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 ‘캐시백 사기’ 전말

직원이 사기 치는데…지점은 알고도 모른 척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롯데하이마트 우수판매직원이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기 행위를 벌이다가 경찰에 자수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만 30여명, 피해액은 6억원에 이른다. 물건 값의 15%를 캐시백 해주겠다며 고객들에게 접근했다는데 사기 수법이 기상천외하다. 여기에 해당 지점이 직원의 사기 행각을 눈감아 줬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TV만 틀면 나오는 롯데하이마트 광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전자제품 살 때는? 하이마트!'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하이마트 매장들은 경쟁력 있는 가격과 다양한 종류의 전자제품, 가정용 전자기기를 제공하는 '원스톱' 쇼핑을 제공하면서 설립 이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여기에 2012년 7월 롯데쇼핑에서 하이마트를 인수하고 같은 해 12월 롯데그룹에 편입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2014년 7월 현재 전국에 420곳의 매장이 있으며, 종업원은 계약직 419명을 포함해 3878명(2013년 12월31일 기준)에 이른다.

직원들 편법 동원

매장도 직원도 많다 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그 중 각 매장 내 판매사원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세일즈마스터'라고 불리는 전문상담원이 그들이다. 세일즈마스터는 풍부한 상품지식과 친절 마인드를 갖춘 유통 전문인력이다. 우수사원으로 선정되면 회사로부터 표창을 받고 각종 인센티브를 챙기는 등 돌아오는 혜택이 다양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직원들은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진열상품을 새 제품인양 팔기도 하고 전시제품을 샀는데 중고품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7월3일 드러난 롯데하이마트 상인네거리점 우수판매사원 캐시백 사기사건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이날 상인네거리점 전 판매사원 이모씨는 대구 달서구 경찰서에 자수하고 구속수감됐다. 고객 돈 수억원을 횡령했다는 것. 롯데하이마트 상인네거리점에서 PC코너를 담당하던 이씨는 작년 11월부터 최근까지 고객 30여명에게 물품대금을 미리 현금으로 주거나 자신의 계좌에 송금하면 원금과 함께 일정 금액을 캐시백 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 고객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물건값 15% 되돌려준다고 고객들에 접근
미리 송금 받는 방식으로 수억원 빼돌려

대구에 사는 A씨는 지난 3월 말경 롯데하이마트 상인네거리점에서 이씨에게 김치냉장고와 에어컨을 구입했다. 카드결제를 마친 뒤 이씨가 "TV 두 대 값으로 현금 1000만원을 결제하면 회사에서 매달 25만원씩 6번의 캐시백을 주는 행사가 있다"며 A씨에 접근했다. 이씨는 "캐시백을 다 받은 후 물건을 안 받은 상태에서 취소를 하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150만원가량을 돌려받으면 김치냉장고와 에어컨을 더 저렴하게 구입하게 되는 셈이라고 생각한 A씨는 이씨와 롯데하이마트를 믿고 현금 1000만원을 이씨의 계좌로 입금했다. 이후 4월과 5월, 롯데하이마트 명의로 현금 25만원이 입금됐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던 A씨도 돈이 입금되자 이씨를 완전히 믿었다.

문제는 세 번째 돈이 들어오기로 한 6월말 발생했다. 입금이 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A씨는 이씨에게 전화해 따졌고 이씨는 "사정이 생겼다"며 A씨의 집으로 찾아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상한 마음에 A씨는 롯데하이마트 상인네거리점을 찾았지만 이씨는 지난 6월28일 이미 퇴사하고 잠적한 상황. 그리고 7월3일 이씨가 경찰에 자수하면서 사기 행각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우수판매 직원이
고객돈 들고튀어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피해자가 A씨 한 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드러난 피해자만 약 30여명, 피해액은 6억여원이다. 이씨는 지난 2011년 롯데하이마트 서남시장점에서 근무할 당시에도 비슷한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서남시장점에서 2건의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


하지만 피해액은 20만원 선. 소액인 데다가 이씨가 고객에게 피해금액을 돌려줘 회사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은 것으로 마무리됐다. 순환근무를 하는 롯데하이마트의 특성상 지난해 12월 상인네거리점으로 근무지를 옮겨 다시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고객 돈을 야금야금 횡령하던 이씨가 경찰에 자수하게 된 계기는 뭘까? 답은 이씨가 끝까지 치밀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범행 초기 이씨의 수법은 치밀했다. 이씨는 롯데하이마트에서 전자제품을 판매하면서 대금을 결제하고 영수증을 발행하고 고객에게 물품을 발송하는 것까지 완벽하게 처리하면서 지점의 의심을 피했다. 캐시백은 인터넷 뱅킹을 통해 입금자 명을 '하이마트'로 입력하고 한두 달 정상적으로 대금을 입금하면서 고객을 안심시켰다.

전자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만 범행을 벌이던 이씨는 제품 거래와 상관없는 고객들에게도 마수를 뻗치기 시작했다. 고객들에게 요구하는 금액도 100만원 선에서 1000만원 선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이씨의 수상한 행각을 의심하는 고객도 늘어났다. 그런 고객들은 원금을 돌려주는 선에서 무마했다. 하지만 돌려막기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피해액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자 스스로 경찰에 출두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회사는 범행 인지

이씨가 근무했던 2개의 지점에서 이씨의 범행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롯데하이마트의 허술한 직원 관리가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직원 개인 비리라는 것.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도박에 손을 댄 이씨가 빚을 갚기 위해 고객 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판매·수금 과정에서 문제가 없어 지점에서 사전 파악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씨가 롯데하이마트 직원으로 있으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며 "경찰 조사결과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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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