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명장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

사자들 조련 “쉽지 않았죠”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 프로야구의 새 역사를 썼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연거푸 제패하면서 통합우승 4연패라는 쾌거를 달성한 것이다. 과거 해태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4연패를 일궈낸 적이 있지만 그 중 정규시즌 우승은 한 번 뿐이었다. 삼성, 그리고 류중일 감독이 만들어낸 통합 4연패는 그 의미가 깊다. 명장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과였을 지도 모른다.

 
류중일 감독이 사상 첫 통합 4연패 금자탑을 쌓았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11-1로 완승을 거두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삼성은 2011시즌 이후 4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두며 통합 4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 프로야구
새 역사 썼다
 
류 감독은 경기를 끝낸 뒤 “기분이 굉장히 좋다. 11월11일은 평생 못 잊을 거 같다. 1이 네 개라 1등을 네 번 하는 날”이라며 “삼성을 사랑하는 팬들이 성원해준 덕분에 선수들이 힘을 내서 4연패를 할 수 있었다. 팬 분들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 동안 ‘용병 잔혹사’를 겪은 삼성은 올 시즌 마운드에서는 밴덴헐크와 마틴, 타선에서는 나바로의 덕을 제대로 봤다. 이에 류 감독은 “올해는 용병 덕을 봤다. 그동안 용병 복이 없었는데 올해는 마틴, 헐크, 나바로가 잘 해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류 감독은 “시리즈 MVP는 나바로인테 혹시 추천하고 싶은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윤성환을 추천하고 싶다. 첫 게임에서 지고 작년처럼 홈에서 두 번 지면 어떡하냐 했는데 윤성환이 잘 막아줬다”며 “5차전도 극적으로 이겼지만 내일까지 갔으면 밴 헤켄에게 말려서 우승 놓칠 수도 있었는데 윤성환이 잘 끊어줬다”고 대답했다.
 

류 감독은 덕장이라는 말 보다는 지장이라는 소리를 더 듣고 싶어 했다. 그는 “(지장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우리 그룹에 ‘스타비스(통합전략 야구정보시스템)’라고 타자와 투수 정보가 다 들어있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걸 틈나는 대로 많이 봤고 상대 선발 투수 유형도 보고 컨디션 좋은 타자들도 보고 공부를 많이 했다. 앞으로 늘 공부해서 내년 5년차도 우리 선수들을 알고 더 잘 대처하겠다. 상대 전력도 더 파악해서 선수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2011년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우승했던 것과 지금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는 “지금이 더 좋다. 지난 것은 다 잊어버린다”며 “항상 지금이 가장 기분 좋다. 올해는 좀 개인적으로 조금 기가 많이 빠졌었다. 아시안게임도 힘들게 했고, 그때 금메달 못 땄으면 어떻게 하나 생각도 들고, 우리가 매직 넘버를 남겨두고 5연패해서 2위로 떨어질까도 걱정했다. 신경을 많이 썼다. 다행히 정규리그에서 4연패하고 약 보름 이상 훈련을 많이 했는데 생각 외로 여러 가지 작전 야구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오늘은 편하게 야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년을 걱정했다. 류 감독은 “내년에도 최선을 다 하겠다“며 5연패 프로젝트 가동을 예고했다.
 
사상 첫 통합우승 4연패 쾌거 달성
2011년부터 정규·한국시리즈 우승
 
류중일 감독은 프로야구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이끌었다. 류 감독은 2011년 삼성 사령탑에 임명된 이후 4년 모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운과 복이 따르는 지도자라는 얘기도 돌았다. 세간에는 선동열 전 감독의 성과가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통합 4연패는 감독의 역량이 매우 중요한 성적이다. 리더의 지도력과 열정 없이는 이뤄낼 수 없는 것이다. 이번 기록은 구단과 선수뿐 아니라 야구인 모두가 인정하는 대기록이다. 과거 ‘왕조 해태’와 현대, SK 등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최강팀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그는 스스로 운장, 복장, 덕장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제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BB아크’라는 야구사관학교를 만든 그는 올 시즌 최고 히트 상품으로 꼽은 박해민을 비롯해 이지영·심창민 등의 성장을 유도하며 세대교체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류 감독은 믿음야구의 선구자다. 그의 야구는 신뢰가 중심이다. 이승엽과 임창용 등 베테랑 선수가 부진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박한이는 “감독님은 베테랑에게도 똑같이 기회를 준다. 내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도 감독님의 영향이 컸다”고 고마워하기도 했다. 넥센과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박석민과 김상수가 부진했다. 이에 대해 류 감독은 “믿어야지 우야겠노”라며 6경기 모두 선발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감독의 믿음이 선수단에게 용기가 되어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류 감독을 얘기할 때 ‘형님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과 소통하는 대표적인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 1월13일 구단 시무식에서는 1·2·3군 코칭스태프 회의를 소집해 3시간 여의 마라톤 회의를 했다. 1월 초 류 감독이 마련한 1박2일 골프 및 워크숍에 참석한 한 코치는 유익한 시간이라고 반기기도 했다.

푸르게 빛난
신뢰의 리더십
 
의견을 주고받을 때는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감독을 무서워하면서도 할 얘기는 다 한다. 그만큼 열린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감독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다고 전해진다.
 
물론 언제나 유한 건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강하게 몰아붙이며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류 감독은 시즌 초 “올 시즌에는 엄마 리더십을 갖고 싶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면서도 무서운 사람이 엄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4승8패로 부진하던 지난 4월17일 대구 두산전이 우천 연기된 뒤에는 비 내리는 그라운드에서 투수·타자 합동 러닝을 지시하기도 했다. 시즌 막판 5연패에 빠졌을 때에는 아직 1등을 확정한 게 아니라고 했고, 2승2패로 KS 5차전을 앞둔 휴식일에는 “후회없이 하자”며 전원 훈련을 유도했다. 그는 중요한 순간에 선수들을 소집해 독려한다.
 
류 감독은 “우승하고 환호하고 헹가래 받고 인터뷰가 끝나면 ‘아, 내년에는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밖에 안 한다”고 말했다. 5연패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에는 큰 과제가 있다. 바로 ‘노령화’ 문제다. 삼성은 노장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진갑용은 올해 40세이며 이승엽과 임창용은 내년에 39세, 박한이는 36세, 배영수와 윤성환은 34세, 채태인은 33세가 된다. 신·구의 조화를 꾀하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지만, 삼성 노장들의 존재감이 무겁기에 세대교체의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도 크다. 내년부터 KT가 1군 무대에 진입하면서 10개 구단 체제가 가동된다. 새 감독이 5명 등장한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 외에도 걸출한 FA가 여럿 시장에 나온다. SK는 최정(27)을 포함해 6명, 롯데는 4명, LG·KIA·넥센은 2명씩 FA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FA의 이동은 내년 시즌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류 감독 리더십은 이러한 요소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뛰어나기에,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류 감독의 야구역사가 곧 삼성야구의 역사다. 류 감독은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 경북고를 졸업하고 1987년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한국시리즈에 처음 출전했지만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이 버티고 있는 해태에 4전 전패를 당해 잠실구장을 밟지도 못했다. 김재박 이후 최고의 유격수로 평가받으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신인왕의 영광고 빙그레 이정훈에게 내주고 말았다.
 
90년 한국시리즈에서는 LG트윈스에게 4전 전패를 당했다. 잠실구장에서 2번, 대구구장에서 2번을 모두 지는 치욕을 겪었다. 93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또 해태를 만났다. 삼성은 4차전까지 앞서고 있어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삼성은 잠실구장에서 열린 5, 6, 7차전에서 내리 3연패를 당했다. 이렇듯 선수시절 류 감독에게 잠실구장은 암흑 그 자체였다. 류 감독은 한국시리즈 기간 “선수로서 원 없이 우승해본 박한이가 부럽기도 하다”라며 묘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래도 류 감독은 4연패도 선수시절의 한을 풀었다.
 
지도자 후 선수시절 한 풀었다
취임 후 한번도 우승 안 놓쳐
 

류 감독은 선수 생활 은퇴 이후 2000년 곧바로 김응용 감독 밑에서 수비 및 작전주루 코치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명암이 교차됐다. 김응용 감독 아래에서 코치로 활동하던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2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이때 김응용 감독의 ‘불패신화’가 깨졌고 류 감독은 또 땅을 쳐야했다.
 
2004년 한국시리즈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비 내리는 날 잠실에서 사상 처음으로 9차전이 열렸다. 삼성은 현대에게 패해 2승3무4패로 패권을 내줬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5년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선동열 감독 시절 류중일 코치는 2005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에서 잇따라 축배를 들었다. 2005년에는 두산에 4전 전승을 거뒀고 2006년에는 한화를 4승1무1패로 따돌렸다.
 
당시 류 감독은 코치로서 11년간 엄청난 경험을 쌓으면서 좋은 감독이 될 자격을 하나씩 갖췄다. 현재 삼성야구의 근간 중 하나인 촘촘한 수비 역시 류 감독이 코치시절 확립한 수비시스템이 보완돼 발전한 것이다.
 
류 감독은 선수와 코치로 국내 최고 감독들을 전부 다 모셔봤다. 그 중에는 김응용, 김성근, 선동열 등 내놓으라 하는 명장들이 포함돼 있었다. 류 감독은 언젠가 그 감독들의 좋은 점만을 본받은 게 지금 감독 생활을 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응용 감독의 뚝심과 김성근 감독의 철두철미한 마운드 운영 등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들은 확실히 참고할 점이 있다. 류 감독을 그걸 포용하는 매우 중요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SK에 4전 전패를 당하자 선동열 감독이 경질되면서 류 감독이 마침내 삼성 유니폼을 입은 지 24년만에 사령탑에 올랐다. 류 감독은 준비가 돼 있었다. 믿음과 신뢰, 확실한 선수육성 및 관리 시스템으로 승승장구했다. 감독으로 처음 나선 2011년 한국시리즈에서는 과거 삼성 선배였던 이만수 감독이 이끄는 SK를 4승1패로 제압했다. 5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 초보감독으로 영광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이듬해에도 SK 이만수 감독을 상대로 잠실에서 2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당시 류 감독은 우승 직후 “2010년대는 삼성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담은 그대로 적중했다.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을 꺾었고, 2014년에는 넥센을 맞아 잠실에서 4승2패로 4회 연속 우승을 확정했다. 
 

류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뒤 삼성은 4번의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했다. 3번은 잠실구장에서, 1번은 대구구장에서 샴페인을 터뜨렸다. 이번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류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잠실만 오면 잘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삼성은 대장정의 마침표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이처럼 지난 4년 간 실패를 몰랐던 삼성이지만, 최근 2년간 부상, FA, 해외진출 등으로 팀 전력이 많이 약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미리 준비한 매뉴얼에 따라 플랜B를 적시에 가동했다. 지난 2년 연속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아시안게임으로 잠시 삼성을 돌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삼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류 감독 개인의 성장이 곧 삼성의 성장이었다. 류 감독이 최고의 유격수에서 최고의 감독으로 올라서는 동안, 만년 우승문턱에서 주저 않았던 삼성야구도 우승을 밥 먹 듯하고, 한국야구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리딩구단으로 거듭났다. 류 감독 스스로가 최고의 리더가 되기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류 감독이 강한 리더로 거듭나면서 삼성야구도 강력해졌다.

쉬지 않는 야통
내년 5연패 시동
 
류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감독을 맡고 있는 올 시즌까지 28년간 삼성에서 뛰었다. 삼성야구에 류중일 감독은 떼어 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됐다. 류 감독과 삼성은 함께 성장했고, 새 역사를 창조했다.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 통합 4연패는 삼성야구의 업적임과 동시에 류 감독이 일궈낸 업적이기도 하다. 그의 뜨거운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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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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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