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기획인터뷰> 새누리당 김황식 서울시장 예비후보

"박심 논란? 박원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출마했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세월호 사태로 중단됐던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이 재개됐다. 서울시장 선거는 여야의 승패를 가를 지방선거의 꽃이다. 잠시 중단됐던 만큼 경선의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편 이명박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김황식 후보는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 ‘박심’ 논란에 불을 지피며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사사건건 대립해온 정치적 라이벌이다. 박심의 실체는 있는 것일까? 그가 꿈꾸는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일요시사>가 새누리당 김황식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른바 박심 논란이 거세다. 정말 박근혜 대통령의 출마 권유가 있었나?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시장이 된 후에도 시민운동가적 행태로 서울시를 분열시키고 있는 박원순 시장 체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적 국정수행을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중심인 수도 서울의 시장이 중앙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만의 서울'을 만들고 있는 분열과 갈등의 서울시장은 안 된다. 풍부한 국정경험이 있고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후보가 서울시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서울시장 출마의 가장 큰 이유다.

- 당초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왔을 때 한동안 출마를 고사했다. 급하게 출마를 결심한 만큼 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 평생을 공직에서 일했고, 2년5개월간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직도 수행했다. 출마 결심이 어려웠지 서울시장에 나서는 것에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까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선거에 출마한 것은 처음이다. 선거를 치러보니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가?
▲ 평생 공직에 몸담았다가 선거를 치러보니 처음에는 낯설기도 하고 다른 후보들의 거친 언행에 '역시 다른 곳은 다른 곳이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인간적 신뢰에 회의를 가지기도 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이것도 모두 저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하고 '하나 되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당원들과 시민들을 바라보며 한길로 매진하겠다.

- 세월호 사건으로 '안전'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박원순 시장 재임 기간 서울시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발생했는데 서울시의 관리 감독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나?
▲ 박원순 시장의 재임기간 동안 여러 안전사고가 발생했는데 서울시의 관리감독 체계도 문제지만 사건들에 대처하는 박 시장의 발언이나 사고방식 자체가 더 큰 문제였다. 노량진 수몰사고나 방화대교 사고 때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자세보다 도급받은 사람들의 책임으로 돌린다거나, 헬기 추락사고 때는 '서울시 관할이 아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로 유가족들에게 두 번 상처를 줬다. 그리고 취임 후 낙하산 인사를 실시했는데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인디밴드 출신 인사를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으로 임명해 곤충전문가가 호랑이 사육사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분열과 갈등의 리더십으로 '그들만의 서울'을 만든 박원순 스타일이 빚어낸 참극들이다.

- 시장에 당선된다면 향후 서울시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 저는 '하나 되는 서울'이라는 큰 시정목표 하에 첫 번째 실천비전으로 '시민이 편안하고 안전한 서울'을 만들겠다고 약속드린다. 서울시에 관한 모든 책임은 시장에게 있다는 자세로 서울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생을 보호하는 시장이 되겠다.

- 서울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당선 후 시행할 제도가 있다면?
▲ 세월호 사건으로 경선이 중단된 기간 동안 서울의 시설 몇 곳을 돌아봤다. 아직도 땜질 공사가 시행되고 있었고, 재난위험시설물 E등급을 받은 곳에서도 사람이 살거나 장사를 하고 있었다. 제가 당선되면 시장 취임 후 6개월 내에 위험재난시설 전수조사 등 필요조치를 하고 무엇보다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대책부터 세우겠다. 사고발생 시에는 빠른 의사결정으로 신속 대응하겠다. 필요한 전문가 풀도 만들겠다.


9회말 역전홈런 변곡점 이미 시작됐다
취임 후 6개월 내 위험시설 전수조사

- 서울시 안전과 관련해서는 김 후보께서 국무총리로 재직하던 기간 최종 건축허가를 낸 제2롯데월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공사 착공 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고, 서울공항을 이착륙하는 군용기의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논란도 계속되고 있는데.
▲ 제2롯데월드의 건축 문제는 공군과 서울시, 정부사이에 많은 논의와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서 결정된 문제다. 활주로의 방향을 어느 정도 틀면 충돌 위험은 없다고 평가해 허가된 것이다. 문제가 제기되면 충분한 논의와 과학적 검증을 거쳐 처리하겠다.

- 김황식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위촉된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이 과거 이명박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명박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 정성진 위원장은 법조계 선배이기도 하지만, 인품이나 경륜에서 존경할 만한 우리 사회의 원로다. 전임대통령 기념사업재단설립을 자제하거나 시기를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쓰신 것으로 안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 우리 사회의 원로가 쓴소리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오히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부든 공과 과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은 역사와 국민이 판단할 문제이지, 총리로서 이명박 대통령을 2년5개월간 보좌한 입장에서 대통령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 경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론조사 결과에서 아직 정몽준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이를 만회할 전략은 무엇인가? 변곡점은 언제라고 생각하나?
▲ 제가 출마를 결심하고 인천공항에 입국하면서 반드시 역전 굿바이 히트를 치겠다고 말씀드렸다. 출발이 늦었고 인지도에 뒤져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게 나왔지만 이미 변곡점은 시작되었다. 누가 가장 박근혜정부와 잘 협력할 수 있는지, 누가 본선에 나가야 가장 경쟁력 있고 박원순 시장을 꺾을 수 있는지 당원들과 새누리 지지자들이 가장 잘 판단하실 것이다.

저는 정치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과 일한 적이 없지만 정부에 있을 때 박 대통령과 여러 정무에서 협력관계를 이루어왔다. 박 대통령을 만드는 데 애쓰던 많은 분들이 제가 대통령과 가장 잘 협력할 후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박 대통령도 이런 생각에 동의하고 계신 것 같다. 당원들과 새누리당 지지자들 사이에 이런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잘 전파되고 있고, 당원들이 저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오르고 있다. 역전굿바이 히트를 칠 기회가 온 것 같다.

- 본선에 올라가면 박원순 시장과 맞대결해야 한다. 보수진영에서는 박 시장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박 시장 본인과 아들의 병역문제인데, 병역문제가 깨끗한 정몽준 후보는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지만 김 후보는 이를 공략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 저는 3번의 인사청문회와 국회본회의 동의를 거친 사람이다. 당연히 병역 문제도 검증을 받았다. 정몽준 후보 측에서 저의 병역문제를 거론한 모양인데, 정몽준 후보는 "국가정보원을 폐지하고 해외정보처로 축소해야 한다"거나 통진당 이석기 제명안에 반대하고, "천안함 사건은 국민의 70%가 믿지 않으니 잊고 덮는 게 어떨까"라고 발언하는 등 정체성과 국가안보관이 투명하지 못한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박원순 시장과의 본선경쟁에서 어느 쪽이 더 큰 문제가 될지 당원들과 시민들께서 현명하게 판단하실 거라 생각한다.

- 박원순 시장의 시정에 대해 평가한다면?
▲ 박 시장이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려 노력한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인구 천만의 글로벌시티 서울을 마치 마을공동체 운영하듯 한 점, 자신과 코드가 맞는 측근들을 기용해 '그들만의 일자리'를 창출한 점, 전임시장의 치적을 부정, 비판만 하다가 선거 때가 다가오니 자기 업적으로 슬그머니 포장해서 내놓고 표를 달라고 하는 것 등은 문제다.


또 뉴타운 출구전략이란 명분 아래 반대 30%의 동의를 얻으면 사업구역해제를 실시할 수 있게 해 주민간의 반목을 야기하고 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 구청장과 함께 재개발 재건축사업의 지원은커녕 각종 규제를 부활하고 인허가를 지연시킴으로서 이자 등 금융비용증가로 시민들에게 막대한 재산손해를 입혔다. 한마디로 박원순 시장은 '분열과 갈등의 리더십'으로 서울을 편 가르기 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 주요 공약으로 '비강남권과 강남권의 격차해소'를 내세웠다. 상대적 역차별을 우려하는 강남주민들도 있는데.
▲ 제가 4차에 걸쳐 발표한 공약들 중 대표적인 것이 강북과 강남 격차 해소다. 강남권의 상업지구 비율은 5.9%에 이르는데 비해 비강남권은 1.2%로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격차가 4.5배에 이른다. 강북지역에 도심형 공항터미널, 호텔, 컨벤션센터 등을 유치해 자본과 사람이 모여들게 하겠다. 저는 이것을 '강북스타일'이라 이름 붙여 보았는데, 강남을 역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활력도가 낮은 강북경제에 투자함으로써 강북과 강남이 함께 발전하고 상생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 주요 공약 중 '시청-강남 10분대 지하철 건설'은 기존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사업과 노선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다. 또 이 공약은 '비강남권과 강남권의 격차해소' 공약과 상충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 현재 분당에서 강남역까지 운영되고 있는 신분당선을 서울시청~은평뉴타운까지 연장하고, 시청역~강남역간을 10분대로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4대문 안 도심과 강남권을 10분대로 연결하겠다는 것으로 강남 특혜와는 무관하다. 박원순 시장이 말로만 계획하고 실행하지 못한 것을 중앙정부와 협력하고 민간투자를 끌어들여 조속히 착공하겠다.

장기적으로는 신분당선 북부노선(서울~고양~파주)으로 확대해 통일시대에 대비하겠다. GTX와 중복투자라는 말씀을 하신 모양인데, 지하철보다 세배 이상 빠른 GTX의 '수서~삼성~서울역~연신내' 구간은 신분당선 연장 구간과 전혀 중복되지 않는다. GTX는 삼성~서울역 사이에 정차역이 없는 반면, 신분당선인 강남~시청 간 노선은 정차역이 많고 대부분 기존 지하철 노선과 환승할 수 있는 전혀 다른 체계다.

- 마지막으로 만약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서울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 서울시 발전 비전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다. 제가 열 살 쯤 되었을 때 걸인이 구걸하러 온 적이 있다. 무심코 "어머니, 거지 왔어요" 했더니 어머니는 그 걸인에게 쌀을 한 움큼 쥐어 보내시고는 제 머리를 꽁 쥐어박으며 "앞으로는 손님 오셨다고 해라" 하셨다. 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따뜻하게 대하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가슴에 담고 살아왔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이다. 그러나 인구 천만 글로벌 서울의 지금 모습은 화려하지만은 않다. 서울의 밤을 밝히는 화려한 네온사인 뒤에는 아직도 쪽방에 갇혀서 절망하고 있는 우리 이웃들이 있다. 삶이 버거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송파 세모녀 사건처럼 희망이 아닌 절망의 나날을 보내는 시민들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저는 서울시장이 되면 '소외된 곳 없는 따뜻한 서울'을 만들겠다. 시정의 최우선 목표이자 궁극적 목표는 서울시민의 안전과 행복이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큰 교훈으로 삼아 무엇보다 시민이 안전하고 편안한 가운데 생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파수꾼 시장, 호민관(護民官) 시장이 되겠다.

 

<mi737@ilyosisa.co.kr>

 

<김황식 후보 프로필>

▲ 제14회 사법시험 합격
▲ 서울고등법원 판사
▲ 광주지방법원 법원장
▲ 대법원 대법관
▲ 제21대 감사원 원장
▲ 제41대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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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