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 '3당3색 심판론' 집중해부

지자체·정권·구정치…"내 것은 지키고 남의 것은 깬다"

[일요시사=정치팀] 6·4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며 여야의 '프레임 전쟁' 막이 올랐다. 새누리당의 '지방정부 심판론',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 안철수 의원 측의 '구정치 심판론'이 본격적으로 부딪히기 시작한 것. 3당은 각각 차별화된 프레임을 앞세워 지방선거 승리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들 중 과연 민심을 사로잡는 쪽은 어디일까? <일요시사>가 3당3색 심판론을 집중해부 했다.




올해 정치권의 최대 이벤트인 6·4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새누리당, 민주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이 프레임 전쟁을 시작했다. 지난 4일 시작된 시·도지사 및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에 발맞춰 이들이 각각 '지방정부·정권·구정치 심판론' 등 차별화된 프레임을 내걸고 나선 것이다. 3당은 차별화된 프레임을 앞세우는 한편, 상대 진영의 프레임을 깨기 위한 공세에도 착수했다.   

 

여당의 무덤
지방선거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다."
역대 지방선거 결과로 증명된 일종의 법칙이다. 역대 다섯 차례의 지방선거는 지난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 4개월 만에 치러진 제2회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모두 야당이 압승했다.

특히 지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는 직전 대선에서 532만표 차이로 야권이 대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16개 시·도 중 야권이 10개 지역을 차지하며 대승했다. 이는 4차례의 지방선거가 각 정부 출범 2년3개월~3년3개월 차에 치러져 정권 중간평가 혹은 정권 심판의 성격을 띠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론 이번 6·4지방선거는 박근혜정부 출범 1년4개월째에 치러져 시기적으로 정권 중간평가의 성격을 띤다고 보기에는 다소 애매하다. 그러나 정부가 스스로 조기 정권 심판론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작부터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등으로 정통성 시비를 일으켰던 박근혜정부는 점점 커지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전 정권의 일이다"라며 선 긋기에만 급급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거부하고, 수사팀 검사들은 전국에 흩어 놓아 실질적 수사 및 공소 유지를 어렵게 만들었다. 독선·불통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이외에도 경제민주화, 국민대통합, 복지확대, 기초선거 공천 폐지 등 공약의 잇단 후퇴도 정권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정부 출범 1년여 만에 민심은 정권 심판론을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달 22~25일 서울·경기·인천·충남·광주·부산 등 6개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6·4지방선거가 박근혜정부에 대한 심판과 견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광주(68.6%), 서울(62.5%), 경기(60.8%), 인천(60.0%), 충남·부산(54.2%) 등 전 지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조사대상 - 지역별 700명, 조사방식 - 유무선 혼합 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7%p). 

이 조사가 집권 1년도 채 안된 시점의 조사임을 감안하면 6월 지방선거까지 정권 심판론은 더욱 거세게 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오만한 권력
견제 필요


당장 민주당은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에 발맞춰 정권 심판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김한길 대표는 지난 5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박근혜정부의 공약파기와 불통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경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의 목표와 화두는 오만한 권력에 대한 강력한 견제"라며 "브레이크 없는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에 강력한 제동을 걸어 잘못된 국정운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연장선에서 민주당은 6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는 국회 대정부질문도 '정권 심판의 장'으로 만들어 공세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전 원내대표는 "이번 대정부질문은 박근혜정부 출범 1년을 평가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지난 1년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민생은 위기에 빠졌다. 또 약속은 파기돼서 정치를 몰락시키고 있다"고 공세를 예고했다. 





그러나 실제로 정권 심판론이 통할지는 의문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1년4개월 만에 지방선거가 치러져 이른 감이 있는데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줄곧 50% 중반대를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권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던 앞선 총·대선에서 모두 패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새누리당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보다 2배 가까이 앞서고 있어 정권 심판론이 통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지금 후보 인물난을 겪고 있다고는 하지만 야권보다는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에서는 지역 현안이 큰 이슈가 될 것"이라며 “중앙의 이슈가 지방의 이슈를 덮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겨냥한
지방정부 심판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에 새누리당은 지방정부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현재 전국 16개 시·도 지자체(세종시 제외) 중 절반인 8개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야권 지자체장을 겨냥, 이들을 심판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춘 것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지방선거는 그동안 지방정부 4년을 총결산하고 그에 대한 엄중한 심판을 하는 선거"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정부의 공약과 실적에 대한 국민의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6·4지방선거는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의 4년간 실적을 평가하는 선거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아니다"라며 "지방정부를 평가하고 심판하는 차분한 선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함진규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국민 곁에서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을 추진하는 주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라며 "따라서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 지난 4년 간 우리 동네, 나아가 우리 시·도를 대표해 일했던 사람들이 일을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평가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안철수 의원 측을 향해서도 "야권연대는 구태정치"라며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지방정부 심판론이 꼭 새누리당에 유리할지는 미지수다. 현직 지자체장들이 지방선거에서 가지는 '현역 프리미엄'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새누리 "지방정부 총결산 및 심판"
민주당 "불통·독선 정권 견제필요"
안철수 "구태정치 깨고 새정치해야"


게다가 민주당과 똑같이 8개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 지자체장들의 지난 4년 성적 평가가 일방적으로 유리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새누리당 측 지방정부는 공공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을 폐쇄시켰고(경남), 민주당이 차지한 지방정부는 지방의료원을 공공병원으로 강화시켜 의료비 상승을 막고 공공의료 안전망을 확대시켜 호응을 얻었다. 

특히 민주당은 서민생활과 밀접한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시·도립 대학의 반값 등록금을 독자적으로 추진, 실현시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광온 대변인은 "지방정권 심판론은 새누리당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라고 말했다.

3월 내 창당을 선언한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신당(이하 신당)이 내걸고 있는 프레임은 "새정치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다. 신당은 창당을 준비하며 같은 야권인 민주당과도 선을 그으며 새정치를 기치로 독자 행보를 모색 중이다.    
신당 창당을 위한 실무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김성식 공동위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새정치를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선거전략을 세울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선거를) '낡은 정치 대 새정치'라고 생각한다. 낡은 정치를 대신하는 새정치를 강조하고, 주민의 실질적 삶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구정치 심판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당의 구정치 심판 프레임은 아직도 모호한 새정치의 구체화, 참신한 인물 영입이 뒷받침돼야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정치=새·민
새정치=신당?


물론 꼭 프레임에 따라서 선거 결과가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정당 외 인물, 정책 등 다양한 변수들도 선거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다. 그러나 프레임은 각 당의 선거전략 밑그림이어서 자신들의 프레임은 강조하고, 상대 진영 프레임은 깎아내리는 프레임 전쟁은 점점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3당 중 최후에 웃는 쪽은 과연 누가 될까? 그 결과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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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