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톱 라이프' 한국판 롯폰기힐스 어디?

주거복합단지 전성시대

최근 주상복합아파트와 유사한 형태인 ‘주거 복합단지’가 속속 선을 보여 수요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일본 롯폰기힐스, 미국 그로브 몰, 중국 신천지 등이 대표적인데 국내에선 부동산 시장이 최고조였던 2005?2007년 주목을 받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가 최근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때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회복세
서울·경기 등 속속 분양…웃돈 붙어 거래 

주거복합단지가 다시 ‘주거 패러다임’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는 크게 몇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예전과는 달리 판매 가능성과 실용성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우선 아파트 공급을 중소형으로 대거 초점을 맞췄다. 금융위기 이전 복합 단지들이 중대형 아파트가 대거 포진한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중대형서 
중소형으로

복합단지는 교통이 편리하고, 단지 내 생활 시설을 확보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서민들이 접근할 수 있을 정도의 면적과 가격을 조정한다면 불황기에도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전세금과 취득세 영구 인하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등과 같은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 등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금이 너무 치솟으면서 여유 자금이 있는 수요자들이 아파트 구입 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단지 입지 등에 따라 복합 단지도 기대를 모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분양경쟁률이나 주변 대비 시세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분양된 대표적인 주거복합단지 ‘판교알파리움’은 881가구 모집에 1순위에 2만2804명이 몰려 평균 2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격이 주변보다 저렴한데다 백화점·대형마트 등 생활편의시설이 골고루 갖춰지기 때문에 투자자가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다. 판교알파리움은 분양한 지 한달 만에 분양권에 웃돈이 4000만원 정도가 붙었고, 최근에는 1억원 이상 붙은 상태로 알려졌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주거 복합단지는 시세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 7월 문을 연 구로구 신도림 ‘디큐브시티’는 아파트 524가구와 백화점·호텔·사무실 등 기존 복합단지 시설은 물론 1200여석 규모의 뮤지컬 극장이 들어서 복합단지로 일일 방문객 수가 평균 6만명에 이를 정도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 아파트 평균 시세는 ㎡당 597만원으로, 신도림동에서 가장 높게 형성돼 있다. 전용 84㎡ 현재 시세는 6억5000만?7억원 선이다.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전용면적 271㎡의 분양가는 2008년 3월 기준 52억원이었지만, 2012년도 2분기에는 55억원에 거래됐다. 남산 조망이 뛰어난 ‘아스테리움 서울’도 공급면적 159㎡(49평)는 분양가(10억7000만?12억7000만원)에서 프리미엄이 2000만?3000만원가량 형성됐다. 
광진구 자양동 ‘더샵스타시티’는 지역 내 비싼 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자양동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광진트라팰리스로 ㎡당 714만원, 이튼타워리버5차는 ㎡당 670만원, 더샵스타시티는 ㎡당 652만원으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주거복합단지가 모두 주목을 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금융위기 이후 수조원이 넘는 재원을 조달하지 못해 사업이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해 6월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가 진행했던 수원 광교신도시 랜드마크 ‘에콘힐(사업 규모 2조1000억원)’이, 7월에는 서울 은평뉴타운에 조성을 추진했던 ‘알파로스(1조3000억원)’사업이 무산됐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인천 ‘에잇시티’도 좌초됐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이전 복합단지 건설 프로젝트는 거품 꼭대기에서 계획을 세웠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주저앉은 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공급 물량이 크게 늘면서 임대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오피스텔을 대거 짓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에 걸쳐 단계별로 건설이 진행되기 때문에 경기 변동과 자금 조달 능력 등에 따라 사업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관련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복합주거단지는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종 문화나 레저·엔터테인먼트 등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며 “최근에는 신혼부부나 독신자, 젊은 층을 수요를 고려해 중소형 평면 등으로 다각화되면서 관심도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요진와이시티 = 요진건설산업은 경기도 일산신도시 백석역 일대에 공급하는 복합주거단지 ‘일산 요진와이시티(Y CITY)’를 분양 중이다. 이 단지의 경우 일산신도시 내 16년 만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인 데다 한강조망과 북한산 조망이 동시에 되는 일산신도시의 마지막 분양단지로 희소성과 신도시의 모든 생활 인프라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는 단지라는 평가다. 

“분양 한달 만에 1억 프리미엄”

881가구 모집에 
2만2804명 몰려

요진와이시티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6만 6039㎡ 부지에 공동주택, 업무시설, 판매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등 선진국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미래형 복합주거단지로 이번에 선보이는 것은 지하 4층, 최고 지상 59층 주상복합 아파트 6개 동 총 2404가구다. 전용면적은 59?244㎡로 주상복합아파트임에도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5㎡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비율이 전체의 60%이상을 갖췄다. 또한 주상복합답게 전용 156?244㎡ 28세대는 펜트하우스로 구성했다. 입주는 2016년 예정이다.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고급 주거복합단지인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도 분양 중이다. 이 단지는 서울 동자동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이다. 이 사업은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37-17번지 일대에 지하 9층?지상 35층 4개동, 공동주택 278가구와 오피스텔, 오피스 신축사업이다. 
아스테리움 서울은 서울역을 마주한 뛰어난 입지와 주거여건이 장점이다. 단지 동쪽으로는 남산공원, 남쪽으로는 용산가족공원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권 역시 매력적이다. 주변에는 세종문화회관, 숭례문, 전쟁기념관 등과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남대문시장, 롯데마트 등의 편의시설을 두루 갖췄다. 인근에 시청, 광화문, 종로, 마포 등 대표적인 업무중심지구가 위치하여 비즈니스 접근성도 우수하다. 
교통여건도 눈에 띈다. 단지와 바로 연결되어 있는 지하철 1·4호선뿐만 아니라 KTX·공항철도(AREX)가 지나고, 앞으로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등 교통망도 추가 확충 될 예정에 있어 관심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계약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푸르지오 월드마크 = 대우건설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 11-4번지 일대에서 ‘잠실 푸르지오 월드마크’ 아파트 회사보유분과 계약 해지분을 선착순 분양 중이다. 123층 규모의 제2롯데월드 ‘롯데슈퍼타워’와 잠실 관광특구 개발 등으로 강남권 생활과 투자의 중심으로 뜨고 있는 잠실이 외국인 주거 선호지역 아파트 투자처로도 각광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잠실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강남 가격을 역전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하철 2호선과 8호선이 연결되는 잠실역에서 도보로 5분 남짓, 잠실나루 역에서도 가까운 이곳의 현재 분양률은 대략 90% 선이다. 입주까지 대부분 끝낸 상태이며 상가도 선 분양을 했기 때문에 편의시설 이용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총 288세대의 아파트와 99세대의 오피스텔, 그리고 상가로 구성된 주상복합인 잠실푸르지오 월드마크는 지상 39층으로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압도적인 조망권을 자랑한다. 한강 조망은 물론 석촌호수와 야간에는 도심까지 조망권에 들어와 파노라마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거품 꺼지면서 무산
대형 프로젝트 허다


▲파크하비오 푸르지오 = 대우건설은 서울 송파 문정지구에 ‘송파 파크하비오 푸르지오’ 주거복합단지를 분양 중이다. 아파트 999가구와 오피스텔 3456실, 호텔 487실, 복합편의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아파트 대부분(919가구)과 오피스텔 모두가 전용면적 85㎡ 이하의 소형으로 구성된다. 
아파트는 타워형이지만 판상형식 평면으로 구성, 기존 타워형 아파트에서 발생하던 통풍 및 환기 문제를 해결했다. 각 층에(일부 지하)는 세대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창고를 제공한다. 단지 내 국공립 수준의 어린이집이 들어서며 오피스텔 계약자에게는 가평 썬힐 골프장 주중 준회원 혜택이 제공될 예정이다. 단지는 지하철 8호선 장지역 4번 출구에 인접해 있다. 또한 위례?신사선 역사(추진 예정)가 단지 바로 앞에 들어서며 오는 2015년 KTX 수서역 개통을 앞두고 있다. NC백화점, 이마트, 킴스클럽, CGV 등 생활편의시설이 단지와 가깝고 위례신도시, 제2롯데월드, 문정법조타운 등 대형 개발호재가 많다.


▲재미동포타운 = 국내 최초의 외국인 주택단지인 재미동포타운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155 (송도국제신도시 국제화업무지구 M2블록) 부지의 지하 4층, 지상 49층, 연면적 38만5733㎡ 규모로 국내 분양을 준비 중이다. 현재 미국, 캐나다, 독일, 뉴질랜드 등에서 해외 시민권과 영주권을 가진 교포들을 상대로 분양을 하고 있다. 1월 중에도 독일과 미국에서 분양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문화·여가·공연
외식·쇼핑 소화

송도 캠퍼스타운역과 연대캠퍼스 사이의 상업지역에 위치한 재미동포타운은 아파트 830세대와 오피스텔 1974세대, 호텔(312실), 상가(제1종·2종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다. 연세대 송도캠퍼스와 인천 지하철 캠퍼스타운역 사이에 자리 잡게 될 상업 시설에는 문화, 여가, 공연, 외식, 쇼핑 기능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미국 스타일의 웅장한 복합몰이 갖춰지며 참소리(에디슨)박물관이 3층에 입점한다. 입주는 2017년 상반기 예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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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