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대어'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M&A시장에 나온 LIG손해보험,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덩치가 큰 만큼 뒷말도 무성하다. 그럴싸한 추측에서 황당한 의혹까지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소문들을 추려봤다.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일단 LIG손보 인수를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KB금융지주와 롯데그룹, 동양생명. 이들 3파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느 한군데도 밀리지 않는 접전이 예상된다.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인수 의향을 밝힌 곳에 투자설명서를 보냈다. M&A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조만간 '주인'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거품설]
문제는 가격이다. LIG손보의 몸값이 어느 정도로 결정되는지가 인수전의 가장 큰 변수다. 이번에 LIG그룹 오너일가가 매각하는 지분은 21% 정도. 이를 주가로 계산하면 4000억원 안팎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4000억∼5000억원 선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위험기준자기자본(RBC) 규제에 따른 추가 비용까지 따지면 6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당연히 고가 논란이 일고 있다. LIG손보의 몸값이 너무 부풀려져 있다는 것. 그러다 거품이 꺼질 수도, 터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ING생명은 당초 매각 예상가가 3조5000억원으로 예상됐지만, 매각이 지연되면서 절반 수준인 1조8000억원대로 떨어졌다. 금호생명도 몸값이 1조원대에 달했으나 결국 6000억원대에 매각됐다.
[저주설]
LIG손보 인수전은 보험업계의 판도 변화를 예고한다. 워낙 덩치가 커서 재계 전체의 서열까지 뒤바뀔 수도 있다. '먹는' 대기업은 순위 상승을 기대해볼 만하다.
몸집이 큰 만큼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그룹 전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것. '통큰 베팅'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물음표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대가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랬고, GS그룹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을 제치고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한화그룹이 그랬다. 홈에버를 인수한 이랜드, 남광토건을 인수한 대한전선,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그룹 등도 모두 비슷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현대그룹은 무리하게 현대건설을 삼켰다 도로 뱉기도 했다. M&A시장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대형 인수전에 나섰다가 큰 코 다친 대기업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무리하게 판을 키우다 수렁에 빠진 기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매각일정 지연되면서 뒷말 무성
그럴싸한 추측에 황당한 의혹도
뜬금없이 'LIG손보 저주설'도 돌고 있다. 유력한 인수후보 3사가 모두 '카드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강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히는 롯데그룹·KB금융·NH금융의 계열 카드사는 지난 1월 터진 개인정보유출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연출설]
LIG손보 매각은 오너 일가의 비리에서 비롯됐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그의 아들들은 2010년 말 LIG건설의 재무상태가 나빠져 상환능력이 없는데도 2011년 3월 법정관리 신청 전까지 모두 2200억원 상당의 기업어음(CP)을 사기 발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구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리고 두 달 뒤 CP 투자자 피해 보상이란 명목 하에 LIG손보 매각이 발표됐다. 구 회장이 자신과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LIG손보 주식 전량을 매각하기로 한 것. LIG 측은 "구 회장은 지분매각 결정까지 깊은 고민을 했다"며 "지분 매각이 이뤄지면 회장 일가는 지난 50여년간 경영해 온 LIG손보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된다"고 밝혔다.
LIG 측은 CP 피해자들의 보상에 온 힘을 쏟아왔다. 지난해 말 구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가 사재를 털어 마련한 돈으로 CP 피해액 2100억원을 모두 돌려줬다. 이때부터 피해보상이 완료된 상황에서 알짜 회사를 팔겠냐는 의문이 불을 지핀 매각 '철회설'이 나오더니 급기야 재판에서 법원 선처를 이끌어내기 위해 LIG손보 매각 의지를 보였다는 구 회장 일가의 '연출설'이 흘러나왔다.
구 회장이 풀려나면서 소문에 기름을 부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월 구 회장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업계엔 구 회장 석방으로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의견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구 회장이 매각을 접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내정설]
여느 M&A와 마찬가지로 LIG손보 인수전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미 주인을 정해놓았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범LG가인 희성그룹이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사전 협의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왔다. 희성 측이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아 협의설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 최근 LIG 대표이사에 남영우 전 LG전자 사장이 영입되자 또 다시 뒷말이 나오고 있다.
LIG손보 노조도 인수전 변수로 등장했다. 노조는 특정 기업이 인수에 나설 경우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알려져 적지 않은 잡음이 예상된다. 구조조정 칼바람이 뻔하기 때문. LIG손보 노조는 금융권에서 강성으로 꼽힌다. 인수자 입장에서도 강성 노조 때문에 LIG손보 인수가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