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사람> '김한길 전 부인' 고 이민아 秘스토리

땅에서 하늘처럼 살다 간 그녀의 발자취

[일요시사=정치팀] 고(故) 이민아 목사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교수의 딸이자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의 첫 번째 부인으로도 유명한 그녀는 진정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고인의 2주기를 맞아 그녀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파란만장(波瀾萬丈)한 인생. 너무나도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이보다 더 그녀의 인생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은 없다. 고 이민아 목사는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간 사람이다.

시련의 연속

세 번의 결혼과 두 차례의 이혼, 큰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과 둘째 아들의 자폐 판정, 본인은 실명위기를 겪었고 위암 투병 끝에 불과 5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더 많았던 인생이었지만 이 목사는 마지막까지도 "모든 시련과 고난이 내게는 축복이었다"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 목사는 잘 알려진 대로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교수의 딸이다. 어머니는 건국대 강인숙 명예교수다. 이 목사는 1녀 2남 중 첫째로 태어났다.

이 목사는 공부를 잘했고, 글을 잘 썼다.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3년 만에 조기졸업할 정도로 수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의 말을 잘 듣는 착한 딸이었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이 목사는 난생 처음 아버지를 거역한다.


한때 '죽을 만큼 사랑했다'고 회고했던 남자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와 결혼을 한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것이다. 당시 이 목사의 나이는 불과 22살이었다.

아버지 이어령 교수는 두 사람의 결혼을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언제나 말을 잘 듣는 딸이었기에 이어령 교수가 받은 충격은 더 컸다. 이 목사는 시간이 흐른 후 당시 선택에 대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의지대로 했던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에는 유학생의 공식적인 취업이 금지되어 있었다. 가진 것 없는 유학생 신분이었던 두 사람은 방 하나짜리 셋집에서 살면서 남들이 다 꺼리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이 목사는 밤에는 주유소 일, 낮에는 햄버거가게 일을 하며 공부했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결혼이었기에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국땅 미국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공부하고, 돈도 벌어야 하니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더 소원해졌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 5년 만에 헤어졌다.

두 사람은 한때 교포사회에서 젊은 부부의 성공 사례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미국생활 5년 만에 이 목사는 변호사가 됐고, 김 대표는 신문사의 지사장이 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일에만 몰두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김 대표는 이 목사와 헤어진 후 "그때 그때의 작은 기쁨과 값싼 행복을 무시해버린 대가"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이혼 당시 결국 아버지를 망신시킨 딸이 된 것 같아 무척이나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혼하고 돌아온 딸에게 이어령 교수는 단지 "애가 말랐다. 밥 좀 먹여"라는 말로 마음을 대신했다.

"모든 시련·고난이 내겐 축복이었다"
파경·재혼, 아들 사망까지 파란만장 삶


이 목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대표에 대해 "내가 가장 사랑했던 아들 유진이를 함께 낳았고, 아들에겐 정말 좋은 아버지였다. 유진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아버지로서 최선의 역할을 다한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다만 "사랑이 식었는데 억지로 맞춰서 사는 것은 위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재혼 후 2남 1녀를 낳았다. 그런 이 목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은 김 대표와의 사이에서 낳은 첫째아들 유진의 죽음이었다. 버클리대학을 졸업한 IQ 159의 똑똑하고 멋있는 청년이었던 유진은 26세 되던 해 여름, 갑자기 쓰러져 19일 만에 병명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났다.

이 목사는 유진이가 떠난 후 목사 안수를 받고 미국, 아프리카, 남미, 중국 등지를 돌며 청소년 구제 활동에 전념했다. 이 목사의 장례식장 곳곳에서 눈에 띄었던 청년들은 대부분 이 목사의 영적인 자녀들이었다.

이 목사는 철저한 무신론자였던 아버지 이어령 교수를 기독교의 길로 인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대의 지성으로 불려온 이어령 교수는 젊은 시절 성경을 분석하며 "6·25전쟁 당시 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며 비판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망막 박리로 이 목사의 눈이 멀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 교수는 처음으로 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후 이 목사는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했지만 결국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지난 2012년 3월15일 오후 1시44분 세상을 떠났다. 이 목사는 죽기 직전까지도 간증집을 내고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소망의 빛을 전하는 데 전력하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이 목사가 남긴 흔적을 좇기 위해 어렵게 부친인 이어령 교수와 모친인 강인숙 교수가 함께 살고 있는 자택의 전화번호를 입수했다. 기자가 전화를 걸자 받은 것은 강인숙 교수였다. 강 교수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딸을 잃은 슬픔을 떨쳐내지 못한 듯했다.

취재기자가 조심스럽게 이 목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강 교수는 그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더 이상 강 교수를 괴롭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2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딸에 대해 묻는 것은 잔인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1년 가까이 치료를 받았던 병원 관계자들은 그녀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들은 이 목사를 유난히 밝게 웃던 환자로 기억했다. 그녀는 죽음을 앞둔 말기암환자였다. 그래서 그녀의 밝은 미소는 더더욱 인상 깊었다. 또 그녀는 환자복을 입고 병원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정도로 마지막 순간까지 의욕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이 목사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꺼렸다.

땅 끝에서 찾은 행복

이 목사는 마지막 순간 항암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그저 남은 삶을 충실히 살고 싶다고 했다. 병원에선 항암치료를 하지 않으면 3개월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지만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도 1년을 살았다. 그녀가 쓰러지고 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권했을 때 아버지 이어령 교수는 "우리 민아를 편하게 보내주고 싶다"며 반대했다.

이 목사는 예고된 죽음 앞에서도 어린아이 같이 행복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 목사의 간증집 제목처럼 <땅에서 하늘처럼> 살다갔다. 그래서 그녀의 삶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은 그녀의 삶에 대해 박복한 인생이었다며 안타까워했지만 정말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쪽은 누구일까?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민아 목사의 동생은?
<워리어스 웨이>의 이승무 감독

고 이민아 목사의 동생 역시 유명한 인물이다. 배우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은 <워리어스 웨이>의 이승무 감독이 이 목사의 동생이다. 지난 2010년 개봉한 <워리어스 웨이>는 웨스턴이라는 공간에 동양 전사를 등장시켜 큰 주목을 받았다.
쾌감이 극대화된 액션장면과 동화적이고 만화적인 스토리로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감독의 아버지인 이어령 교수는 아들과 인연이 있는 배우 장동건-고소영의 결혼식 주례를 서기도 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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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