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경 오리온 부회장, '속타는' 외식업 굴욕

사업 말아먹고…잇단 헛발질

[일요시사=경제1팀] ‘초코파이’로 대변되는 오리온그룹. 이화경 부회장의 사업 외도(?)가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식품과 유통에 주력하는 그룹 특성과 달리 외식업에 나섰다가 적자를 보자, 이번엔 쌩뚱맞은 웨딩사업에 슬그머니 발을 뻗었다. 한 때 ‘미다스 손’이라 불리던 타이틀은 사라진지 오래. 부업에서 패착을 거듭하고 있지만 사업외도는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하우스 웨딩 사업에 진출했다. 이 부회장이 히트시킨 외식브랜드 ‘마켓오’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하우스 웨딩’ 사업에 진출하며 전략을 수정한 것. 그동안에도 이 부회장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물론 건설업에도 진출하는 등 다양한 사업 외도를 벌여왔다.

여기저기 기웃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그룹은 패밀리레스토랑 마켓오 도곡점과 압구정점을 통해 하우스 웨딩 사업을 하고 있다. 하우스웨딩은 정말 가까운 지인들만을 초청해 즐기는 파티 형식의 웨딩이다. 틀에 박힌 결혼식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결혼식을 즐기고 싶어 하는 젊은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오리온이 운영하는 마켓오 하우스웨딩 도곡점의 경우 1, 2층은 레스토랑, 3층은 하우스 웨딩이나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연회장으로 꾸며져 있다. 50∼200여명 인원이 참석하는 소규모 웨딩이 콘셉트로, 3시간의 여유 있는 웨딩 시간이 특징으로 꼽힌다.

하루 예식은 2회만 진행된다. 특히 등심 및 립아이를 이용한 최고급 호텔식 스테이크를 마켓오 레스토랑에서 조리해 제공하며, 생화 장식과 축하 공연 등은 취향과 형편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B사 웨딩 플레너는 “마켓오 웨딩은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소규모 웨딩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알음알음 알려진 브랜드”라며 “호텔 예식에 비해 부대비용이 저렴한 편이지만 식대 가격은 비슷한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I사 웨딩 플래너는 “오리온 타이틀을 걸고 웨딩업 구색을 맞췄지만, 예식장이라고 하기엔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웨딩 투어를 다녀온 예비 신부들 사이에서 밑에 층에서 레스토랑 영업이 진행되고 있어 복잡했다거나, 버진로드가 짧다거나 등의 불만이 많았다. 웨딩보다는 소규모 모임에 더 적합한 장소”라고 꼬집었다.

미디어 찍고 건설 돌아 웨딩사업으로
마켓오 레스토랑 적자에 부대사업 강화
미다스 손? 마이너스 손!

레스토랑 마켓오가 당초 정체성을 잃고 부대서비스로 눈을 돌리게 된 데에는 이 부회장의 전략 실패가 작용했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이 부회장이 외국 방문 후 잘 나가는 외식 브랜드를 보고 마켓오에 적용시켰지만 국내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지 못했고, 실패에 대응할 만한 차선책으로 웨딩 사업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실제 2004년 출범한 마켓오는 국내 최초로 ‘오가닉(유기농) 레스토랑’ 개념을 선보였었다. 하지만 이후 수익성이 악화되자 이 부회장은 ‘오가닉’ 식재료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버리고 비즈니스룸, 하우스 웨딩 등 부대사업에 발을 뻗었다. 도곡점과 압구정점에 이어 3호점으로 오픈한 여의도점은 지난달 3월 개점한 지 2년 만에 폐점하는 굴욕까지 맛봤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마켓오 레스토랑은 이 부회장이 함께 일했던 노희영 전 오리온 부사장이 CJ그룹 브랜드전략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뒤 홀로서기에 나선 사업”이라며 “이 부회장 혼자 끌어가기엔 역부족이었다. 현재는 돈 되는 부대사업을 만들어 자존심은 지키자는 분위기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웨딩홀 사업으로 돈을 벌기란 그리 녹록지 않다. 식자재와 인건비도 올라 수익성은 떨어지는 추세”라며 “오리온의 경우 웨딩홀 수가 2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기업 특유의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도 사업 분야를 무리하게 확장했다 축소한 경험이 있다. 주력인 제과와 함께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외식·글로벌 사업을 영위해왔지만, 2006년 이후로 차츰 몸집을 줄여왔다.

편의점 체인 바이더웨이를 2006년에 매각했고, 2007년에는 영화관 사업인 메가박스를 오스트레일리아의 맥쿼리 펀드에 1455억원에 팔았다. 메가박스 매각 당시 이 부회장이 미디어분야에서 “아예 손을 뗄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듬해 케이블 TV 사업체인 온미디어도 팔아치웠다. 2011년에는 ‘베니건스’로 유명한 외식업체 롸이즈온을 바른손에 넘겼다.

이로써 오리온은 현재 식품 이외 업종을 대부분 정리한 상태다. 비주력 사업으로는 스포츠 복권업체인 스포츠토토, 영화 제작과 배급을 담당하는 쇼박스미디어플렉스, 건설사업인 메가마크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남은 계열사 역시 사업특성상 자금 소요가 큰 반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기 힘든 구조다. 이 때문에 매년 초라한 실적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상장사인 미디어플렉스의 경우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메가마크는 최근 다른 건설 관계회사에 대여해 준 1000억 원가량의 자금이 회수 불가능 상태에 빠졌다.

오리온 입장에서는 메가마크 출자금 1200억 원을 모두 날릴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는 스포츠 토토 사업 역시 지난해 전직 임원의 배임·횡령으로 재입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정부는 5월 스포츠 토토 사업자를 재선정할 예정이다.

갈아타기 구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그동안 한 우물만 고집해선 생존할 수 없다는 경영방침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중점에 두고 움직였다”며 “‘외식업계 강자’ ‘잘 나가는 여성 경영자’ 반열에 오르기도 했지만 최종 결과는 좋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자인 고 이양구 회장의 차녀다. 1975년 동양제과에 입사해 2000년 사장직에 올랐다. 창업자 딸답게 한 때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행보로 그룹은 물론 재계에서도 주목받는 여걸이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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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