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재난 컨트롤타워 맡은 박인용

군인에 국민 안전을?…믿고 맡겨도 될까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조직을 바꿨다. 박근혜 대통령은 재난안전 체계 강화를 위해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앞으로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게 될 이 조직의 수장으로는 박인용 전 합참차장이 내정됐다. 흩어져 있는 조직을 한 데 뭉치기 위한 리더십 발휘가 시급해 보인다. 새 간판이 새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재난안전체계 강화와 공직개혁 등을 위해 이번에 신설한 장관급 국민안전처 장관에 박인용 전 합참차장을 내정했다. 이날 인사발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직후 이루어졌다. 범정부 재난관리 컨트롤타워로 출범한 초대 국민안전처 장관에 해상·합동작전 전문가인 군인 출신이 투입된 것이다.

해상작전 전문가
“폭넓은 식견 보유”
 
민병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인용 신임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 배경에 대해 “일선 지휘관 및 인사와 전략, 교육 등 다양한 직책을 경험하며 조직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폭넓은 식견을 보유하고 있어 범정부적인 재난 관리 컨트롤타워로 발족하는 국민안전처를 이끌 적임자로 기대돼 발탁했다”고 말했다.
 
19일 출범한 국민안전처는 조직 정비와 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운 간판 아래 여러 조직이 합쳐지는 만큼 화학적 통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안전처는 여전히 어수선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이 부처는 정부서울청사 일부(1·5·8·11·13·19층)와 인근 이마빌딩을 업무 공간으로 확보하고 있다. 해양경비안전본부 조직은 인천 옛 해양경찰청 청사에 그대로 남아있다. 다만 홍익태 해양경비안전본부장 등 일부 간부 사무실이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됐다. 재난 현장 대응이 강조되다 보니 국민안전처 조직 역시 전국에 점점이 퍼져 있을 수밖에 없다.
 
자칫 업무 통합 미비로 연결될 여지가 많아 박 내정자의 통합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마빌딩에는 안전정책실과 특수재난실이 입주해 있다. 이날 오전에도 국민안전처 공무원들이 분주히 광화문광장을 가로지르면서 신설부처의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국민안전처는 옛 안전행정부 안전관리본부,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 등이 통합돼 만들어졌으며 1만375명 19국 62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중앙부처 중 인적 규모 면에서 경찰청, 미래창조과학부, 법무부, 국세청 다음으로 큰 규모다.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를 두고 안전관리와 방재 기능을 각각 이어받은 안전정책실, 항공·에너지·화학·가스·통신 등 특수 재난에 대응하는 특수재난실 등으로 구성됐다.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본부장은 각각 소방총감과 치안총감이 차관급 본부장을 맡아 인사와 예산을 독자적으로 행사한다. 
 
또한 정부는 현장대응능력을 강화히기 위해 육상의 ‘119수도권지대’를 ‘수도권119특수구조대’로 확대개편하고 ‘영남119특수구조대’를 신설했다. 충청과 강원·호남 지역의 경우 2015년 이후 동일조직이 생길 예정이다. 해상의 경우도 남해해양특수구조단을 중앙해양특수구조단으로 확대개편하고 2015년부터 동해특수구조대를 신설한다. 이 밖에 현재 해경의 수사·정보기능은 경찰청으로 이관되고 해상사건의 수사·정보기능은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남는다. 대규모 재난 때는 국무총리가 중앙대책본부장의 권한을 행사하도록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민안전처의 경우 분산돼 있던 조직이 합쳐진 만큼 하루빨리 조직원 간 화학적 통합을 이루고 지휘 체계를 확고히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내정자는 해군 예비역 장군으로 현장점검을 최우선시하는 현장형 지휘관으로 알려져 있다. 해군 작전사령관 재임시 “참모들은 말로만 하지 말고 계획과 지시사항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현장에서 늘 점검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했다고 알려진다. 어떤 일이든 철저히 계획한 뒤 실행에 옮기는 신중한 성격이란 평가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신망이 두터운 덕장 스타일로 전해진다. 
 
4성 해군 제독 출신 “점검 또 점검”

작은 부분도…신중한 현장형 지휘관
 
특히 박 내정자는 임관 이후 매일 108배를 올리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고 지휘관으로 새 조직을 맡으면 3개월 안에 상황을 장악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도보정진에 나서 지금까지 2000km를 걷기도 했다. 청와대는 박 내정자가 2008년 3월 전역 이후에도 철저히 자기관리를 해 온 사실까지 검증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측근들은 “전역 이후 방산업체에서 여러차례 영업 제의를 받았지만 ‘내가 왜 그런 자리에 가느냐’며 고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큰 틀뿐만 아니라 작은 부분도 간과하지 않는 치밀함도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2008년 예편한 뒤 동해대학교 군사학과와 충남대학교에서 강의를 해온 그는 평소 학생들에게 “벼룩의 간을 분석한다는 심정으로 학업에 임하라”는 충고를 자주했다고 한다. 그만큼 구체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내정자는 빈틈을 허용하지 않고 철저하게 재난을 예방하고 관리해야 하는 국민안전처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직 장악과 관리에도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특히 박 후보자의 오랜 해상작전 수행능력이 국민안전처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군대안전처?
죄다 군 출신
 
그는 해군 인사참모부장과 제3함대 사령관, 해군 교육사령관, 작전사령관 등 해군 작전·인사·교육·조직 등 주요 분야를 두루 거쳤다. 합동참모차장을 거쳐 지난 2008년 대장으로 예편했다. 하지만 박 내정자가 군 이외 조직을 이끌어온 경험이 없고 재임시 큰 사안이 발생하지 않아 실제 위기관리 능력을 점검받지 못했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번 인사개편을 두고 초대 장·차관이 모두 군 출신이 기용된 데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군의 장점인 일사분란함과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에는 효율적이겠지만 다양한 형태의 재난 발생에 유연한 대응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여야는 뚜렷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여당은 ‘기대’ 야당은 ‘우려’를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실무형 인사” “인사혁신” 등의 표현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국가안전 시스템 강화와 공직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전문성을 높인 실무형 인사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해상합동작전 전문가인 박인용 신임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과 아덴만 여명작전을 기획한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기용을 포함한 재난안전부서 인선은 제2의 세월호를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설된 인사혁신처장에 민간기업 출신을 발탁함으로써 공직인사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업 마인드를 접목시켜 강도 높은 인사 혁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군 장성 일색의 인사개편에 대해 “상식 이하의 인사” “군대안전처”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한 마디로 안보와 안전도 구분하지 못하는 상식 이하의 인사”라고 혹평했다. 이어 “국민안전처를 군출신 인사로 포진시켰다. 국민안전처 장관에 내정된 박인용 전 합참 차장은 4성 해군 제독 출신이고, 차관에 내정된 이성호 안행부 2차관은 3성 장군 출신”이라며 “청와대를 군인 출신으로 지키는 것도 모자라 국가안전도 군인들에게 맡기겠다니 군인 일색으로 대한민국을 채울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군 외 조직 이끈 경험 전무

실제 위기관리 능력 ‘글쎄∼’
 
박 대변인은 “김영삼 정부 이후 군의 문민통제가 강화되어왔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군인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해양 경비를 맡을 해양경비안전본부장에 홍익태 경찰청 차장을 내정한 것은 해경 조직의 반발 및 조직 통솔의 어려움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인사혁신처장에 이근면 삼성광통신경영고문이 내정된 것과 관련해 “기업과 관료조직의 인사시스템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공직사회의 인사혁신에 적합한지는 역시 의문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방위사업청장에 임명된 장명진 국방과학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이 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라는 점을 지적하며 “정실인사로 국민에게 호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대통령이 그간 여당의 무성의로 지지부진했던 방산비리 국정조사와 방위사업법 개정을 추진해야할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19일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전화인터뷰해서 이렇게 지적했다. “장관은 별이 4개이고, 차관은 별 3개 출신인데 이른바 별 7개, 북두칠성이 국민과는 거리가 너무 멀지 않을까, 이런 걱정이 되고요. 특히 군 작전개념만으로 국민 안전을 다룰 수 있다는 그런 판단은 또 다른 재난을 불러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 역시 군인 출신의 국민안전처 인사에 대해 “국민안전처인지 군대안전처인지 알 수 없는 인사이고 국민 안전을 군대에 맡기는 격으로 매우 우려스럽다”며 “청와대가 군 출신 인사를 선호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장관도, 차관도 군 출신”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인한 불안한 조직에 편향적 인사가 더해진 격으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박 내정자 인사청문회가 다음달 4일 진행된다고 밝혔다. 여야는 박 내정자의 자질문제를 철저하게 검증할 예정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재난상황 발생시 현장의 즉각적인 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을지 여부다.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경실련 주최로 열린 정부조직 개편에 관한 토론회에서 “1990년대 이후 국내 주요 재난 소관부처를 분석한 결과 1차 소관부처가 대부분 광역·기초단체였다”면서 “재난대응은 현장에서 이뤄지는 것이기에 지방자치단체의 안전대책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간의 안전 전문인력의 채용 규모도 중요한 부분이다. 국민안전처가 안전 전문가 집단이 되려면 민간의 안전전문가 채용은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가 어느 정도의 민간 전문가를 채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는 제복 일색으로 지휘부가 구성된 상태다.
 
일반 행정인사들과 해경·소방직 등 특수직의 조직 융화도 우선적으로 풀어야할 과제로 꼽힌다. 기존 조직의 문화에 상당부분 차이가 있어 안전조직의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이들 간 융화는 필수적이다. 게다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문제도 아직 매듭을 짓지 못한 상태다. 

조직 다잡을
리더십 절실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에 합의하면서 “단계적인 국가직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명시하지 않았다. 배재현 국회입법조사관 등이 경기개발연구원에서 발표한 ‘국가재난안전관리 체계의 재설계에 관한 탐색적 논의’라는 논문에서 국가안전처가 출범하면 7000∼8000명의 해경보다 전국의 3만5000여 명의 소방공무원이 더 큰 규모일 수밖에 없어 소방공무원의 국가공무원 전환요구가 매우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khlee@ilyosisa.co.kr>

 
[박인용은?]
 
▲경기 양주 출생
▲경희고 졸업
▲해군사관학교 28기
▲합동참모본부 해상작전과장
▲해군 인사참모부 부장
▲해군 제3함대 사령관
▲해군 교육사령관
▲해군 전투발전단 단장
▲해군 작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차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