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믿고 보는 '국민배우' 최민식

12척 배로…한국 영화사 다시 썼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한국영화 최초로 영화 <명량>이 개봉 18일 만에 관객 수 1500만을 돌파하면서 과거 1362만명을 기록해 5년간 역대 흥행 1위 자리를 수성했던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를 누르고 한국영화사에 새 역사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명량>의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대중들이 이토록 명장 이순신에 열광한 것은 리더십이 부재한 작금의 현실이 한몫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흥행 뒤엔 배우 최민식(52)의 열연이 주요했다.

 
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명량대첩’을 그린 영화 <명량>이 개봉 18일 만에 관객 수 1500만을 돌파하면서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난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명량>의 누적 관객 수는 1528만9623명으로 나타났다.

거침없는
무적 거북선
 
<명량> 1000만 돌파 이후 김한민 감독은 “지금 시대에 우리에게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몸소 찾아주시는 걸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감독으로서 큰 떨림과 큰 감사함이 앞선다”며 “다시 한 번 노고를 마다하지 않아준 스태프와 배우들, 그리고 이 영화를 사랑해주신 관객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배우 최민식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용기와 신념, 그리고 그 분께서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공감해주신 관객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예상치보다 훨씬 높은 1500만을 돌파하자 최민식은 “너무 과분하다. 정말 실감이 안 난다.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다”며 “딱 한 가지, 내가 하는 일로서 물론 영화에 대한 호불호와 평가는 나뉘지만 <명량>이 남긴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긍정적 기능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대중들이 내가 볼 수 있는 영화가 극장에 상영하고 있구나 하는 걸 느끼는 것 같다. 세대를 아우르는, 과거 역사 속 승리의 한 순간을 우리가 그래도 지금 곱씹어 보면서 쾌감을 느끼고 반성하고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영화의 긍정적 기운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명량>의 신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40대 주도에서 20∼30대 젊은 층의 호응까지 끌어내며 기록에 기록을 거듭하며 일각에서는 <명량>이 관객 수 1500만을 넘어 2000만까지 갈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는다. 이처럼 한 순간에 꿈의 영화가 돼버린 영화의 흥행엔 최민식의 역할이 주요했다.
 
그는 이순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난중일기>를 꺼내들어 작품에 몰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이순신 장군 역할에 대한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중심을 잃지 않고 이순신역을 지탱했다. 노력이 곧 영화 흥행과 이어졌고, 결국 생에 최초 ‘1000만 배우’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리더십 부재 현실에 민심 흔든 영웅 연기
관객 수 1500만 돌파…끝나지 않은 신기록
 
지난 20일엔 최민식의 할리우드 데뷔작 <루시>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뤽 베송 감독은 최민식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재능이다. 존경했던 배우고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다. 거절했더라면 내가 죽였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배우를 선택했을 것이다”라는 살벌한 농담과 함께 그를 칭찬했다. 그러자 최민식은 “이 작품을, 살기 위해 출연했다”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섭외를 받고 ‘한길을 꾸준히 가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출연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하며 할리우드 진출 소감을 전했다.
 
언어적 장벽에 대한 질문에 최민식은 “언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위협적인 감정으로 대사를 했을 때 상대 배우가 잘 받아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말은 안 통해도 교감을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짜릿했다”고 답했다. 최민식은 100% 한국어로 악역을 소화했다. 최민식은 뤽 베송 감독과 작업을 진행하면서 영화 현장과 영화인은 똑같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전했다. 약간의 온도차는 있지만 프로페셔널한 건 비슷했다는 것이었다. 
 
최민식의 할리우드 데뷔작 <루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주인공 루시(스칼렛 요한슨 분)가 어느 날 우연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두뇌와 육체를 완벽하게 컨트롤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민식은 이순신을 벗고 다시 악당 미스터장 역을 소화했다. <명량>의 상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루시>가 바통을 이어 받은 것이다. <루시>는 이미 북미 박스오피스 1위와 더불어 극장 수입 1억 달러를 돌파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북미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최민식은 <루시>를 올 추석 한국에서 선보인다. <명량>에 이어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할리우드 진출
노력의 결실
 
이날 최민식은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아이스버킷챌린지(루게릭병 환자 돕기 캠페인)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에 “준수야 루시 홍보하다가 좋은 일에 동참한다! 고맙다! 루게릭 환자 돕기 챌린지! 다음 지목은 김한민 감독, 조진웅, 류승룡, 정재야 경구야 동참해라”란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 최민식은 욕실에서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 있다.
 
최민식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가 상업영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얼마 안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출연한 작품은 <신세계>(2013) <범죄와의 전쟁>(2012) <마당을 나온 암탉>(2011) <악마를 보았다>(2010)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2009) <주먹이 운다>(2005) <친절한 금자씨>(2005) <꽃피는 봄이 오면>(2004) <올드보이>(2003) <취화선>(2002) <파이란>(2001) <해피엔드>(1999) <쉬리>(1999) <조용한 가족>(1998) <넘버3>(1997) 등이다. 최민식은 박찬욱 감독 영화에 자주 출연해왔다. 그러다 <악마를 보았다>를 시작으로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명량> 등 상업영화를 선택했다.
 
‘최민식’ 하면 자동적으로 영화 <올드보이>가 연상된다. 2002년 개봉한 <올드보이>는 기존 스릴러들과는 달리 충격적인 반전으로 당시 파란을 일으켰다. ‘군만두’로 관객 수 330만명을 동원했다. 이후 <친절한 금자씨>는 311만명, <신세계>는 468만명, <범죄와의 전쟁>은 472만명을 기록했다.
 
‘명불허전’ 이제는 할리우드 스타
최민식 신드롬 어디까지 이어지나
 
최민식은 한때 연출에 뜻을 뒀으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배우를 꿈꿨다.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그는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며 후배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최민식의 연기생활은 단역을 맛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젊은 배우들이 자신의 재능을 한껏 살리는 작품으로 유명했던 연극 <에쿠우스>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재학 중 박종원 감독의 데뷔작 <구로 아리랑>(1989)에 단역으로 출연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연극계에 뛰어들어 연극배우 생활을 했다. 영화나 TV에서는 낯선 얼굴이었지만 연극계에서는 잔뼈가 굵었다.
 
이후 1989년 KBS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휘향의 아들(극중 별명 ‘꾸숑’) 역으로 데뷔했다. 이 작품에서 보인 거친 이미지는 한동안 최민식의 상징이 될 것이라 여겨졌으나 이후 변신을 시도해 ‘거칠기는 한데 덜 떨어진 동네 날건달 아저씨’로 이미지를 만들었다. 또 폐인스러운 몰골까지도 넘나들면서 점차 사람들의 머릿속에 반항적인 ‘꾸숑’의 모습을 서서히 지우는 데 성공했다.
 
 
94년 MBC드라마 <서울의 달>에서는 상경해 해맑게 생활하는 순박한 시골총각 박춘섭 역할을 맡아 김홍식(한석규)과 함께 2류를 꿈꾸는 3류 인생 연기를 펼쳤다. 이때 찍은 전설적인 광고가 바로 운지천이다. 그리고 다음해인 95년에 MBC에서 방영한 <제4공화국>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역할을 연기했다. 96년엔 드라마 <그들의 포옹> 촬영 중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연기를 쉬기도 했다. 당시 부상 후유증으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모든 캐릭터
소화 가능
 

이후 97년 영화 <넘버 3>를 통해 스크린에 정식 데뷔해 깡패보다 더 깡패 같은 3류 검사 마동팔 역으로 다시 돌아와 그 다음해인 1998년,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에서 그의 특기인 어수룩한 삼촌 역을 맡았다. 그리고 <서울의 달>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한석규와 함께 강제규 감독의 <쉬리>에 최종보스인 북한 특수 8군단 박무영 소좌 역할로 등장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서울의 달>에서 맡은 순박하고 부지런한 청년의 느낌이었던 최민식은 이 영화로 그동안 주목을 받아온 주연 한석규를 넘어 큰 관심을 받게 됐다. 그는 조연급 캐릭터에서 순식간에 주연을 넘어, 그해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95년 <태백산맥>으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김갑수에 이은 두 번째였다. 그리고 같은 해에 개봉한 <해피엔드>에서 무력한 중년남자의 모습을 연기했다.
 
2001년 <파이란>에선 지방 삼류 건달 똘마니인 이강재 역을 맡아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최민식은 그해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2002년 <취화선>에선 오원 장승업 역을 맡아 혼란스런 자아를 갖고 있는 화가로 등장해 “야! 이 개자식들아!”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그리고 최민식의 사진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퍼져 ‘짤방(사진)’이라는 신조어로 강림하기도 했다.
 
2003년 <올드보이>에서는 오대수 역을 맡아 복수에 굶주린 짐승 같은 연기를 펼치며 남우주연상으로 그랜드 슬램에 올랐다. 당시 군만두를 보면 최민식이 떠오를 정도로 <올드보이>의 파급력이 대단했다. 이후 2010년 <악마를 보았다>에선 잔인무도한 연쇄살인범 역을 맡아 소름돋는 연기를 펼쳐 감독들이 수여하는 디렉터스 컷 어줘즈 시상식에서 남자주연상을 받았다.

영화계 이끈
천의 얼굴
 

사실 <명량> 이전까지 최민식에게 1000만 영화는 없었다. 그러나 매 작품마다 스크린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하며 폭풍 연기력을 선보였다. <신세계>의 베테랑 형사 강과장, <범죄와의 전쟁>의 반달(민간인도 건달도 아닌)  최익현, <악마를 보았다>의 연쇄살인마까지 다양한 작품 속에서 늘 강렬한 캐릭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금의 한국영화계를 이끈 주역 중 하나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때 최민식은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해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옥관 문화훈장을 반납하며 항의의 뜻을 보여 주목을 받았었다. 또한 최민식은 영화계 인사들과의 친분 관계가 좋은 편으로 알려진다. 
 
 
<khlee@ilyosisa.co.kr>
 

[최민식 대표작]
 
<넘버 3>(1997)
<조용한 가족>(1998)
<쉬리>(1999)
<해피엔드>(1999)
<파이란>(2001)
<취화선>(2002)
<올드보이>(2003)
<꽃피는 봄이 오면>(2004)
<친절한 금자씨>(2005)
<주먹이 운다>(2005)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2009)
<악마를 보았다>(2010)
<범죄와의 전쟁>(2011)
<신세계>(2012)
<명량>(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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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