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1팀] 김성수 기자 =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이 좌불안석이다. 심상찮은 ‘사정 바람’이 또 다시 회사를 덮쳐서다. ‘콩밥’을 먹은 적이 있는 최 회장으로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인 최 회장의 속 끓는 사연을 담아봤다.
유명 상조업체인 보람상조가 슬픔에 빠진 유족들을 등친 사실이 들통 났다. 중국산 수의를 국내산 수의로 속여 판매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된 것. 고객들에게 값싼 수의를 고가로 속여 판 조직적인 수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유족 두번 울려
최철홍 회장 구속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보람상조에 또 다시 ‘사정 바람’이 분 것은 지난 4월부터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고객들을 속여 돈을 편취한 의혹이 있는 보람상조를 털기 시작했다. 경찰은 보람상조 계열사인 보람장의개발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회사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보람상조는 보람장의개발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장례용품을 제공하면서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기존 회비에 추가로 비용을 내면 최고급 대마 수의를 제공한다고 회원들을 모집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보람상조가 이런 수법으로 수십억원대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의심했다. 경찰은 최 회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중국산 수의 국산으로 속여 판매
수입 라벨 떼고 ‘안동포’로 재포장
수의는 구성에 따라 크게 ‘평 수의’와 ‘가진 수의’로 나뉜다. 평 수의는 바지(치마)와 저고리 등 일부만 갖춰져 있는 것. 가진 수의는 두루마기, 도포, 저고리, 치마 등 20여 가지 안팎의 모든 구성을 말한다. 수의 가격은 종류에 따라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른다. 보람상조의 장례상품엔 기본적으로 수의가 포함돼 있다. 최고급 대마, 즉 이른바 ‘명품수의’는 프리미엄 상품을 제외하고 추가로 비용을 내야 한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고객들을 속여 편취한 돈을 특정 인사들이 수령한 정황이 있다”며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분석과 회사 관련자들의 소환 조사가 끝나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람상조 측은 경찰 수사를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눈치였다. 회사 관계자는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정확하게 말하면 보람상조로 수사가 들어온 게 아니고 행사 전문 관련 계열사인 보람장의개발로 수사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의로 고객들의 돈을 편취했다는 혐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수의 원산지와 가격표기 등을 홈페이지와 상담을 통해 명확하게 게재하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모를 리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회장님은 단순히 보람장의개발 대표라 조사를 받고 있다.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알고 있다”며 “조사 중인 상황이고 아직 결정 난 것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수의 사기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던 보람상조 측의 주장과 달리 경찰 수사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계양경찰서는 지난 14일 보람상조 대표와 센터장 등 임직원 16명과 장례지도사 167명을 값싼 중국산 수의를 고가의 국산 수의로 속여 팔아 수십억원 상당의 이득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납골을 유치한 대가로 이들에게 사례금 수십억원을 건넨 혐의(배임수재)로 봉안당 업체 관계자 25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09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계약한 장례 용품을 고급형 상품으로 전환하면 고가의 국산 ‘안동포 수의’를 제공하겠다고 속여 계약자 1만9000여명에게 631억원 상당의 상조상품을 판매했다. 이중 수의 대금조로 74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고인이 가시는 마지막 길에 국산 수의를 입혀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 “기존 상품은 저가 수의라서 질이 안 좋다”며 상주들을 유혹했다. 그리고 벌당 1만8000원∼20만원 상당의 값싼 중국산 수의를 40만∼700만원짜리인 고급 국산 수의라고 속여 판매했다.
조직적으로 74억 챙겨
납골 커넥션도 드러나
치밀한 수법도 동원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중국에서 수입한 수의의 라벨을 제거한 뒤 국내산 안동포, 남해포, 보성포 등으로 재포장해 각 센터에 공급, 장례지도사들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팔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화장장에서 불에 타 재가 된 수의는 원산지 구별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며 “수의 가격을 알 수 없도록 계약서에 품목별 단가를 기록하지 않는 방법으로 계약자들의 눈도 속였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를 통해 보람상조의 납골당 커넥션도 드러났다. 보람상조 관계자들은 2009년 5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상조 계약자들에게 납골당 업체를 소개해준 뒤 872차례에 걸쳐 해당업체 18곳으로부터 사례금 명목으로 납골 분양 대금의 30∼40%인 21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납골당 분양대금은 납골 유치 자리에 따라 300만∼1000만원까지로, 상조회사 측에 지급되는 사례금으로 인해 납골당 분양대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좌불안석이다. 그 역시 피의자로 불구속 입건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고객들이 믿고 맡긴 300억원대 회사자금을 빼돌려 ‘쌈짓돈’처럼 쓴 혐의로 2010년 4월 구속됐다 2012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가석방됐다. ‘콩밥’을 먹은 적이 있는 최 회장으로선 이번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4년 전 악몽 또?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보람상조 측은 묵묵부답이다. <일요시사>는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반론 등을 듣기 위해 보람상조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메모를 남겨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kimss@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