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주부들 홀린 ‘흑인 동영상’ 실체 추적

대물에 환장한 사모님들 “나 좀 어떻게 해줘”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한 흑인남성이 국내 여고생부터 주부까지 닥치는 대로 만나 성관계를 나눈 뒤 음란 동영상과 사진을 SNS에 유포해 논란이다. 사진과 동영상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피해자 얼굴도 그대로 노출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여성들이 강제로 당한 것이 아니라 ‘원해서’ 했다는 점이다. 특히 강남주부들에게 인기였다고 전해진다. 그 실체를 추적해봤다.
 
지난 13일 새벽, 국내에 거주하는 영국계 흑인 A씨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바인’과 자신의 트위터에 국내 거주 중인 여고생, 주부 등과 성관계를 나누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을 대거 올렸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상대 여성들과 나눈 대화 내용도 올려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사진과 동영상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확산됐다. 사생활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흑인에 안달
 
‘죄송합니다. 이 페이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A씨의 트위터 계정 @jajixxxxx은 사라진 상태다. 하지만 A씨의 흔적은 인터넷의 파도를 타고 널리 퍼졌다. ‘섹스 좋아하는 25살 외국남자’ ‘XX 많이 커~’ 그의 계정 정보였다. A씨는 트위터 외에 또 다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렸다. A씨의 사진첩에는 한국여성들의 나체사진이 가득했다. ‘내가 지금 하는 일! 안녕!’. 사진에는 코멘트도 있었다. 한국말에 능숙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A씨는 한국여성들과 성관계를 하면서 사진 및 동영상을 촬영했다. 수십명의 한국여성이 A씨의 카메라에 몸을 들이댔다. 강제로 찍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과 동영상 속 한국여성들은 A씨에게 매우 헌신적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다. A씨와 만난 한국여성 대부분은 여고생 혹은 주부였다. 특히 주부들은 A씨에게 완전 빠져 있었다. 이들이 A씨와 나눈 대화내용을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A씨는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면서 카카오톡 대화내용도 첨부했다. 대화 내용 대부분은 여성들의 적극적인 구애였다. ‘자기야 나 다 젖었어’ ‘너무 너무 좋았어요, 오빠네 놀러가도 돼요?’ ‘보고 싶어 빨리와’ ‘난 오빠의 노예야, 장난감으로 많이 이용해주세요’ 조작이라고 믿고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가정이 있는 주부라는 점이다. A씨에게 정신이 팔린 주부들은 남편이 출근한 뒤 자신의 집 안방이나 A씨의 집에서 꾸준히 성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A씨를 만난 경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지만 어느 정도 추측은 가능하다. 어린 여고생부터 주부까지 다양한 만남을 이어왔고, 비교적 한국말에 익숙하다는 점에서 ‘외국인 강사’일 확률이 점쳐진다. A씨는 인근 학원에서 외국인 강사로 활동하면서 여러 여성들과 접촉할 기회를 가졌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영국계 흑인이라는 인종적 특성과 유창한 외국어 구사 능력이 많은 한국여성들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얼마 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2월, 한국여성과 성관계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에 유포한 뒤 해외로 도주했던 미국인 B(30)씨가 4년만에 국내로 송환돼 처벌을 받았다. 일명 ‘흑퀸시’로 악명을 떨쳤던 B씨는 지난 2009년 5월 입국해 대전 동구 국제화센터에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강사였다. 그의 평판은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B씨의 사생활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흑남과 여고생·유부녀 섹스 영상 확산
강제로 성관계?…여성들이 원해서 동침
 
그러던 2010년10월, B씨가 근무하던 국제화센터 측에 한 통의 제보가 들어왔다. A씨가 ‘흑퀸시’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면서 한국여성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 및 편집해 인터넷에 유포했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B씨는 국제화센터 측에 자백을 했다. 2010년 8월 말경 한국인 여성 2명과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 편집해 인터넷에 올렸다는 것이었다. 이후 B씨는 직장에서 해고됐고, 논란이 커지자 중국을 통해 아르메니아로 도주했다.
 
진짜 문제는 B씨가 해외로 도주하면서부터였다. B씨가 유포한 동영상이 단순 유출이 아닌,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포르노 영상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그는 숙소에 미리 설치해둔 카메라 3대와 손에 드는 카메라 1대 등 총 4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동영상을 촬영했다. 성관계 영상은 26분 분량으로 편집돼 ‘The Korean lesson’ ‘My korean friend’라는 제목으로 해외 사이트에 급속도로 유포됐다.
 
더 충격적인 건 동영상에 찍힌 여성 2명 중 1명이 고등학생(당시 15세)이라는 점이었다. A씨는 ‘흑퀸시’라는 닉네임으로 국내 이성찾기 사이트에서 여고생을 만나 자신의 숙소로 유인해 술을 마신 뒤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평소에도 이성 찾기 사이트에 자신의 출신지역과 대학 및 전공, 나이 등을 올려 많은 여성들의 환심을 사기도 했다.
 

또 다른 동영상에 등장하는 20대 여성은 동영상이 유포된 뒤 신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B씨가 해외 사이트에 올린 동영상은 삭제됐으나, 이미 P2P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 동영상과 캡처화면이 퍼져나갔다. 성관계 장소가 국제화센터에서 마련해준 숙소인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인터폴에 수배됐던 B씨는 결국 지난해 10월 아르메니아 현지경찰에게 검거됐다. 그의 4년간의 도피행각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법무부는 지난 1월22일 B씨의 신병을 넘겨받았다. B씨의 국내 송환절차가 예상보다 빨랐던 이유는 ‘아동포르노 근절’을 위한 국제공조가 활발해졌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범죄인인도에 관한 유럽협약(유럽 47개국, 이스라엘, 남아공)도 B씨의 국내 송환을 앞당겼다. 한국과 아르메니아 간 직항이 없어 제3국인 아랍에미리트(UAE) 국경을 경유해야 하는 통과호송 절차를 밟기도 했다.
국내로 호송된 B씨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7월,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B씨는 초등학생을 가르치던 원어민 영어강사로서 청소년을 보호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범죄를 저질렀고, 음란물이 유통되면서 피해자들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고 판시했다.

자발적 성관계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청소년 피해자는 피해 이후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다가 해외로 출국했으며 성인 피해자는 B씨의 처벌을 바라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재판과정에서 B씨는 “청소년 피해자의 동의하에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가 동영상을 촬영할 당시 불편한 감정을 느낀 점이 인정된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외국인 강사의 ‘한국녀 공략법’ 보니…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영어강사들이 주로 접속하는 ‘잉글리쉬스펙트럼’ 게시판에는 한국인들을 비하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업데이트 되고 있다. 그중에는 ‘한국녀 공략집’도 있었다. 한 미국인 영어강사가 직접 올린 글의 내용은 이렇다.
 
▲한국녀와 다닐 때는 손을 꼭 잡고 다녀라. 백인 남자친구가 있으면 우월감이 생겨 당당해진다 ▲당신은 그저 영어로만 얘기하고 잠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끝이다. 이런 한국녀는 강남지역에 많이 몰려 있다 ▲섹스토이로 실컷 가지고 논 후 버려라 ▲한국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해주면 더 좋아한다 ▲한국 TV프로그램 MBC <서프라이즈>에 출연할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출연해라. 한국녀들 사이에서 일약 슈퍼스타가 된다 ▲항상 날씬하다고 말해줘라. 그들은 마른몸매를 선호한다. 대신 가슴과 엉덩이가 빈약하지만 우리는 돈 안내고 한국녀와 잠자리를 한다는 것을 인지해라 ▲당신과 같이 미국에 들어가려고 하는 거지 같은 한국녀들은 흑인동료에게나 줘버려라 등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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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