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7·30재보선' 정치권 긴장모드 내막

'미니총선'…거물급 잠룡들 생사건 혈전 터진다

[일요시사=정치팀] 정치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오는 7월30일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판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수도권 2곳에서 재보선이 확정된데 이어 2심에서 당선무효·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여야 의원이 3명이나 더 있다. 게다가 6·4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경우도 다수 나올 것으로 보여 최대 10곳 이상의 지역에서 '미니총선급' 규모의 재보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경기 평택을), 민주당 신장용 의원(경기 수원을), 무소속 현영희 의원이 의원직을 잃었다. 현 의원의 경우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의원직을 획득한 후 출당 당한 경우여서 후순위 새누리당 비례대표에게 의원직이 이어지지만 이재영·신장용 의원의 지역구에선 재보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금배지 떨어진
지역 속출

여기에 새누리당 안덕수(인천 서구·강화을) 의원은 지난 23일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인 A씨의 선거비용 초과지출 및 이익제공 금지 규정을 어긴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대법원이 파기 환송을 선고해 당분간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지만 서울고법 심리 결과에 따라 의원직 상실의 여지는 남아있다. 국회의원 선거사무소 회계책임자가 징역형 또는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해당 의원도 당선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누리당 성완종(충남 서산·태안)·조현룡(경남 함안·의령·합천), 민주당 배기운(전남 나주·화순), 통합진보당 김미희(성남 중원) 의원 등 4명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구을)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 6월말까지 이들의 당선무효 및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될 경우 최대 5석의 자리가 추가로 재보선지역으로 나오게 된다.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고 2심이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새누리당 윤진식 의원(충북 충주)은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전남 순천·곡성)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6·4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경우도 속출할 예정이다. 인천시장 후보 출마 의지가 높은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인천 서구강화갑)과 박상은(인천 중구동구옹진) 의원의 지역구 중 한 곳, 부산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서병수 의원(부산 해운대구기장군갑)의 지역구 등에서는 재보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에서도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진표(경기 수원시정)·원혜영(경기 부천시오정구) 의원의 지역구 중 한 곳이 재보선을 치르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의원들은 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위해선 반드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외에도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준비 중인 이들이 다수 있어 아직 전체적인 규모를 정확히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10곳 이상의 지역에서 재보선이 열릴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불안감 & 기대감
여야 셈법 제각각

새누리당은 현재까지 이재영 의원이 의원직을 잃었지만 지난 총선 공천파문으로 제명됐던 무소속 현영희 의원의 의원직 상실 확정으로 선거법에 따라 후순위 비례대표가 의원직을 승계함에 따라 ‘본전은 했다’는 분위기다.

다만 새누리당은 추가 대법원 판결,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의원직 사퇴 등으로 재보선의 판이 커질 것으로 보고 최악의 경우 원내 과반 의석을 위협받을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또 지방선거에 연이어 치러지는 재보선이 '미니총선급'으로 치러질 경우 정권심판론이 잇따라 불거질 수 있어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새누리당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7월 재보선에 대한 부담이 있다"며 "과반 의석을 지키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연장선에서 새누리당은 이재영 전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평택을 선거구에 민주당에서 누가 나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대 총선 때 인적쇄신을 촉구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던 3선의 정장선 전 의원이 다시 나서면 강력한 후보가 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미 수도권 2곳서 재보선 확정
추가 당선무효자 줄줄이 대기 중

반면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재보선의 판이 커지는 것에 대해선 기대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무죄 판결을 받은 새누리당 의원과 의원직이 박탈된 민주당 의원의 금품제공 액수나 상세 내용 등을 비교하면 형평성을 상실한 판결이라는 아쉬움이 든다"며 "검찰의 인위적 균형 맞추기와 법원의 여당 의원 봐주기가 있지 않았나라는 의심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7월 재보선이 크게 치러지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중간심판 성격이 분명하게 부각될 수 있다"며 "우선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여세를 몰아 재보선에서도 승리하도록 준비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충청권
격전 불가피

결국 7월 재보선이 '미니 총선급'으로 치러진다면 재보선은 6월 지방선거와 함께 하반기 정국을 좌우하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의 연장선에서 한 묶음으로 박근혜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민심의 잣대로 불리는 수도권과 정치적 중원에 해당하는 충청권이 재보선 대상 지역에 대거 포함돼 여야 간 치열한 격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으로서는 국정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회의 과반의석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도(현 155석) 재보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신당과 야권 주도권 다툼을 벌여야 하는 민주당도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3월 내 창당을 선언한 안철수 신당도 현역의원을 배출하기 위해 총력을 다 할 태세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지난 21일 제주 벤처마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한된 역량이지만 7월 재보선을 준비하고 있다"며 "좋은 분들을 영입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적극적 참여의지를 드러냈다.

안 의원의 신당창당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윤여준 의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10곳에서 실시된다면 최소 3개 정도는 이길 수 있다고 본다. 또 이겨야만 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0곳 이상 지역서 여야 격돌 전망
여야 잠룡 김문수·손학규 출마설도…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새누리당 김문수 경기도지사,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이 영향력 확대를 꾀하기 위해 재보선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김 지사가 3선 도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화함에 따라 재보선으로 방향을 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경기지사 사퇴 후 보직 없이 중앙무대로 올 경우 영향력 확대 기회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새누리당의 유력한 차기 당권·대권 주자로 꼽히는 김무성 의원은 지난해 4월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재진입하면서 정치적 중량감을 키웠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오는 10월 재보선에는 수도권 지역구가 없을 공산이 있어 이번이 김 지사가 원내에 복귀할 적기다"라고 말했다. 다만 당의 경기지사 재출마 요청을 거부한 김 지사에게 중앙당이 '괘씸죄' 등을 이유로 공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변수다.

민주당 내에서도 김 지사에 앞서 경기지사를 지냈던 손 고문이 '경기 지역에 구원등판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재보선이 확정된 경기 평택을과 수원을 모두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정장선 전 의원과 이기우 전 의원의 지역구여서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손 고문이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손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김영철 대표이사는 지난 20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손 고문의 수원을 지역 재보선 출마 가능성은 제로가 아닌 마이너스"라고 일축했다. 

여야 잠룡도
출격하나?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패배하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경우 수도권 재보선 승리를 위해 '손학규 차출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김 지사가 출마할 경우 야권에서도 손 상임고문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김·손 빅매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7·30재보선의 예비후보자등록 신청은 4월1일부터 시작된다. 후보자등록 신청은 7월10~11일 이틀이며 재보선에 입후보하려는 자치단체장 및 공직자들은 후보자등록 신청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 공식선거운동기간은 7월17~29일이며 선거일인 7월30일 당일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꼼수

느닷없는 지방·재보선 동시개최 주장?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는 7월30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당겨 6·4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는 방안을 야당에 제안해 파문이 일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6월 지방선거→7월 재보선→10월 재보선' 정치 일정상 선거비용, 행정낭비 등을 이유로 들며 "불과 몇 달 사이를 두고 이처럼 대규모 선거를 계속 치르면 비용과 행정적 낭비는 물론 국민 피로도도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며 "6월4일 치러질 지방선거와 함께 보궐선거로 확정된 선거는 같이 합쳐서 치르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을 향해 "당리당략 차원을 떠나 국민께 최소한의 도리를 하고 모든 것을 선거에 소일하지 않는 한해가 되도록,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이런 것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야권에서는 최 원내대표의 주장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이슈를 물타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금 7월 재보선 시기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가장 중요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에 대한 논의가 매듭이 안됐는데 이를 갑자기 꺼내든 것은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박광온 대변인도 "굳이 조정한다면 7월 재보선은 10월로 조정해 재보선을 한번 치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며 "지금 이를 논의하는 것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파기를 물타기 하려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방침은 기초선거 공천 폐지 문제와 재보선 시기조정의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결국 아무 것도 챙기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공천문제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국 최 원내대표의 제의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파트너인 민주당의 부정적 입장이 확고해 없었던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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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