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잘못 만나 몰락한 호남 기업들 막전막후

김·노 때 ‘웃고’ 이·박 때 ‘울고’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호남 기업들을 휘감고 있는 공기가 심상치 않다. 그 어느 때보다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호남 기업들은 그간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들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제 아래 숨통이 좀 트일 때까지 어깨 한번 제대로 펴지 못했다. 호남 기업은 이처럼 어렵게 성장해 왔다. 그런데 최근 잘나가는 호남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호남 기업의 씨가 마르고 있다.

   
▲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 임병석 C&그룹 회장,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우리나라 10대 그룹 중 호남 기업은 없다. 호남의 대표 기업 금호아시아나그룹이 17위에 랭크되어 있을 뿐이다. 50년대 1위 기업이던 삼양사는 30대 그룹으로 밀려난 지 오래고 60년∼90년대 사이 재계를 대표하던 기업인 율산그룹과 해태그룹, 나산그룹, 쌍방울그룹이 무너졌다.

고전하던 호남 기업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를 만나면서 어깨를 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C&그룹과 대주그룹이다.

C&그룹 자금난
대주 세무조사

임병석 C&그룹 회장의 고향은 전남 영광이다. C&그룹도 호남에 연고를 두고 성장해 왔다. 광주 석산고와 목포 해양대를 졸업한 임 회장은 항해사로 일하다가 30세 때인 1990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칠산해운을 설립했다.

사업 초기 임 회장은 선박과 화물 중개업으로 돈을 벌어 자기 배를 마련한 뒤 1995년 회사 이름을 쎄븐마운틴해운으로 바꾸고 해운업에 본격 진출했다. 2002년 법정관리 중이던 세양선박을 인수, 황해훼리, 필그림해운, 한리버랜드, KC라인, 진도, 우방, 생활경제TV 등을 잇달아 사들이며 C&그룹을 매출 2조원짜리 중경그룹으로 성장시켰다. 한때 계열사가 40개가 넘기도 했다.


전남 광양에서 태어난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도 임 회장과 같은 호남 출신이다. 광주공고를 나와 1981년 광주·전남을 기반으로 한 대주건설을 설립한 뒤 2008년 말 기준 2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주그룹으로 성장시켰다. 당시 연매출은 2조2000억원에 달했다.

허 회장은 두림제지, 대한화재, 대한조선, 광주일보, 동아상호저축은행 등을 잇달아 먹어치운 데 이어 뉴질랜드 대주하우징, 대주개발, 대한기초소재, 함평다이너스티, 광주방송 등을 설립했다.

2005년에는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인수전 참가만으로도 당시 대주그룹의 사세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임 회장과 허 회장은 공교롭게도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몰락하기 시작했다. C&그룹은 2007년 무리한 인수합병(M&A) 후유증을 겪다가 이듬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그룹 전체가 자금난에 빠졌다. 직원들의 월급까지 밀릴 정도로 사정은 나빠졌다.

버티다 못한 임 회장은 주요 계열사 매각에 나섰지만 인수자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급기야 임 회장이 불법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다 결국 사기 및 배임 등의 혐의로 2010년 10월 구속되면서 C&그룹은 워크아웃, 법정관리를 거쳐 사실상 파산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영남 기업들은 잘 나가는데…
정권 따라 달라진 엇갈린 운명

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10년, 2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이에 서울고법은 징역 5년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임 회장은 지난 2013년 6월 재상고심에서 원심을 확정받았다.


허 회장 역시 2007년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500억원대 탈세 사실이 드러나면서 먹구름이 드리웠다. 국세청은 허 회장을 탈세 지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허 회장은 2005년부터 2년 동안 법인세 508억원을 포탈하도록 지시하고 회삿돈 1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2심에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주건설이 최종 부도 처리되는 등 사실상 그룹은 와해된 상태다.

임석 전 솔로몬금융그룹 회장도 김대중·노무현정부 때 급성장했다가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몰락했다. 전남 무안 출신의 임 전 회장은 이리공고를 졸업하고 1988년 허위학력 논란이 일었던 퍼시픽 웨스턴대학을 졸업했다. 그해 한맥기업이라는 광고대행사를 설립하고 100억원가량을 벌어들인 그는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1999년 솔로몬신용정보를 설립하고 2002년 사실상 폐업 상태였던 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금융업에 진출했다. 

부동산PF 대출 상품을 개발해 부동산 붐을 타고 큰 수익을 거둔 솔로몬금융그룹은 출범한지 불과 3년 만인 2005년 자산기준 저축은행업계 1위로 급부상했다. 이후 한마음, 나라, 한진 등 저축은행에 이어 2008년에는 KGI증권마저 인수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 탈바꿈했다.

임 전 회장은 '금융계 마당발'로 불릴 정도로 정재계 인사들과 두터운 인맥을 쌓았다. 이 때문에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사업이 크게 성장한 배경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임 전 회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외곽 조직으로 알려진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에서 조직국장을 지냈다. 1997년 대선 때는 새정치국민회의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도 몸담았다. 김대중정부 시절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의 핵심 측근인 김영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2003년 2월부터 1년여 동안 솔로몬저축은행 총괄회장을 맡기도 했다.

임 전 회장은 이명박정부로 정권이 바뀐 뒤에도 살아남았다. 그 배경으로 정권 실세가 지목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이름이 주로 오르내렸다. 임 전 회장은 '소금회' 멤버로 활동했다. 소금회는 소망교회 금융인 선교회의 줄임말로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말 대선에서 당선되기 전까지 참여했던 모임이다. 이 전 의원도 소금회 멤버다.

순조롭게 질주하다
외풍 맞고 산산조각

2011년 2월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이후 2차 영업정지 대상을 발표할 때 "솔로몬저축은행이 다음 타깃일 것"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문제없이 넘겼다.

솔로몬금융그룹이 쓰러진 것은 이명박정부 말기인 2012년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은 2012년 5월 영업이 정지됐고 이듬해 3월 파산신청을 내고 파산했다. 계열사 아이엠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메리츠종금증권에 인수됐고 경기솔로몬저축은행은 투자회사 애스크로 넘어가는 증 솔로몬금융그룹은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임 전 회장은 솔로몬저축은행 본점 인테리어 공사비를 부풀려 비자금 121억원을 조성하고 대주주 대출을 금지한 상호저축은행법을 어기고 1120여억원의 부실 대출을 지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저축은행 사태의 주범 부산저축은행도 '부산'이라는 사명과는 다르게 호남 기업으로 분류된다. 박연호 전 부산저축은행 회장과 김영 전 부산저축은행 부회장, 김민영 전 부산·부산2저축은행 대표, 오지열 전 중앙부산저축은행장 등 주요주주와 임원들이 광주일고 출신이다.

조금만 밉보여도
모가지 날아간다


2011년 당시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이 지난 1980년 이후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는 모두 120개. 이 가운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인 1998년부터 2002년 사이 설립된 SPC는 85개(3조1861억원)에 달한다. 특히 85개 가운데 무려 68개(2조4731억원)가 부실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초 살던 집이 경매에 나오는 굴욕을 당한 바 있는 백종헌 회장의 프라임그룹은 법정관리 중이다. 백 회장은 광주 출신이다. 프라임그룹은 강변 테크노마트 개발 성공 이후 동아건설 등을 인수하며 외형을 키우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침체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주력 계열사인 프라임개발과 삼안이 2011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백 회장이 동아건설 등 계열사와 보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기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까지 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호남 기업들은 현 정부 들어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팬택도 호남 기업이다. 창업주 박병엽 전 부회장은 전북 정읍 출생으로 대표적 호남 기업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인 금호타이어의 사외이사를 맡은 적도 있다.

맥슨전자 영업사원 출신의 박 전 회장은 지난 1991년 직원 6명과 자본금 4000만원으로 팬택을 설립했다. 1997년 LG정보통신(현 LG전자)으로부터 OEM 휴대전화 공급 계약을 체결해 휴대폰 사업에 발을 들였고, 1998년에는 모토로라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착실하게 성장하던 팬택이 질주하기 시작한 때는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이다. 2001년 현대전자 계열사 현대큐리텔을 인수한 데 이어 2005년에는 'SKY 시리즈'를 출시해온 SK텔레콤의 자회사 SK텔레텍을 집어 삼키는 등 '샐러리맨 신화'를 써왔다. 2006년 팬택의 매출은 3조원을 돌파했다.

C&·대주 이미 공중분해
로케트·팬택 존폐 기로

하지만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따른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2006년 12월 1차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박 전 회장은 자신의 지분까지 내놓고 부채 보증을 서면서 재기를 노렸고 팬택은 4개월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지난해 2월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간 데 이어 같은 해 8월 법정관리에 돌입, 현재 새 주인을 찾고 있다.


69년 역사를 자랑하는 광주지역 토종기업인 로케트전기는 존폐 기로에 서 있다. 1946년 설립된 로케트전기는 건전지 전문업체로 호남전기를 전신으로 한다. '로케트 배터리'로 알려진 세방전지와는 별개의 회사다. 뿌리는 같지만 1978년 호남전기그룹 몰락 당시 호남전기는 광주일보 산하 기업으로 넘어가 로케트전기로 개명했고 진해전지는 세방그룹으로 분리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로케트전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에너자이저' '듀라셀' 등 외국브랜드에 밀리면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1998년 37%에 이르던 국내 시장 점유율은 현재 10% 이하로 내려갔다.

로케트전기는 2013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상에서 상장폐지 사유인 '의견거절'을 받고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같은 해 11월 무상감자, 출자전환에 의한 신주발생, 유상증자, 인수합병 추진계획 등이 포함된 최종 회생계획안을 냈으나 법원은 회생절차 폐지를 통보했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강동민 의원에 따르면 호남지역에 사업장을 둔 기업 10곳 가운데 4곳이 지난 2013년 한 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도 못 내는
기업들 수두룩

강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법인세 납부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호남지역 기업 4만9182곳 가운데 41.4%인 2만383곳의 총부담세액은 '0원'으로 결손법인이었다. 2012년 1만8748곳 보다 8.7%(1635곳)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 결손법인 비율은 전남이 41.5%, 광주가 40.9%, 전북이 42.9%였다. 반면 대구는 1만6918개 기업 중 39.4%(6659개)가 결손법인이었다.

강 의원은 "현 정부 들어 지역간 불균형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며 "호남 기업들은 수도권에 비해 소득이 현저히 적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경영난에 세금조차 못 내는 기업들이 많다”며 “도산 위기에 몰린 호남 기업을 구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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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 중독?’ 김건희 조언 그룹 대해부

‘무속 중독?’ 김건희 조언 그룹 대해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여사에게 공적 사안마다 조언해 주는 무속 인물 7~8명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건진법사, 천공 등이 아닌 명리학자 류모씨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도 김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과 관련해 여러 차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언했으나 컨트롤되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이 사주를 보거나 점을 보는 건 욕먹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부인이 공적 사안에 대해 무속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대통령실과 윤석열 캠프 출신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과거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에 대해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지금은 다르다. 터질 게 터졌다며 한숨부터 나오고 있다. 위기 상황 의지 지속 서울 강남구 광평로 한 빌딩서 H 학술원을 운영하는 류모 원장은 대구·경북 지역서 활동해 왔다. 대중 강연과 지역 일간지 기고, 언론사와 보수 유튜버 등에도 출연해 정치인들의 사주풀이 등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등을 예측해 정치권에서는 나름 알려진 인물이다. 류 원장에게 먼저 연락을 취한 건 김 여사다. 류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주를 예측하면서 본인의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초대하게 된 것이다. 류 원장은 김 여사와 5번 이상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은 김 여사가 류 원장에게 자동으로 삭제되는 타이머가 설정된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질문하면 이에 답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류 원장은 지난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빚던 갈등에 대해 김 여사에게 “천운이 좋으니까 살아난다”고 답했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직후에 대선에 출마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당연히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여사가 이준석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길래 ‘하극상을 벌일 사람’이지만 슬슬 달래서 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류 원장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는 “지난해 12월에는 김 여사가 ‘저 감옥 가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은둔하면 된다. 당신도 많이 깨달아야 한다. 제발 좀 나서지 마라. 위기인 것은 분명하나 아직 기운이 좋아 (감옥에)가지는 않는다고 충고했다”고 했다. 윤 당선 예측하자 아크로비스타로 류 초대 정치적 위기마다 5번 텔레그램 상담 진행 당시 김 여사에게는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지난해 11월27일 <서울의소리> 보도를 통해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명품백을 받는 영상이 공개됐고, 보름 뒤인 12월14일에는 <뉴스타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과 통화해 주문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류 원장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로 김 여사는 이후 153일 동안 공식 활동을 자제했다. 류 원장은 “나 말고도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분야별로 7~8명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여권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일반 사람들이 강남이나 종로서 사주나 전생운을 보듯이 김 여사도 가볍게 보는 거라고 여겨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줄 알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며 “터질 게 터지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일을 김 여사가 개입해 ‘누구한테 들었는데 그건 이렇게 해야 한다더라’라고 말하는 과정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대통령실 직원 이력서를 김 여사가 본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력서를 봤다면 조처해야 하는 문제고 무당을 통해 그 이력서의 인물이 어떤지 평가한다는 풍문까지 있다”며 “영부인이 설마 인사에 개입했겠느냐며 넘겼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합리적 의심이 가시질 않는다”고 말했다. 류 원장 이전 무속 논란의 진앙지는 건진법사 전모씨라고 할 수 있다. 전씨는 윤석열 캠프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전씨의 딸은 지난 2013년부터 코바나컨텐츠 행사를 담당했고 2년 뒤 한 화장품회사의 대표를 역임했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던 이 회사는 한한령과 코로나19 등 상황 악화로 2017년을 전후로 사업을 철수했다. 미국유학생 출신인 전씨의 처남 김모씨는 네트워크본부 활동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인과 가족이 함께 대선 캠프서 일한다는 것은 캠프 내 실세의 지시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무속의 진앙지 전씨의 무속 활동에는 산 채로 소가죽을 찢는 행사로 물의를 빚은 지난 2018년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교 축제가 있다. 이 행사에 대한 항의 게시물을 보면 대한불교종정협의회, 한국불교일광조계종과 함께 연민복지재단과 전씨의 딸이 대표로 있는 화장품 회사가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했다. 전씨 외에도 김모 교수와 대통령실에 들어간 지인 자녀·친인척들이 차례차례 논란이 됐다. 황 회장 아들 황모씨(시민사회수석실 5급 행정관)에 이어 같은 지역 전기공사업자 우모씨의 아들(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 현재 퇴사)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윤 대통령 외가 쪽 6촌의 대통령실 근무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 외가 6촌으로 삼성 출신인 최모씨는 선대위 회계팀장을 지냈고 대통령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씨의 제자로 지난 대선 당시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다 ‘김건희 목덜미 영상’으로 알려진 역술인 심모 박사는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폭로한 ‘김건희 녹취록’서 등장한다. 그는 이 기자와의 연락서 자신이 황씨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대선 전 불거진 네트워크본부 논란으로 인해 축출됐다. 전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모처서 지난 2022년 6월까지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들과 자주 소통해 왔으나 이후 강남서 늦은 저녁에만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 중 이른바 ‘MB 라인’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낙원동 쪽에 MB 청와대 인사들이 사무실을 차렸다. 인수위 네트워크 본부 출신 40여명이 들어가 있을 때부터 알려진 얘기”라며 “김 여사와 연락이 끊기면서 ‘MB 라인’ 인사들과만 소통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 원장 외에도… 김 여사와 전씨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의 읍소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YS계로 알려진 N씨가 전씨와 같이 활동하면서 이권과 인사청탁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소위 ‘지라시’로 돈 데 이어 정치권에서는 전씨와 N씨의 불화설까지 들렸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인사는 “서울 한 건설사에서 마련한 땅 임대료를 두고 둘이 싸웠다. 특히 지방선거 시즌 강남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인사가 두 사람을 믿고 경쟁하다가 제3자가 공천을 받았다는 뒷말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전씨의 영향력이 가라앉자 ‘MB계’ 국민의힘 중진들이 N씨에게 줄을 섰다는 얘기는 2년 전에 언급됐다. 특히 그가 특정 지역 인맥을 활용해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른바 ‘왕따’가 된 전씨는 지난해까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세무조사나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전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단 고위 공직자의 이름까지 떠돌았다. 전씨가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한 중견기업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은 전씨 외에도 김 여사에게 조언하는 무속인이 더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굿당의 당주이자 70대 할머니인 A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 여사는 A씨로부터 자신과 어머니이자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가 구속 위기에 있을 때 여러 차례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약 10년 전부터 김 여사와 알고 지냈다. 소위 ‘무정 스님’으로 알려진 심모씨와도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 인물이다. 심씨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결혼을 주선한 장본인이며 윤 대통령에게 ‘검사’ 직업까지 지정해준 멘토였다. 원주 굿당 당주 ‘영빨’로 김 측근 관리? 측근 주장 대부분 이권 개입·청탁 의혹 연루 심씨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개인 일정표가 공개되면서다. 지난 2011년 8월 등이 포함된 일정표에 심씨는 ‘무정 스님’이란 호칭으로 여러 차례 등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는 “2년 전 캠프서 전씨 말고도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이권을 차지하려던 인물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때 A씨가 김 여사에게 ‘걔는 영빨이 부족해서 안 된다’며 여러 차례 물갈이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인사도 “어머니인 최씨가 2021년 7월에 구속되기 전 김 여사가 명태균씨를 비롯한 A씨로부터 조언을 여러 번 구했다. 어떻게 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등 상당히 많이 의지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명씨가 최근까지 김 여사와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위 ‘영빨’로 김 여사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명씨의 지인은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서 “지금 당선인(윤 대통령)이 아예, 진짜, 완전히 광화문 그쪽으로 (이전)할 모양인가 보네”라고 물었고 명씨는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거기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청와대 이전을 위한 대통령 집무실 후보로 광화문 정부청사를 거론한 바 있는데, 명씨 본인이 김 여사에게 대통령 집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조언했다는 주장이다. 명씨는 지인과의 대화서 김 여사에게 ‘무속적인 조언’을 했다고 밝히기도 한다. 명씨는 “내가(김 여사에게) 뭐라 했는지 알아요”라며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그 밑에 대통령 사주가 안 들어왔는데”라고 했다. 명씨는 “내가 3월9일이라서 당선된다고 그랬다. 꽃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가 당선이(되고),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감으로 승부수? 명씨는 또 “내가 이랬잖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니까”라며 청와대 기운이 좋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해당 대화서 명씨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광화문 사무실 15층서 청와대를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