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일촉즉발 정윤회게이트> ⑦정윤회&조응천 도대체 누구?

‘박심’ 어디로…둘중 한명 날아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청와대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정윤회게이트’ 파문이 불거지면서 연말 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있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면서 진실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점차 가열되는 진실게임의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일까.

본정윤회의 ‘국정 개입 의혹 문건’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관천 경정은 19시간 넘는 밤샘 조사를 받았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정윤회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 알아봤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미스터리
 
정윤회는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에서 태어나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서 자랐다. 하지만 정선군은 아버지 세대의 연고지일 뿐, 정씨의 정확한 고향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그저 출생신고가 있는 서울 종로구에서 성장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출생연도도 마찬가지다. 과거 한 매체는 정씨의 지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정씨의 지인은 “그(정씨)와 술을 마시다 내가 궁금해 ‘서로 민증(주민등록증) 까보자’고 했다. 그때 그나 1954년생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그의 출생연도는 1955년이라고 전해진다.
 
박근혜정부 들어 서울고 출신이 대거 약진한 바 있다.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등이 그렇다. 정씨가 서울고 출신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정씨는 서울 보인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보인다. 30회 졸업생 중 정씨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정씨의 출신 대학은 알려진 바가 없다. 항간에 그가 연세대 혹은 성균관대 출신이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지만 뚜렷한 근거는 없다. 일단 연세대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연세대 총동문회 명단에 그의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원 진학은 사실이다. 1993년 3월 경희대 경영대학원에서 관광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대한항공에서 근무했다는 것에 대한 의혹도 일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3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씨가 1980년대 보안승무원으로 근무한 건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그 외 정씨에 대한 정보는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이어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정씨는 1981년부터 대한항공 보안승무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꽁꽁’ 베일에 싸인 신상정보
박근혜 보좌관 전 이력 전무
 
그는 지금도 대한항공 근무 시절 인맥과 자주 만난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정씨가 근무했던 보안승무원직은 69년 정부가 민간 항공사의 안전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94년 6월 폐지됐다. 이후 정씨가 지상근무를 했는지 퇴사를 했는지 여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정씨는 95년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부인에게서 난 다섯 번째 딸인 최순실씨와 결혼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20대를 함께 한 말동무로 알려진다. 그만큼 막역한 사이였다는 것이다. 최씨는 2006년 지방선거 유세 당시 박 대통령이 신촌로터리에서 괴한에 피습 당했던 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 한 당직자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이 입원했던 병실로 찾아와 간호를 도맡았다.
 
정씨가 최태민 목사의 비서 출신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정씨는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1998년부터 보좌관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정씨에 대해 “최 목사의 사위란 것을 알았다.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 당시 정씨가 돕겠다고 해서 순수한 인연이 됐고 이후 입법보조원으로서 도와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02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할 당시에는 박근혜 총재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대통령과 친분
“심상치 않다”
 
2004년, 정씨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복당한 시기부터 공식적인 자리를 내려놓고 자취를 감췄다. 이때부터 기자 등 알고 지내던 지인 대부분과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씨는 강원도 평창에 10필지 땅을 구입해 말 목장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정치권에 등장했다. 그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삼성팀’ ‘강남팀’이란 외곽 조직을 이끌고 박 후보를 지원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의 이름이 다시 정치권에 회자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정씨를 ‘전직 입법보조원’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당시 대선 경선 검증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돼도 최 목사 가족과 계속 관계를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윤회 비서가 능력이 있어 실무 도움을 받았다. 법적으로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12년 <신동아>는 정씨를 만났다. 당시 10월호에 실린 내용은 이렇다. “약간 검고 호남형인 얼굴, 호리호리한 체형, 애연가, 부드러운 말투…. 국회 의원회관 박근혜 의원실에서 만난 그의 외형적 인상이었다. 그는 독일에서 유학했다고 했다. 박사 과정까지 거쳤다는 것으로 들었는데 확실치는 않다. 그의 집안 고향, 학력은 박근혜 측 외에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지난 3월 <시사저널>은 정씨가 박지만을 미행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때부터 그의 이름이 또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4월에는 ‘승마협회를 좌지우지하는 정씨의 딸이 아시안게임 승마대표로 특혜 선발된 의혹이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정씨는 이러한 보도 때문에 최씨와 이혼에 이르렀다며 해당 매체를 고소했다.
 
최씨는 지난 3월 말 정씨를 상대로 이혼조정 신청서를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했고, 법원은 이 사건을 조정위원회에 회부해 지난 5월 초 이혼이 확정됐다. 그런데 의아한 부분이 있다.  최씨는 이름을 개명한 뒤 소송을 냈다. 이혼 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혼 조정안에는 최씨가 자녀양육권을 갖고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는 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결혼기간 중 있었던 일을 외부에 알리지 말자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지난 7월, <조선일보>는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이라는 제목의 기명칼럼을 게재했다. 핵심 내용은 이랬다. “김기춘 실장이 내가 알지 못한다고 한 것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을 것” “하지만 이는 비서실장에게도 감추는 대통령의 스케줄이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세간에는 대통령이 그날 모처에서 비선과 함께 있었다는 루머가 만들어졌다” “때마침 풍문속 인물인 정윤회씨의 이혼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더욱 드라마틱해졌다” “그는 재산 분할 및 위자료 청구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부인에게 결혼 기간 중 일들에 대한 비밀 유지를 요구했다”. 무언가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이 칼럼은 일본 <산케이신문>이 인용보도 하기도 했다. 당시 기사 제목은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였다.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고 청와대는 일본 기자를 고소했다.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는 고소하지 않고 <산케이신문>만 고소하면서 국제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정윤회 대 조응천
진실게임 결과는?
 

정씨와 16년간 교류해오고 있다는 역술인 이씨는 지난 10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씨는 조용한 성격으로 명석하고 치밀해 그가 보좌하던 시절엔 박근혜 대통령이 실수한 적이 없었다”며 “비선의혹을 받게 하지 말고 차라리 대통령비서실장을 시키면 지금보다 훨씬 잘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씨가 비선실세 의혹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올해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를 천거한 사람’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을 미행한 사람’ 등으로 정씨가 지목되자 그는 “왜 이런 근거 없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고 전해진다. 
 
정씨가 비선실세라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은 지난 4월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조응천 비서관은 인생의 다른 길을 계획하고 있어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당시 조 비서관의 사표 제출 배경으로 비위 사실이 발각된 청와대 행정관 10명이 원대복귀를 한 것과 관련, 민정수석실 감찰 내용이 외부에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조 전 비서관은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6년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구지검과 수원지검의 공안부장을 거친 그는 2006년에는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이후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잠시 변호사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장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조 전 비서관은 2011년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다. 이때부터 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당시 네거티브 대응을 맡으며 박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거쳐 공직기강비서관에 올랐다.
 
검사 출신으로 공안부장 거쳐
박 캠프 합류해 청와대 입성
 
조 전 비서관은 지난해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직속상관이었던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곽 전 수석은 경질되고, 조 전 비서관은 유임돼 수석보다 비서관이 센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던 바 있다. 당시 청와대 내에서는 ‘조 비서관이 박지만 라인이기 때문에 유임됐다’는 말이 파다했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이 대구 출신이라는 것 이외에 박지만씨와 이렇다 할 인연이 밝혀진 바 없어 이내 소문은 사그라졌다.
 

그러나 1994년 박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세 번 째 구속됐을 당시 박씨를 수사했던 담당검사가 조 전 비서관이었다. 그는 마약 상습 투약자였던 박씨에게 비교적 가벼운 처분인 치료감호 청구를 법원에 요청했다. 이 사실이 한 매체를 통해 드러나면서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가 이를 계기로 청와대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가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민정수석실 내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청와대 내에서는 갖은 말이 나돌았다. “원래 민정수석으로 가려했었는데 비서관으로 왔다” “민정수석이 상관이지만 실제로는 민정수석보다 힘이 더 세다” 등의 말들이 흘러나왔다고 전해진다. 당연히 조 전 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관계에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나마 단서가 있다면 그가 박 대통령의 씽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었다는 점이다. 
 
조 전 비서관의 힘은 막강했다고 전해진다. 청와대 조직 편성상 국정기획수석 기획비서관이 선임비서관이지만, 조 전 비서관이 ‘1호 국장’으로 불렸다는 말도 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업무영역도 넓었다. 전 정부와 달리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담당했고,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은 물론 부처 공무원과 청와대 직원 감찰도 맡았다. 이 같은 광범위한 업무 영역과 다소 거친 스타일 때문에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 종종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연말 정국
태풍의 눈
 
지난 5일 조 전 비서관은 ‘정윤회게이트’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조 전 비서관은 문건 작성자인 박 경정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할 때 직속상관이었다. 조 전 비서관은 검찰 청사로 들어가기에 앞서 문건 작성 지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주어진 소임을 성실하게 수행했고 가족과 부하직원들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다”며 “검찰에서 진실을 성실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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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