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6·4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차기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여야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필승을 위해 김황식·정몽준·이혜훈 등 거물급 3인방의 당내 경선 빅매치 카드를 꺼내들었고, 민주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한편,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과의 연대도 준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안 의원 측은 독자행보 입장을 분명히 하며 3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불붙기 시작한 소통령 전쟁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서울시장선거는 지방선거의 꽃이라 불린다. 서울시장은 인구 100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 서울을 이끈다는 상징성과 막대한 예산(약 23조원)의 집행, 지방자치단체장 중 유일한 국무회의 참석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시장은 차기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로도 받아들여져 '소통령'이라고도 불린다. 이처럼 정치적 무게감이 큰 자리인 만큼 여야는 사활을 걸고 '소통령 쟁탈전'에 나설 태세다.
여, 3인 경선 준비
새누리당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 정몽준 의원, 이혜훈 최고위원 등 거물급 3인방을 전면에 내세운 경선으로 흥행몰이에 나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 준비에 착수했다.
황우여 대표는 지난 5일 오후 새누리당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 전 총리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출마를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총리는 다음날 오후 광주 전남대병원 특강 후 취재진과 만나 "황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제안했다"며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갖고 과연 서울시장의 적임자인지 심사숙고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전 총리는 또 "당헌·당규에 따라 경선을 하는 것은 원칙이고 상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출마할 경우 경선에 참여할 뜻도 분명히 했다. 김 전 총리는 최종 입장을 2월11일 미국 UC버클리 로스쿨 방문을 위한 출국에 앞서 밝힐 가능성이 크다. 이번 미국 방문이 4월까지로 예정돼 지방선거 일정상 그 전에 입장 표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최종 입장 정리 때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김 전 총리가 출마 쪽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내에서는 친박(친박근혜) 핵심인사들이 김 전 총리를 밀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 전 총리는 당내 조직 기반이 없다는 점이 약점인데, 박심(박근혜 대통령 마음)이 쏠릴 경우 경선 통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김 전 총리가 그간 박심의 향방을 살피며 출마에 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해왔다는 시각이 많다. 때문에 이번에 출마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한 것은 어느 정도 박심을 확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 거물 3인방 경선 '빅매치' 기대
민주당, 박원순 장점 부각…야권연대 고민
안철수 "연대·빅딜 없다" 독자행보 고수
황 대표는 김 전 총리를 만나기에 앞서 이날 오전 또 다른 당내 유력 후보군인 7선의 정몽준 의원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서울시민과 당을 위해서 할 일이 있다고 판단을 하면 출마할 것"이라고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놨다. 정 의원은 김 전 총리의 행보를 지켜보며 입장을 정리해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또 6일 오후에는 국회 인근 한 식당에서 유일하게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이혜훈 최고위원과도 독대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경선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세부일정들을 빨리 만드는 게 좋을 것"이라며 "당의 승리를 위해 공정하고 당당하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고, 황 대표는 "멋지게 경선을 마치면 본선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들 3인의 당내 경선이 현실화될 경우 컨벤션효과(정치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 현상) 등으로 여권의 서울시장 열기는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세 분의 빅 매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당 안팎의 훌륭한 분들이 도전, 출마를 회피하지 않을 때 새누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일궈낼 수 있다고 확신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경선 빅매치 조짐에 민주당은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박원순 시장이 각종 여론조사 지표상 우세를 보이고 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표정관리에 들어갔지만, 흥행 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에 내심 촉각을 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게다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이 서울시장 독자후보론을 고수하고 있어 야권 분열 가능성에 대한 고민으로 속내는 상당히 복잡하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박 시장의 입지가 탄탄해 여권의 움직임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새누리당의 정치 공학적 이벤트가 무늬만 경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서는 안 의원의 새정치신당(이하 신당)이 독자후보를 내겠다는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민주당과 신당 후보 간에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경선)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당 측은 현재까지도 "빅딜도, 연대도 없다"고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 빅딜·연대 없나?
이에 대해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지난 5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지금 야권연대는 말 자체를 꺼내는 것이 굉장히 식상하고 시기적으로 적당하지 않다"며 "저쪽이 신당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고 민주당은 그동안 혁신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은 자기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시간이 지나 4, 5월이 되면 야권연대라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고 운명이기 때문에, 상황의 변화와 여론의 변화가 있을 것이고 새정치신당에서도 이런 것을 검토하는 단계가 오리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