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박 일 기자 = 담뱃값 인상 추진+물가연동제, 과연 흡연율 감소될까?
정부가 내년 1월부터 담뱃값을 현행보다 2000원 인상하는 데 더해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국민 건강 증진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물가 인상과 증세 논란 등으로 법 개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지만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던 경제부처도 이번에는 보건당국에 힘을 실어 법 개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담뱃값을 2000원 올릴 경우 현재 43.7%인 성인 남성 흡연율이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가격 인상과 함께 경고 그림, 담배 광고 금지 등 비가격 정책을 강화할 경우 2020년 국가목표인 남성흡연율 29%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흡연율이 감소할 것인지 오히려 역효과로 인해 증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실제로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가 2004년 담배가격 인상을 전후한 시점에 흡연자 700명을 대상으로 흡연양태 변화를 추적한 결과 흡연 중단 경험은 저소득층에서 더 많이 나타났지만 실제 금연 성공률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질병관리본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 흡연층인 성인 남성의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데는 담뱃값 인상(54.4%)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제시한 적정 담뱃값은 약 6000원으로 현재 평균 2500원인 담뱃값을 6000원까지 끌어올릴 경우 2020년까지 흡연율을 24.6%로 낮출 수 있다는 게 질본의 결론이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흡연율이 높은 저소득층의 흡연율을 끌어 내리지 못한다면 소득계층간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일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큰 만큼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명분은 흡연율 감소 효과지만 세수 확보라는 덤도 얻을 수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당장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가격탄력도(0.425)를 가정하는 경우 담배소비량은 34.0% 감소하고 세수는 약 2조8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초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뱃값 대폭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만 해도 경제부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복지부는 최소 2000원 인상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와 여당 등은 국민이 느낄 물가 충격을 덜기 위해 1000원 인상을 검토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담뱃값을 찔끔 올려서는 흡연율을 낮추는 데 한계가 높다는 의견이 잇따랐고 담뱃값 인상이 국민 건강 증진이 아닌 세수 확보 때문이라는 여론이 일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선까지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값의 대폭 인상이 흡연율을 감소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2013년 보건사회연구원의 금연정책의 상대적 기여도 연구결과에 의하면 가격정책이 36.5%로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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