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만든 '보수의 분열' 막전막후

"적이야 동지야" 쓴소리 내뱉고 등 돌리는 '어제의 용사들'

[일요시사=정치팀]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던 보수진영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내뱉는 이들, 등 돌리는 이들이 늘어나며 견고했던 보수진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정부 탄생에 공을 세운 인사들까지도 등을 돌리고 나선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보수의 균열'을 <일요시사>가 집중 해부했다.




민주화 이후 역대 최다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 촛불집회와 보수 내부 이탈이 증가하며 임기 내내 레임덕에 시달렸다. 특히 지지기반인 보수의 이탈은 국정운영을 어렵게 한 최대 장애물로 분석된다. 결국 이명박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가졌던 2010년 지방선거부터 2011년 재·보궐선거까지 여당은 선거에서 연전연패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박근혜정부에서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수 내부
정부 비판 증가

박근혜정부 출범 1년 만에 견고했던 보수진영이 흔들리고 있다. 비교적 합리적 보수라는 평가를 받는 이들부터 극우보수까지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지지를 철회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도 PK(부산·경남) 출신 중용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표면적인 쓴소리는 최근 '소장파 중진'이라 불리는 새누리당 정몽준·이재오 의원 등 비주류 중진의원들의 입에서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현역 최다선(7선)인 정몽준 의원은 지난 12월29일 '2013년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들'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박근혜정부와 여당의 국정운영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국내정치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정치실종'"이라며 "집권여당은 청와대의 결정을 기다리고 집행하는 것 이외에 국민이 기대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정 의원은 또 "새누리당은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정치공백을 메우는 데에는 실패했다"며 "국회는 있어도 정치는 없고, 다선의원은 있어도 중진의원은 없으며 포퓰리즘은 있어도 장기적인 국가전략은 없다. 안보위기는 심화되지만 외교·안보 시스템은 부실한 것이 우리의 현주소"라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재오 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영화 <변호인>을 봤다. 잊고 살았던 고문당한 전신이 스멀스멀거리고 온몸이 근질근질하고 전신이 옥죄이면서 아파온다. 비단 나뿐일까"라며 "지금 이 나라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눈물이 난다"라고 박근혜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한때 친박 핵심으로 불렸던 유승민 의원도 이날 새누리당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KTX 수서발 자회사 설립은 그 정책 자체가 잘못"이라며 "개인적으로 경쟁보다는 수서발 KTX 사업을 코레일에 주고, 대신 박근혜정부 5년간 코레일 임금 동결, 임직원 5% 감축 등을 제시하는 게 좋았을 것 같다"고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근혜 키즈'도
비판 대열 합류

새누리당 청년비례대표인 김상민 의원, 손수조 전 미래세대위원장,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등 대표적 '박근혜 키즈'들도 박근혜정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김 의원은 지난 12월16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젊은이들로부터 외면 받던 새누리당은 반값등록금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됐고 젊은이들에게 암울한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전하는 정당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줬다"며 "그러나 반값등록금의 2014년 완성이 1년 후로 미뤄진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은 대선불복 선언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께 약속한 것이 이뤄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전 위원장은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에서 후임 위원장을 미래세대위원회 내부인사가 아닌 외부인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비판하며 "청년정치인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존재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 일방통행 리더십에 지친 보수 이상기류
합리적 보수서 극우보수까지 내부 비판 '봇물'


이 전 비대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이 웃긴 이유는 다른 논의는 항상 자기들 마음대로 파기하고 지도자를 모욕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매우 빠르고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라며 "그런 자들이 민주주의 요식행위를 위해 최고인민회의에서 당원증 들고 물개박수 치는 화면을 자료화면으로 보면 웃기다. 그러나 북한만의 이야기인지는 미지수"라고 우회적으로 박근혜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비판했다. 

이외에도 원희룡 전 의원은 최근 영화 <변호인>을 본 뒤 자신의 트위터에 "국가가 국민에게 부당한 폭력으로 군림할 때, 변호인같은 사람들의 용기와 희생으로 민주화 시대로 넘어설 수 있었다"라며 "국민의 압도적 동의로 건너온 민주화의 강을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화 <변호인>에서 지금의 분위기를 느끼는 관객이 많을수록 국민이 체감하는 민주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 신호"라며 "공안의 과잉과 정치의 마비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국민과 권력의 대결구도를 가져온다는 역사의 경험을 늘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 돌린 공신들
거침없는 쓴소리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지난 12월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재 박근혜정부가 너무 독선적으로 가는 것 같다. 특히 박 대통령이 2012년 한 해 동안에 내걸었던 국민과의 약속인 국민대통합, 따뜻한 대한민국의 메시지가 사라지며 과거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도 실망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종인 교수와 같이 (박 대통령을) 떠나는 이들이 제 주변에도 많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정의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힘들고, 정권 자체도 순탄치 않을 것이다. 정국을 이렇게 운영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교수는 "박 대통령이 전반적으로 뭘 하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박 대통령이 이명박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찍은 사람들을 지금이라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던 경제민주화 공약을 만든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새누리당 탈당 의사를 밝히며 "나라가 발전하려면 지도자가 각성을 해야 하는데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김 전 위원장과 함께 대선공약을 총괄했던 핵심친박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임명 6개월 만에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불만을 표하며 자진사퇴했다. 

대선 직전 <동아일보>에 사비를 털어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광고를 게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을 확정 받은 대표적 보수논객인 지만원씨는 최근 개인블로그에서 '지긋지긋하게 옹호해온 박근혜, 이젠 나도 버린다!'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해당 글에서 지씨는 박 대통령을 향해 "중대장보다 못한 박근혜 리더십" "박근혜는 좁은 그림방서 혼자만의 꿈을 꾸는 수첩공주" "여러 사람의 지혜와 지식을 이용할 수 없는 독불공주" "괘씸한 여자" 등의 고강도 비판을 가했다.  

지씨는 특히 "박근혜를 떠난 사람들, 밖에도 아주 많다. 박근혜는 참으로 한심한 대통령"이라며 "충분한 경험도, 지혜도, 지식도 부족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가 직접 청와대로 데려간 사람들조차 그를 외면한다. 박근혜로는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심상찮은 지지율
등돌리는 4050


보수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며 콘크리트 지지율이라 불릴 정도로 견고했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심상찮다. "하한선이 40%"라고 불릴 정도로 견고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초 정부조직법 개편, 인사 참사 논란 등으로 42%에서 시작해 지난해 8월 63%까지 상승했지만 12월 52%로 집권 1년차를 마무리했다. 

부정적인 평가는 23%에서 출발해 한때 17%까지 떨어지기도 해지만 결국 37%로 마무리했다(한국갤럽 조사, 월 단위 평균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4%p). 결국 허니문 기간도 없이 대선 당시 득표율(51.6%) 수준의 지지율에 부정 평가가 40%에 육박하는 상태로 집권 1년차 지지율이 마무리된 셈이다.

커지는 실망감…견고했던 지지율도 '휘청'
등 돌린 보수 "지금이라도 국정패턴 바꿔야"

세대별로 극과 극으로 갈린 박 대통령 지지율에서 찬반이 비교적 비슷해 중간지대로 평가받는 40대에서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한국일보>의 신년기획 여론조사에서 '국민 행복의 5대 조건이 얼마나 개선됐다고 보냐'는 질문에 40대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사회 양극화 및 빈부 격차해소는 40대 응답자의 70.09%가 '이전보다 악화됐다'고 응답했고, 청년 일자리 창출(57.55%),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통한 주거안정(52.42%), 비정규직의 정규직화(54.13%)도 후퇴했다는 의견이 평균을 웃돌았다. 

문제는 이러한 여론이 50대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50대 초중반의 경우에는 40대와 비슷한 세대적 감수성을 갖고 있는 만큼 40대의 불만여론이 50대로 전이돼 4050 벨트를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봄이
진짜 위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의 각종 개혁 공약이 후퇴하고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공안정국 조성 등에 실망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근혜정부의 진짜 위기는 오는 봄"이라며 "집권 1년이 되는 시점에도 지금과 같이 별다른 성과가 없다면 지지기반은 더욱 급격히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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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