 없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회원제 골프장의 해결방안으로 대중골프장 전환을 최선책으로, 주주대중제로의 전환을 차선책으로 꼽는다. 자금력 있는 회원제 골프장은 입회금을 모두 반환하고 대중골프장으로 전환하면 재산세·종부세 등이 낮아지는 등 소비세를 면제받아 평균적으로 입장료 4만~5만원 인하를 통해 이용객수 증가를 꾀할 수 있다.

자금력이 없는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입회금을 전액 반환하고 회원들을 골프장 운영회사의 주주로 하는 주주대중제로 전환할 경우 일반세율을 적용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회원들은 입장료 할인과 부팅혜택 등을 포기하는 대신에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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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