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기업인 가석방론 막전막후

기업이 살아야 경제도 나라도 산다?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재계에 '가석방'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번 법무부장관과 경제부총리가 슬쩍 운을 뗀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정재계를 막론하고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 주로 거론되는 재벌총수로는 연일 역대 최장기간 수감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이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재벌 봐주기'라는 것. 가열되는 '가석방 논란'을 조명해 봤다.

가석방은 징역 또는 금고형을 받고 수형 중에 있는 사람이 그 행장(복역 태도에 대한 성적)이 양호하고 개전의 정이 뚜렷해 나머지 형벌의 집행이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일정한 조건하에 임시로 석방하는 제도다.

개전의 정을 제외한 조건으로는 무기는 20년, 유기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해야 한다. 가석방 후에는 남은 형기를 경과하면 형의 집행을 종료한 것으로 본다. 다만 기간 중에 금고 이상 형의 선고를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거나 보호관찰의 준수사항을 위반한 때에는 가석방 처분이 취소된다.

누가 되고
누가 안 되나

절차는 교정시설의 장이 수형자에 대한 가석방 적격심사를 신청하면 법무부 장관 소속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진행하고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거친다. 사면과는 달리 가석방은 법무부장관의 고유 권한이다.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인 법무부 차관을 포함해 판사, 검사, 변호사, 법무부 공무원, 교정 관계자 등 법무부 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한 5~9명으로 구성된다. 

가석방 요건을 충족한 대기업 오너는 현재 3명 정도다.


재벌 총수 중에는 최태원 SK 회장이 유일하다. 최 회장은 역대 재벌 총수 가운데 최장 기간 수감 중이다.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일(2015년 1월1일 기준·이하 기준 동일)까지 701일을 기록했다. 최 회장은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2012년 1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형기는 2017년 1월 말까지. 확정 형기 중 3분의 1(486일)을 215일 초과해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다.

최 회장은 이외에도 병보석 신청도 없이 수감생활을 하고 옥중에서 사회적 기업 전문서인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펴내는 등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해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12년 받은 보수 중 세금을 제외한 187억원 전액을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사회적기업 활동에 기부하기도 했다.

최 회장과 함께 기소된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가석방 대상에 포함된다. 그의 수감 기간은 618일. 최 부회장은 지난 2011년 12월 검찰에 구속된 후 다음해 6월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이듬해 9월 2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도 가석방 대상이다. 구 부회장은 2012년 기업어음(CP) 사기 발행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을 확정받고 2년 넘게 수감 중이다. 함께 재판을 받은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의 경우, 징역 3년 확정 후 315일 동안 수감생활을 해 50일 이후인 오는 2월20일 가석방 요건이 충족된다.

장관·부총리 이어 여당 대표 가세해 군불
다가오는 설날 또는 3·1절 특사 가능성↑

수감 중이지만 가석방 요건을 채우지 못한 대기업 오너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2012년 7월1일 구속됐지만 신장 이식 등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수차례 구속집행이 중단되면서 총 수감기간을 114일 채우는 데 그쳤다.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이 회장이 계속 수감생활을 이어 왔다면 가석방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이 회장 사건은 아직 대법원 선고 전이다. 이 회장은 아직까지도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질병을 이유로 각각 보석과 형집행정지를 받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도 수감기간이 가석방 요건에 미치지 못한다.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을 비롯, 회계분식 혐의로 270일 가까이 수감된 상태에서 고등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도 가석방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도 가석방 요건이 안 된다. 4만명에 이르는 CP 사기 피해자들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기업인 '가석방 바람'은 지난해 9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서 불기 시작했다. 당시 황 장관은 "기업인이라고 가석방 대상에서 배제하는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 기업인도 요건만 갖춘다면 가석방될 수 있다"고 말했으며 이에 최 경제부총리는 "기업인들이 죄를 저질렀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원칙에 어긋나서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힘을 실었다.
 

재계는 기업인 가석방이 자칫 국민의 반감을 불러올 수 있을 가능성을 염려하면서도 반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가 경제가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와 고용 창출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에 실질적 결정권자인 오너들의 경영일선 복귀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유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라는 명목으로 기업인들이 지나치게 엄정한 법 집행으로 역차별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정부가 경제살리기 정책을 펼치고 있고 경제민주화 기조가 바뀌어 가고 있는 가운데 기업인 가석방은 선행되어야 할 정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너가 부재 중인 주요 대기업들은 투자가 줄줄이 중단되고 신년 경영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아픔을 겪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2011년 6조606억원이던 그룹 투자 규모가 2012년 4조9283억원으로 쪼그라 들었으며 계열사인 SK E&S와 SK텔레콤이 추진했던 STX에너지와 ADT캡스 인수·합병 건이 중단됐고, 태양전지 사업과 연료전지 개발 사업도 도착상태다.

오너 부재 기업
투자 줄줄이 중단

CJ그룹 역시 총수 부재로 시련을 겪고 있다. CJ대한통운의 물류터미널 거점 마련을 위한 충청 지역 2000억원 투자 계획은 전면 보류됐고, CJ CGV의 해외 극장 사업 투자와 CJ오쇼핑의 해외 인수합병도 중단됐다. CJ제일제당이 추진하던 베트남·중국 업체와의 생물자원 사업과 관련한 인수합병도 최종 단계에서 고배를 들었다.

태광그룹도 마찬가지다.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매출은 2011년 3조5000억원에서, 2012년 2조8100억원, 2013년 2조5196억원으로 하락세를 타고 있으며 신사업 개발과 신규시장 개척 등도 답보상태다.

이런 가운데 김승연 회장이 복귀한 한화그룹은 요즘 한 마디로 활기가 넘치고 있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김 회장은 계열사 등기임원이나 대표이사로 취임하는 데 제약은 있지만 이미 경영에 복귀했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다. 매일 출근하지는 않지만 일주일에 한두번 본사에 나와 사업개편을 이끌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계열사를 인수하고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이 합병하는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김 회장의 복귀 전까지 한화그룹은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하며 공백 메꾸기에 나섰지만 투자와 경영전략 등 현안에 대한 결정이 미뤄지면서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상 신호가 감지되어 왔다. 김 회장이 복귀하자마자 달라진 한화그룹의 모습에 재계에 부는 기업인 가석방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지난 12월 초 발생한 '땅콩 회항 사태'는 여론을 급반전시켰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2월5일 대한항공 항공기 일등석에 앉아 있던 자신에게 기내식 서비스로 땅콩을 봉지째 내온 승무원에게 화가 나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지시하고 사무장을 내리게 한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반기업·반재벌 정서가 확산된 것.

복귀한 김승연
활기 띄는 한화

여론을 반영한 듯 연말 시행된 성탄절 기념 가석방 명단에는 기업 총수가 빠졌다. 지난달 25일 오전 10시를 기해 전국 교도소에서 가석방된 수형자는 614명. 형기의 80~95%를 채운 모범수 중간처우자(26명), 외국인 수형자(24명), 중증질환 환자(21명), 10년 이상 장기수(8명), 고령자(8명), 소년수(1명) 등이 포함됐다. 법무부는 이날 "통상 절차대로 실시한 것"이라며 "대상은 행형 성적이 좋은 사람들이고 경제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나 특이 신분자는 제외했다"고 밝혔다.


꺼져가던 불씨를 다시 살린 것은 최 부총리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다. 최 부총리는 최근 한 언론에 "일반인들도 일정 형기가 지나면 가석방 등을 검토하는 것이 관행인데, 기업인이라고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란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박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기업인들의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점을 건의 드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최근 "경제가 이렇게 안 좋은 상황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일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당초 기업인 가석방에 부정적인 입장이던 이완구 원내대표도 입장을 바궈 "경제살리기 측면과 함께 국민대통합 명제에 부합할 수 있도록 (가석방 문제에 관해) 야당과 협의를 해 보겠다"고 말했다. 서청원 최고위원과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가석방을 제안하고 나섰다.

동아줄 기다리는 간절한 범털들
모범 수감생활 최태원 회장 유력

재계는 다시 기대를 걸고 있다. 2월 설 연휴 또는 3·1절 등 가석방 시기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기업 등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더욱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나마 지키는 몇 안 되는 공약 중의 하나가 이것"이라며 "경제살리기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은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는 것이고, 비리 기업인에는 더 엄격히 죄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완주 원내대변인도 "재벌총수가 형기를 마치기 전에 나오면 경제가 활성화가 된다는 말인지 김무성 위원에게 묻고 싶다"며 "기업인의 가석방이 경제활성화를 가져온다는 구체적인 근거나 통계가 있는지 최경환 부총리께 묻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고위공직자나 기업인을 우대 하는 것도 나쁘지만 불이익을 주는 것도 나쁘다"며 기업인 가석방을 찬성했고 이석현 비상대책위원도 "법에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라면 기업인이라고 해서 가석방에서 배제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밝혔다.

민생사범+재벌
'물타기 작전?'

기업인 가석방이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오자 새누리당은 생계형 민생사범까지 포함해 박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서청원 의원은 "기업인 가석방 문제를 제기하려면 민생사범도 같은 법의 잣대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이 원내대표도 "경제도 살려가며 국민대통합이라는 명제에 부합할 수 있도록 야당과 협의를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

야당은 '물타기 작전'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박 원내대변인은 "민생사범과 재벌을 묶어 같이 풀자고 물타기 하는 수법은 비겁하다"며 "재벌만을 대표하는 정당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하는 것이 오히려 신사다운 행동일 것입니다"고 비난했다.

불거지는 가석방 논란과 관련, 청와대는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권한"이라며 선을 그은 상태다.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가석방·사면' 기대조차 못하는 총수들
"해주고 싶어도 해 줄 수가 없다"

법무부 장관의 고유권한인 가석방과는 달리 사면은 대통령의 특권으로 형을 전부 또는 일부 소멸시키는 일을 말한다.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뉘며 일반사면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며 재판을 받고 있는 범죄자들을 포함해 특정범죄를 저지른 모든 사람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특별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며 형이 확정돼 집행에 들어간 경우를 전제로 한다.

가석방 외에 기업인 사면이 실시되면 대기업 총수 중에는 가석방 요건을 충족시켰거나 앞두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등을 제외하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유일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2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51억원,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선고받아 현재 집행유예 중이다.

김 회장은 사회봉사명령을 완수하고 지난 11월부터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로 출근하고 있지만 집행유예 기간 중이기 때문에 ㈜한화 대표이사직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된 사람이 임원을 하면 화약류 제조업 허가가 취소되며, 사업허가를 다시 받기 위해서는 집행유예 기간을 모두 마친 후 최소 1년이 지나야 한다는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 규정 때문이다.

탈세, 횡령, 배임 혐의로 법정을 오가며 재판을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지난 4월 배임과 횡령 혐의로 1심 판결에서 징역 6년형을 받고 법정 구속된 뒤, 항소심을 진행 중인 강덕수 전 STX 회장은 사면이나 가석방을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사기성 회사채(CP) 발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현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항소, 공판이 진행 중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상고심에서 재판이 계류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도 형이 확정되지 않아 사면의 대상이 아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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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