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재벌 저격수' 정의당 서기호 의원

"박심 배경에는 기업 로비 있었을 것"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당·정 핵심인사들이 군불을 때고 경제계에서도 강력히 요청했던 '재벌총수 가석방론'에 제동이 걸렸다. 이들이 법조문을 바탕으로 주요 근거로 내세웠던 '형기의 3분의 1이상 복역 시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서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실제로는 형기의 70% 이상 복역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석방이 이뤄졌다. 가석방 대상으로 거론된 재벌총수 '3인(최태원 SK 회장, 최재원 SK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중 이 조건을 충족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가석방자 형 집행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7년 동안 법무부가 가석방한 인원은 모두 5만6828명이다. 이들 중 형기의 50%를 채우지 않고 가석방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50~59%를 채운 가석방자는 1명뿐인데 외국인이어서 가석방 후 강제추방 당했다. 60~69%를 채운 가석방자는 12명(0.02%)에 불과하다.

그런데 가석방 대상으로 거론됐던 최태원 SK회장과 최재원 SK부회장은 형기의 48%,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은 54%를 복역했다(지난달 말 기준).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교안 법무부장관,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 등 당·정 핵심인사들의 "비리 기업인 일부가 형기의 3분의 1을 마쳤으므로 가석방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는 주장이 사실과 달랐던 것이다.

5만명이 넘는 가석방자 사례 중에서 단 한 건도 없었던 사례를 이들에게 적용하면서 '특혜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점을 밝혀내 '재벌총수 가석방론'에 제동을 건 서 의원을 지난 14일 <일요시사>가 직접 만나봤다.

다음은 서 의원과의 일문일답.

- 정부와 새누리당 핵심부에서 군불을 땐 '재벌총수 가석방론'이 왜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 재벌총수 가석방 군불 때기는 지난해 국정감사 직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총대를 멨다. 그러다 지난달부터 또 나왔는데 청와대발(發)이라고 생각한다.


- 청와대발이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에 따라 행정부와 집권여당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박심(박 대통령 의중)'과 반하게 가석방론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박심의 배경에는 SK그룹의 로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박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재벌총수 가석방론에 대해 "기업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받는 것도 안 되겠지만 기업인이라고 해서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 결국 '역차별'에 방점이 찍힌 것 아니겠는가. 박 대통령은 "법무부장관의 고유권한"이라고도 했다. 실제로도 그럴까? 박심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황 법무부장관에게 전해질 것이라고 본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서 재벌총수 가석방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 지난달 말 우리 제가 자료를 발표한 게 있다. 당·정의 군불 때기는 법적으로 형기의 3분의 1이상이면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본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가석방자 형 집행률 현황'을 보면 형기의 50%미만을 마친 사람이 가석방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대부분이 70%이상 형기를 마쳐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07년~2014년 통계).
 

- 실질적으로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재벌총수는 가석방 대상이 안 된다는 얘긴가.
▲ 그렇다. 현행법에는 형기의 3분의 1을 마친 사람이면 가석방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70~80%이상의 형기를 마친 사람만이 가석방됐다. 최근 언론에 가석방 대상자로 거론되는 비리 기업인 3인(최태원 SK회장, 최재원 SK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중에서 형기의 70%이상을 마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3인 가석방은 근거 없는 특혜"
"총수들, 형기 절반도 못 채워"


- 그렇다면 재벌총수 가석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가.
▲ 앞서 언급한 법무부 자료를 우리가 공개하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재벌총수 가석방론의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SK그룹 등 재벌 측에서는 지속적인 로비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꾸준히 감시의 눈길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 가석방에 관한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 3분의 1이상 형기를 살면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현행법을 일률적으로 실제 가석방 대상에 근접한 3분의 2이상으로 올리는 것은 가석방 규정을 완화하는 세계적 추세와 반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해서 비리 기업인이나 파렴치범은 예외 조항을 두는 쪽으로 법안을 구상 중이다.

- 서 의원께서 소속된 국회 법사위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법안)'에 제동을 걸어 1월 내 처리가 무산됐다.
▲ 법안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절차상 충분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오전 11시에 정무위 전체회의가 끝났다. 정무위에서 논의한 김영란법이 법사위에 회부되려면 몇 시간이 더 필요했고, 법사위원간 법안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1월 본회의 마지막 날이었던 이날 법사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넘기기에는 시간상 너무 촉박했다.


- 2월 임시국회에서는 통과될 것으로 보는가.
▲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법사위는 법안을 원점에서 검토하는 것이 아니다. 법체계를 잡고 위헌성 여부만 심사하는 것이다. 시간에 쫓겨 불가피하게 1월 국회를 넘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2월을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 끝으로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구상을 말하자면.
▲ 일단은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내년 총선에서의 지역구 출마를 놓고 광범위하게 많은 분의 의견을 듣고 있는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구체적 계획이 서면 알려 주겠다(웃음).

 

<carpediem@ilyosisa.co.kr>

 

[서기호 의원 프로필]

▲ 전국가톨릭대학생협의회 회장
▲ 제주지방법원·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
▲ 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
▲ 19대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위원
▲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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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