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중단 '수학여행 잔혹사'

추억 만들러 갔다가…돌아오지 못한 학생들 '왜?'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세월호 침몰 사고 후 수학여행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교육부는 전국의 초·중·고교 1학기 수학여행을 전면 중지하는 방침을 내렸다. 이와 동시에 수학여행 존폐 논란이 한창이다. 수학여행의 운명은 오리무중이다. 그간 단체 이동 중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수학여행의 기록을 되짚어봤다. 
 
최근 3년간 수학여행 중 발생한 사고가 57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실에 따르면 2011∼2013년 각급 학교가 수학여행 중 발생한 사고로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보상받은 건수가 576건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학교가 접수하지 않은 사고까지 고려하면 사고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수학여행 중 일어난 대형 참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죽음 부른
비극적 결말
 
모산 수학여행 참사는 1970년 10월14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모산역(현 배방역) 부근에서 건널목을 건너던 관광버스가 열차에 부딪혀 일어난 사고다. 당시의 사고 버스는 서울 경서중학교 3학년 학생 77여 명을 태우고 현충사에 소풍갔다 귀경하던 도중이었으며, 모산역 북쪽에 위치한 이내건널목을 지나던 중 서울발 장항행 열차에 버스 왼쪽을 들이받힌 채 약 80여 미터 가량 밀려가면서 연료통이 폭발, 불길에 휩싸였다.
 
사고 원인으로는 여행 분위기에 심취한 학생들이 심한 소란을 피움으로서 운전기사의 주위 집중력을 저하시킨 데에서 야기된 혼란으로 운전기사가 경보기 신호를 무시하고 건넜던 점이 결정적이었다. 또한 승차정원 초과, 안전 지도 책임교사가 단 한 명도 승차하지 않았던 것도 원인이었다.
 

당시 사고 장소의 건널목은 경보기만 설치되어 있을 뿐 차단기도 없고 안전 책임관도 없는 3등급 철도 건널목이었다. 자동차 운전자가 주의하기에 부족한 문제점이 있었다. 사고 버스 운전기사도 사망 당시 57세의 고혈압 환자로 장거리 운행에 부적합한 상태임이 드러났다. 설상가상으로 관광버스 운전기사가 음주 운전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 사고로 학생 45명과 운전기사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30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2명만 피해를 입지 않았다. 사고 버스는 완파 및 전소되었고 기관차도 일부가 화재에 소실되었다. 장항선 열차 상하행선 모두 사고 순간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전면 불통됐다.
 
사고를 당한 경서중학교는 5일 동안 임시 휴학 조치가 내려졌으며, 사고 발생 수 일이 지나 원주 삼광터널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국 중 고등학교 수학여행이 전면 금지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이 사고로 경서중학교 교장 등 4명의 교직원이 파면되고 8명이 해직 처분을 받았다.
 
정부는 사고를 낸 관광버스 회사에 대해 사업자 면허 취소 처분을 내렸고, 책임을 들어 당시의 서울 교육감의 사표를 수리한 데 이어 서울 철도국장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는 등 철도계 내부에서도 인사 조치가 이루어지는 일도 벌어졌다.
 
부일외고·경남중 안전불감증 사고 터져 
최근 3년간 사건 576건 “남 일 아니다”
 
앞서 언급된 원주 삼광터널 열차 충돌 사고는 1970년 10월17일 삼광터널 안에서 수학여행 학생단을 태운 열차가 맞은 편에서 오던 화물열차와 정면충돌해 많은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야기한 사고다.
 

당시 사고를 당한 열차는 인창고교 2학년 학생 430명과 보인상고 185명 및 보성여고 110명 등의 서울 시내 3개 고등학교 학생과 교사를 태우고 청량리역을 떠나 제천역으로 가던 6량 단위의 제77호 보통열차였다. 이 열차는 당일 청량리역을 출발해 울산 공업단지 및 경주 수학여행을 할 계획이었다.
 
인창고 학생들은 1호차에서 3호차를, 보인상고 학생들은 4호차에서 5호차를, 보성여고 학생들은 6호차에 승차하고 있었으며, 충돌을 한 화물열차는 제1508열차로 화차 28량 편성으로 석탄과 목재를 싣고 제천역을 떠나 청량리역으로 가던 중이었다.
 
원주역을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사고 지점인 삼광터널을 지나가게 되었으며, 터널 끝단에서 화물열차와 충돌하면서 발생한 반동으로 기관차 위로 객차가 올라타면서 대파되어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
전면 폐지가 능사?
 
결정적인 사고 원인은 열차 집중 제어장치(CTC)의 조작 착오로 밝혀졌다. 사고를 낸 CTC는 1968년에 당시 물가 기준으로 약 9억원의 비용을 들여 설치, 가동하기 시작한 설비이며, 열차를 집중 제어하는 임무를 가진 망우지휘탑 상황판에서 사고 직전 두 열차의 충돌 조짐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관사에게 제대로 통보하지 않아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원인을 조사하던 철도 당국과 원주경찰서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였던 CTC 신호 사령장, 조정자 등 2명의 철도 직원을 직무 태만과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긴급 구속했다. 이 참사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수학여행 자체가 금지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또한, 사고가 발생하였던 삼광터널은 현재 원주터널로 명칭이 변경되어 있다.
 
추풍령 경부고속도로 연쇄추돌 참사는 2000년 7월14일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추풍령 고갯길에서 부산 부일외국어고등학교 수학여행단을 태운 버스 2대와 고속버스 1대, 5톤 트럭 1대, 승용차 3대 등 8대가 연쇄추돌한 사고다. 이 사고로 총 18명이 사망했고 100여 명이 부상당했다. 순식간에 8대의 차량이 추돌사고에 휘말리며 좁은 2차선 도로상에 뒤엉켰고, 승용차에서 치솟은 불길이 삽시간에 옮겨붙어 버스 2대와 승용차 3대, 트럭 1대가 전소되는 등의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커졌다.
 
당시 사고로 경부고속도로가 2시간 동안 전면 통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양방향 20km 이상의 정체 행렬이 이어졌다. 이러한 정체 행렬은 경부고속도로 역사상 최초였다. 당초 285명의 학생과 인솔교사 9명 등으로 구성된 부일외고 1학년 수학여행단은 7월11일 7대의 전세버스를 이용해 3박4일 일정으로 설악산과 통일전망대 등 강원도 일대와 용인 에버랜드 등을 둘러보는 여행 일정을 모두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가던 중 참사를 당했다. 사망자 18명 중 14명이 부일외고 학생들이었으니, 부일외고 참사 피해 규모가 가장 컸다. 사고 다음 날 부일외고는 임시 휴교령을 내렸고 교내에서 합동영결식을 거행했다. 그리고 침울한 분위기를 수습하고자 조기 여름방학을 실시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세월호 침몰에 올스톱
 
사고 원인으로는 안전거리 미확보가 꼽혔다. 사고 당일 노면이 미끄러웠던 데다 S자 커브 내리막길 구간에서 차량들이 과속을 일삼았던 것이다. 사고 이후 경부고속도로 추풍령 고갯길에서의 과속 단속이 대폭 강화됐다. 또한 예산 확보 문제로 미루어졌던 추풍령 고갯길의 왕복 6차로 확장 및 선형개량 공사가 급속도로 추진됐다. 사고 현장이었던 기존 고갯길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더불어 전세버스 운행과 관련된 안전 규정도 대폭 강화되어 2대 이상 운행 시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등 대열운행이 전면 금지되고 버스 5대 이상 또는 200명 이상의 단체 이동 시 주최 측에서 요청할 경우 경찰의 호위가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은 오늘날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전세버스의 대열운행은 버젓이 계속되고 있다.
 
먼 곳으로 여행갈 기회가 흔치 않았던 시절, 수학여행은 특별한 의미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수학여행지는 열차를 이용한 경주행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설악산, 제주도 등 여행지가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중국·일본 등 해외 수학여행도 늘었다. 본래 취지가 퇴색되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여행은 여전히 학생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볼 때 수학여행 때만큼 진한 추억을 안겨주는 것도 찾기 힘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수학여행 사고는 그동안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대부분 안전불감증이 낳은 사고였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는 ‘수학여행 금지령’을 내렸다. 동시에 수학여행 존폐 논란이 일고 있다. 첨예한 찬반 논쟁이 예상된다.

“가야”vs“말아야”
존폐 논란 한창
 
한편, 수학여행에 대한 정부의 지침을 두고 일각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수학여행 일정 취소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바로 학교와 여행사 간 커넥션 의혹이다. 수학여행 계획 전 학교 측이 여행업체로부터 뇌물을 받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것. 그래서 일부는 이번에 정부가 내린 수학여행 금지령이 달갑지 않다고 한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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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