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중소기업 ‘10년 특허전쟁’ 막후

갑은 말로만 상생 을은 외로운 투쟁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LG유플러스가 요즘 들어 부쩍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외치고 있다. 그 이면에서 목 놓아 울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이 있다. 서오텔레콤 사장 김성수씨다. 그는 10년 동안 LG유플러스와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집도 절도 다 잃은 다윗과 끄떡없는 골리앗의 악연을 들여다봤다.

서울시 석촌동 동양빌딩 2층, 김성수 서오텔레콤 사장의 사무실이다. 김 사장의 하루 일과는 정신없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소송 서류를 검토한다. 10년을 이어온 특허 분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다. 상대는 LG유플러스(이하 LG유플)다. 그는 LG유플의 숨겨진 얼굴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나홀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거대한 기업 앞에서 김 사장의 절규는 희미해지고 눈물은 말라간다.

특허 심판청구
기각·각하 반복

김 사장은 한마디로 잘 나가는 중소기업인이었다. 성폭력 피해가족의 한 사람으로써 2000년 8월 서오텔레콤을 설립하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막고자 휴대전화 비상호출 시스템을 개발, 특허등록을 마쳤다. 2002년 10월에는 중국 보천그룹과 조명램프를 가지는 휴대용 무선전화기 공급을 체결했고, 기술라이센스 및 모듈 공급계약도 이끌어 냈다.

2003년에는 KAIST 전자정부 연구센터와 건강보험 시스템 IC카드 사업 컨소시엄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7월에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위치제공과 그 방법에 대한 기술을 15개국에서 특허 출원했다.

김 사장과 그의 직원들은 정말 미친 듯 일했다. 중소기업이 갖는 한계를 다양한 국내외 협력 활동으로 극복해 냈다. 한 장의 카드 속에 150종의 각기 다른 카드 기능을 탑재한 화상데이터 칩 카드를 개발했고 국민건강보험증 전산카드(스마트카드)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김 사장은 제4회 산업협력대회에서 산업포장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도 잠시, 2004년 1월 LG유플(당시 LG텔레콤)이 긴급호출 버튼 기능을 갖춘 '알라딘'휴대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사실상 끝났다. 알라딘 서비스는 위급·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휴대폰 측면의 긴급 버튼을 누르면 현재 상황이 연속 촬영되고 곧바로 저장된 보호자 등 3명의 휴대전화로 자동으로 위치가 전송되는 것과 동시에 통화가 이뤄지는 '보디가드' 역할을 수행한다.

알라딘은 서오텔레콤이 개발한 비상호출시스템과 매우 유사했다. ▲측면에 설치된 단일의 비상 키 버튼 ▲비상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메모리 수단 ▲비상모드 실행단계 ▲1단계 호접속 유지 상태 ▲도청모드 실행 단계 등이다.

알라딘 서비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언론기사를 살펴보면 LG유플 관계자는 "알라딘폰이 상대적으로 고가인데도 최근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일부 지역에서는 예약해야 살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서오텔레콤의 사세는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3년 동안 수억의 개발비를 투자해 연구한 기술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LG유플 측은 "이미 개발됐던 그룹콜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서오텔레콤 기술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일축했다. 이때부터 김 사장은 외로운 투쟁의 길로 들어섰다.

"극히 상식적이고 초보적인 기술마저 힘의 논리로 짓밟아 버리더군요. 이대로라면 그동안 밤을 세워가며 개발해 놓은 173건의 특허와 31개 국가에 출원 등록 및 공개중인 18건의 원천 기술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 뜬 사람 코 베어간 대기업의 횡포와 부도덕성을 세상에 알리기로 했습니다."

휴대폰 비상호출 시스템 두고 소유권 소송
"믿었는데…" 공동사업 협의 중 다시 돌변

서오텔레콤은 2004년 4월 LG유플을 상대로 특허침해 고소를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자 LG유플은 서오텔레콤을 상대로 특허 무효소송에 돌입했다. 무효소송에 대해 대법원은 서오텔레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서오텔레콤이 제기한 권리범위확인 심판청구와 특허법위반 고소사건,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지난 10년간 번번이 기각되거나 불기소 결정됐다.

하루하루를 절망 속에 보내던 김 사장에게 한 줄기 빛이 찾아온 것은 지난해 3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기술검토의견서가 도착하면서다. 연구원의 선임연구원은 김 사장이 보낸 '기술검증 요청 민원'관련에 대한 회신을 통해 LG유플이 서오텔레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내왔다.

의견서를 토대로 김 사장은 지난해 5월 특허법원에 특허권리 범위 확인 재심을 청구했고 6월 서울중앙지검에 LG유플을 득허법위반으로 재고소했다. 2011년 4월 나온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특허침해검토보고서도 의견서 내용을 뒷받침했다. 당시 언론과 업계는 권위 있는 ETRI 의견서가 향후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했다.

기대는 오래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났다. 특허권리 범위 확인 재심은 각하됐고 특허법위반에 대한 재고소는 불기소로 결정이 났다. 선임연구원의 기술검토의견만으로 LG유플이 서오텔레콤 특허기술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불기소 이유다.

김 사장은 즉각 항고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의 불기소 결정에 대한 항고를 고등검찰청에 냈다. 하지만 지난 5월22일 고등검찰청은 "선임연구원의 기술검토의견에 대한 수사검사의 불인정과 특허법원의 재심사유가 없다는 각하판결을 뒤집어 LG가 서오 특허기술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고를 기각했다. 

김 사장이 LG유플과의 법적분쟁에서 잇따라 패소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잘나가던 중소기업
하루 아침에 '쫄딱'

먼저 서오텔레콤이 항고장에 첨부한 LG유플 직원 진술서에는 당시 LG텔레콤과 휴대폰 제조사인 팬택엔큐리텔이 서오텔레콤의 특허기술 침해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진술서를 보면 LG텔레콤 직원 유모씨는 "LG텔레콤이 팬택엔큐리텔에 보낸 이메일을 보고 해당 기술이 서오텔레콤 특허라는 것을 알게 됐다" "특허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말기 구성을 변경하는 안을 제안"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김 사장이 공개한 '2004년 11월17일 LG 법무팀과 1차 미팅내용'에서는 특허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양사의 협의 과정이 나타나 있다. 내용을 보면 LG에 협조 요청을 하기 위해 찾아간 김 사장에게 당시 LG텔레콤 법무팀 노모 부장은 "이제 와서 협력하자고 하면 되겠냐" "협상을 하려면 서오에서 먼저 검찰 고소를 취하해라" "LG에서 (서오의 기술을) 채택할 경우 우리한테는 프리로 해줄 수 있나" 등의 말을 했다.

LG 법무팀 김모 대리는 "우리가 패소하더라도 다른 기업에서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알고 있다" "싸워서 이긴들 LG나 서오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신규제품부터 로열티를 받을 생각인가" 등 협의를 이끌어 내려는 모습이 보였다. 서오텔레콤이 낸 형사고소를 모두 취하하라는 LG유플 측 권유도 등장한다.

석연찮은 재판과정
"말장난 하고 있다"

재판부의 잇따른 기각 판결도 석연치 않다. 특허법원은 지난 5월22일 재심 각하 이유를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특허법원에서 판단이 '잘못'됐다는 주장은 있었으나 판단이 '누락'됐다는 주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의 단서조항에 따르면 '당사자가 상소에 의해 그 사유를 주장했거나 이를 알고도 주장하지 아니한 때에는 재심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이와 같은 재심 각하 이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허법원이 말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누락'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오인' '판단유탈' '심리미진' 등 위법이 명백하다는 것을 분명 적시했습니다. 만약 특허법원이 우리가 첨부한 ETRI 의견서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도 LG가 특허침해를 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렸다면 결과에 수긍했을 겁니다. 지금까지 십여차례 재판이 진행되면서 기각·각하가 반복됐을 뿐 우리 의견이 반영될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서울고등검찰청이 2009년 4월1일 김 사장에게 보낸 불기소 이유 고지서에서도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고지서에서 검찰은 "본건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 친고죄이다. 친고죄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월이 경과할 경우 고소를 할 수가 없다"고 밝힌 뒤 "기록을 살펴보면 고소인은 본건과 동일한 내용으로 이미 2004년 4월9일자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위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지자 피고소인만을 추가해 2008년 9월12일 자로 당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적었다.

이어 "또한 피고소인들은 2008년 1월7일자로 애초 고소인이 특허가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휴대전화 서비스 내용을 변경했으므로 가사 특허권을 침해 했다고 하여도 위 일자를 기해 침해상태가 종국적으로 종료됐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적어도 2008년 7월6일 이전에 고소를 했어야 했다"며 공소권이 없다고 불기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서오텔레콤 측이 LG유플이 2008년 1월27일자로 침해 특허서비스를 변경했다고 반박하자 검찰은 "그렇다고 하더라고 고소장은 적어도 2008년 7월27일 이전에 접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건 고소장은 2008년 9월12일 서울서부지검에 접수됐으므로 실체 판단을 하기 앞서 고소기간이 지난 이후에 접수된 고소사건이므로 공소권없음 의견으로 송치하라는 지위에 따라 불기소(공소권없음) 의견임"이라고 밝혔다.

쟁점은 고소장이 제출된 날짜다. 검찰은 고소장이 2008년 9월12일에 서울서부지검에 접수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서울중앙지검에 2008년 7월21일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이 서울서부지검으로 이첩되면서 날짜가 뒤바뀐 것이다.

ETRI 의견 거부 등 재판 과정에 의혹
10년 넘는 공방에 손실만 약 100억원

"서부지검 박모 검사가 LG측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고소날짜를 허위로 조작해놓고 고소기간이 지났다면 불기소처분을 했습니다. 저는 이에 불복 항고했고 고등검찰 조사결과 박 검사의 고소날짜 조작이 사실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재수사명령까지 내려졌으나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식 수사로 결국 혐의 없음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중소기업진흥원도 특해침해 사건 검토보고서에서 "형사고소사건에서 감사가 고소날짜를 허위 기재하여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게 된 부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음으로써 대·중소 불공정 거래 관행이 개선되고 더 나아가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적었다.

LG유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미 결론난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수차례 민형사상 소송을 거치면서 LG유플러스가 특허 침해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난 상태다"며 "ETRI의 의견은 서오텔레콤의 질의에 대한 선임연구원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알라딘 서비스는 이미 개발되어 공개된 그룹콜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SK, KT 등 경쟁사에서도 생각하던 서비스였다"며 "LG 기술은 휴대전화의 비상버튼을 누르면 비상연락망에 저장된 번호로 전화연결이 바로 되고 서오 기술은 비상연락망에 저장된 번호로 전화가 걸리면 그 전화를 끊고 상대방이 다시 걸어야 연결이 되는 기술로 실질적으로 다른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서오텔레콤이 주장하는 측허기술 사용에 대한 협의는 진행된 적도 없고 LG유플 직원의 진술서도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라며 "서오텔레콤의 주장은 모두 지어낸 얘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끝까지 갈 생각이다. 10년이 넘는 공방을 벌이는 사이 김 사장의 회사와 가정은 폭삭 주저앉았다. 만만치 않은 소송 비용과 직원들 월급을 충당하기 위해 서오텔레콤 소유의 빌딩을 팔았다. '서오'빌딩은 주인이 바뀌어 '동양'빌딩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서오텔레콤은 세입자 신세가 됐다. 힘겹게 마련한 가족의 보금자리도 팔았다. 서오텔레콤이 지난 10년간 입은 손실은 100억원가량이다.

하지만 김 사장은 LG유플에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성폭력 피해가족의 한사람으로 하루 속히 분쟁이 마무리되고 제품이 상용화되길 바랄 뿐이다.

재정신청 접수
"끝까지 간다"

"제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믿지 않았다면 금쪽같은 사옥과 집을 팔지 않았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무모한 투쟁을 하느냐고 반문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제 대기업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의 고리를 끊어내야 우리나라가 IT기술 강국으로 발전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LG유플은 지난해 1월부터 진행한 ▲국산화상생 ▲자금상생 ▲기술상생 ▲수평상생 ▲소통상생 등 '동반성장 5生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중소협력사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동반성장 2014'를 발표했다.

LG유플은 협력사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고 협력사는 LG유플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과 서비스 역량을 제고함으로써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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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