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2·8전당대회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현재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3인의 주자들은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 이후 새정치연합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후보별 승리 후 시나리오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의 운명을 가를 2·8전당대회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전당대회의 승자는 다가오는 20대 총선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각 당권주자들이 이번 전당대회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당권 경쟁에 나선 문재인·이인영·박지원(기호순) 의원은 모두 선거인단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다.
벼랑 끝 승부
한편 현재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3인의 주자들은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 이후 새정치연합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우선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잡게 될 경우다. 문 의원은 유력한 대권주자다. 문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전까지만 해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대선후보 지지율이 밀렸지만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지지율이 반등하고 있다. 따라서 전당대회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지지율은 더욱 크게 치솟아 새정치연합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문 의원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할 난관도 많다. 문 의원이 앞으로 닥쳐올 난관들을 넘지 못한다면 높은 지지율은 전당대회 후 반짝 컨벤션 효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전당대회 이후 곧바로 치르게 될 4·29재보선이 첫 번째 관문이 된다. 당내 비노계 사이에서 친노계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가운데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비노계와 친노계 간 공천 잡음이라도 발생한다면 재보선의 전망은 불투명해진다. 특히 이번에 치러지는 재보선 지역이 모두 야당 강세 지역이라는 점에서 문 의원은 단 한 곳이라도 잃으면 치명적이다.
이겨도 본전인 싸움인 만큼 새 당대표로서는 무조건 부담이 된다. 물론 재보선에서 전패한다고 해도 전국적인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한 당대표를 석달 만에 내쫓기는 어렵다. 문 의원의 운명을 결정지을 진짜 분수령은 다가오는 2016년 치러질 20대 총선이다.
총선 공천과정에서 문 의원이 양쪽 진영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탕평인사를 할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공천과정을 매끄럽게 넘기지 못한다면 곧바로 비노계의 대규모 탈당 사태로 이어질 위험성도 있다. 공천을 큰 잡음 없이 끝낸다하더라도 당 개혁 작업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끄느냐 하는 점은 새 당대표에게 주어질 과제다.
당 안팎에서 지금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안 된다는 정서가 팽배해지고 있다. 문 의원은 국민들에게 새정치연합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야만 한다.
문재인 승리하면 분당 움직임 꿈틀?
박지원이 잡으면 민주당으로 회귀?
개혁과정에서 불거질 당 안팎의 저항과 반발을 어떤 식으로 무마시킬지도 관건이다. 문 의원이 지금까지 거론된 난관들을 잘 이겨내고 4월 재보선과 20대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차기 대권에 바짝 다가가게 될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지적됐듯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당권을 가지게 되면 향후 심각한 잡음도 예상된다. 새정치연합이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문재인당’으로 전락하면 여타 야권 유력 대권주자들은 이에 불만을 가지고 탈당을 시도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이인영 의원이 당권을 잡게 될 경우는 새정치연합의 좌클릭이 예상된다. 이 의원이 평소 노동 분야에 큰 관심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당대표가 되면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재벌들의 사내유보금을 풀게 하고 부자증세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새누리당과의 마찰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이 문 의원이나 박 의원에 비해 계파색채가 옅다는 점에서 이 의원이 당권을 잡게 되면 계파 간 갈등이 잦아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계파색채가 옅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계파색채가 옅다는 것은 결국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것인데,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이 의원이 향후 난관들을 헤쳐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장 4월 재보선과 차기 총선 공천 과정에서 경선룰 등을 두고 계파 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텐데 당내 지지세력이 전무한 이 의원이 당내 반발을 효과적으로 무마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은 의문이다. 특히 당권을 빼앗긴 타 계파에서 끊임없이 이인영 흔들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 의원이 당권을 잡아도 결국 효과적으로 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특정계파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문재인 박지원 두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승리한다면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게 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차기 대선에 나서기는 어렵겠지만 당 대표직을 역임하며 재보선과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2022년 차차기 대선 즈음에는 유력한 대권주자로 성장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끝으로 박지원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승리를 거머쥘 경우다. 박 의원은 세 사람 중 가장 정치 경륜이 풍부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문 의원은 박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제왕적 당대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런데 박 의원도 이 같은 지적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오히려 “현재 당이 너무 느슨하기 때문에 당을 장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 의원이 당권을 잡게 되면 새정치연합은 가장 큰 폭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전 당대표들이 전부 관리형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제왕적 당대표를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또 박 의원이 야권 내 손꼽히는 공격수로 통한다는 점에서 새정치연합의 대여투쟁은 한층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박 의원이 너무 비민주적인 당 운영으로 내부 반발에 부딪치게 될 가능성도 크다.
박 의원이 당권을 거머쥘 경우 새정치연합의 호남정당 이미지가 너무 공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마지막 기회
박 의원은 고령의 나이 탓에 당대표로서 4월 재보선과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사실상 재기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9대 국회가 끝나면 정계은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박 의원이 현재 여러 가지 송사에 얽혀 있다는 점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11월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 결과에 따라 의원직을 잃게 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현직 제1야당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의원직 상실형을 받게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