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믿고 보는 '국민배우' 최민식

12척 배로…한국 영화사 다시 썼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한국영화 최초로 영화 <명량>이 개봉 18일 만에 관객 수 1500만을 돌파하면서 과거 1362만명을 기록해 5년간 역대 흥행 1위 자리를 수성했던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를 누르고 한국영화사에 새 역사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명량>의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대중들이 이토록 명장 이순신에 열광한 것은 리더십이 부재한 작금의 현실이 한몫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흥행 뒤엔 배우 최민식(52)의 열연이 주요했다.

 
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명량대첩’을 그린 영화 <명량>이 개봉 18일 만에 관객 수 1500만을 돌파하면서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난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명량>의 누적 관객 수는 1528만9623명으로 나타났다.

거침없는
무적 거북선
 
<명량> 1000만 돌파 이후 김한민 감독은 “지금 시대에 우리에게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몸소 찾아주시는 걸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감독으로서 큰 떨림과 큰 감사함이 앞선다”며 “다시 한 번 노고를 마다하지 않아준 스태프와 배우들, 그리고 이 영화를 사랑해주신 관객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배우 최민식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용기와 신념, 그리고 그 분께서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공감해주신 관객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예상치보다 훨씬 높은 1500만을 돌파하자 최민식은 “너무 과분하다. 정말 실감이 안 난다.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다”며 “딱 한 가지, 내가 하는 일로서 물론 영화에 대한 호불호와 평가는 나뉘지만 <명량>이 남긴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긍정적 기능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대중들이 내가 볼 수 있는 영화가 극장에 상영하고 있구나 하는 걸 느끼는 것 같다. 세대를 아우르는, 과거 역사 속 승리의 한 순간을 우리가 그래도 지금 곱씹어 보면서 쾌감을 느끼고 반성하고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영화의 긍정적 기운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명량>의 신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40대 주도에서 20∼30대 젊은 층의 호응까지 끌어내며 기록에 기록을 거듭하며 일각에서는 <명량>이 관객 수 1500만을 넘어 2000만까지 갈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는다. 이처럼 한 순간에 꿈의 영화가 돼버린 영화의 흥행엔 최민식의 역할이 주요했다.
 
그는 이순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난중일기>를 꺼내들어 작품에 몰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이순신 장군 역할에 대한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중심을 잃지 않고 이순신역을 지탱했다. 노력이 곧 영화 흥행과 이어졌고, 결국 생에 최초 ‘1000만 배우’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리더십 부재 현실에 민심 흔든 영웅 연기
관객 수 1500만 돌파…끝나지 않은 신기록
 
지난 20일엔 최민식의 할리우드 데뷔작 <루시>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뤽 베송 감독은 최민식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재능이다. 존경했던 배우고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다. 거절했더라면 내가 죽였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배우를 선택했을 것이다”라는 살벌한 농담과 함께 그를 칭찬했다. 그러자 최민식은 “이 작품을, 살기 위해 출연했다”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섭외를 받고 ‘한길을 꾸준히 가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출연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하며 할리우드 진출 소감을 전했다.
 
언어적 장벽에 대한 질문에 최민식은 “언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위협적인 감정으로 대사를 했을 때 상대 배우가 잘 받아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말은 안 통해도 교감을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짜릿했다”고 답했다. 최민식은 100% 한국어로 악역을 소화했다. 최민식은 뤽 베송 감독과 작업을 진행하면서 영화 현장과 영화인은 똑같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전했다. 약간의 온도차는 있지만 프로페셔널한 건 비슷했다는 것이었다. 
 
최민식의 할리우드 데뷔작 <루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주인공 루시(스칼렛 요한슨 분)가 어느 날 우연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두뇌와 육체를 완벽하게 컨트롤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민식은 이순신을 벗고 다시 악당 미스터장 역을 소화했다. <명량>의 상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루시>가 바통을 이어 받은 것이다. <루시>는 이미 북미 박스오피스 1위와 더불어 극장 수입 1억 달러를 돌파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북미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최민식은 <루시>를 올 추석 한국에서 선보인다. <명량>에 이어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할리우드 진출
노력의 결실
 
이날 최민식은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아이스버킷챌린지(루게릭병 환자 돕기 캠페인)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에 “준수야 루시 홍보하다가 좋은 일에 동참한다! 고맙다! 루게릭 환자 돕기 챌린지! 다음 지목은 김한민 감독, 조진웅, 류승룡, 정재야 경구야 동참해라”란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 최민식은 욕실에서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 있다.
 
최민식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가 상업영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얼마 안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출연한 작품은 <신세계>(2013) <범죄와의 전쟁>(2012) <마당을 나온 암탉>(2011) <악마를 보았다>(2010)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2009) <주먹이 운다>(2005) <친절한 금자씨>(2005) <꽃피는 봄이 오면>(2004) <올드보이>(2003) <취화선>(2002) <파이란>(2001) <해피엔드>(1999) <쉬리>(1999) <조용한 가족>(1998) <넘버3>(1997) 등이다. 최민식은 박찬욱 감독 영화에 자주 출연해왔다. 그러다 <악마를 보았다>를 시작으로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명량> 등 상업영화를 선택했다.
 
‘최민식’ 하면 자동적으로 영화 <올드보이>가 연상된다. 2002년 개봉한 <올드보이>는 기존 스릴러들과는 달리 충격적인 반전으로 당시 파란을 일으켰다. ‘군만두’로 관객 수 330만명을 동원했다. 이후 <친절한 금자씨>는 311만명, <신세계>는 468만명, <범죄와의 전쟁>은 472만명을 기록했다.
 
‘명불허전’ 이제는 할리우드 스타
최민식 신드롬 어디까지 이어지나
 
최민식은 한때 연출에 뜻을 뒀으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배우를 꿈꿨다.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그는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며 후배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최민식의 연기생활은 단역을 맛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젊은 배우들이 자신의 재능을 한껏 살리는 작품으로 유명했던 연극 <에쿠우스>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재학 중 박종원 감독의 데뷔작 <구로 아리랑>(1989)에 단역으로 출연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연극계에 뛰어들어 연극배우 생활을 했다. 영화나 TV에서는 낯선 얼굴이었지만 연극계에서는 잔뼈가 굵었다.
 
이후 1989년 KBS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휘향의 아들(극중 별명 ‘꾸숑’) 역으로 데뷔했다. 이 작품에서 보인 거친 이미지는 한동안 최민식의 상징이 될 것이라 여겨졌으나 이후 변신을 시도해 ‘거칠기는 한데 덜 떨어진 동네 날건달 아저씨’로 이미지를 만들었다. 또 폐인스러운 몰골까지도 넘나들면서 점차 사람들의 머릿속에 반항적인 ‘꾸숑’의 모습을 서서히 지우는 데 성공했다.
 
 
94년 MBC드라마 <서울의 달>에서는 상경해 해맑게 생활하는 순박한 시골총각 박춘섭 역할을 맡아 김홍식(한석규)과 함께 2류를 꿈꾸는 3류 인생 연기를 펼쳤다. 이때 찍은 전설적인 광고가 바로 운지천이다. 그리고 다음해인 95년에 MBC에서 방영한 <제4공화국>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역할을 연기했다. 96년엔 드라마 <그들의 포옹> 촬영 중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연기를 쉬기도 했다. 당시 부상 후유증으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모든 캐릭터
소화 가능
 
이후 97년 영화 <넘버 3>를 통해 스크린에 정식 데뷔해 깡패보다 더 깡패 같은 3류 검사 마동팔 역으로 다시 돌아와 그 다음해인 1998년,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에서 그의 특기인 어수룩한 삼촌 역을 맡았다. 그리고 <서울의 달>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한석규와 함께 강제규 감독의 <쉬리>에 최종보스인 북한 특수 8군단 박무영 소좌 역할로 등장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서울의 달>에서 맡은 순박하고 부지런한 청년의 느낌이었던 최민식은 이 영화로 그동안 주목을 받아온 주연 한석규를 넘어 큰 관심을 받게 됐다. 그는 조연급 캐릭터에서 순식간에 주연을 넘어, 그해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95년 <태백산맥>으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김갑수에 이은 두 번째였다. 그리고 같은 해에 개봉한 <해피엔드>에서 무력한 중년남자의 모습을 연기했다.
 
2001년 <파이란>에선 지방 삼류 건달 똘마니인 이강재 역을 맡아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최민식은 그해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2002년 <취화선>에선 오원 장승업 역을 맡아 혼란스런 자아를 갖고 있는 화가로 등장해 “야! 이 개자식들아!”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그리고 최민식의 사진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퍼져 ‘짤방(사진)’이라는 신조어로 강림하기도 했다.
 
2003년 <올드보이>에서는 오대수 역을 맡아 복수에 굶주린 짐승 같은 연기를 펼치며 남우주연상으로 그랜드 슬램에 올랐다. 당시 군만두를 보면 최민식이 떠오를 정도로 <올드보이>의 파급력이 대단했다. 이후 2010년 <악마를 보았다>에선 잔인무도한 연쇄살인범 역을 맡아 소름돋는 연기를 펼쳐 감독들이 수여하는 디렉터스 컷 어줘즈 시상식에서 남자주연상을 받았다.

영화계 이끈
천의 얼굴
 
사실 <명량> 이전까지 최민식에게 1000만 영화는 없었다. 그러나 매 작품마다 스크린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하며 폭풍 연기력을 선보였다. <신세계>의 베테랑 형사 강과장, <범죄와의 전쟁>의 반달(민간인도 건달도 아닌)  최익현, <악마를 보았다>의 연쇄살인마까지 다양한 작품 속에서 늘 강렬한 캐릭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금의 한국영화계를 이끈 주역 중 하나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때 최민식은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해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옥관 문화훈장을 반납하며 항의의 뜻을 보여 주목을 받았었다. 또한 최민식은 영화계 인사들과의 친분 관계가 좋은 편으로 알려진다. 
 
 
<khlee@ilyosisa.co.kr>
 

[최민식 대표작]
 
<넘버 3>(1997)
<조용한 가족>(1998)
<쉬리>(1999)
<해피엔드>(1999)
<파이란>(2001)
<취화선>(2002)
<올드보이>(2003)
<꽃피는 봄이 오면>(2004)
<친절한 금자씨>(2005)
<주먹이 운다>(2005)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2009)
<악마를 보았다>(2010)
<범죄와의 전쟁>(2011)
<신세계>(2012)
<명량>(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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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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