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무원 20여명, 외유성 해외출장 빈축

국민안전처 등 유명 관광지에서만 기거…선진교통체계는 무슨?

[일요시사 경제2팀] 윤병효 기자 =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 20여명이 혈세를 들여 호주와 뉴질랜드로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의 모습은 현지 교민들에게도 목격돼 낭비성 해외출장이 여전하다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본지 취재결과 한국교통연구원 주관으로 국민안전처 1명, 한국교통연구원 2명, 도로교통공단 2명, 지자체 공무원 등 총 23명이 지난 11월12일부터 19일까지 7박8일 동안 호주와 뉴질랜드의 유명 관광지로 해외출장을 다녀 왔다.

출장 목적은 회전교차로 등 선진 교통안전체계 견학이지만 이들이 주로 머문 곳은 목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나라의 유명 관광지로 확인됐다.

이들 공무원들이 호주에서 4일간 기거한 곳은 골드코스트란 지역이다.

이곳은 해변이 57km나 펼쳐져 있는 세계적인 해수욕 관광지로, 유명 서핑(파도타기) 지역이 많아 매년 수만명의 서퍼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선진 교통안전체계 견학과는 거리가 있는 장소다.


당초 공무원들은 호주에 처음 도착한 브리즈번 도시에서 1박을 하며 도심 교통체계를 둘러보려 했지만 며칠 뒤 호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때문에 도심 교통이 통제되면서 일정이 무너졌다. 사전조사가 미미했거나 전무했다는 반증이다.

결국 이들은 브리즈번에서 현지 대학과 간략한 세미나를 가진 뒤 간단하게 도심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으로 채우고 오후에 골드코스트로 이동했다.

목요일 오전에 호주에 도착한 이들 공무원들은 이날 오후부터 주말인 일요일 오전까지 줄곧 골드코스트에 기거했다.

이들은 일요일 오후에 다음 견학지인 뉴질랜드 로토루아로 이동했는데 로토루아 역시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활화산 지대여서 온천이 발달해 있고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살고 있어 토착문화가 주요 볼거리인 곳이다.
이들이 이곳에서 보낸 일정은 현지답사가 전부였다.
 

공무원들은 화요일 오클랜드로 이동해 현지 경찰서에서 간략한 세미나와 현지답사를 한 뒤 수요일 귀국했다.

이 같은 공무원들의 외유성 해외출장은 호주와 뉴질랜드 현지 교민들에 목격돼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민혈세로 일하러 온 게 아니라 놀러다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번 해외출장을 주관한 교통연구원 측은 출장 목적이 관광지의 교통체계를 견학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통연구원 관계자는 “견학한 지역들은 이번 출장의 주 목적인 회전교차로가 잘 발달해 있고, 특히 관광지 특성상 인도와 자전거도로 등이 잘 구축돼 있어 이 부분을 견학하는 것이 이번 출장의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굳이 주말을 낀 일정을 잡을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안전처 사무관의 일정이 좀처럼 나지 않아 계속 미뤄지다 급하게 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지 교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호주 한 교민은 “골드코스트와 로토루아는 두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한 곳”이라며 “이 곳에 교통체계 견학을 갔다는 것은 핑계일 뿐 관광 목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민은 “호주와 뉴질랜드는 같은 영연방 국가이기 때문에 교통체계와 문화가 거의 비슷하다”며 “예산을 아끼려했다면 굳이 두 나라를 볼 필요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엿다.

이번 해외출장에 들어간 경비는 1인당 420만원씩 총 9660만원이 소요됐다.

 

<ybh@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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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