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기획> 망조 들린 '재벌가 집터'의 비밀

쫄딱 망한 회장님 “다 이유 있다”

[일요시사=경제1팀] 한때 재계를 주름잡던 회장님들의 초라한 말년이 눈길을 끈다. 자금난에 시달리다 자택까지 줄줄이 경매로 넘기는 처지가 된 것. 잘 나가던 집 주인들이 하루아침에 망하자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터가 안좋다’는 집터 괴담까지 나돌았다. 과연 이들의 파란만장 인생사는 집터와 연관이 있을까. 경매 굴욕을 맛본 회장님들을 한 데 모아봤다.
 

재벌 일가가 소유한 부동산이 속속 경매 법정에 등장하고 있다. 최근 경매업계에 따르면 과거 잘 나가던 회장님들 자택이 경매에 부쳐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한동안 잊혔던 이름까지 또 다시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기구한 운명
‘아 옛날이여’

고 양정모 국제그룹 회장의 장남 양희원 아이씨씨코퍼레이션 대표가 소유한 성북동 단독주택은 오는 2일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고급주택이 밀집한 성북동 부촌 중에서도 중심부에 자리 잡은 이 집은 1970년 지어졌다. 대지면적만 1921㎡에 달하고, 지하1층~지상 2층으로 구성된 건물은 777㎡ 규모다. 감정가는 73억 8000여만원. 지금까지 경매시장에 나온 성북동 고급주택 중 규모와 가격 면에서 단연 1위라는 평가다.

국제그룹은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1980년대에는 재계서열 7위까지 한 재벌기업이다. 고무신 생산 업체인 국제고무공장을 전신으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탄생시킨 곳이다. 국제그룹은 이후 중화학, 섬유, 건설 분야 등에 잇따라 진출하고 무려 21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985년 전두환 정권에 밉보이면서 회사가 1주일 만에 공중분해 당하는 불운을 겪은 바 있다.

국제그룹처럼 이 집 또한 곡절이 많았다. 양 회장이 거주하던 이 집은 1987년 국제상사 명의로 넘어갔고 이후 1998년 11월 양 대표가 다시 되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10년만에 어렵게 되찾은 집은 다시 15년만에 남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제2금융권 대출을 받았다 갚지 못한 탓이다.
 


양 대표는 2006∼2011년 이 집을 담보로 푸른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27억여원을 빌렸다. 하지만 원금은커녕 이자까지 갚지 못해 결국 경매당하는 처지가 됐다. 전문가들은 등기부등본상 채무자가 아이씨씨코퍼레이션인 점을 감안해 봤을 때 양 대표가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주인 줄줄이 망해 ‘경매 단골’된 빌라도
집터와 오너 궁합 중요 ‘길흉화복 원천지’

경매법정에 이름을 올린 회장 일가는 국제그룹 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 일가가 거주하던 고급빌라가 법원경매에 나왔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고급빌라 밀집 지역에 위치한 이 빌라는 3층에 위치해 있으며 대지면적 185㎡, 건물면적 316㎡에 달한다. 감정가는 15억원이다.

백 회장은 1998년 문 연 서울 강변역 테크노마트 개발 성공을 발판으로 중견그룹을 일군 부동산 개발 사업자의 효시다. 이후 한글과 컴퓨터, 동아건설, 신안 프라임상호저축은행, 프라임엔터테인먼트 등의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기세 좋게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잘 나가던 프라임 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직격탄을 맞았다. 부동산 건설 침체와 유동성 위기로 주력 계열사인 프라임개발과 신안이 2011년 8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고 말았다. 백 회장이 동아건설 등 계열사와 보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기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까지 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줄줄이 파산
나쁜 기운 탓?

백 회장이 내놓은 빌라 역시 기구한 운명은 타고났다. 빌라의 이전 주인은 1980년대 프로야구 삼미슈퍼스타즈 야구단을 운영하기도 했던 삼미그룹의 김현철 회장이었다.


김 회장은 삼미그룹의 부도 후 이 빌라를 경매에 내놨고, 2003년 11월 백 회장이 11억3351만원에 낙찰받았다. 하지만 백 회장 역시 이 집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액을 갚지 못해 빌라는 또다시 새로운 주인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됐다. 백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같은 빌라 1층도 빚을 갚지 못해 지난해 8월 경매에 부쳐진 바 있다.
 

채규철 도민저축은행 회장 소유의 주택도 경매에 부쳐져 지난 1월 낙찰됐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한 채 회장 소유의 빌라 두 채는 각각 12억원, 12억2000만원으로 3번 유찰 끝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 채 회장은 600억원이 넘는 부실대출로 도민저축은행에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입혀 지난 1월 징역 4년을 확정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채 회장이 소유한 초고가 외제차 4대가 한꺼번에 경매에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유종환 성창F&D 대표 소유의 자택이 매물로 나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유 대표 소유 집은 감정가 60억6966만원으로 경매에 부쳐졌다. 유 대표는 국내 최초의 대형 패션전문 쇼핑몰인 ‘동대문 밀리오레’ 성공 신화로 한때 주가를 높이던 인물이다.

경매와는 사례가 조금 다르지만 ‘샐러리맨 신화’를 썼던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자택도 지난 1월 급매물 시장에 나왔다. 서울 서초동 고급 빌라에 위치한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집 중 하나로, 시가만 약 100억원대에 달한다.

강 회장은 당시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우리은행 대출금 89억원, 하나은행 30억원 주택담보대출 금액 등을 갚을 길이 없게 되자 최후의 방편으로 자신이 거주하던 집을 매각키로 했다. 이 고급빌라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나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 오너들도 소유해 유명해진 곳이다.

부도에 자살
흉흉한 괴담

최근 사례 외에도 회장님 집이 경매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일은 비일비재했다. 2012년에는 고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 자택이 경매 물건으로 나왔다. 박 전 회장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그룹 회장으로 두산그룹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서울 성북동 고급주택가에 위치한 박 전 회장의 자택은 대지 310㎡, 건물 240㎡의 복층 주택으로 감정가는 15억원에 달했다.

한 때 대기업 총수를 지냈던 그의 자택이 경매에까지 부쳐지게 된 이유는 사업 실패에 따른 자금난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자택은 박 전 회장의 두 아들인 박경원·중원 형제가 공동소유하고 있었으나, 이미 2008년 12월 제일저축은행 등 11개 저축은행이 60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해놓은 상태였다.

수십억대 ‘회장님들 저택’ 경매 쏟아져
국제그룹 회장 일가·프라임그룹 회장 등

‘비운의 총수’라 불리는 박 전 회장은 고 박두병 두산 초대회장의 6남 1녀 중 2남이다. 두산가(家) ‘형제의 난’을 계기로 그룹에서 밀려난 뒤 성지건설을 인수해 재기를 노렸지만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오다 2009년 11월 이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전 회장이 불운한 삶을 살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자 당시 재계 안팎에선 ‘집터 괴담’이 떠돌기도 했다. 터가 안 좋기 때문에 박 전 회장이 망했고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문이다. 이후 이 집은 장남이 2011년 상속받았으며 채무도 그대로 떠안았다.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의 성북동 자택 역시 같은 해 강제경매에 부쳐졌다. 청구액 1억원을 갚지 못해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돈으로 1980∼1990년대를 풍미했던 그룹 회장이 1억원의 빚 때문에 집을 날릴 위기에 처하자 업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법원이 책정했던 이 집의 감정평가액은 33억1199만이었지만 서울 성북동에서도 손꼽히는 저택에 속하는 거주 여건과 특화성 탓에 감정가격을 뛰어넘는 44억여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이후 신 전 회장 부인 송모씨가 1억1000만원을 법원에 공탁한 뒤 집행정지를 신청하면서 경매는 사실상 취소됐다.

2008년에는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소유의 서울 신문로 단독주택이, 2007년에는 김중원 전 한일그룹 회장 소유의 서울 역삼동 단독주택, 범양식품 박승주 전 회장 일가의 성북동 단독주택이 각각 경매됐다.
이에 앞서 2003년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살던 서울 방배동 자택이, 2002년에는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의 서울 장충동 자택이 각각 경매에 부쳐진 바 있다.

명당 집터가
기업 세운다

과거에는 몰락한 재벌의 집은 소위 ‘망조들린 집’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때문에 경매 시장에 회장 자택이 나와도 제 값에 팔리지 않거나 유찰되는 경우가 많았다. 좋은 집터의 기운이 기업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이 컸다. 풍수 전문가들 역시 기업 미래는 회장의 집터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양만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풍수지리학 교수는 “그룹의 흥망운을 정단할 때 물론 사옥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집터”라며 “집터와 회장의 사주가 잘 맞아야 취와 복의 괘를 가지고 길한 영향을 받게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일종의 ‘경영 나침반’으로 활용되는 집터가 회사의 길흉화복 원천지”라고 거듭 설명하며 “경매에 부쳐진 집이라고 해서 모두 나쁜 기운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며, 그 집에서 살면 줄줄이 파산을 면치 못한다 해도 그 터의 사주와 잘 맞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오히려 파산한 재벌들이 살던 집이 경매에서 인기를 끄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그룹 회장이 소유한 주택은 내부 인테리어가 잘 돼 있어 실제 가치가 감정가 이상으로 높은 경우도 종종 있다”며 “최근엔 고급주택의 낙찰가도 낮게 형성돼 저렴하게 고급빌라를 마련하려는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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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br>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