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여야 신임 원내대표 맞짱인터뷰 ②새민련 박영선

"나는 합리적 원칙주의자, 여야 경색 우려는 기우"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여야는 지난 8일 의원총회를 통해 각각 이완구 의원과 박영선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시기, 여야의 원내사령탑이 동시에 교체된 것이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여야 원내대표들은 세월호 사태로 성난 민심을 수습하고, 초접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창간 18주년을 맞이한 <일요시사>가 새로 취임한 여야의 원내대표들을 차례로 만나 향후 정국 운영에 관한 나름의 복안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영선 신임 원내대표는 MBC 기자 출신으로 지난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3선 중진의원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후 민주당 정책위의장, 민주당 최고위원, 국회 법사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게다가 이번 원내대표 선출로 헌정 사상 첫 제1야당 여성 원내대표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됐다.

박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평소 강경파로 분류돼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번에 박영선 의원만은 좀 선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였다. 박 원내대표는 또 대표적인 경제민주화론자로 재벌개혁에 앞장 서온 인물이다.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박 원내대표의 원내대표 선출을 막기 위해 새정치연합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까지 벌였다는 후문이다.

반대로 박 원내대표를 '합리적 원칙주의자'로 평가하는 많은 사람들은 새롭게 선출된 그에게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강력한 뚝심과 리더십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여야관계를 회복시켜 나갈 것이란 기대다.

과연 세월호 사태와 6ㆍ4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 구원등판한 박 원내대표는 국회를 정상화시키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다음은 박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먼저 제1야당 원내대표에 선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세월호 참사, 코앞으로 다가온 6ㆍ4지방선거 등 중요한 시기에 원내사령탑을 맡게 되셨는데, 향후 1년간 원내사령탑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나가실 것인지 구상을 말씀해주시지요.
▲ 세월호 참사 이후에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회가 책임감을 가지고 세월호 참사를 주도적으로 해결해나가고, 또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주력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정부는 큰 의미에서 세월호 참사의 가해자이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국회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고가 발생한 4월16일 이전과 이후를 확연하게 구분 지을 수 있는, 국민의 삶과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같은 날 취임하게 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 굉장히 합리적이고 현실감이 있으면서 현명한 판단을 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약속을 지킬 수 있다면 이번에는 달라진 국회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그리고 국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원내대표에게 바라는 점은 국회가 사실 삼권분립의 핵심축인데 그동안의 여당은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일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회는 어쨌거나 청와대와 정부를 견제하는 위치에 놓여있는 곳입니다. 이제는 여당 대표로서 소신있게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을 바라보면서 일을 함께 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강경파라는 정치권의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부에선 박 원내대표께서 취임하심으로 여야 관계가 더욱 경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 저는 강경파라기보다는 원칙을 중요시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제가 합리적 원칙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강경파라고 평가받는 것은 제가 내세우는 주장의 내용이 강경해서가 아니라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소신을 지켰던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론에서 너무 그런 부분만 부각된 면도 있습니다. 제가 원내대표가 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국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 때문에 여야 관계가 경색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대한민국 만들겠다"
"이완구 대표, 청와대 아닌 국민 눈치 봐야"

- 취임 후 가장 먼저 세월호특별법준비위원회(이하 세특위)를 발족시키셨습니다. 세특위의 향후 역할과 목표는 무엇입니까?
▲ 세월호특별법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진상규명이고, 두 번째는 재발방지책이고, 세 번째는 피해자 보상입니다. 우선 진상규명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정부가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을 때 여기에 대한 엄벌을 가할 수 있는 조항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재발방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간을 가지고 치밀하게 앞으로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이루고 싶은 입법 과제들은 무엇입니까?
▲ 첫 번째는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맞이하려면 기업들이 보다 더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글로벌스탠다드 기준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선진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두 번째는 갑의 횡포를 이겨낼 수 있는 을을 위한 법안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선거제도를 바꾸고 싶은데요, 지금의 선거제도는 여당은 청와대 눈치를 봐야 되고, 야당은 계파 수장의 눈치를 봐야 되는데 선거제도를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경선제)로 바꿔서 의정활동만 열심히 하고 공천권은 국민에게 돌려주는 그런 선거제도의 개편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네 번째로는 간첩증거조작사건을 일으킨 국정원와 같은 국가기관들의 기강을 바로잡아 나가고 싶습니다.

- 정권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는 새정치연합에 이번 지방선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지방선거 필승전략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 이번 지방선거는 누가 과연 국민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지키기에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새정치연합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당입니다. 그리고 현정부는 이번 세월호 사태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저는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국민들이 많은 생각을 하실 것이라고 봅니다.

- 끝으로 창간 18주년을 맞이한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일요시사>는 굉장히 긴 역사를 쌓아오면서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일요시사>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요시사>가 보다 우리 사회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어젠더를 많이 개발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울러 <일요시사> 창간 18주년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축하드립니다.

 

<mi737@ilyosisa.co.kr>

 

<박영선 원내대표 프로필>


▲ MBC 보도국 기자
▲ 열린우리당 대변인
▲ 제17, 18, 19대 국회의원
▲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MB새누리정권 부정부패청산국민위원회 위원장
▲ 제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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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