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7·30재보선' 정치권 긴장모드 내막

'미니총선'…거물급 잠룡들 생사건 혈전 터진다

[일요시사=정치팀] 정치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오는 7월30일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판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수도권 2곳에서 재보선이 확정된데 이어 2심에서 당선무효·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여야 의원이 3명이나 더 있다. 게다가 6·4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경우도 다수 나올 것으로 보여 최대 10곳 이상의 지역에서 '미니총선급' 규모의 재보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경기 평택을), 민주당 신장용 의원(경기 수원을), 무소속 현영희 의원이 의원직을 잃었다. 현 의원의 경우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의원직을 획득한 후 출당 당한 경우여서 후순위 새누리당 비례대표에게 의원직이 이어지지만 이재영·신장용 의원의 지역구에선 재보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금배지 떨어진
지역 속출

여기에 새누리당 안덕수(인천 서구·강화을) 의원은 지난 23일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인 A씨의 선거비용 초과지출 및 이익제공 금지 규정을 어긴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대법원이 파기 환송을 선고해 당분간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지만 서울고법 심리 결과에 따라 의원직 상실의 여지는 남아있다. 국회의원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가 징역형 또는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해당 의원도 당선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누리당 성완종(충남 서산·태안)·조현룡(경남 함안·의령·합천), 민주당 배기운(전남 나주·화순), 통합진보당 김미희(성남 중원) 의원 등 4명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구을)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 6월말까지 이들의 당선무효 및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될 경우 최대 5석의 자리가 추가로 재보선지역으로 나오게 된다.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고 2심이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새누리당 윤진식 의원(충북 충주)은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전남 순천·곡성)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6·4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경우도 속출할 예정이다. 인천시장 후보 출마 의지가 높은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인천 서구강화갑)과 박상은(인천 중구동구옹진) 의원의 지역구 중 한 곳, 부산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서병수 의원(부산 해운대구기장군갑)의 지역구 등에서는 재보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에서도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진표(경기 수원시정)·원혜영(경기 부천시오정구) 의원의 지역구 중 한 곳이 재보선을 치르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의원들은 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위해선 반드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외에도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준비 중인 이들이 다수 있어 아직 전체적인 규모를 정확히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10곳 이상의 지역에서 재보선이 열릴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불안감 & 기대감
여야 셈법 제각각

새누리당은 현재까지 이재영 의원이 의원직을 잃었지만 지난 총선 공천파문으로 제명됐던 무소속 현영희 의원의 의원직 상실 확정으로 선거법에 따라 후순위 비례대표가 의원직을 승계함에 따라 ‘본전은 했다’는 분위기다.

다만 새누리당은 추가 대법원 판결,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의원직 사퇴 등으로 재보선의 판이 커질 것으로 보고 최악의 경우 원내 과반 의석을 위협받을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또 지방선거에 연이어 치러지는 재보선이 '미니총선급'으로 치러질 경우 정권심판론이 잇따라 불거질 수 있어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새누리당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7월 재보선에 대한 부담이 있다"며 "과반 의석을 지키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연장선에서 새누리당은 이재영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평택을 선거구에 민주당에서 누가 나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대 총선 때 인적쇄신을 촉구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던 3선의 정장선 전 의원이 다시 나서면 강력한 후보가 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미 수도권 2곳서 재보선 확정
추가 당선무효자 줄줄이 대기 중

반면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재보선의 판이 커지는 것에 대해선 기대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무죄 판결을 받은 새누리당 의원과 의원직이 박탈된 민주당 의원의 금품제공 액수나 상세 내용 등을 비교하면 형평성을 상실한 판결이라는 아쉬움이 든다"며 "검찰의 인위적 균형 맞추기와 법원의 여당 의원 봐주기가 있지 않았나라는 의심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7월 재보선이 크게 치러지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중간심판 성격이 분명하게 부각될 수 있다"며 "우선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여세를 몰아 재보선에서도 승리하도록 준비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충청권
격전 불가피

결국 7월 재보선이 '미니 총선급'으로 치러진다면 재보선은 6월 지방선거와 함께 하반기 정국을 좌우하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의 연장선에서 한 묶음으로 박근혜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민심의 잣대로 불리는 수도권과 정치적 중원에 해당하는 충청권이 재보선 대상 지역에 대거 포함돼 여야 간 치열한 격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으로서는 국정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회의 과반의석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도(현 155석) 재보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신당과 야권 주도권 다툼을 벌여야 하는 민주당도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3월 내 창당을 선언한 안철수 신당도 현역의원을 배출하기 위해 총력을 다 할 태세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지난 21일 제주 벤처마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한된 역량이지만 7월 재보선을 준비하고 있다"며 "좋은 분들을 영입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적극적 참여의지를 드러냈다.

안 의원의 신당창당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윤여준 의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10곳에서 실시된다면 최소 3개 정도는 이길 수 있다고 본다. 또 이겨야만 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0곳 이상 지역서 여야 격돌 전망
여야 잠룡 김문수·손학규 출마설도…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새누리당 김문수 경기도지사,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영향력 확대를 꾀하기 위해 재보선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김 지사가 3선 도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화함에 따라 재보선으로 방향을 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경기지사 사퇴 후 보직 없이 중앙무대로 올 경우 영향력 확대 기회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새누리당의 유력한 차기 당권·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은 지난해 4월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재진입하면서 정치적 중량감을 키웠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오는 10월 재보선에는 수도권 지역구가 없을 공산이 있어 이번이 김 지사가 원내에 복귀할 적기다"라고 말했다. 다만 당의 경기지사 재출마 요청을 거부한 김 지사에게 중앙당이 '괘씸죄' 등을 이유로 공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변수다.

민주당 내에서도 김 지사에 앞서 경기지사를 지냈던 손 고문이 '경기 지역에 구원등판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재보선이 확정된 경기 평택을과 수원을 모두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정장선 전 의원과 이기우 전 의원의 지역구여서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손 고문이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손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김영철 대표이사는 지난 20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손 고문의 수원을 지역 재보선 출마 가능성은 제로가 아닌 마이너스"라고 일축했다. 

여야 잠룡도
출격하나?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패배하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경우 수도권 재보선 승리를 위해 '손학규 차출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김 지사가 출마할 경우 야권에서도 손 상임고문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김·손 빅매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7·30재보선의 예비후보자등록 신청은 4월1일부터 시작된다. 후보자등록 신청은 7월10~11일 이틀이며 재보선에 입후보하려는 자치단체장 및 공직자들은 후보자등록 신청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 공식선거운동기간은 7월17~29일이며 선거일인 7월30일 당일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꼼수

느닷없는 지방·재보선 동시개최 주장?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는 7월30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당겨 6·4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는 방안을 야당에 제안해 파문이 일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6월 지방선거→7월 재보선→10월 재보선' 정치 일정상 선거비용, 행정낭비 등을 이유로 들며 "불과 몇 달 사이를 두고 이처럼 대규모 선거를 계속 치르면 비용과 행정적 낭비는 물론 국민 피로도도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며 "6월4일 치러질 지방선거와 함께 보궐선거로 확정된 선거는 같이 합쳐서 치르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을 향해 "당리당략 차원을 떠나 국민께 최소한의 도리를 하고 모든 것을 선거에 소일하지 않는 한해가 되도록,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이런 것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야권에서는 최 원내대표의 주장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이슈를 물타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금 7월 재보선 시기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가장 중요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에 대한 논의가 매듭이 안됐는데 이를 갑자기 꺼내든 것은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박광온 대변인도 "굳이 조정한다면 7월 재보선은 10월로 조정해 재보선을 한번 치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며 "지금 이를 논의하는 것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파기를 물타기 하려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방침은 기초선거 공천 폐지 문제와 재보선 시기조정의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결국 아무 것도 챙기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공천문제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국 최 원내대표의 제의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파트너인 민주당의 부정적 입장이 확고해 없었던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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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