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상조업계 1위인 프리드라이프(구 현대종합상조)가 지난해 기부를 단 한 푼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적이 좋았지만 기부금은 '0원'이었다. 오너인 박헌준 회장은 평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나눔 경영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핵심 경영키워드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도약에 있어서도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불황인 요즘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더욱 빛이 날 수밖에 없다.
'상조 공룡'이 덩칫값을 못하고 있다. 프리드라이프(구 현대종합상조)가 '쥐꼬리 기부'로 빈축을 사고 있다. 상조업계 1위지만 정작 기부금을 내는데 인색하다. 그저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사회적 책임엔 '나몰라라'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1위 맞아?
프리드라이프가 지난해 단 한 푼도 기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프리드라이프는 2013년 기부금이 '0원'이었다.
프리드라이프는 같은 기간 매출 514억원에 순이익 17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전년(417억원)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영업이익은 2012년 적자(-7억원)에서 지난해 흑자(10억원)로 전환했다. 프리드라이프는 지난해 504억원을 영업비용으로 지출했다. 이중 가장 많았던 항목은 지급수수료(138억원)와 행사경비(137억원).
그렇다면 접대·광고비 등은 얼마나 될까. 이를 보면 프리드라이프가 기부에 얼마나 인색했는지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프리드라이프는 지난해 판매촉진비 44억원, 광고선전비 29억원, 접대비 1억원을 썼다. '제로'인 기부금과 대비된다.
사실 프리드라이프는 기부금에 대해 그전에도 인색했었다. 업계 1위란 명성과 어울리지 않게 '쥐꼬리 기부' '조막손 기부'란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프리드라이프는 2012년 15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당시 매출(417억원) 대비 0.004%에 불과한 금액이다. 순이익(204억원)에 대비해도 0.007%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2011년에도 전혀 기부금을 내지 않았다. 그동안 프리드라이프의 기부금 내역은 ▲2006년 253만원 ▲2007년 108만원 ▲2008년 0원 ▲2009년 2129만원 ▲2010년 23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단 한푼도 기부하지 않아 빈축
'조막손 기부' 다른 상조업체들과 비교
프리드라이프의 '0원 기부'는 업계 라이벌인 보람상조와 비교된다. 보람상조는 지난해 보람상조개발과 보람상조라이프, 보람상조리더스 등 3개 법인 명의로 기부금을 냈다. 총 기부액은 8000만원에 이른다. 프리드라이프와 달리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큰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보람상조개발은 지난해 매출 114억원을 올렸지만 각각 39억원, 22억원의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거뒀다. 그런데도 기부금을 3000만원이나 냈다. 보람상조라이프도 매출 139억원에 순이익 5억원을 냈으나 영업손실(35억원)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500만원을 기부했다. 보람상조리더스 역시 매출 58억원에 영업손실 20억원, 순손실 10억원을 기록했지만 기부를 2500만원씩 했다.
업계 3위 재향군인회상조의 경우 지난해 기부금으로 7억1050만원을 지출했다. 재향군인회상조는 당시 매출 114억원에 영업손실 56억원, 순이익 2억원을 거뒀다. 매출의 6%를 선뜻 내놓은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도 어려운 이웃에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비판받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선 돈을 아끼면서도 접대비와 광고비, 배당금은 펑펑 쓰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프리드라이프 측도 할 말은 있다. 단순히 기부액만으로 사회공헌 정도를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장부에 기재된 기부액으로 사회공헌의 폭을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돈으로 때우는 것보다 직접 몸으로 봉사하는 부분이 상당하다"며 "사회공헌 전담 조직을 갖추고 전 임직원이 동참하는 적극적인 참여형 봉사를 더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프리드라이프는 장기적인 전략 수립과 함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8월부터 이주민 지원 NGO인 지구촌사랑나눔과의 협약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장례 의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프리드 장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전달하는가 하면 어려운 이웃들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연탄배달 운동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한 봉사도 아끼지 않고 있다.
그전에도 인색
일각에선 프리드라이프의 '0원 기부'와 박헌준 회장의 비리를 오버랩하는 시선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상조회사는 고객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함부로 쓸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과 달리 박 회장은 회삿돈 13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2010년 11월 구속,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어진 2심에선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결나 형량이 1년6월로 감형됐다.
박 회장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다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은 환송 전 판결과 같은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2012년 5월 출소한 박 회장은 고법 판결 직후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래도 여전히 '지휘봉'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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