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방선거는 모두 끝났지만 일부 몰지각한 '먹튀 후보'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고용한 선거운동원들의 임금을 떼먹거나, 선거기간 사용한 각종 선거비용을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선거 때마다 매번 되풀이되는 먹튀 후보들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모 후보자의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한 A씨는 지금까지 임금을 받지 못했다. 당초 선거가 끝나면 즉각 입금해주겠다던 약속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해당 후보자와는 현재 연락조차 닿지 않는 상태. A씨는 억울한 마음에 해당 후보자가 속한 정당에 항의전화를 걸어봤지만 '우리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왔다.
끊이지 않는 분쟁
지방선거는 모두 끝났지만 일부 몰지각한 먹튀 후보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선거운동원도 엄연한 근로자지만 대부분 단기간 근로형태를 띄고 있어 4대 보험은 고사하고 근로계약서조차 없이 구두로 채용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다보니 선거가 끝나고 나면 이 같은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후보자가 낙선하더라도 득표율이 15%를 넘으면 선거비용이 전액 보전되지만 문제는 후보자의 득표율이 15%를 넘지 못했을 때다.
사실 각종 선거기간 선거운동원 아르바이트는 일명 '꿀 알바'로 통한다. 선거운동원들은 대개 출퇴근시간 유권자의 통행이 많은 길거리에서 유세지원을 하거나 유권자들에게 홍보전화를 거는 등 단순하고 쉬운 일을 한다.
A씨도 지난 총선 때는 선거 관련 문자발신 아르바이트를 해서 하루 3시간만 근무하고 5만원이나 벌었다. 하지만 편하게 돈을 버는 만큼 리스크도 따르는 것이다.
게다가 후보자가 득표율 15%를 넘겼다고 해서 무조건 임금지급이 되는 것도 아니다.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과거에 한 후보자는 득표율 15%를 넘겨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 받았지만 이전에 더 큰 빚이 있어 보전 받은 선거비용이 은행에서 몽땅 빠져나가버리면서 선거사무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낙선한 후보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다. 실제로 과거 낙선 후보자가 자살하는 바람에 선거운동원들이 돈을 떼이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 초상집에 가서 돈을 내놓으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편하게 돈을 번다고 해서 무작정 선거 관련 일자리만 찾다 보면 선거법에 저촉돼 본의 아니게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최악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당사자들은 억울하다. 선거법에 저촉이 되는 줄도 모르고 그저 시키는 대로 일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 끝나니 선거비용 '나 몰라라'
근로계약서도 없는 노동 사각지대
가장 흔한 사례로 일부 후보들은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면서 암암리에 일당이나 식비 지원을 약속하기도 하는데 자원봉사자가 돈을 받게 되면 '매수죄'에 해당된다. 이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후보자가 급여를 줄 수 있는 선거사무원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인원이 제한되어 있다. 시장예비후보는 사무장을 포함해 3명까지, 도·시의원 예비후보는 사무장을 포함해 2명까지 고용할 수 있다.
후보 등록 후 본 선거운동기간(5월22일부터 14일간)에는 사무장을 포함해 시장후보는 41명, 도의원 후보 11명, 시의원 후보 8명을 각각 선거사무원으로 둘 수 있다. 일당은 사무장 9만원(일비 5만원, 여비 2만원, 식비 2만원)이며 사무원은 7만원(일비 3만원, 여비 2만원, 식비 2만원)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는 한 여대생이 자원봉사자 신분임에도 월급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결국 전과자가 되기도 했다.
반대로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선거가 끝난 후 급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선거가 끝나고 나면 말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자원봉사자들에게는 급여를 지급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나중에 구제를 받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자원봉사자 신분임에도 급여를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본인 또한 처벌을 받는 데다 당선된 후보는 직을 잃게 될수도 있다. 선거사무원 채용 대부분이 구두계약이라는 점을 악용해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선거 관련 업체들도 선거 때면 마냥 특수를 누릴 것 같지만 돈을 떼먹는 후보들이 상당수라 나름의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례로 명함과 홍보물, 현수막 등을 제작하며 선거기간 가장 큰 특수를 누리는 인쇄기획사의 경우 낙선한 후보들 중 상당수가 대금을 떼먹는다고 한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인쇄업체들이 오히려 자금난으로 부도가 나는 황당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될 수 있으면 선금을 받고 일을 착수하려고 하지만 순순히 선금을 주는 경우도 드물다. 일부 후보들은 선금을 요구하면 '내가 15%도 안 나올 것처럼 보이냐'며 오히려 화를 내기도 한다.
적반하장
때문에 득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거나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후보자의 의뢰가 들어오면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 당장 계약을 놓치는 것은 아깝지만 나중에 돈을 떼이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모 유명 광역단체 후보가 이벤트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해당 이벤트업체 관계자는 캠프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후보자의 청렴한 이미지만 믿고 사업을 진행했는데 막상 사업이 끝나고 난 후에는 캠프관계자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나 몰라라 했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이 같은 일은 되풀이되고 있지만 사실 피해금액은 1000만원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송까지 휘말리는 경우는 드물다.
<기사 속 기사> 지방선거 낙선 후보 자 선거가 뭐라고 목숨까지…
6.4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후보가 목을 매 숨지거나 자살을 기도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6일 오전 4시53분 경 강원도 인제군의원 김모(61)씨가 인제군 북면 용대리 자신의 식당 옆 컨테이너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배우자가 발견했다. 재선 군의원인 김씨는 이번 선거에서 3선에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같은 날 오전 6시51분 경에는 서울에서 구의원에 출마했던 50대가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부근 중부고속도로 졸음 쉼터에 주차된 자신의 차안에서 자살을 기도했다가 경찰에 구조됐다.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