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태산’ 군기 빠진 군부대 실태

새해 벽두부터 사건사고 펑~펑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한민국 군인들이 흔들리고 있다. 외부의 공세로 인한 것이 아닌 내부에서 곪아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발생한 사건들이 최근 단순폭행을 넘어서서 성폭행·뇌물수수 등 범죄의 범위가 보다 다양해지고 있어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대한민국 군. 새해벽두부터 바람 잘날 없는 군대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지난해 4월7일 28사단 내무반에서 냉동식품을 먹던 윤모 일병이 선임병에게 가슴 등을 폭행 당해 쓰러지는 사건이 있었다. 사인은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발생한 뇌손상이었지만 바닥에 침을 핥게 하는 등 윤모 일병에 대한 비상식적 가혹행위가 이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6월21일 강원도에 위치한 육군 22사단 전방소초에서 임모 병장이 동료 병사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 5명을 사살하고 7명을 부상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잇따른 사건사고에 군 당국은 병영문화 개선을 천명했다.

폭행에 뇌물도

당국의 바람이 절실하지 않아 하늘에 닿지 않은 것일까. 이후에도 사건·사고 소식이 더욱 자주 우리의 귀에 들려오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강원도 전방 포병부대 소속 탈영병 강모 일병이 검거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는 앞서 22일 휴가도중 어머니 이모(54) 씨를 살해하고 방화한 혐의로 군 헌병대에 의해 조사를 받고 있다. A급 관심 사병으로 알려진 강모 일병은 휴가를 나왔다가 사건 당일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그대로 도주해 탈영한 상태였다. 군 당국은 소지하고 있던 수첩에서 어머니를 죽였다는 내용과 자살을 암시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그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강모 일병과 같은 부대 소속인 하모 이병은 강모 일병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달 22일 자택에서 “부모님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목을 매 자살했다. 군 당국은 가족과 협의해 시신을 부산 국군병원으로 옮겨 장례를 치렀지만 하모 이병 또한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휴가 기간 중 사병 관리의 허술함이 문제로 지적됐다.

하모 이병이 자살한 날 해군에서는 함포가 오작동해 포탄이 발사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격 훈련을 하던 중 해군 2함대 소속 ‘황도현함’에서 함포에 걸려 있던 포탄을 빼내기 위해 전원을 연결한 순간 포탄이 발사된 것이다. 당시 함정은 육지에서 불과 6.2km 떨어진 것에 불과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다행히 해상에서 폭발해 큰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시 뱃머리에 위치해 있던 오모 일병이 머리를 크게 다쳐 생명이 위독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편 이번에 오작동한 함포는 지난해 서해 NLL에서 남북 함정 간포사격이 벌어졌을 때 고장을 일으켰던 함포와 같은 종류의 것으로 드러나 함포 자체의 기계적 결함은 물론 정비 문제까지 수면위로 떠올랐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달 16일 목포시 해안가 초소에서는 보초를 서던 이모 일병이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후 군 당국은 군인 한명이 K2소총과 공포탄 10발을 들고 탈영했다고 발표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그러나 군 당국에서 발표한 내용은 오보로 판명 났다. 사건이 있은 지 8일 후 바다에서 사라진 이모 일병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전형적인 익사’라는 소견을 받은 것이다. 소견에 의하면 이 일병은 근무 당시 군복을 그대로 입은 것은 물론 외상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발표된 내용과는 달리 이모 일병은 단순 실족으로 바다에 빠져 익사한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군인이 정상적 임무 수행 중 사망한 경우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선례가 있었던 점을 비춰 ‘국가유공자로 인정 될 만한 이모 일병이 병사 관리의 소홀로 탈영병으로 전락한 사건’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연초 탈영·자살·구타·성폭행 잇달아
바람 잘날 없어 병영문화 개선책 무색

지난달 27일에는 여군이 관사에서 성폭행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알려 졌다. 육군은 “강원도 지역 한 여단에서 이 부대 여단장 A대령(47)이 부하인 20대 여군 부사관 B씨를 성폭행했다는 진술이 나와 A대령을 긴급 체포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A대령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 자신의 관사에 B하사를 불러 여러 차례 성폭행 한 것으로 알려졌다. A대령은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비단 이 사건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한 방송사의 보도내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군내에서 발생한 여군 성폭행 피해자 가운데 무려 60%가 여군 하사 계급인 것으로 밝혀졌다. 결론적으로 장기복무 전환을 앞두고 운신의 폭이 좁은 여군을 대상으로 악질적인 성폭행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약점을 잡아 행해지는 권력형 성범죄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군대 내에서 성 범죄가 구조화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으로 예측된다.

군이 뇌물사건에까지 연루되면서 위신이 끝없이 추락했다. 검찰에 의하면 현직 장교 10명이 군 시설공사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의 뒷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로비대상이 된 장교들이 각종 공사 업체선정에 평가심의위원으로 참여한 육·해·공군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되기도 했다.

겨우 한달인데…

2015년이 한 달을 넘기지 못한 시점에서 벌써 하모 이병, 이모 일병을 포함한 병사 4명이 사망하고 오모 일병은 중태에 빠져있다. 그리고 수많은 여군이 성 범죄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군부대의 관계자들은 신년 들어 “군 부대들이 문화 개선을 통해 국민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혹자는 “군에서 발생하는 범죄가 비율로 따지면 사회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비율보다 낮다”는 점을 들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젊은 남녀가 국방을 위해 비지땀을 흘려야 할 상황에서 잘못된 사병 관리와 안전 대책으로 인해 피를 흘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한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일병 사건’ 불똥 한효주에 왜?

영화배우 한효주가 동생이 일으킨 사건으로 최근 곤욕을 겪고 있다. 한효주는 개봉을 앞둔 영화 <쎄시봉>에 출연해 매력적인 뮤즈 민자영 역을 맡아 연기했다.

하지만 과거 친동생이 ‘김일병 사건’의 피의자로 알려지면서 영화가 개봉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소위 ‘별점 테러’가 이어지는가 하면 불매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네이버, 다음과 같은 국내 주요 포탈사이트에서 <쎄시봉>은 10점 만점에 각각 2.9, 1.6의 평점을 기록하는 등 영화 내용과는 별개로 대중의 반응이 차갑기만 하다.

김일병 사건은 지난해 7월, 당시 공군 성남비행단 단장 부관실에서 근무하던 김모 일병이 그동안 받은 부대 내 가혹행위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14년 8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방송에 따르면 가해자 중 한명인 것으로 알려진 한모 중위가 한효주의 친동생인 사실이 전해져 화제가 된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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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