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4대 권력기관장 '정치인맥도' 대해부

학연·지연·고시연…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그들만의 리그'


[일요시사=정치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 수장은 대통령 다음 가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리다. 국가 의전상 서열은 국무총리, 국회의장 등이 더 높지만 '수사권'을 가진 이들 권력기관 수장들이 실질적 '파워'는 더 가지고 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능력은 기본,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그리고 알파에서 '인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박근혜정부 4대 권력기관 수장들은 과연 어떤 인맥을 가지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집중 해부해봤다.





정권의 힘은 권력기관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4대 권력기관으로 꼽히는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은 정권 교체기 인사권자(대통령)에 의한 수뇌부의 물갈이가 빈번하게 이뤄졌다. 정권의 코드에 맞는 인사를 주요 권력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하는 잘못된 관례가 되풀이된 것이다.

권력기관 수장
‘능력+α’ 필요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현실적 관점에서 보면 권력기관의 수장이 되기 위해선 능력은 기본이고 인맥·관운 등의 알파가 더해져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단행한 주요 권력기관장 물갈이 인사 이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권력기관 수장들은 현재까지 자리를 잘 보존하고 있다. 채 전 총장의 경우에는 현 정권의 '역린'이라 할 수 있는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수사를 밀어붙이다 찍혀져 나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지난해 12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의혹을 받았던 김진태 총장이 임명됐다. 채 전 총장의 사례는 4대 권력기관의 수장들이 자리를 보존하거나 혹은 잃게 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 김 총장 임명의 사례는 인맥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현재 4대 권력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들은 과연 어떤 인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박근혜정부 들어 주가를 한창 높이고(?) 있는 국정원의 수장 남재준(69) 원장부터 살펴보면 '서울 배재고→육군사관학교(25기)' 출신인 남 원장 인맥의 근간은 육사다. 남 원장은 40여년간 군에 몸담으며 수도방위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4성 장군인 대장으로 진급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육군참모총장까지 지냈다.

지난 2005년 퇴임 후 정치와 거리를 뒀던 그는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국방안보분야 특보를 맡으며 박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고, 지금껏 연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박근혜 캠프 안보자문그룹에서 4성 장군 출신은 남 원장과 새누리당 정수성(68·갑종 202기) 의원 두 명뿐으로, 남 원장이 좌장 역할을 맡고 정 의원이 뒤를 받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한 후에는 이 전 대통령 측에서도 도와 달라는 요청이 있었으나 남 원장은 이를 거절하고 박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킨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박 대통령에게 꾸준히 안보 관련 조언을 해 오던 남 원장은 지난 2012년 대선 기간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의 국방안보분야 특보를 맡으며 실세로 부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 원장이 언제까지 국정원장으로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박근혜정부의 시작과 끝을 함께할 핵심인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나친 원칙주의와 고지식함으로 "2013년을 국정원의 해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잦은 남 원장의 정치 전면 등장에 야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그에 대한 신임은 변함없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원, 검·경,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장 인맥
실질적 '파워'에선 국무총리·국회의장보다 앞서 

박 대통령과의 관계 외에도 남 원장은 군 출신으로 짜여진 외교·안보 라인 실세들과도 돈독한 사이다. 남 원장을 포함한 육군 대장 출신 4인방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육사 27기), 박흥렬 경호실장(육사 28기), 김관진 국방부 장관(28기) 등은 모두 남 원장의 육사 후배로 주요 보직을 앞뒤로 물려주고, 이어 받으며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남 원장은 또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 강창희 국회의장과도 가까운 사이다. 두 사람은 육사 동기로 생도 때부터도 친했고, 육군대학에서 교관으로도 같이 재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7인회 멤버는 강 의장을 비롯해 김기춘 비서실장, 새누리당 김용환 상임고문, 안병훈 기파랑 대표,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김용갑·현경대 전 의원 등인데, 남 원장은 강 의장을 고리로 이들과도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선 검사 시절 인연
검찰총장 지명 기여?

사정기관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검찰의 새 수장으로 지난해 12월 임명된 김진태(61) 검찰총장은 일선 검사 재직시절 맺은 인연이 눈길을 끈다.

김 총장은 지난해 3월 박근혜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 3인(채동욱, 소병철, 김진태)에 이름을 올렸으나 3위로 낙점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당시 2순위였던 소병철 후보자가 포함된 최근 인사에서는 그를 제치고 검찰총수 자리를 거머쥐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기춘 실장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김 실장이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평검사였던 김 총장을 총애했고, 그래서 총장으로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야권에서 김 총장의 출신(경남 사천)을 이유로 "PK(부산·경남) 편중인사다"라는 비판과 김 실장과의 관계를 들어 "청와대의 검찰 장악 꼼수"라는 비판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총장은 "법무부 법무심의관 재직시절 평검사와 장관 관계로 만났을 뿐 개인적으로 교류하는 관계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김 총장이 보고서 작성 등 일처리를 깔끔하게 잘해서 당시 김 장관이 총애했다는 얘기는 법조계의 유명한 일화다.

김 총장은 또 정홍원 국무총리와도 가까운 사이다. 정 총리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 총장은 특수부 검사로 함께 근무했는데, 검찰에선 같은 부에서 근무했다는 것을 대단한 인연으로 여긴다. 

이외에도 홍준표 경남도지사와는 사법시험 동기(24회)다. 김 총장 임명 당시 홍 지사는 "검찰에 남아 있는 사람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라고 김 총장을 극찬 하기도 했다.

서울 출신의 이성한(57) 경찰청장은 정치색이 옅고 새 정부의 경찰수장으로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 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통솔형'보다는 '관리형'에 가까워 정권의 입맛에 맞게 경찰을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경찰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경찰 관련 공약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정치외압에 따른 잦은 교체로 비판을 받았던 경찰청장의 임기 보장을 약속했는데, 취임 후 20일 만인 지난해 3월15일 김기용 청장이 임기(2년)를 1년여 남기고 사의를 표명하자 이를 수리한 뒤 곧바로 이 청장을 후임으로 내정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3월11일 새 정부 첫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해 앞으로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하며 대대적 인사 물갈이를 예고했는데 '김기용→이성한' 총장 교체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에 화답한 이 총장도 내정 이후 취재진과 만나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춰 4대 사회악 제거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권의 방침에 충실히 따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성한 - 문재인'
청와대 함께 근무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경찰간부후보 31기로 임관한 이후 줄곧 경찰로 근무한 탓에 그의 정치적 인맥에 대해선 특별히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그의 이력을 더듬어 보면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이 총장은 지난 2004년 1년여간 대통령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파견 근무를 나갔었는데, 당시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냈던 문재인 의원이다.


조세징수 및 집행의 최고기관인 국세청의 수장인 김덕중(54) 청장은 대전 출신으로 중앙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행정고시 27회에 합격해 세무관료의 길을 걷기 시작해 천안세무서장, 국세청 전산운영담당관, 청와대 파견근무, 국세청 부동산거래관리과장, 서울청 납세자보호담당관·세원관리국장·조사1국장, 대전지방국세청장, 국세청 기획조정관·징세법무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을 거쳐 국세청장에 올랐다.

김 청장의 정치권 인맥도 이성한 경찰총장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다만 출신지역, 학교, 근무 이력을 통해 명품 인맥들과의 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

우선 57회 졸업인 김 청장의 대전고 동문으로는 청와대 유민봉(55회 졸업) 국정기획수석과, 정황근 청와대 농수산식품비서관(58회), 한창훈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60회) 등이 있다.

능력은 기본, 인맥·관운 등 +알파 필요
정치적 색깔, 때로는 전문성보다 중요

또 국회의원 중에서는 강창희 국회의장과 민주당 소속 박병석 국회부의장 등이 대전고 출신이다.

행시 27회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박근혜정부 가급 고위공무원의 주축을 이루는 대표적 행시 기수가 바로 27회다. 27회 합격자 100명 중 40여명이 현재 가급 보직을 맡고 있거나 거쳤다.

대표적으로 청와대 김경식 국토교통해양비서관, 김영석 해양수산비서관, 권혁소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김순철 중소기업청 차장, 소기홍 지역발전위 지역발전기획단장, 오형국 광주광역시 행정부시장, 원용기 문체부 콘텐츠정책실장, 정기창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방통융합실장 등이 모두 행시 27회 출신이다.

민주당 유성엽 의원도 행시 27회다. 유 의원은 전북도에서 공직생황을 하다가 정치에 발을 들여 민선 정읍시장을 거쳐 국회에 진출, 18?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행시 27회 출신들은 성과를 밖으로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내실을 챙기는 외유내강형 인물이 많아 대부분 각 기관에서 주춧돌 역할을 맡고 있다"며 "향후 장관에 발탁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행시 27회 출신이라는 점은 김 청장의 든든한 인맥풀로 분석된다.  

전문성보다
코드 고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권력을 바라고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느냐"라며 "능력을 도외시한 인맥에 따른 인사는 고쳐져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4대 권력기관의 수장들에 대한 전문성과 능력에 따른 선임이라는 정부의 설명은 '수사'에 불과하다"며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이들이 권력기관에 배치돼 사실상 청와대가 주요 권력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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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