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지지율 날개 없는 추락 이유

(고집)불통의 리더십이 날개 잘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지지율은 전쟁에 비유하자면 길게 이어져 있는 전선과 같다. 그리고 전쟁에서 절대 무너지면 안 되는 마지노선이 있는 것처럼 지지율도 더 이상 떨어지면 안 되는 지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3년차 되는 시점에 그 지점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그동안 철옹성이라 자부했던 50대 TK지역 지지율의 하락이 눈에 띄어 조기 레임덕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하락세다. 지난달 16일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이하 갤럽)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전까지 40%대를 유지하던 지지율이 35%로 하락했다. 그리고 부정평가는 55%를 기록했다. 하락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난 23일 35%를 기록하던 지지율이 다시 30%로, 부정평가는 55%를 나타내던 것이 60%로 각각 변동됐다.

L자형 급락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이하 리얼미터)에서 발표한 수치를 통해서는 하락세가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26~27일 양일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9.7%를 기록, 취임 후 처음으로 20%대로 추락했다. 지지율이 40%대에서 20%대로 떨어지는 데 보름도 걸리지 않은 것이다. 또한 부정평가는 전날보다 0.6%포인트 높아진 62.6%를 나타내 결국 60%를 넘기고 말았다. 위아래로 마지노선이 무너진 것이다.

하락세를 주도한 핵심 계층이 그동안 지속적인 지지를 보내온 50대 TK지역 사람들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청와대가 느끼는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집권 후 꾸준히 50~60%대를 유지해온 지지율이 갤럽의 조사 결과 38%로 하락하고 부정평가가 처음으로 50%를 넘는 역전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난 대선의 핵심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지율 역전이 일어난 또 다른 곳이 있다. 바로 새누리당과의 역전이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29.7%의 지지율을 기록할 시점에 새누리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35.4%로 나타나 당?청이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결국 당·청 간 권력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간으로 봤을 때 박 대통령 지지율은 연말정산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15일을 기점으로 새누리당에 추월당한 후 2주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당의 지지율 탄력성보다 대통령 지지율의 탄력성이 크다는 점을 들어 곧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올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당·청 지지율 역전 현상이 역대 정권에서 잘 보이지 않던 이례적인 상황이라 당내에서도 다음 총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갤럽의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수행능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소통 미흡’이 17%를 기록, 1순위로 꼽혔다. 최근 논란이 된 ‘세재개편안·증세’가 15%로 그 뒤를 이었으며 그밖에 ‘경제 정책(13%)’ ‘복지·서민 정책 미흡(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지율 마지노선 붕괴, 레임덕 우려
중요한건 국정 아젠다가 아닌 소통

결국 집권 초기부터 지적되어 온 소통의 부재라는 원인에 연말정산 사태까지 겹치면서 지금의 하락세를 보이게 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신년 기자회견 후 여론의 반응을 봐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열면 새로운 한해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지율이 상승한데 반해 이례적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신년 기자회견 후 더욱 하락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정윤회 문건 파동 및 문고리 3인방 등 산적해 있던 논란에 대한 유감의 표시와 쇄신의 의지가 결여된 듯한 연설에 국민이 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또한 이번 연말정산이 중산층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실질적 증세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가속화됐다. 결국 정부가 발표한 다른 국정 아젠다들이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인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내놓을 수 있는 반등카드는 무엇일까. 우선 첫 번째 카드인 인적쇄신은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최근 정홍원 총리를 대신할 새로운 총리로 이완구 원내대표를 지명, 항명파동 이후 김영한 민정수석의 사표로 공석이 된 자리에는 우병우 전 민정비서관을 승진시켰다. 그러나 이완구 원내대표는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으며 우병우 신임 민정수석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주임검사라는 점에서 오히려 레임덕을 앞당기는 카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이

이에 청와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온 외교와 북한 문제에 눈길을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갤럽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 ‘노력한다(22%)’ ‘주관과 소신이 있다(17%)’ ‘외교·국제 관계(10%)’ 등이 꼽혔다. 결국 이러한 이유들이 국민의 요구사항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좀 더 객관적인 외교·국제 관계(10%)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최근 개성공단 기업인을 억류할 수 있도록 시행세칙을 변경한 사실과 김정은이 직접 계획한 도하훈련을 실시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는 등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3월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북한은 어떤 형태로든 도발을 할 것으로 보여 박 대통령의 대응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지지율이 다시 한 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반등카드 필요

또한 김정은이 5월에 러시아를 직접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박 대통령의 방문 여부가 이슈가 될 전망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러시아로 떠난다면 두 지도자가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가 돼 큰 화제를 몰고 올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청와대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가운데 티모닌 신임 러시아 대사가 박 대통령의 방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르면 지지율 변화가 과거에는 완만하게 하락하는 ‘하향계단형’인데 반해 최근에는 ‘L자형’으로 급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공직자에 대해 엄중한 평가를 내리고자 하는 국민정서가 저변에 깔린 결과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몇 가지 기준점에 따라서 이후의 작은 변화가 큰 폭의 변화를 가져올 여지가 있다는 의미에서 박 대통령이 내놓을 반등카드가 기대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시 목소리 높이는 김무성 대표
“당·청은 한 몸…지지율 하락은 마이너스 게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지지율 하락은 누군가가 반사이익을 얻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미래로 나아가기 힘들게 하는 마이너스 게임임을 절실히 인식해야 한다”며 “당·청은 한 몸이라는 사실에 입각해서 더욱 막중한 부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정 과업이 떨어지는 지지율로 인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할까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대표는 “현 정부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정과업 개혁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지율이 하락해서 국정운영 추진 동력이 약해지게 되면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개혁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없고 이는 새누리당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서도 결코 좋지 않은 일이다”라고 현 상황을 우려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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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