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6·4지방선거 6대 격전지 판세 전망

민주당 '수성' vs 새누리 '탈환' vs 안철수 '도전'

[일요시사=정치팀]올해 최대 정치이벤트인 6·4전국동시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한 쪽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벌써부터 선거 대비에 착수한 것이다. 실제로 내달 초 시·도지사 및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후보들의 출마러시도 시작됐다. '지키느냐, 빼앗느냐' 지방선거 전쟁의 서막이 오른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주목할 격전지를 살펴봤다. 




다가오는 6·4지방선거는 박근혜정권 2년 차에 전국 단위로 치러지는 첫 선거여서 정권 중간평가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승리로 야당이 차지하고 있는 야당 소속 지자체장에 대한 '평가의 장'이 될 것이라는 정반대의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여야는 각각의 명운을 걸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 생존을 위한 명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여야, 사활 건
명승부 돌입

내달 4일 시·도지사 및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후보들의 출마 러시가 시작됐다. 이번 지방선거는 결과에 따라 여야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여야 지도부도 벌써부터 지방선거 대비 총력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승리 시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에 더욱 힘이 실리면서 각종 국정과제를 힘 있게 밀어붙일 수 있지만, 반대로 야권이 이길 경우 정국 주도권은 야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방선거 바로 다음달 열리는 10곳 안팎의 7·30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지방선거의 연장선에서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따라 현재의 여대야소 구도가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의 속사정은 좀 더 복잡하다. 안철수신당의 성과에 따라 야권질서가 재편될 수도, 아니면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할 수도 있다. 물론 안철수신당의 성과는 야권을 넘어 전체 정치지형에도 중대한 변화를 야기할 전망이다. 

가장 주목할 격전지는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서울·인천·충남·충북·강원 등 5개 지역과 서울·인천과 함께 '빅3'로 꼽히는 경기도 등 6곳이다. 영호남 지역구도가 아직 확고한 상황에서 이들 지역에서의 결과가 곧 지방선거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빅3', 박원순·송영길 재선
김문수 출마 여부 관심

지방선거의 꽃이라고 불리는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는 민주당 소속 박원순 현 시장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당내 4선의 신계륜·추미애 의원, 3선의 박영선 의원 등이 출마를 고심하고 있지만 일찍이 재선의지를 밝힌 박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맞대결뿐 아니라 안철수신당 후보를 포함한 가상 3자대결에서도 모두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시장은 지난 7일 오찬을 겸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후보로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인사는 이혜훈 최고위원뿐이다. 하지만 '서울 탈환'이 절실한 새누리당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박 시장과 맞상대가 가능할 후보군으로 대선주자급인 7선의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권영세 주중대사 등을 올려놓고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출마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최근 서울시장 후보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내가 직접 후보가 되는 것보다 능력 있는 다른 후보를 돕는 것이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서울시장보다 차기 대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 의원이 당내 차기 대선후보 경선을 감안하면 임기를 3년도 못 채우고 관둘 서울시장직에 정치적 생명을 거는 것은 도박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추대 형식으로 후보가 될 경우에는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 전 총리 측도 추대가 아닌 당내 경선이 진행될 경우에는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정 의원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려면 서울시장에 나와야만 한다"며 "일부에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추대하자는 주장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창당 준비에 들어간 안철수신당에서는 최근 민주당을 탈당해 안 의원 측에 합류한 이계안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여야 운명 좌우할 지방선거 열기 '후끈' 
서울·경기·인천·충남·충북·강원 격전 전망

인천광역시는 지난 7일 민주당 소속 송영길 시장이 공식적으로 재선도전 의사를 밝혀 그의 수성 여부가 주목된다. 송 시장은 이날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천은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성장단계에 있기 때문에 서울보다도 일이 많고 복잡하다"며 "4년 동안 시민이 저에게 엄청나게 월급을 줘가면서 누구도 대치할 수 없는 경험과 정보를 축적하게 했는데 이걸 써먹지 않고 버리기엔 아깝다고 재선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올해 6월에 임기가 끝나고 9월에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데 시장이 바뀌면 이·취임식 하다가 대회를 치러야 한다"며 "전쟁을 앞두고 장수를 바꾸지 않는 것처럼 지속해야 아시안게임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송 시장의 대항마로는 새누리당 이학재·박상은 의원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후보군으로 거론되며, 상황에 따라서는 황우여 대표 차출설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강력한 카드인 황 대표의 경우 출마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대신 황 대표는 후반기 국회의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인천과 함께 '빅3'로 꼽히는 경기도는 새누리당 소속 4선 원유철·정병국 의원, 민주당 소속 4선 원혜영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했다. 현재 지역 언론의 지지율 조사에서 김문수 현 지사를 제외하고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20일께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김 지사는 대권 도전을 위해 3선 도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수차례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이외 새누리당 후보로 당내 차기 원내대표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유효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남경필 의원과 유정복 안정행정부 장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또 확실한 승리를 위한 김 지사의 출마 요구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수성 여부 주목

충남은 민주당 소속 안희정 지사의 수성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충남도민들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안 지사를 선택하며 최초의 진보출신 도지사를 맞이했다. 이후 안 지사는 보수적인 충남 민심을 의식해 전임 도지사 초청간담회를 갖고 선배 지사들이 이끌어 온 도정의 역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히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면서 임기 동안 뚜렷한 실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내포신도시로의 성공적인 도청 이전과 3대 혁신과제 추진, 내실 있는 기업유치 등 나름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선거에 안 지사가 무난히 민주당 후보로 선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누리당은 이에 맞서 여러 명의 후보들이 출마의 뜻을 보이고 있지만 확실한 대항마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현역 의원인 예산·홍성의 홍문표 의원과 아산의 이명수 의원, 3선 제한으로 시장에 출마할 수 없는 성무용 천안시장,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강력한 대항마로 안 지사와 같은 논산 출신의 6선 의원인 이인제 의원 출마 가능성이 당내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이 의원은 지방선거 출마에 부정적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충남 시군지역의 풀뿌리언론연대모임인 '충남지역언론연합'이 지난해 12월19~27일 '피 트렌드 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도지사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이 1위(28.48%), 성 시장이 2위(24.52%), 이 의원이 3위(17.98%)를 차지했다. 이들과 안 지사와의 가상대결에서는 모두 안 지사가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새누리당 후보경선이 본격화 될 경우 후보 간 시너지 효과로 지지율이 역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신당 변수는 충남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자유선진당 출신의 류근찬 전 의원이 선진당을 탈당, 신당에 참여했지만 도지사 출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이번 충남지사 선거는 안 지사와 경선을 거치며 몸집을 키운 새누리당 후보의 한판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지사, '선거 불패'
후보 간 맞대결?

충북은 '선거 불패' 기록을 이어온 민주당 소속 이시종 지사의 수성과 이기용 충북교육감의 맞대결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선거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 지사는 지방자치제 부활 원년인 1995년 충주시장에 당선된 후 내리 3선 연임에 성공했고, 이후 충주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국회의원직을 던지는 배수의 진을 치고 당시 지사였던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과 맞붙어 승리했다.

이 교육감은 새해 들어 충북 지사 출마 결심을 굳히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이 교육감 역시 지금까지 치른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선거 불패의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2005년 충북교육감 보궐선거에 나서 당선된 뒤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연임제한 규정에 묶여 교육감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충북지사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 동문인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서청원 의원이 재보선을 통해 정계 복귀에 성공하면서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 교육감 외에는 일찍이 출마 결심을 굳힌 서규용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한대수 전 청주시장이 새누리당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민주당, 현역프리미엄 살릴 수 있을까?
새누리 '탈환', 안철수 '도전' 의지 거세

강원도는 뚜렷한 당내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 민주당 소속 최문순 지사가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최 지사의 재선 의지와 자신감도 높다. 그는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거물급이 출마해야 선거가 재미있고, 이는 강원도의 정치적 위상과 직결된다"며 "새누리당 후보로 이재오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중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동해 출신으로 지방선거 때마다 지역 정치권에서 도지사 후보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본인은 의중을 밝힌 바 없다.

이에 따라 대항마로는 한기호·권성동·황영철 의원, 이광준 전 춘천시장, 최흥집 하이원리조트 대표, 육동한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국민의 선택'
여야 명운 좌우

정치권 한 관계자는 "아직 선거가 5개월여나 남은 상황에서 변수는 많다"면서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수성 여부와 안철수의 정치실험 성공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선거 결과는 결국 국민의 선택이 좌우한다. 여야의 치열한 선거전이 시작된 상황에서 국민들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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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