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기획인터뷰> 새누리당 김황식 서울시장 예비후보

"박심 논란? 박원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출마했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사태로 중단됐던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이 재개됐다. 서울시장 선거는 여야의 승패를 가를 지방선거의 꽃이다. 잠시 중단됐던 만큼 경선의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편 이명박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김황식 후보는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박심’ 논란에 불을 지피며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사사건건 대립해온 정치적 라이벌이다. 박심의 실체는 있는 것일까? 그가 꿈꾸는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일요시사>가 새누리당 김황식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른바 박심 논란이 거세다. 정말 박근혜 대통령의 출마 권유가 있었나?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시장이 된 후에도 시민운동가적 행태로 서울시를 분열시키고 있는 박원순 시장 체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적 국정수행을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중심인 수도 서울의 시장이 중앙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만의 서울'을 만들고 있는 분열과 갈등의 서울시장은 안 된다. 풍부한 국정경험이 있고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후보가 서울시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서울시장 출마의 가장 큰 이유다.

- 당초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왔을 때 한동안 출마를 고사했다. 급하게 출마를 결심한 만큼 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 평생을 공직에서 일했고, 2년5개월간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직도 수행했다. 출마 결심이 어려웠지 서울시장에 나서는 것에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까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선거에 출마한 것은 처음이다. 선거를 치러보니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가?
▲ 평생 공직에 몸담았다가 선거를 치러보니 처음에는 낯설기도 하고 다른 후보들의 거친 언행에 '역시 다른 곳은 다른 곳이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인간적 신뢰에 회의를 가지기도 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이것도 모두 저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하고 '하나 되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당원들과 시민들을 바라보며 한길로 매진하겠다.

- 세월호 사건으로 '안전'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박원순 시장 재임 기간 서울시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발생했는데 서울시의 관리 감독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나?
▲ 박원순 시장의 재임기간 동안 여러 안전사고가 발생했는데 서울시의 관리감독 체계도 문제지만 사건들에 대처하는 박 시장의 발언이나 사고방식 자체가 더 큰 문제였다. 노량진 수몰사고나 방화대교 사고 때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자세보다 도급받은 사람들의 책임으로 돌린다거나, 헬기 추락사고 때는 '서울시 관할이 아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로 유가족들에게 두 번 상처를 줬다. 그리고 취임 후 낙하산 인사를 실시했는데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인디밴드 출신 인사를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으로 임명해 곤충전문가가 호랑이 사육사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분열과 갈등의 리더십으로 '그들만의 서울'을 만든 박원순 스타일이 빚어낸 참극들이다.

- 시장에 당선된다면 향후 서울시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 저는 '하나 되는 서울'이라는 큰 시정목표 하에 첫 번째 실천비전으로 '시민이 편안하고 안전한 서울'을 만들겠다고 약속드린다. 서울시에 관한 모든 책임은 시장에게 있다는 자세로 서울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생을 보호하는 시장이 되겠다.

- 서울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당선 후 시행할 제도가 있다면?
▲ 세월호 사건으로 경선이 중단된 기간 동안 서울의 시설 몇 곳을 돌아봤다. 아직도 땜질 공사가 시행되고 있었고, 재난위험시설물 E등급을 받은 곳에서도 사람이 살거나 장사를 하고 있었다. 제가 당선되면 시장 취임 후 6개월 내에 위험재난시설 전수조사 등 필요조치를 하고 무엇보다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대책부터 세우겠다. 사고발생 시에는 빠른 의사결정으로 신속 대응하겠다. 필요한 전문가 풀도 만들겠다.


9회말 역전홈런 변곡점 이미 시작됐다
취임 후 6개월 내 위험시설 전수조사

- 서울시 안전과 관련해서는 김 후보께서 국무총리로 재직하던 기간 최종 건축허가를 낸 제2롯데월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공사 착공 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고, 서울공항을 이착륙하는 군용기의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논란도 계속되고 있는데.
▲ 제2롯데월드의 건축 문제는 공군과 서울시, 정부사이에 많은 논의와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서 결정된 문제다. 활주로의 방향을 어느 정도 틀면 충돌 위험은 없다고 평가해 허가된 것이다. 문제가 제기되면 충분한 논의와 과학적 검증을 거쳐 처리하겠다.

- 김황식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위촉된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이 과거 이명박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명박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 정성진 위원장은 법조계 선배이기도 하지만, 인품이나 경륜에서 존경할 만한 우리 사회의 원로다. 전임대통령 기념사업재단설립을 자제하거나 시기를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쓰신 것으로 안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 우리 사회의 원로가 쓴소리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오히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부든 공과 과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은 역사와 국민이 판단할 문제이지, 총리로서 이명박 대통령을 2년5개월간 보좌한 입장에서 대통령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 경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론조사 결과에서 아직 정몽준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이를 만회할 전략은 무엇인가? 변곡점은 언제라고 생각하나?
▲ 제가 출마를 결심하고 인천공항에 입국하면서 반드시 역전 굿바이 히트를 치겠다고 말씀드렸다. 출발이 늦었고 인지도에 뒤져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게 나왔지만 이미 변곡점은 시작되었다. 누가 가장 박근혜정부와 잘 협력할 수 있는지, 누가 본선에 나가야 가장 경쟁력 있고 박원순 시장을 꺾을 수 있는지 당원들과 새누리 지지자들이 가장 잘 판단하실 것이다.

저는 정치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과 일한 적이 없지만 정부에 있을 때 박 대통령과 여러 정무에서 협력관계를 이루어왔다. 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애쓰던 많은 분들이 제가 대통령과 가장 잘 협력할 후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박 대통령도 이런 생각에 동의하고 계신 것 같다. 당원들과 새누리당 지지자들 사이에 이런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잘 전파되고 있고, 당원들이 저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오르고 있다. 역전굿바이 히트를 칠 기회가 온 것 같다.

- 본선에 올라가면 박원순 시장과 맞대결해야 한다. 보수진영에서는 박 시장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박 시장 본인과 아들의 병역문제인데, 병역문제가 깨끗한 정몽준 후보는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지만 김 후보는 이를 공략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 저는 3번의 인사청문회와 국회본회의 동의를 거친 사람이다. 당연히 병역 문제도 검증을 받았다. 정몽준 후보 측에서 저의 병역문제를 거론한 모양인데, 정몽준 후보는 "국가정보원을 폐지하고 해외정보처로 축소해야 한다"거나 통진당 이석기 제명안에 반대하고, "천안함 사건은 국민의 70%가 믿지 않으니 잊고 덮는 게 어떨까"라고 발언하는 등 정체성과 국가안보관이 투명하지 못한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박원순 시장과의 본선경쟁에서 어느 쪽이 더 큰 문제가 될지 당원들과 시민들께서 현명하게 판단하실 거라 생각한다.

- 박원순 시장의 시정에 대해 평가한다면?
▲ 박 시장이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려 노력한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인구 천만의 글로벌시티 서울을 마치 마을공동체 운영하듯 한 점, 자신과 코드가 맞는 측근들을 기용해 '그들만의 일자리'를 창출한 점, 전임시장의 치적을 부정, 비판만 하다가 선거 때가 다가오니 자기 업적으로 슬그머니 포장해서 내놓고 표를 달라고 하는 것 등은 문제다.


또 뉴타운 출구전략이란 명분 아래 반대 30%의 동의를 얻으면 사업구역해제를 실시할 수 있게 해 주민간의 반목을 야기하고 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 구청장과 함께 재개발 재건축사업의 지원은커녕 각종 규제를 부활하고 인허가를 지연시킴으로서 이자 등 금융비용증가로 시민들에게 막대한 재산손해를 입혔다. 한마디로 박원순 시장은 '분열과 갈등의 리더십'으로 서울을 편 가르기 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 주요 공약으로 '비강남권과 강남권의 격차해소'를 내세웠다. 상대적 역차별을 우려하는 강남주민들도 있는데.
▲ 제가 4차에 걸쳐 발표한 공약들 중 대표적인 것이 강북과 강남 격차 해소다. 강남권의 상업지구 비율은 5.9%에 이르는데 비해 비강남권은 1.2%로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격차가 4.5배에 이른다. 강북지역에 도심형 공항터미널, 호텔, 컨벤션센터 등을 유치해 자본과 사람이 모여들게 하겠다. 저는 이것을 '강북스타일'이라 이름 붙여 보았는데, 강남을 역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활력도가 낮은 강북경제에 투자함으로써 강북과 강남이 함께 발전하고 상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 주요 공약 중 '시청-강남 10분대 지하철 건설'은 기존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사업과 노선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다. 또 이 공약은 '비강남권과 강남권의 격차해소' 공약과 상충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 현재 분당에서 강남역까지 운영되고 있는 신분당선을 서울시청~은평뉴타운까지 연장하고, 시청역~강남역간을 10분대로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4대문 안 도심과 강남권을 10분대로 연결하겠다는 것으로 강남 특혜와는 무관하다. 박원순 시장이 말로만 계획하고 실행하지 못한 것을 중앙정부와 협력하고 민간투자를 끌어들여 조속히 착공하겠다.

장기적으로는 신분당선 북부노선(서울~고양~파주)으로 확대해 통일시대에 대비하겠다. GTX와 중복투자라는 말씀을 하신 모양인데, 지하철보다 세배 이상 빠른 GTX의 '수서~삼성~서울역~연신내' 구간은 신분당선 연장 구간과 전혀 중복되지 않는다. GTX는 삼성~서울역 사이에 정차역이 없는 반면, 신분당선인 강남~시청 간 노선은 정차역이 많고 대부분 기존 지하철 노선과 환승할 수 있는 전혀 다른 체계다.

- 마지막으로 만약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서울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 서울시 발전 비전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다. 제가 열 살 쯤 되었을 때 걸인이 구걸하러 온 적이 있다. 무심코 "어머니, 거지 왔어요" 했더니 어머니는 그 걸인에게 쌀을 한 움큼 쥐어 보내시고는 제 머리를 꽁 쥐어박으며 "앞으로는 손님 오셨다고 해라" 하셨다. 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따뜻하게 대하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가슴에 담고 살아왔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이다. 그러나 인구 천만 글로벌 서울의 지금 모습은 화려하지만은 않다. 서울의 밤을 밝히는 화려한 네온사인 뒤에는 아직도 쪽방에 갇혀서 절망하고 있는 우리 이웃들이 있다. 삶이 버거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송파 세모녀 사건처럼 희망이 아닌 절망의 나날을 보내는 시민들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저는 서울시장이 되면 '소외된 곳 없는 따뜻한 서울'을 만들겠다. 시정의 최우선 목표이자 궁극적 목표는 서울시민의 안전과 행복이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큰 교훈으로 삼아 무엇보다 시민이 안전하고 편안한 가운데 생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파수꾼 시장, 호민관(護民官) 시장이 되겠다.

 

<mi737@ilyosisa.co.kr>

 

<김황식 후보 프로필>

▲ 제14회 사법시험 합격
▲ 서울고등법원 판사
▲ 광주지방법원 법원장
▲ 대법원 대법관
▲ 제21대 감사원 원장
▲ 제41대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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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