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회 vs 모피아' 금융권 서바이벌 막전막후

MB 사람들-GH 사람들 ‘힘겨루기’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서금회'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서금회 멤버들은 금융권 주요 요직을 두루 차지하며 '신관치'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면 기존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던 '모피아'는 찬밥신세다. 언제 모가지가 떨어져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불안에 떨며 지내고 있다.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에 밀려 탈락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서강대 동문 75학번 7명이 결성한 모임이다. 2011년 20∼30명 수준이던 서금회 멤버는 2012년 대선 직전 300여명까지 늘어났다. 멤버 대부분은 1960년대 후반 이후 학번의 서강대 출신 팀장급 이상 인사들로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자산운용, 금융유관기관 등 여러 분야에 포진해있다. 비금융인 동문까지 포함되어 있는 '서강바른금융인포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강대 대표 동문 모임이다.

관피아 척결?
신 관치시대!

서강대는 박 대통령이 재학시절 육영수 여사가 학교에 방문하는 등 인지도가 급성장했으며 니는 서강대가 명실상부한 명문대 대열에 합류하는 계기가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이끌었던 핵심 인사들도 대부분 서강대 교수를 주축으로 했고, 이는 '서강학파'라고 불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서강대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친위대'를 구성해 왔다. 전자공학과 70학번 출신의 박 대통령은 당시 서병수 의원(경제학과 71학번, 현 부산시장)과 배성례 대변인(영문학과 78학번), 김호연 전 의원(무역학과 74학번),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경제학과 66학번),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신문방송학과 77학번), 조인근 대선본부 메시지팀장(국문학과 82학번) 등 서강대 학부 출신 인사들을 선거 캠프로 불러들였다.

대학원이나 교수 출신 인사들도 캠프에 포진했다. 김종인 국민행복특위 위원장(1973∼1988 경제학과 교수)과 김태흠 의원(공공정책 대학원 석사), 전하진 의원(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이 그들이다.


사실 서금회는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다.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던 서금회가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정권 중반이자 연말 인사시즌인 올해 말부터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이다. 이 수출입은행장은 서강대 수학과 67학번이다. 2001년에는 올해의 자랑스러운 서강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수출입은행장은 우리은행장 등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수출입은행장에 적임이라는 평가가 있긴 하지만 서강금융인회, 서강바른금융인포럼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또한 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도 몸담았던 전력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이순우 연임 포기, 서금회로 우회 압박?
홍기택 산은지주회장 과도인선 개입 논란

정 사장은 서강대 수학과 71학번으로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과학과를 수료하고 서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정 사장과 함께 코스콤 사장을 놓고 각축을 벌였던 김철규 전 SK텔링크 대표이사도 서강대 71학번 출신으로 박 대통령과 같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

현재 서금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은 경영학과 76학번이며 전임 회장은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정치외교학과 75학번)이다. 현재 서금회 총무를 맡고 있는 정은상 GS자산운용 전무는 사학과 81학번이다.

서금회 멤버가 금융권 주요 자리를 꿰차고 있다 보니 이번에 연임이 유력시됐던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행장추천위원회(이하 행추위) 회의를 하루 앞두고 우리은행 차기 행장 후보에서 물러난 배경에도 서금회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행장은 지난 1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민영화를 위한 발자취를 돌아볼 때 이제 저의 맡은 바 소임은 다했다"며 "회장 취임 시 말씀드렸던 대로 이제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고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 행장은 지난 2011년 3월 우리은행 수장에 올랐으며 지난해 6월에는 지주사 회장 자리에 올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설득해 우리은행을 존속법인으로 남기는 성과를 거두는 등 민영화 작업을 이끌어 왔다. 때문에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하지만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 부행장이 서강대 경영학과 76학번 출신인데다가 서금회 핵심 멤버라 정부가 이 행장의 연임 포기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의지 강하더니
돌연 포기 왜?

최근 대우증권 사장으로 내정된 홍성국 부사장(리서치센터장)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홍 부사장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82학번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증권은 인사철마다 산은지주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얘기가 나돌곤 했다. 이번에도 사정은 같았다. 특히 산은지주를 이끌고 있는 홍기택 회장이 인선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홍 회장은 서금회 멤버는 아니지만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대표적 서강대 인맥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서금회 소속은 아니지만 서강대 인맥은 금융권 전반에 퍼져있다.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경영학과 76학번)과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경영학과 77학번),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경영학과 74학번), 오우택 한국투자캐피탈 사장(경영학과 81학번), 이정철 하이자산운용 사장(무역학과 76학번) 등 5명은 보험 등 기타 금융권을 아우르고 있다.

은행, 증권 및 카드 업계에는 이강행 한국투자증권부사장(경제학과 79학번)과 채우석 우리은행 부행장(경제학과 76학번), 김홍달 OK저축은행 수석부사장(경영학과 76학번), 남인 K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경제학과 76학번), 윤석민 현대스위스자산운용대표(경영학과 84학번), 정은영 HSBC은행 기업부문 대표(경영학과 83학번),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경영학과 75학번)등 이 있다.

서금회가 뭐길래
본인들은 "몰라"

이들 중 채우석 부행장, 김병헌 대표, 이정철 대표 등은 서금회의 하부 모임인 서강금융포럼의 주요 멤버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서병수 부산시장(경제학과 71학번)이 있으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서금회 모임에 자주 참석했다.

기존 금융권을 호령하던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재무부의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4대 금융지주는 물론 국책은행장과 4대 금융협회장 수장 자리에서 모피아는 사라졌다. 남아 있는 모피아 인사들은 물밑들이 밀고 들어오는 서금회에 맞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모피아 시대가 내리막길에 접어들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초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행시 8회)이 산은지주 회장 자리에서 내려오면서다. 강 전 회장은 모피아의 '대부'로 불린다. 재무부 3대 요직인 이재국장, 국제금융국장, 세제실장을 모두 역임했고 현업에 종사했던 모피아 출신 중 최고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연임이 예정되던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행시 21회)도 자리에서 물러났고 비슷한 시기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행시 23회)도 퇴임했다. 윤 전 행장은 1978년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2007년 말부터 3년간 기업은행장을 지난 후 2011년 하나금융 부회장을 거쳐 2012년 외환은행장에 취임했다. 윤 전 행장 후임에는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이 선임됐다.

'치명타'는 임영록 전 KB금융회장(행시 20회)이 날렸다. KB금융 전산기 교체 문제로 촉발된 내분사태로 인해 임 전 회장이 조기 사퇴한 것. 임 전 회장은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재경부에서 자금시장과장, 은행제도과장을 거쳐 금융정책국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차관보, 정책홍보관리실장, 2차관까지 역임하는 등 재무관료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현재 KB금융은 윤종규 회장 겸 은행장이 이끌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모피아 줄줄이 퇴진
금융권 전반 서강대 출신 인사들이 장악

지난해 8월 사의를 표명한 김정국 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행시 9회)은 재정경제원 예산실장, 제1차관보를 역임했다. 후임에는 김한철 당시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임명됐다. 지난해 10월 새 정부의 정책금융 개편 방향에 따라 산업은행과 통합이 결정되자 눈물을 흘리며 물러난 진영욱 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행시 16회)은 재무부 은행과장, 재정경제부 본부국장을 맡았으며 이후에 한화손해보험 부회장, 한국투자공사 사장도 역임했다. 빈자리는 진웅섭 사장이 채워 일해 왔지만 진 사장이 지난달 19일 금감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차기 CEO 인선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권 민간협회장 자리에서도 모피아의 퇴진은 이어졌다.


지난해 8월 임기가 만료된 문재우 전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행시 19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 경협총괄과·투자진흥과 과장, 금융감독위 기획행정실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금융감독원 감사,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 여러 부처를 두루 섭렵했다. 후임에는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세월호 참사 이후 시작된 '관피아' 척결 움직임 덕에 장남식 전 LIG손보 사장이 신임 손해보험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1년간 이어진 회장 인선 절차기간에는 장상용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손보협을 이끌어 왔다.

앞선 지난해 4월 역시 임기가 만료돼 물러난 이두형 전 여신금융협회장은 행시 22회로 재무부 공보관실, 국제금융국, 증권국을 거친 후 금융위원회 기획행정실 실장,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이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여신금융협회 수장에 오른 김근수 회장 역시 행시 23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역임했다. 재정경제부 외환제도과장,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사업지원단장, 2012 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도 지냈다.

지난해 6월 선임된 김병기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행시 16회)은 임기만료 4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난 10월 퇴임했다. 신임 사장 선임 절차가 늦어진 탓이다. 신임 사장 자리는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꿰찼다. 김 전 사장은 재정경제부 국고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다.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달 30일 임기 만료로 물러난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행시 17회)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차관보1차관을 맡은 바 있다. 고위직에서 퇴임 후 우리금융지주 회장,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KT·미래에셋 자산운용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박 회장은 우리은행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 시에 컨설팅 용역업체 부당 선정 의혹으로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현재 전국은행연합회는 하영구 전 시티은행장이 지휘하고 있다.

김규복 생명보험협회 회장(행시 15회)은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하고 금융정보분석원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라는 경력이 있다. 김 회장은 이달 임기 만료됐으며 후임으로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이 최종 확정됐다.

남아있는 모피아 출신 금융권 인사 중 그나마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인사가 임종룡 HN농협금융지주 회장이다. 임 회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금융정채과장, 기재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지내다가 지난해 농협금융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 지휘봉을 잡은 뒤 사외이사 자리를 관료 출신들로 채워 넣었다. 검찰총장을 지낸 김준규씨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낸 손상호씨,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배국환씨, 재정경제원 대외경제국장·여성부 차관·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현정택씨가 그들이다.

연말 인사 앞두고
서강 인맥 급상승

지난해 6월 선출된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행시 26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 무역협정국내대책 본부장을 역임했다.

최규연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도 행시 24회 출신으로 재무부 이재국장, 금융실명제 실시작업반 사무관, 재정경제원 예산실 서기관, 청와대 구조조정기획단 행정관을 지낸 후 기획재정부에서 회계결산심의관과  국고국장 등을 역임했다. 최 회장 전임자인 주용식 전 회장 역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대외경제국장을 역임한 모피아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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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