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쟁호투' 불붙은 새누리 당권전쟁 막후

김무성 "형님은 국회의장이나" 서청원 "아우는 차기대권이나"

[일요시사=정치팀]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을 놓고 치열한 물밑 경쟁이 시작된 모양새다. 유력한 차기 당대표로 거론되는 김무성·서청원 의원이 새해 들어 나란히 정치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 특히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급부상한 김 의원은 이미 차기 당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 안팎의 출마요구가 높은 서 의원은 설 이후 명확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상도동계 출신 선후배인 두 인사의 격돌은 결과에 따라 여권 권력지형, 당·청 관계에 큰 변화를 야기할 전망이다.




김무성(63·5선)·서청원(71·7선) 의원은 명실상부한 새누리당 내 최고 거물급 인사다. 과거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선후배인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10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차례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여권 내 핵심실세이며 차기 당권경쟁에서도 선두권에 속해 있다. 하지만 출발점이 같았던 이들은 현재 정치색, 처한 상황이 많이 달라져 원하든 원치 않았든 대척점에 서있는 모양새다. 

대척점에 선
어제의 동지

황우여 대표의 임기가 4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는 2016년 총선 공천권과 차기 대선후보 선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중요한 자리다. 이 자리를 놓고 상도동계 선후배인 김 의원과 서 의원이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 서 있다.

김 의원은 '친박→탈박→복박'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권의 유력한 차기 당권·대권주자로 급부상한 박근혜정부의 껄끄러운 인사다. 반면 서 의원은 줄곧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던 '원조 친박' 대표인사로 지난해 10월 재보선 출마 당시부터 "청와대가 꺼낸 김무성 견제카드"라는 말이 무성했다. 어제의 동지였던 이들이 한쪽은 박 대통령의 견제를 받는 인사로, 한쪽은 신임 받는 인사로 정치적 입장이 바뀐 것이다.

당권 도전의 포문은 김 의원이 먼저 열었다. 그는 최근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원했던 박 대통령 시대가 열렸으니 정부와 호흡을 맞춰 당을 이끌어 가고 싶다"며 "전당대회 시기가 언제로 정해지든 당대표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아직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그의 한 측근은 "서 의원에게 당을 맡아 달라는 의원이 상당히 많다"며 "설이 지나면 구체적 결심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안팎에선 서 의원이 '친박 대표주류'라는 명분을 앞세워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서 의원은 새해 들어 '박 대통령 감싸기'와 전국을 무대로 하는 '현장 정치'로 세 불리기에 착수했다. 우선 지난 8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개헌론을 제기하며 박 대통령을 비판한 이재오 의원을 향해 "올해는 경제 살리기에 올인 해야 한다"며 면박을 주고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집권 2년차 국정기조를 적극 옹호했다.

이는 '박근혜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당내 친박 구심점 역할 수행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서 의원은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당 최고중진연석회의 참석을 제외하고는 여의도 대신 자신의 지역구(경기 화성갑)뿐 아니라 전국 각지를 순회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충북도당 주요 당직자 워크숍에 참석해 지방선거 관련 특강을 펼쳤고, 14일에는 대구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조원진 의원의 의정보고대회 참석 차 대구를 찾았다. 또 17일엔 부산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서병수 의원의 부산 현지 출판기념회에도 참석했다.

전국을 누비는 서 의원의 현장정치는 지방선거,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편, 지역 민심을 청취하고 당원들과의 스킨십을 높이는 등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김무성
차별화 행보

반면 김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기도 하는 등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서 의원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가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철도파업 중재에 나서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부산의 민영방송인 <KNN>에 출연해 "박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는 야당 입장에 일리가 있다"며 "상대방이 틀린 이야기를 하더라도 들어주는 모습이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통이 아니다'라고 밝혔음에도 정면으로 박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적 비판이 아닌 당내 개헌론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입장과 같은 '시기상조론'을 펴면서 박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는 다른 친박계 당권주자들과 차별화를 꾀하면서도 친박 주류 측 후보로도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차기 당권 '복박 김무성' 원박 서청원' 충돌 임박
결과 따라 여권 권력지형, 당·청 관계 대폭 변화 예상  

실제로 김 의원은 당내 모임인 '근현대사 연구교실', 초당적 연구단체인 '퓨처라이프 포럼' 등 각종 연구모임을 출범시키며 당 안팎의 의원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고 있다. 내달 중순쯤에도 통일문제를 연구하는 공부모임인 '통일교실(가칭)'을 발족하는 등 의원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 측은 "순수한 공부모임"이라며 세 불리기 의도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차기 당권·대권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 의원은 '강연정치'로 외연 확장에도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강원대 등을 방문해 자신이 1호 법안으로 발의한 국가재정건전성을 주제로 직접 강연을 했고, 지난해 12월 순천향대에서 처음 개최했던 대학생들과의 '토크콘서트'도 3월부터 다시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관리형 대표?
독자적 대표?

아직은 물밑에서 차근차근 준비하는 단계지만 두 사람이 차기 당권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면 결과에 따라 박근혜정부 중반기 여권 권력지형 및 당·청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서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한 친박계 인사들을 모아 '친박연대'를 창당해 총선을 치르는 등 친박 성향이 뚜렷하다. 반면 김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박 대통령과 대립했다가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 복귀,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등 가깝고도 먼 관계를 반복했다.

이런 측면에서 서 의원이 당대표가 됐을 경우에는 관리형 대표로 자리매김하면서 지금처럼 수직적인 당청 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 의원이 당권을 쥘 경우 사안에 따라선 여당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수평적 관계로 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존재감 급부상 김무성, 차기 당권 넘어 대권도 노리나 
호위무사 서청원, 전국순회하며 당원들과 스킨십 확대

여기에 최근 김 의원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당·청 관계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컨설팅그룹 '더플랜'과 <프레시안>의 지난 8일 여론조사 결과 김 의원은 새누리당 차기 대선후보로 18.1%의 지지를 얻어 정몽준 의원(16.1%)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3위는 김문수 경기도지사(11.1%).

여야를 포함한 전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그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19.5%)을 오차범위내로 바짝 뒤쫓는 2위(18.2%)를 차지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문재인 후보(12.5%)보다도 앞선 것이다(조사대상 - 만19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조사인원 - 1007명, 조사방법 - 휴대전화 및 일반전화 ARS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09%).

다만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껄끄럽다는 점과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에 비춰볼 때 '김무성 대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 약점이다.

'박심'의 향방
승부 가를 듯

김 의원과 서 의원 외에도 이인제(6선)·최경환(3선)·이완구(3선)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 당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김 의원과 청와대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서 의원이 선두권으로 앞서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80년대 말 YS계에서 한솥밥을 먹다 당내 실세로 자리 잡은 '김무성vs서청원' 당권경쟁 구도가 짜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당내에서 김무성 의원의 '포스트 박근혜' 부상 가능성을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면서도 "결국은 윗분(박 대통령)의 뜻이 중요하다. 박심(박 대통령의 마음)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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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