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폭로성 투서와의 전쟁 내막

“불륜에 횡령까지”윗사람 꼬투리 잡기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가 각종 악성 루머에 멍들고 있다. 최근 기업 내부를 중심으로 음해성 투서가 난무하고 있어서다. 특정인을 겨냥한 흠집 내기가 주 내용. ‘…카더라’, ‘…한다더라’와 같이 팩트가 분명하지 않은 의혹 제기가 대부분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조사나 입증이 힘든 내용이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어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A사에 고발성 투서가 날아들었다. 사내 특정 팀(본부)을 겨냥해 작성된 투서에는 ‘용역대금 횡령과 사내 직원간 불륜’ 등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A사는 지난해 관련 분야에서 우수 회사로 선정된 바 있다.

체면 구겨진
‘우수’ 회사 

업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가 정리한 투서는 ▲공공기관 용역 대금 횡령 ▲입찰 서류 위조 ▲직원들에 대한 사기행위 지시 ▲사내 직원간 불륜 등을 포함 총 6개 항목으로 세분화 돼 있다.
제보자는 A사가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 국제보트쇼 대행사로 활동하면서 세금계산서 등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적시했다.

제보자는 투서에서 “‘국제보트쇼’의 경우 ‘사업 정산 보고서 작성’이라는 이름으로 인턴 및 사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다”며 “하지만 이 업무의 실제 내용은 세금계산서를 포토샵으로 조작하고 사업과 관련 없는 영수증을 도용해 존재하지 않는 사업비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예를 들어 하청업체에서 2000만원으로 A사에 발급한 세금계산서를 5000만원으로 조작해 해당 공공기관에 보고하고 A사에서 3000만원을 횡령하는 식이었다”며 “포토샵을 이용한 숫자 조작은 주로 인턴 및 평사원들에게 지시됐고 영문도 모르는 회사 직원들은 불법행위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경기도 감사실에서 파악돼 조사에 들어갔다고도 주장했다.

제보자는 또 “약 3000만원 상당의 위조세금계산서는 감사팀에 의해 적발됐으나 그 외 억 단위 횡령 건은 다행히도(?) 적발이 되지 않았다”며 “경기국제보트쇼와 관광공사뿐만 아니라 ITU전권회의와 같은 기타 공공사업에서도 용역 대금 횡령이 공공연하게 이뤄져 왔다”고 고발했다.

이어 “공공분야 입찰서류로 제출해야 할 가장 중요한 서류인 실적 증명서도 매번 위조해 제출했다”며 “해당 기관을 통해 실적증명서를 발급 받아야 함에도 귀찮다는 이유로 가짜 도장을 팠고 그 도장 꾸러미를 본부 캐비닛에 보관, 공문서 위조를 빈번하게 해왔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내부 고발 문건에 돌아 골머리
신분 위조·성희롱·비리 등 의혹 봇물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제보자는 2012년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사업 관련 토론회를 주도했을 당시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패널섭외에 난항을 겪다 자사 직원들의 신분을 위조해 대리 참석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사내 본부장과 팀장의 부적절한 관계, 직원들에 대한 빈번한 폭언과 인격모독 등 민감한 내용의 사내 문제점들도 조목조목 열거했다.

A사의 경우 기업 또는 공공기관 등과 소비자들을 직접 연결시켜주는 창구 역할을 하는 만큼 무엇보다 도덕성, 공신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진위 여부에 따라 A사를 지난해 우수 회사로 선정한 국내 대표적인 학회 체면도 땅바닥에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공금 횡령에
사내 불륜

B사는 사실상 실세 권력에 가까운 사업본부장과 관련된 소문들로 어수선하다. 우선 유부녀인 기획팀장과의 사내불륜설이다. 평판이 매우 안 좋은 기획팀장이 사내에서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배후에 사업본부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두 사람은 과거 사업본부장이 팀장으로 재직 당시부터 불륜 관계였으며 기획팀장은 이로 인해 남편과 이혼까지 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기획팀장은 평소 독단적인 성격으로 끊임없이 타부서와 마찰을 일으키는 등 문제가 많은데다가 팀장 맡은 이후 매출부진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 능력에도 물음표가 찍히는 사람”이라며 “최근에는 디자인팀장과 새로운 불륜관계를 시작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스킨쉽, 은밀한 곳 출입 등의 부주의한 행동이 사내 직원들에게 자주 목격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 문제가 회사 내부에서 제기됐지만 사업본부장의 수습으로 무마됐다는 말도 돌고 있다. 이 외 사업본부장과 기획팀장은 외주나 비용처리 등의 방법으로 공금을 유용, 횡령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B사 내부 사업본부장 반대세력들이 알력다툼을 위해 그에 대한 부정 자료를 소집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며 “B사는 이 외에도 현재 이런 저런 내부 문제들로 시끄러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C사는 팀장급 직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내부 비리 폭로 글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해당 직원은 이 글에서 C사 부사장을 지목해 독단적인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사내 파벌을 조장하고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직원은 “부사장은 노골적으로 ‘내가 있는 한 외부출신의 승진은 없다’ ‘사장도(임기가 끝나면) 나간다. 나한테 줄 잘서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총시즌·인사철마다 급증하는 루머
‘투서 전문 브로커’까지 개입돼 양산

부사장의 현금상납설과 성추행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공금의) 지출명목 허위작성은 일상화된 일”이라며 “일부 부서장들은 업무추진비는 물론 각종 회의비, 야식비까지 개인의 쌈짓돈처럼 쓴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약직 여직원에게 직접 전화해 사적인 저녁식사자리에 동참시킨 일도 있었다”고 파행을 폭로했다. 논란이 일자 해당 부사장은 C사를 떠났다.
 

D그룹 임원은 자신의 불륜을 제기한 투서가 접수돼 곤혹을 치렀다. 전 직장에서 퇴사한 사유가 사내불륜이라는 소문이 현 직장 내에서 번진 것이다. 여기저기서 제보가 잇따르면서 해당 임원의 사내 입지는 현저하게 좁아진 상태.

회사 관계자는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된 바 없지만 회사 안팎에서 떠돌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일부 여직원들은 이미 소문을 기정사실화해서 상당히 불쾌한 시선으로 임원을 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에 떠도는 ‘루머와 투서’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사실무근”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B사 관계자는 “기획팀장이 최근 언론에 노출되는 등 외부 활동을 하고 있어 이런 뒷말까지 나오게 된 것 같다”며 “루머가 사실이라면 회사 내부에서 크게 문제가 됐을 일인데 전혀 그런 바 없다”고 일축했다.

D사 관계자는 “인사철을 앞두고 거래처에 투서가 먼저 접수됐던 것”이라며 “그간 접수된 투서가 대부분 상대방 헐뜯기에 그쳤던 점으로 미뤄 이 역시 특정인 흠집 내기 차원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음해성 루머
약인가 독인가

기업에 떠도는 투서는 대부분 음해성으로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주총시즌이나 인사철에 몰리는 투서는 더더욱 그렇다는 것.

감찰계 핵심 관계자는 “투서가 거의 매일 들어오지만 주총이나 인사철이 되면 건수도 많아진다”면서 “익명 투서는 무시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경우는 참고 자료 정도로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대부분 기관에서는 익명 투서는 참고용으로, 실명은 조사 후 회신하는 방식으로 내부 방침이 정해져 있다.

최근에는 이 점을 이용해 전문 브로커들까지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브로커들이 치밀하게 음해성 투서를 기획하고 작성해 사정반이나 수사기관이 나설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남은 것은 다수의 상처뿐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문제점 개선을 위한 투서문화는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각종 이해관계에 따른 감정적 고소고발은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양산해 사회를 좀먹는 병폐로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학 교수는 증가하는 기업 내 투서에 대해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며 “인터넷의 확산이 갖가지 부작용도 일으키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긍정적인 것처럼 내부고발자도 불투명한 사회의 제도와 법을 보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 노조 관계자는 “민주주의는 절차의 합리성과 정당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의 경영 형태는 아직 불합리한 점이 많다”며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계속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근거 없는 진정과 투서 남발로 사법기관의 내사와 수사가 진행돼 행정력 낭비와 직원들의 사기저하가 심각하다”며 “이해관계에 따른 무분별한 진정과 투서는 지역의 분열만 조장할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인사철 루머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유독 ‘카더라’가 난무하는 것 같다”며 “일부 맞는 얘기도 있지만 대부분이 개연성에 근거를 둔 것이고, 설사 맞더라도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건 기업이나 당사자 모두에게 해가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