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강남 금싸라기 '한전땅' 쟁탈전

삼성이냐 현대차냐…4조 베팅 전쟁

[일요시사=경제1팀] 서울 삼성동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려서다. 한전은 전남 나주로 이사를 떠나면서, 삼성동 부지를 팔기로 했다. 재계 ‘큰 손’들은 너도나도 이 금싸라기 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강남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라 불리는 이곳. 삼성동 167번지의 운명은 어떻게 결정될까. 승부를 가를 변수를 짚어봤다.

코엑스로 유명한 서울 삼성동. 주변에 백화점과 특급호텔 등이 들어서 있는 서울 최대 상권이다. 이 노른자위 땅에 있는 한국전력공사(한전) 본사 부지가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는 11월 전남 나주로 본사 이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 한전은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라, 내년 11월까지 삼성동 본사 매각을 완료해야한다.

알토란 땅
투자 저울질 

현재 삼성동 한전 부지는 축구장(약 7000㎡) 11배 넓이인 7만9342㎡(2만4000평) 규모에 달한다. 지상 22층, 지하 3층으로 지어진 본관과 지상 5층, 지하 3층의 별관, 지상 4층 건물의 후생관이 ㄷ자 형태로 지어졌다.

부지 면적만 따지면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의 3배, 여의도 LG트윈타워의 6배 안팎이다. 현재 국내 최고 123층 높이 빌딩을 건설 중인 롯데월드타워 부지와 비슷한 규모다. 공시지가로는 1조4837억원, 시세로는 3조∼4조원대에 이른다. 서울 강남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 이다.

그동안 한전은 자체개발을 비롯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자산유동화(ABS), 부동산투자신탁(리츠)을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매각 방식을 검토했지만, 최근 단순 매각 방식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땅 값을 가장 높게 써내는 매입자에게 부지를 처분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래전부터 한전 부지에 눈독을 들여온 후보 기업들의 행보가 변수로 작용하는 이유다. 우선 국내 재계 서열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이 땅을 놓고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강남 마지막 ‘노른자위’
삼성동 167번지 운명은?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할 채비를 갖췄다. 지난 2011년께 한전 부지 인근에 위치한 한국감정원 부지(1만988.5㎡)와 건물(연면적 1만9564.1㎡)을 2328억원에 매입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삼성은 당시 한전 부지, 감정원 부지 등을 포함해 삼성동 일대에 대규모 컨벤션타운 건설을 구상했다. 2009년에는 삼성물산과 포스코 컨소시엄이 한전 부지 일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제안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삼성동’이란 지명이 그룹명과 같은 점도 삼성 그룹에 매력적이다. 지난해 5월 당시 변준연 한전 부사장은 “본사 인근 지하철 역명과 발음이 같은 삼성그룹이 삼성동 한전 부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부동산업계는 삼성그룹이 한전 부지까지 통째로 매입해 통합 개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삼성 측은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도 아직 구체적 계획은 수립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적극적이다. 현대차 양재동 본사는 과거부터 ‘회사의 철학을 알 수 없는 오피스 건물’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전 부지는 양재동 본사 부지보다 3배 이상 넓은 만큼, 이런 수모를 씻어낼 수 있는 최적격 장소이다.

현대차는 2006년부터 성수동 뚝섬 인근 옛 삼표 레미콘 부지에 약 2조원을 투자해 초고층 빌딩을 짓는 청사진을 마련해왔다. 그룹 전 계열사를 입주시키고 3만여명의 직원을 한곳에 모으는 한편,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연구개발(R&D) 기능도 통합한다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처럼 자동차 테마파크 등도 함께 짓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해 초고층 건축 관리기준을 내놓으면서 무산됐다. 서울시가 50층·200m 이상 빌딩을 지을 수 있는 지역으로 정한 도심·부도심 범위에서 뚝섬 부지가 최종적으로 빠진 탓이다. 8년 가까이 공을 들여온 ‘뚝섬 프로젝트’가 폐기되면서 현대차는 한전 부지를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뛰어들고 있다. 이만한 규모의 부지를 찾기 힘들뿐더러, 강남권의 교통 요지인 점도 매력 포인트다.

현대차 관계자는 “독일 폭스바겐이나 BMW, 일본 도요타와 같이 전시장 또는 박물관을 갖추고 도심에 있는 새로운 본사 단지를 신축할 필요성이 있다”며 “한전 부지와 관련해선 아직 결정된 것이 없지만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미국 회사들도 ‘눈독’
인허가 쥔 서울시 선택 주목

여기에 해외자본의 출연도 새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 녹지그룹,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 등 외국 기업도 한전 부지 매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인 녹지그룹은 한전 부지 매입에 대한 사업성을 검토 중이다. 녹지그룹은 이미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에 9억달러(1조원)를 투자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녹지그룹은 제주헬스케어타운 77만8000㎡부지에 관광휴양시설과 의료서비스시설 등이 복합된 휴양거주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녹지그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개발 사업권 인수를 추진하는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하이시가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녹지그룹은 지난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이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해외 부동산 개발에 적극적인 회사다. 3조원에 이르는 한전 부지를 단독으로 매입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력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카지노그룹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도 한진 부지 매입 경쟁에 가세했다. 샌즈 측은 최근 한전 부지에 카지노, 전시ㆍ컨벤션을 포함한 복합전시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서울시 측에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외자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 한전 측도 해외 자본 매각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에 뛰어든 국내외 자본들이 어떤 전략카드를 내밀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도 “강남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 땅이라는 상징성이 강해 외국계 기업이 이 부지를 매입하는 일은 국민 정서에 반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6·4 지방선거
결과에 주목

한전 본사 별관에 위치한 지하 변전소(삼성변전소)도 부지 매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변전소 처리 문제가 생각처럼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변전소는 1985년 한전 사옥 준공과 함께 지하 2층 깊이에 3924㎡(1천189평) 규모로 설치됐다. 154kV 지하복합변전소로 삼성동 일대 6035호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본사 부지를 팔아야 하는 한전 입장에서는 이 변전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지하주차장을 만들기 위해선 지하 2층보다 더 깊은 곳으로 변전소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코엑스 지하와 연계 개발 때는 아예 다른 곳에 대체 변전소를 만들어야 한다. 1초라도 전기 공급이 끊겨선 안 돼서다. 전문가들은 지하를 더 파고들어가든, 대체 변전소를 마련하든 그 비용은 부지 매각대금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변전소를 시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들이 검토됐으나 마땅한 대체 부지를 찾지 못해 존치키로 했다”며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도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6ㆍ4 지방선거’ 결과다. 인ㆍ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전 부지 개발 범위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후 재정악화와 대규모 투자에 대한 어려움 등을 토로하면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대규모 컨벤션센터 건립 계획을 보류한 바 있다.

박 시장은 당초 뜻을 고수해오다 지난 1일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개발 사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코엑스~한전~서울의료원·한국감정원~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총 72만㎡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조성할 계획이라는 청사진이다.

또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을 통해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하고 부지 면적의 40% 내외를 공공기여(토지, 기반시설, 설치비용)로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개발계획이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6·4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개발계획이 수정 되거나 전폭 재논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시장과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은 부동산 개발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정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서울 시내 30여곳에 대한 대형 개발 사업을 허가할 뜻을 내비치며 박 시장과의 이견을 드러낸 바 있다.

올 상반기 중
매각 공고


이번 한전 본사 부지 매각은 감정절차를 거친 후 올 상반기 중으로 매각공고가 나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전 부지에 대한 개발계획이 구체화되면서 해당 부지 매매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갖가지 변수가 자리하고 있어 부지 매각은 여전히 가변적”이라며 “이르면 이달 안에 청사진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아직은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삼성동 일대 개발 밑그림이 그려졌다”며 “한전부지 개발 가시화가 이런 흐름에 가속도를 붙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