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부실공사 떠넘기기 실태

주민 안전 나몰라 하는데 명품아파트?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현대건설이 시공한 아파트 힐스테이트가 시끄럽다. 명백한 불법인 전실을 제공한다고 허위 분양 광고를 낸 데 이어, 입주 2년 만에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만한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 현대건설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 명품아파트를 표방하는 현대건설의 무책임한 행동에 주민들의 불안은 깊어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7년 30여년을 사용해 온 ‘현대아파트’ 간판 대신 새 브랜드 ‘힐스테이트’를 들고 나왔다. 힐스테이트의 첫 작품은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분양한 경기 파주시 문산읍의 ‘파주힐스테이트1차’였다. 그해 5월 분양 당시 어려운 분양여건 가운데서도 일부 주택형이 1순위에 마감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명품아파트답게 파주힐스테이트1차는 분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행사인 기창플러스가 3만3000여m²을 기부채납해 만들어진 당동 근린공원은 마치 숲속에 있는 아파트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조경시설을 잘 갖췄다. 단지에서 공원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 등산로와 산책로는 물론, 주차공간을 100% 지하화해 단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단지 안에 문고와 실내 골프연습장, 헬스장, 회의실 등 커뮤니티시설도 갖췄다.

인기 아파트
끔찍한 속사정

현재 신축 아파트에는 대부분 적용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출동경비 시스템과 단지 내 차량출입통제 시스템도 적용됐다. 주방 천장에는 인공지능센서를 달아 실내 쾌적도를 유지시켜 주고 디지털 실별 온도제어 시스템이 설치됐다.

문제는 2010년 입주 후에 발생했다. 입주 후 2년차 초기시점부터 4년차 시점까지 발코니 샤시에 아주 미세한 점이 생기기 시작해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넓어졌다. 백화 현상이 발생했고 일부 세대에서는 크랙 깨짐 현상도 나타났다.


백화현상은 샤시에 있는 유리사이의 공기 건조층이 훼손되면 발생한다. 시공상 마감처리 불량으로 인한 하자라는 얘기다. 일반적인 샤시에는 복층유리가 사용되는 데, 판유리 두 개 사이에 습기 흡수제 역할을 하는 ‘스페이서-간봉’이라는 물질이 충진되어 있는 구조다. 스페이서-간봉은 제작 당시 유입된 공기의 습기를 제거하고 유리사이의 온도 완충역할을 한다.
 

백화현상은 원인제거를 해도 소용이 없고 샤시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 비용은 샤시 유리 사이즈와 층고에 따라 다른데 고층의 경우 사다리차를 동원해야해 1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나올 수 있다.

파주힐스테이트1차는 피해 사례 접수에 나섰다. 지난 3월 기준, 총 631세대 중 관리사무소에 발코니 샤시 하자 자진신고를 한 세대는 42세대. 15%가 넘는 수치다. 입주민 70%가 세입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발코니 샤시 하자가 발생한 세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주민들은 관리사무소를 통해 현대건설 측에 AS를 요청했다. 현대건설은 거절했다.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 CS센터 강북사무소장이 파주힐스테이트1차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보낸 ‘유리 하자 보수 요청에 대한 회신’ 공문에서 현대건설은 “세대 외부샤시는 본 공사 당시 시행사인 기층플러스(주)에서 시공한 사항으로 현대건설 시공과는 무관하다”며 “아울러 공용부 복층유리 하자는 하자보수 책임기간이 경과했다”고 답변했다.

10년 보증 샤시 두고
2년 보증 선택, 왜?

주민들은 반발했다. 아파트 분양계약 당시 현대건설 모델하우스 분양사무실에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브랜드 로고가 찍힌 옵션 샤시 계약서를 작성했고, 옵션에 따른 추가 납입 대금 또한 현대건설 명의의 계좌로 납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요시사>가 입수한 당시 파주힐스테이트1차의 분양계약서와 옵션계약서의 외관은 같았으며 예금주 명 또한 현대건설로 동일했다. 옵션 계약을 체결한 주민들이 받은 ‘옵션금 납부 안내문’에도 보낸 이는 ‘현대건설주식회사’로 명시되어 있었으며 발코니 옵션금과 마감재 옵션금 모두 현대건설의 국민은행 계좌로 납입할 것을 안내하고 있었다.
 


하자 보수 책임기간에 대한 불만도 있다. 현대건설이 명품아파트를 자처했다면 품질보증이 2년밖에 안되는 H사의 샤시를 선택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 파주힐스테이트1차 발코니 옵션 시공에 씌인 샤시는 H사의 샤시로 무상 AS기간은 2년에 불과하다. 반면 L사의 샤시는 최장 10년의 품질보증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샤시 업계 구조상 우리나라 샤시의 대표적 생산자인 L, K, H사는 합성 수지 바만 제작해서 판매하고 대리점에서 부자재 및 보강재를 이용해서 조립 후 시공사에서 시공을 담당한다. AS는 제품 자체 하자만 생산자가 책임지고 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공·조립상 하자는 각 대리점과 샤시 시공사에서 책임을 진다.

주민들은 “현대건설은 아파트 분양자에게 분양금과 별도로 옵션 계약에 의해 1500만원이 넘는 고액의 발코니 샤시 시공비용을 받고 시공하였고, 평소 광고처럼 항상 명품아파트를 자처한다면 상품광고나 사용만족도 등을 통해 대중에게 품질이 우수하고 대중 인지도가 높은 L사의 샤시 시공을 해야했다”며 “H사의 샤시를 선택해 하자를 발생하게 한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으며 AS 책임문제에 대해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시행사에 고묘하게 책임을 떠 넘기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명백한 불법 전실 제공한다고 허위 광고
공정위 시정명령에 “책임 없다” 버티기

주민들은 또 “샤시 품질보증기간 2년은 제품 자체에 대한 문제가 있을 때 해당되는 것으로 시공상문제는 AS가 아닌 ‘리콜’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옵션 계약인 발코니 시공은 기창플러스에서 선정한 시행사 리앤미알파에서 담당한 것으로 현대건설은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며 “현대건설도 하자 보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주민들의 하자 보수 요구를 받고 시행사인 기창플러스와 리앤미알파에 회사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하자 보수 요청을 했는데 각사가 자금 사정과 품질보증기간 경과를 이유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옵션계약에서 현대건설 명의로 대금 납입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세대 별로 옵션 계약기간이 제각각이고 계좌도 다양해 편의상 현대건설이 납입을 받아 시공 완료 후 정상적으로 기창플러스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발코니 하자 AS의 책임을 현대건설이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소비자보호원의 조정결정 때문이다. 파주힐스테이트1차 입주민 일부는 지난 2012년 10월, 소보원에 현대건설의 허위 분양광고에 따른 손해배상에 대한 분쟁신청을 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건설에 내린 시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2년 만에 샤시 백화·깨짐
피해 보상 ‘모르쇠’ 일관

현대건설은 파주힐스테이트1차를 분양하면서 아파트 전실이 공용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견본주택의 전실에 빌트인 가구를 설치, 전용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허위 광고를 해 지난 2010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해당 사실을 파주 힐스테이트 1차 정문 게시판에 공표할 것을 주문받았다.

현대건설은 2007년 4월27일부터 2009년 11월6일까지 인터넷 분양홈페이지 e-카탈로그를 통해 파주힐스테이트1차 아파트를 분양과고 하면서 ‘단위세대 전실 설치’의 제목 아래 ‘전세대 전실 설치, 공용공간과의 완충 및 수납공간 형성 가능’이라고 표현해 광고했다.
 


2007년 4월27일부터 2007년 10월23일까지는 견본주택에 평형별로 5.1∼7.0m² 넓이의 전실을 설치하고 내부에 수납가구를 배치해 전시했으며 2008년 10월7일부터 2008년 10월20일까지는 ‘무상 및 유상 옵션 서비스’ 행사를 실시하면서 전실입구에 인터폰을 설치해 수분양자들에게 전시했다.

전실은 명백한 불법이다. 국토해양부가 제정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단독주택과 달리 주거전용면적 부분과 주거공용면적 부분, 기타 공용면적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복도에 해당되는 전실은 주거공용면적으로 특정세대가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이다.

특히 전실 입구에 출입문을 설치하는 등의 구조변경은 국토해양부가 제정한 ‘공동주택의 발코니 및 구조변경 업무처리 지침’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이며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도 피난시설에 해당되는 전실을 폐쇄·훼손하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는 위법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광고 속 전실에 수납장을 배치한 것은 공간활용의 예를 제시한 것에 불과하므로 전실을 배타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오해를 유발할 수 없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조치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시정조치취소 소송
현대건설 ‘패’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판사 임종헌)는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카달로그 광고가 아파트 주요 수요층인 장년층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고 볼 수 없고, 실제로 입주자들은 광고와 달리 해당 전실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을 지나치게 불이익한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파주힐스테이츠1차 안내게시판에 공표해야 했다.

지난 2011년 10월4일부터 7일간 김창희 당시 현대건설 대표이사 명의로 공표한 안내문에는 “저희 회사는 2007년 4월24일부터 2009년 11월6일까지 분양 홈페이지 e-카탈로그 견본 주택 등을 통해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당동리 935번지 소재(파주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분양광고 하면서 주거용면적 부분인 전실을 개별세대가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허위·과장의 광고행위를 하여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주민들은 현대건설에 손해배상을 촉구했다. 현대건설의 전실에 대한 허위·과장광고로 인해 주민들이 입은 피해는 이렇다.

먼저 전실 사용이 가능한줄 알았던 입주민 일부는 이미 현관문을 따로 설치해 전실을 전용공간으로 사용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관계 당국에서 조사를 나올 경우 꼼짝없이 벌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또한 전실을 사용하지 못한 세대들은 전실을 사용하고 있는 세대와 집 면적이 최대 3평가량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같은 분양금을 내고 입주했다.

이에 주민들은 소보원에 분쟁 조정신청을 냈다. 현대건설은 분양을 담당했던 시행사 기창플러스에 그 책임이 있다고 맞섰다.

소보원은 현대건설 측에 “세대당 70만∼260만원을 배상하라”고 조정결정을 내렸다.

소보원은 ▲파주힐스테이프1차 아파트 공급계약서상 아파트의 계약금, 중도금 및 잔금은 모두 현대건설 명의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되어 있는 점 ▲분양과정에서 현대건설의 이미지 광고와 상호가 사용된 점 ▲분양자들이 현대건설의 브랜드 가치를 믿고 분양계약을 체결한 점 등을 토대로 “현대건설은 기창플러스와 함께 아파트의 사실상 공동사업주체로서 이해관계를 같이 하면서 아파트를 신축했다고 볼 수 있다”며 “현대건설에게도 아파트 분양과 관련해 분양인들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소보원 손배 결정
현대건설 ‘무시’

현대건설은 소보원의 조정결정을 따르지 않았다.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다르게 소보원의 결정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민들과 현대건설은 손해배상을 주제로 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으로 재판부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오랜 전 일이라 잘 모르겠다”는 무성의한 답변을 내놨다.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대엔지니어링 석수서 굴욕
‘엠코타운→힐스테이트’ 이름 바꿨지만 청약 미달

지난 9월부터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서 굴욕을 당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당초 브랜드 사용 조건이 맞지 않아 해당 아파트는 ‘석수 엠코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모집공고를 냈다. 단일 사업장 규모가 300가구 미만이고, 공사금액도 500억원이 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거듭된 요구로 ‘석수 엠코타운’은 ‘힐스테이트 석수’로 간판을 바꿔달고 청약에 나섰다.

결과는 참패. 지난 2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24∼25일 힐스테이트 석수 1∼3 순위 청약 결과, 112가구 모집에 105명이 청약을 접수해 0.93대 1로 마감했다.

총 6개 주택형 중 84m²B∼84m²F까지 5개 주택형은 간신히 턱걸이 했지만 84m²A 주택형은 55가구 모집에 40명만 청약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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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