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빽한 도시 떠나 ‘청산에 살어리랏다’

뜨는 단독주택 베스트 오브 베스트

수도권 도심형 단독주택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시와 전원생활을 동시에 누리고 싶어 하는 자산가들의 시선이 경기 성남시 서판교 일대 등 강남권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집중되면서 수도권 단독주택지가 재조명 받고 있다.

강남권 접근성 좋은 수도권 도심형 각광
전원생활 누리고 싶다면 판교·용인으로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F동의 228㎡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던 전업주부 김다운(55)씨는 최근 시세보다 저렴한 서판교 단독주택 부지를 매입했다. 대기업 은퇴를 앞둔 남편과 좀 더 쾌적한 주거공간으로 옮기고 싶어서다. 각종 편의시설이 있어 좋은 점도 있지만, 매달 100만원을 넘는 관리비가 부담되고 환기도 좋지 않은 주상복합이 싫증이 나던 터였다.

대지 264㎡에
14억〜15억원

대지 264㎡의 단독 주택지를 사는 데 들어간 비용은 약 10억원가량. 김씨 부부는 세 절감을 염두에 두고 우선 부부 증여를 한 후 공동명의로 소유권을 설정했다. 부부 증여 시 6억원까지 비과세 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단독주택을 짓는 데 건축비용 4억〜5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2층짜리 아담한 단독주택을 다시 짓기로 했다. 마당에는 정원수도 가꿀 계획이다.
얼마 전 국토연구원이 15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30년 뒤 미래에 살고 싶은 집으로 단독주택을 선택한 사람이 41%로 나타났다. 반면 아파트는 29%에 불과했다. 사실 그동안 단독택지는 투자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수도권 주변 단독주택지의 경우 전원생활과 신도시가 주는 편리함까지 동시에 누릴 수 있음에도 소액 투자가 쉽지 않고 투자의 최우선 순위인 환금성이 적었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이 각광받으면서 서판교 단독주택지의 경우 3.3㎡당 1500만원선까지 올랐는데 3.3㎡당 분양가가 800만〜900만원선이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많이 오른 편이다. 서판교는 서울 강남권과 불과 15분 내외에 다다를 수 있는 데다 수도권 남부 최대 단독주택 주거단지로 주변 기반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각 택지도 크지도 작지도 않은 230〜264㎡가 많아 중산층 이상 실수요자들이 많다. 이 택지는 건폐율 50%와 용적률 100%를 적용받는 1종 전용주거지역인데도 수요가 꾸준하다.
서울 근접 단독주택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5월 청약에 들어가는 위례신도시 D2-3 및 D2-4 블록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103필지)도 주목 대상이다. 이 택지는 3.3㎡당 평균 분양가격이 1200만원 수준이어서 개별 택지의 경우 8억9000만〜11억6000만원이면 살 수 있다. 따라서 자산가는 물론 실수요자도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위례신도시 단독주택지는 2년 무이자 조건으로 공급되고, 대금을 조기 완납할 경우 2015년 9월부터 토지 사용이 가능하다.

평당 분양가
800만원→1500만원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있고 기반시설이 갖춰진 단독주택 용지는 분양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용인 흥덕지구, 오산 세교지구, 화성 향남지구, 화성 동탄신도시, 남양주 별내지구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들 지역의 분양가는 주거전용이 3억원대 중반, 점포 겸용 부지가 4억원대다.
단독주택이나 단독택지 투자 시에는 주거전용이냐, 점포겸용이냐를 우선 따져본 후 환금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보유하고 있는 땅을 제값 받고 빨리 팔 수 있느냐를 우선 따지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광역교통망과 선도로 접근성, 전철역 위치 등의 교통환경 등 투자가치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를 우선 점검한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 택지 분양가격과 건축비용 등 총 투자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주거전용 단독주택을 지어 살고 싶다면 장기적 전망을, 점포전용 주택을 지어 임대수익 등을 염두에 둔다면 단기적인 투자 전망을 해야 한다. 다만 단독주택지가 각광받는다고 해도 부동산 침체기에는 정확한 투자 목적과 시기 등을 확고히 한 후에 투자해야 한다. 단독주택의 단점 중 하나는 환금성이 낮다는 점이다. 매각할 때도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 있게 하려면 ‘나만의 개성’만 강조하기보다는 대중적 선호도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단독주택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개인 취향에 맞는 주거 공간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주택은 사생활을 완전히 보호받을 수 없는 반면 단독주택은 주택 형태도 직접 설계와 디자인에 참여함으로써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자 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음으로 체계적인 주택 관리 시스템의 발달이다. 예전의 단독주택은 대체로 집주인이 직접 관리해야 했지만 경비 및 용역 시스템의 발전으로 관리가 용이해졌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단독주택은 지속적인 공급 감소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독주택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가격 상승도 동반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다. 즉 단독주택은 장기적인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고 그에 따라 투자자들의 투자 이동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거전용은 장기적으로
임대수익은 단기적으로

서판교 운중동 월든힐스 공인중개사무소 길창호 대표는 “도심 속 전원생활을 즐기고 싶어 하는 수요로 고급 단독주택 선호도는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판교의 택지가격은 아직까지는 분당이나 일산과 비교해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고 추후 테크노밸리에 입주하는 기업의 임원진들과 강남의 집을 매도한 사람들의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판교신도시를 선호하는데 그중에서도 서판교 단독주택을 손꼽고 있어 가격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단독주택의 핫 플레이스인 서판교는 보통 230〜264㎡가 주를 이루고 있다. 건폐율 50%와 용적율 100%의 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서울 특히 강남과는 불과 10〜15분 이내의 서울인근 최대 주거단지다.
서판교 중 특히 운중동 553번지 일대의 청계산자락은 고급 타운하우스인 월든힐스와 산운마을 7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향의 따스한 볕과 북고남저의 전형적인 배산임수 명당 지역으로 손꼽히는 단독주택지임에 틀림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서판교 단독주택지의 택지시세는 3.3㎡당 1000만〜1500만원 선까지 있다. 건축비는 3.3㎡당 600만〜800만원을 기준으로 건축물이 들어서고 있다.
택지 위치와 주변의 환경을 잘 고려하면 132㎡(구 40평)대의 타운하우스 가격으로 단독주택을 지어 전원생활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조성되고 있는 위례지구는 뛰어난 환경을 자랑하고, 쾌적한 입지가 주는 안락한 전원생활과 신도시가 주는 편리함까지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실수요자들의 많은 관심이 예상된다.

제값에 팔릴까
환금성 최우선

위례신도시는 송파구, 성남시, 하남시 일원에 677만㎡ 규모로 약 4만3000가구를 수용할 계획으로 조성되고 있다. 강남권의 생활과 잘 보전된 자연이 함께하는 것이 특징이다. 환승시설을 통한 지하철과 버스의 효과적인 연계체계가 구축되고 광역교통시설 확충을 통한 수도권 남부 및 강남권 연계교통망이 구축된다. 지구 내 신교통수단도 설치 예정에 있다. 사업지구 중심에 도시축을 형성, 이 축에 따라 신교통수단을 효과적으로 도입해 주상복합, 상업시설, 공원이 입체적으로 연결될 계획이다.
청량산과 탄천을 연결하는 생태순환축, 주거단지와 생태순환축을 연결하는 휴먼링(Human-Ring), 청량산변 생태주거단지가 조성된다. 휴먼링(Human-Ring)을 중심으로 신교통 역사와 연계된 위례의 중심지 트랜짓몰, 공원, 주요 공공시설, 보행자·자전거도로 간 녹색교통 네트워크도 구축된다. 도심 속 전원생활을 누리고자 하는 수요층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도시 최대 노른자위 투자처라는 관심과 아울러 청정입지 프리미엄까지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경기도 하남시 일대 단독주택 용지도 시세가 뛸 가능성이 높은 유력 지역 중 하나다. 인근에 신세계그룹이 짓는 초대형 유통단지 ‘하남유니온스퀘어’가 2015년 문을 연다. 2018년이면 지하철 5호선 연장라인이 이 일대에 개통된다.


강남까지 거리는?
교통 체크 필수

용인 지역의 전원형 단독주택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강남과 가까운 데다 각종 교육, 생활 인프라가 완비된 덕분이다. 용인 처인구에 분양중인 라움빌리지는 용인 구시가지와 불과 1㎞ 거리에 있어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강남까지 차로 40분, 판교·분당까지는 20분이면 진입 가능해 출·퇴근도 편리하다.

경기 양평 지역도 눈여겨볼만하다. 미리내개발은 양평군 월산리 일대에 전원주택 단지 ‘미리내빌리지’를 선착순 분양하고 있다. 이미 30여가구가 입주했으며 10가구가 추가 입주할 예정이다. 대지면적은 450〜1000㎡이며 분양가는 3.3㎡당 89만〜95만원이다.
토지 450㎡ 규모에 132㎡의 주택을 지을 경우 토지구입비와 건축비를 더해 2억5000만〜2억8000만원이 들어간다. 이 단지는 서울 잠실에서 1시간 내로 이동할 수 있고, 차로 10분 거리에 수도권 전철 용문역이 있다. 외부인을 제한하는 게이트형 전원주택단지로, 단지 안에 휴식공간과 골프연습장, 승마장 등이 있다.
경기도 수원 일대에도 단독주택 용지 조성이 활발하다. 최근 한 민간업체가 과거 골프연습장으로 쓰던 용지를 사들여 이목파인힐스 단독주택 용지를 분양하고 있다. 이목중, 동우여고 등 학교와 담장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전원주택 공급면적은 326〜658㎡이며 3.3㎡당 분양가는 370만〜440만원이다. 단지 앞 좌석버스를 타고 30분이면 서울 강남까지 도착할 수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