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비 상위 30위> ‘듣보잡’ 회사들 어디?

삼성보다 더 쓴 ‘누구냐 넌’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국내 기업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접대비 규모가 공개됐다. 상위 30개사의 지난 한 해 총 접대비가 907억에 이른다. 국내 기업의 총 접대비 9조원 중 10%를 이들 회사가 지출했다는 얘기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또 있다. 30개사 중 9개사가 제약회사라는 점과 이름도 생소한 기업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황에도 국내 기업들의 접대비 지출이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기업들이 지출한 접대비는 9조원이 넘었다. 국세청이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국내 기업들의 접대비 지출 신고금액은 2008년 7조502억원, 2009년 5조4790억원, 2010년 7조6658억원, 2011년 8조3535억원, 2012년 8조7701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세다. 2013에는 9조원을 넘어섰다.

"불황이 뭐야?"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기업 중 접대비 상위 30개사가 공개됐다. 지난 9일 <재벌닷컴>은 지난해 상장사들의 결산보고서에 기재된 접대비 규모를 분석해 '접대비 규모 상위 30개사'를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906억3700만원을 접대비로 지출, 국세청이 발표한 2013년 국내 기업 접대비 9조원의 10%를 넘어섰다. 

30개사 중 제약업체가 9곳에 달했다. 제약업체의 접대비는 249억4200만원으로 30개사 접대비의 27.5%를 차지했다.

상장사 전체 2위이자 제약업체 1위를 차지한 이연제약은 46억2200만원의 접대비를 지출했다. 이연제약은 복제약 중심의 제약사로 고 유성락 회장 일가가 주식을 나눠 갖고 있다. 지난 8월3일 유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대표는 각자대표였던 박수천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지난 3분기(2014.01.01∼2014.08.30) 누적 매출액은 843억6300만원, 영업이익은 134억9700만원을 기록했다.
 


멀미약의 대명사 '키미테'로 유명한 명문제약은 33억6700만원을 지출, 전체 11위와 제약업체 2위에 랭크됐다. 비타민제 '레모나'로 성장한 경동제약은 30억100만원으로 전체 12위, 제약업계 3위를 기록했다. 명문제약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769억6100만원, 영업이익은 219억9500만원이며, 경동제약은 1129억6200만원의 매출액과 281억2900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어 녹십자(24억4500만원, 전체 19위), 한미약품(24억2800만원, 20위), 안국약품(23억6600만원, 21위), 삼진제약(23억6300만원, 22위), 삼성제약(20억4400만원, 28위) 등이 30위 내 이름을 올렸다. 현대중공업이 접대비 22억8400만원으로 전체 24위에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약업체들의 접대비가 회사 규모에 비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이번에 문제가 된 제약업계의 리베이트는 재무제표상 기재항목이 별도로 없고, 판촉비와 접대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재무제표에 들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117년 최장수를 자랑하는 동화약품은 사상최대 50억 리베이트가 적발되면서 업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 대표는 또 "제약업체들이 비용으로 처리되는 접대비를 한도까지 거의 다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진·경농·청호컴넷·조선내화 '펑펑'
이연제약 등 생소한 제약업체들도 포진

30개사 중에는 상대적으로 이름이 생소해 눈에 띄는 회사들도 있다. 대기업 계열사도 아니면서 당당히(?) 이름을 올린 유진기업, 경농, 청호컴넷, 동아원, 조선내화 등이다.

유진기업은 지난해 접대비 33억9000만원을 지출, 9위를 차지했다. 34억3600만원을 지출한 두산과 33억6700만원을 지출한 농심 사이에 위치했다. 유진기업은 2012년에도 34억8600만원을 접대비로 지출했다.


유진기업은 삼표산업과 레미콘업계를 양분하고 있다. 공장 34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서서울공장은 국내 최대 단일 레미콘공장이다. 대표는 유경선 회장. 유 회장은 하이마트 2차 매각 과정에서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과 이면 계약을 맺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유 회장 일가의 유진기업에 대한 지분은 39.96%에 이른다. 지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5415억7800만원, 영업이익은 257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접대비 29억8200만원으로 13위에 오른 경농도 생소하다. 경농은 농약의 제조 및 판매 등을 주요사업으로 영위한다. 지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783억3400만원, 영업이익은 232억3200만원이다. 최대주주는 이병만 경농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동오레저(27.57%)로 그 뒤는 이 회장(21.16%), 이 회장의 아들 용진씨(8.25%), 두 딸인 재연(1.29%)·승연(1.86%)씨가 잇고 있다.

㈜동오레저 또한 용진·재연·승연씨가 지분 100%를 보유 사실상 오너 회사다. 계열사로는 도소매업을 담당하는 글로벌아그로(주)와 농업용기계 및 장비판매를 영위하는 ㈜탑프레쉬, 비료제조를 맡고 있는 ㈜조비와 종자연구 및 생산판매를 하는 동오시드(주) 등이 있다.

금융권에 사무 자동화 기기를 공급하는 청호컴넷은 롯데쇼핑에 이어 15위에 등극했다. 지난해 청호컴넷이 지출한 접대비는 27억2800만원으로 2012년(21억5000만원)에 비해 22가량 급증했다.
 

청호컴넷은 설립자 지대섭 회장의 아들 지창배 대표가 이끌고 있다. ATM(현금자동입출금기), CDP(현금출금기), 공과금수납기 등 금융자동화 기기의 제조 및 공급, 관리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며 계열사로는 ㈜평립, 대청정보시스템(주), ㈜쏘넷, ㈜쏘엔테크가 있으며 중국와 홍콩, 캐나다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최대주주는 지 대표가 지분 67.24%를 보유한 ㈜청호엔터프라이스이며, 지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738억2900만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 100억3000만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17위 동아원은 접대비 25억4500만원을 지출했다. 동아원은 밀가루 제조업체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 집안이 운영하고 있다. 모회사는 한국제분으로 이희상 동아원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전 전 대통령의 3남인 재만씨의 장인이다. 지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4929억4400만원, 영업이익은 170억5000만원이다.

룸살롱? 요정?

22억3600만원을 지출하면서 전체 25위로 현대중공업을 바짝 추적하고 있는 조선내화는 제철, 제강, 유리, 시멘트 등 기간재료인 내화물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업체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매출처는 포스코다. 최대주주는 지분 19.32%를 보유한 이인옥 회장. 특이한 점은 부·모·형제·아들·조카·고모·사촌·삼촌·관계자·재단 등 특수관계자가 29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들은 최소 0.13%에서 최대 17.45%까지 다양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로는 ㈜화인테크, 안산포항특종내화, 무한포항특종내화, ㈜성림로재, 대한소결금속(주), 삼한, 연대분말야금, 대전열병합발전(주), 화순컨트리클럽 등이다. 인도네시아에 PT.IPCR이라는 현지법인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누적 매출액은 6368만8300만원, 영업이익은 445억8500만원에 이른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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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