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서 먹고 놀만 하면 ‘집값은 금값’

대형 복합쇼핑몰 파급효과

복합쇼핑몰 들어서는 지역 아파트의 인기는 여전하다. 상권이 잘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쇼핑뿐 아니라 문화, 여가,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들어서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대형 복합쇼핑몰은 역세권과 유동인구 등을 철저히 사전 조사한 뒤 들어서기 때문에 상권 중심지는 물론,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인근 아파트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복합쇼핑몰인 IFC몰은 인근 아파트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 목화아파트 전용 89㎡의 평균 매매가격은 IFC몰 착공 직후인 2006년 12월 6억5250만원에서 개장한 2012년 8월에는 7억1500만원으로 6250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복합쇼핑몰은 분양성적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KTX광명역세권과 고양 삼송지구다. 먼저 KTX광명역세권 지역은 대형 유통상점인 코스트코와 롯데아울렛 개장에 이어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케아 본점이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광명역을 중심으로 신규 분양 현장은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광명역 주변에서 분양된 아파트들은 최근 2달새 웃돈 4000여만원이 붙었다.

지으면 팔린다
분양 완판행진

광명역세권의 신규 분양시장이 들썩이자 광명 구시가지내 기존 아파트도 수혜를 입고 있다. 장기간 가격 보합세를 기록하다 최근 시세가 오름세로 돌아섰다. 광명시 광명동 상우1차는 76㎡가 지난해 말 1억9000만원에서 이달 1000만원 오른 2억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주택형 109㎡는 전달대비 500만∼1000만원 시세가 뛰었다. 광명시 소하동 금호어울림은 89㎡가 지난해 3억2000만∼3억3000만원에 거래되다 이달 3억40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상권 중심지 랜드마크 자리매김
주변 아파트 시세·분양에 영향


신세계 복합쇼핑몰 착공, 신분당선 연장 논의 등이 진행되고 있는 고양 삼송지구도 대형 복합쇼핑몰 수혜로 미분양이 속속 소진되고 있다. 현재 고양 삼송지구의 84㎡ 시세는 4억초반대에 형성돼 있는데 최초 분양가 대비 3000만∼5000만원가량의 웃돈이 붙었다. 신세계그룹은 삼송역 인근에 9만6555㎡의 부지를 확보해 백화점, 명품관, 영화관 등으로 구성된 복합쇼핑몰을 올 상반기 중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강변북로와 자유로, 올림픽대로를 잇는 원흥∼강매 간 도로 개통예정 등으로 그동안 다소 교통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송지구에 활력을 주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복합쇼핑몰이나 업무시설·테크노밸리 등 대형 개발사업은 호재로 꼽힌다. 유입 인구가 많아지는 등 상권 활성화의 촉매제일 뿐 아니라 지역 경제의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 금융위기로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대형 복합단지 개발이 최근 속속 정상화되자 인근 지역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신세계 쇼핑몰이 무산된 대전의 경우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9·1부동산 대책의 효과로 수도권 지역 아파트 분양시장에 훈풍이 불었지만 대전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대전 시내 미분양 아파트는 763가구로, 7월(590가구)에 비해 29.3%(173가구)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미분양 증가율이 2.0%임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복합쇼핑몰들은 기존 쇼핑시설 위주의 단순기능을 탈피해 영화관, 마트 등이 함께 들어간 복합 기능형태로 변모하면서 이용객 및 유동인구가 훨씬 더 많아지고, 주변이 함께 개발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며 “특히 주변이 개발되면서 땅값도 자연스럽게 오르고, 인근 아파트의 경우 편리한 주거환경을 조성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은 1988년 서울 잠실에 생긴 롯데월드가 효시라고 할 수 있다. 한 장소에서 쇼핑은 물론 ‘먹고 노는’문화생활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을 복합쇼핑몰이라고 한다. 2000년 ‘아시아 최대의 지하쇼핑몰’이라고 자랑하며 문을 연 서울 삼성동 코엑스도 복합쇼핑몰이다.

오래전부터 복합쇼핑몰이 있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복합쇼핑몰이 들어서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신세계가 부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과 아이스링크, 대형 스파, 영화관, 골프연습장 등이 결합된 센텀시티를 세웠다. 같은 해 서울 영등포에도 백화점, 대형 마트와 패션·스포츠 매장 등 쇼핑시설에 영화관·호텔·식당, 어린이 놀이시설 등을 갖춘 연면적 37만㎡ 규모의 경방타임스퀘어가 들어섰다.

88년 잠실에 생긴 롯데월드 효시
소득 늘어난 2000년대 들어 발달


2011년에는 대성산업이 서울 신도림역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한 35만247㎡ 규모의 디큐브시티를 세웠다. 국내 처음으로 유니클로·자라·H&M 등 글로벌 3대 SPA 브랜드가 한꺼번에 들어온 쇼핑몰로 관심을 모았다. SPA는 옷을 만드는 회사가 의류 기획·디자인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것을 말한다. 디큐브시티에는 백화점은 물론이고 서울 서남권 최대 규모 공연장인 디큐브아트센터, 뽀로로 테마파크, 영화관·호텔 등이 함께 있다.

2011년 연말엔 영화관과 쇼핑몰·백화점·마트·호텔에 국내 최대 녹지공원 ‘스카이파크’와 문화홀 등이 어우러진 롯데몰 김포공항도 문을 열었다. 2012년에는 AIG코리안부동산개발이 서울 여의도에 패션브랜드 매장과 영화관·대형서점·레스토랑 등이 어우러진 연면적 7만6000㎡ 규모의 IFC몰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잠실 제2롯데월드 쇼핑·문화시설인 롯데월드몰이 개장을 했다. 아쿠아리움과 세계 최대 스크린이 있는 영화관 같은 문화시설과 함께 명품관·면세점, 유명 맛집, 중소패션매장 등으로 구성돼 있고 연면적은 8만㎡다.

복합쇼핑몰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일본·유럽 같은 선진국에서도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2003년 문을 연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는 54층(250m) 모리타워를 중심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인 모리미술관, 360도 파노라마 전망대, 비즈니스 빌딩, 특급호텔과 대형 쇼핑시설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복합쇼핑몰이다.

없으면 후진국?
선진국서 대세

미국 전역에는 1200여개의 복합쇼핑몰이 있다. 선진국의 경우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는 지점에서 복합쇼핑몰이 발달했는데, 한국도 소득이 늘어나면서 복합쇼핑몰 시대가 오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같은 유통 대기업은 기존 방식으론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고 판단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찾는 것도 복합쇼핑몰이 더 많이 생겨나는 이유다. 신세계는 서울을 중심으로 동(경기도 하남시)-서(인천)-남(경기도 안성시)-북(경기도 고양시)으로 이어지는 교외형 복합쇼핑몰 벨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새롭게 형성된 신도시 상권인 판교에서 복합쇼핑몰 알파돔시티를 2015년 열 계획이다. 롯데는 롯데파주프리미엄아울렛 옆에 캠핑장과 실내체육관, 도서관 같은 문화시설을 갖춘 복합쇼핑몰 세븐페스타를 2017년 개장해 쇼핑·여가 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은 막대한 자본과 넓은 땅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 위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활로를 찾아야 하는 유통기업과 새롭고 편리한 여가시설을 찾는 소비자가 있기 때문에 복합쇼핑몰 경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다음은 대형 복합쇼핑몰 인근 수혜 분양단지 현황이다.

▲삼송 동원로얄듀크 = 고양 삼송지구 삼송역 인근 ‘삼송 동원로얄듀크’아파트가 잔여가구를 분양 중이다. 지상 17∼21층, 10개동 총 598가구(전용 110.91∼116.51㎡)로 구성됐다. 신규 계약자를 대상으로 입주 후 대출이자 3년간 지원 및 드레스룸, 붙박이장, 중문 무료 설치 등을 지원한다.

용적률 169%를 적용해 쾌적함을 자랑하는 이곳은 10개 동 모두 남동, 남서향으로 배치됐다. 남동향으로 배치된 라인들은 북한산 조망이 가능하다. 특히 단지 3면을 둘러싼 자연녹지와 창릉천, 오금천, 공릉천이 어우러져 있다. 지대가 높아 탁월한 조망을 자랑한다.

서울 서북부 대규모 주거단지로 개발되고 있는 삼송지구는 신세계, 롯데, 농협, 이케아 등의 대형 유통업체들의 입점과 착공이 진행되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분당선 완공 시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남부지역까지 접근성이 개선되기 때문에 신분당선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지하철 3호선 삼송역이 단지 주변을 통과한다. 단지 인근에는 최근 개통한 원흥역이 있다.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 = 송도국제업무단지 3공구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가 분양 중이다. 이 단지는 지하 5층, 지상 60층, 아파트 2개동, 총 999가구 규모로 전용 84∼210㎡로 구성된다. 아파트 외 호텔(홀리데이인 인천 송도),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 등도 함께 조성된다.


단지 동측으로 40만여㎡ 규모의 센트럴파크가 펼쳐져 있어 실내에서 공원 조망이 가능하다. 단지 서측으로는 서해 조망이 가능하다. 단지 앞으로 콘서트홀, 오페라하우스, 미술관 등이 조성되는 송도아트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인천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이 단지 지하 1층과 직접 연결된다. 단지 바로 인근에는 800m 길이의 인공 수로를 중심으로 상가가 배치된 ‘이랜드 NC큐브 커낼워크점’이 성업 중이다.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에는 롯데몰이 8만4357㎡부지에 총 공사비 1조원이 투입되어 들어선다. 롯데몰은 쇼핑몰, 백화점, 영화관, 호텔 등으로 구성되는 대규모 복합쇼핑몰로 2015년 개장이다.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도 송도신도시 7공구 5만9400㎡부지에 연면적 11만8800㎡규모로 지어진다.

▲당산역 롯데캐슬 프레스티지 = 롯데건설은 1월28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4구역을 재개발한 ‘당산역 롯데캐슬 프레스티지’모델하우스를 열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선다. 당산동에 분양하는 15년만의 대형 브랜드 아파트로 2개동, 지하 2층, 지상 22∼26층, 198가구(일반분양 106가구) 규모다.

전 가구 친남향 배치의 전용 84㎡ 단일면적으로 구성됐다. 단지는 피트니스클럽, 실내 골프클럽, 남녀샤워실, 관리사무소, 경로당 등의 커뮤니티를 갖췄다. 선유도공원, 한강시민공원 등과 가깝고, 지하철 2·9호선 환승역인 당산역과 2·5호선 환승역인 영등포구청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대형 창고형 할인마트인 롯데 빅마켓이 있다. 롯데, 신세계(영등포점), NC백화점(당산점) 및 복합쇼핑몰 IFC, 타임스퀘어도 이용이 편리하다. 입주는 2017년 8월 예정. 

▲하남 더샵 센트럴 뷰 = 포스코건설은 경기 하남시 덕풍동에서 ‘하남 더샵 센트럴 뷰’를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19층 11개동 규모로, 전용면적 84㎡ 4개 타입 총 672가구로 구성된다. 강점은 주변에 산재한 개발호재다. 이 단지는 개통을 앞둔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선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단지가 될 전망이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역부터 하남시 창우동까지 총 5개 정거장이 들어서는 5호선 연장선은 1단계 구간이 2018년, 2단계 구간이 2020년 완공될 예정이다.

‘돈 냄새’ 맡는 귀신
대기업들 진행


대형 쇼핑몰 ‘유니온스퀘어’도 단지와 가깝다. 지난해 10월 착공에 들어간 유니온스퀘어는 국내에 들어서는 첫 교외형 복합쇼핑몰이다. 하남 유니온스퀘어는 공사비 1조원이 투입되고,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11만7990㎡, 연면적 44만426㎡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백화점, 쇼핑몰, 영화관, 엔터테인먼트 시설, 키즈테마파크, 식음료 시설 등이 들어선다. 입주는 2016년 8월 예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