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아킬레스건 '집중해부'

청문회서 발목 잡을 기묘한 과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까지 가는 과정은 마치 카드게임과 같은 양상을 띄고 있다. 야당과 언론에서 의혹을 제시하면 이 후보자 측에서 해명 카드가 즉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로 지명된 지 고작 일주일 만에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면 돌파를 선택한 이 후보자. 과연 그의 행보가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일까, 자만심에서 나오는 것일까.

지난달 23일 인적쇄신에 대한 대국민적 요구를 받아들여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를 이을 새로운 인물로 이완구 원내대표를 지명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 세월호 사태에서 보여준 국정 운영 능력 등 여러모로 이 후보자가 적임자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동안 야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측면에서 청문회 통과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예상된 장밋빛 전망은 각종 의혹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가려져 버렸다.

각종 의혹
정면 돌파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월9∼10일 이틀간 치러질 것으로 예정된 가운데 지난달 27일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이하 인사특위) 위원의 명단이 공개됐다. 지금까지 실시된 여타 인사 청문회처럼 새누리당에서는 이 후보자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 충청 출신 의원들, 함께 근무한 원내부대표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킨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날카로운 질문으로 그간 공격수 역할을 해온 의원들을 포함시켰다.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 칭했다.

청문회 과정은 이 후보자를 중심에 두고 용호상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에서는 여당 몫의 특위 위원장 자리를 한선교 3선 의원이 맡기로 했다. 여당 간사로는 재선의 정문헌 의원이 임명됐다. 여당 특위위원에는 이 후보자와 같은 충청 출신이자 원내대변인을 지낸 이장우 의원, 역시 원내대변인이었던 윤영석 의원, 충청 출신 박덕흠 의원, 최근까지 원내부대표를 맡았던 김도읍, 염동열 의원 등 총 5명을 선정했다.

야당 측은 간사 자리를 새정치연합 소속의 재선 의원인 유성엽 의원이 맡는다. 또한 김경협, 김승남, 서영교, 진성준, 홍종학 의원을 특위 위원으로 선정했다. 새정치연합은 청문위원별로 자신있는 분야를 나눠 맡아 밀착 검증한다는 복안이다.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이 후보자의 대응 방안은 김경협, 서영교 의원이 담당하고 병역문제 등 도덕성 검증은 진성준 의원이, 경제활성화 분야는 홍종학 의원이,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어촌 대책 검증은 김승남 의원이 각각 맡는다. 새정치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도덕성과 정책능력을 날카롭게 검증할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안팎에선 기존의 인사특위 때보다 검증의 날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유는 이번 인선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서 잘 아는 동향인물 또는 동문인 인사들이 모두 배제됐기 때문이다. 특히 충청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충청 대망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청문회에 나와 이 후보자에게 재를 뿌렸다가 자칫 지역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아 저격수로 나서기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병역·부동산·논문표절 의혹
과거 국보위 근무 사실까지 수면위

또한 청문회를 이끌어 갈 특위 위원장 자리를 야당이 아닌 여당에서 가져갔다는 것은 이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요소로 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의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측은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앞서 내정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보다 먼저 국회에 제출했는데 이로써 이 후보자의 특위 위원장은 새누리당 몫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측에서는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의아함을 자아냈다. 사실상 봐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게 된 계기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나와 함께 원내에서 일했던 파트너라고 해서 봐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선언해 세간에서 떠도는 봐주기 의혹을 부인했다.


청문회까지 가는 길에 이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장외전쟁이 치열하게 오가고 있다. 먼저 제기된 것은 차남의 병역 비리 의혹. 이 후보자의 차남은 2000년에 받은 징병검사에서 3급 현역 판정을 받은 입영대상자임에도 대학 재학과 유학을 이유로 3차례 입영을 연기한 정황이 포착됐다. 그리고 2005년에는 4급 공익근무요원 소집대상 판정을 받았지만 2006년 ‘불완전성 무릎관절’ 질환으로 5급을 받아 병역을 면제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의혹을 제기한 쪽에서는 그 사이에 면제를 받기위한 비리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제시했다.

차남 병역
눈물 호소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미국 유학시절인 2005년 12월 운동을 하다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고 이듬해인 2006년 국내 병원에서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았다”며 “현재도 철심을 박은 상태로 문제될 것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의혹 제기가 계속된다면 언론인 앞에서 공개리에 다시 X선 촬영 등 모든 증빙을 함께 실시할 용의가 있다”고 당당히 입장을 밝혔다. 이어서 “현재도 방사선 촬영필름을 확인해보면 후보자 차남의 오른쪽 무릎에는 철심이 박힌 상태로 향후 지속적 치료가 필요해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니다”라고 덧붙여 충분히 면제 받을 만한 사유가 있었음을 피력했다.

그래도 논란이 줄어들지 않자 이 후보자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든다. 바로 차남의 오른쪽 무릎에 대한 공개검증을 선언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공개 검증을 기획하고 당시 MRI 사진과 검증에 나선 의대 교수의 해석을 언론에 공개했다. 검증에 나선 이명철 서울대학교 의대 정형학과 교수는 이날 이 후보자 차남의 부상 당시 MRI 사진을 판독한 결과 “이 상태 무릎이라면 불안하다. 수술을 받는 것은 매우 정당했다”며 “지금은 (이 같은) 수술을 받으면 무조건 다 면제되는 게 병무청 규정이다”라고 소견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차남의 공개 검증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후보자는 “장가도 안 간 자식의 신체부위를 공개하는 비정한 아버지가 됐다. 공직에 가기 위해 비정한 아버지가 되었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집사람이 드러누웠다. 이것이 공직의 길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이 후보자의 대처를 ‘현혹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검증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차남의 병역 의혹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결국 부동산 투기 의혹을 막기 위한 눈가림용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이 후보자는 지명 받은 직후부터 병역 문제와 함께 차남에게 증여한 토지가 투기 목적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언론에서는 차남에게 증여된 토지가 2000년 장인이 구입했을 당시 2억6000만원이었다가 최근 20억원을 웃돌 만큼 뛰어 올라 10배 가까운 시세 차익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직접 간담회를 열거나 상세자료를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 후보자는 “당시 실 거래가격은 7억5600만원으로 공시지가와 큰 차이가 있고 증여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해 6억3700만원의 세금을 냈다”고 반박했다. 즉 구입가와 세금을 빼면 14년간 6억원의 차익에 불과했다는 것으로 이는 여러 가지 상승 요인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끝으로 “이것이 투기인지는 여러분이 판단해 달라”고 말하며 대중에게 선택권을 넘겼다.

“야당이 딴죽 걸면 
무조건 낙마하는데…”

차남에게 증여된 토지로 군불이 난 부동산 투기 의혹은 지난달 29일 이 후보자가 2003년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큰 불로 번졌다.

한 언론사의 보도 내용을 보면 이 후보자는 2003년 타워팰리스를 6억2000만원에 매입했다고 신고했지만 당시 실거래가격인 10억원대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에서 다운계약서 작성이 의심된다고 전했다. 또한 타워팰리스 매입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같은 가격으로 되판 것이 관련 서류에 명시돼 있어 당시 타워팰리스 시세를 감안하면 억대의 매매차익을 봤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수천만원 이상의 양도세 탈루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파트·땅
투기 의혹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지역 신문에 아파트 매입 보도가 나오고 지역구 주민들도 문제를 제기해 서둘러 매각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또한 “구입 후 실제 가족들이 거주했고 나중에 최대 30억원까지 타워팰리스 가격이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투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 후보자 측은 29일 이 후보자의 아파트 매매 다운계약서 작성 및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을 보도한 한 언론사에 대해 법적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준비단 측은 이 후보자의 당시 주소지가 지역구인 홍성이었고, 후보자의 가족들은 서울에서 거주했다는 점을 들어 “타워팰리스 거주 당시 다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00신문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며 “이 사안에 대해 취재과정에서 누누이 밝혔음에도 기사에는 이 사실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언론중재위 제소를 포함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에 대한 논문 표절 의혹도 제시된 상태다. 문제가 되고 있는 논문은 1994년 단국대학교 행정학과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이다. 발단은 한 언론사가 이 후보자가 쓴 논문 중 일부 내용이 해당 분야 전문서적과 완전히 일치하는 문장이 나오는가 하면 일부 소제목과 목차 등도 같은 것이 있다고 보도해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이러한 목소리에 대해 이 후보자는 “지금의 엄격한 잣대로 본다면 지적이 맞을 수 있다”며 “제가 전문학자가 아니니까 다소 무리한 부분이나 소홀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문제점을 시인했다. 다만 “사이테이션(인용)은 소홀히 했을 수 있지만 레퍼런스(참조)는 기본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28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난 1980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국보위) 시절을 문제 삼았다. 당시 이 후보자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1980년 6월경부터 국보위에 근무한 적 있다. 앞서 5월에 있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수습을 위해 조직된 국보위는 12·12와 5·17쿠데타로 내란을 일으킨 전두환 세력이 내각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법적 근거 없이 설치한 임의 기구다.

현재 이 후보자가 그곳에서 근무하게 됐던 경위와 맡은 업무가 공개되지 않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국보위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당시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던 곳이라 더욱 문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 후보자는 국보위 근무 당시 ‘보국훈장광복장’까지 받은 바 있어 그 경위에 대한 당사자의 답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증 레파토리
논문 표절했나

이를 두고 새정치연합은 “국민들은 이미 총리 후보자가 지난해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면전에서 ‘각하’라는 칭호를 세 번이나 부르는 장면을 보고 이 후보자의 민주주의에 대한 소양과 시대감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1979년 12·12사건을 계기로 권력을 실질적으로 장악한 신군부가 지난 1980년 5·18 직후인 5월31일 비상계엄을 통해 설치한 초법적 기구다”라며 “당시 이 후보자는 국보위 출범 초기부터 파견근무를 했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구체적으로 누구의 지시에 의해 어떤 업무를 수행해 보국훈장광복장까지 받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말해 이 후보자가 국보위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 및 업무, 그리고 어떻게 훈장까지 받게 되었는지 그 경위에 대한 입장 발표를 촉구했다.

준비된 총리, 적임자, 지지율 반등 카드로 기대를 모았던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지금은 전방위 공세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난국을 타개할 전략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한 이 후보자는 제기되는 의혹마다 대응 카드를 제시해 ‘자판기’라는 별명까지 새로 얻었다.

그러나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자칫 이 후보자가 낙마라도 한다면 새누리당과 청와대 입장에서는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서 중도 낙마한 총리 후보자가 이미 3명이나 있었고 모두 청문회조차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청문회까지 남은 기간 중 이 후보자를 위한 당·청의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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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