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서민만 ‘죽어라 죽어라’

2013 결산&2014 전망

2014년 갑오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돌아갈까. 정부 의도대로 수도권은 물론 전국의 주택매매시장이 장기침체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까. 매매가에 근접하는 전세가격이 과연 진정될까. 내집마련은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2013년을 결산하고 2014년을 전망해봤다.

불확실성 여전…안갯속 흐름 계속될 듯
갈수록 전세 줄고 반전·월세 증가 예상

2008년부터 금융위기로 시작된 주택거래의 위축이 가격하락을 초래했고, 그 결과로 주택은 투자재로서의 특성이 퇴색하면서 소비재로서의 특성이 제대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기에 형성된 주택의 개념이 이제야 바뀌었다. 주택을 샀다 팔기만 하면 돈이 되는 시절이 가고 자칫 집을 잘못 샀다간 만만치 않은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돈이 있어도 집을 사지 않고, 집값이 아무리 떨어져도 원금은 건질 수 있는 전세를 선택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결과 전세시장에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가가 폭등했다. 집 살 돈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전세가 돈이 있어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안전하고, 비용이 절약되는 소비재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 오르는 전세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서민들은 매달 상당한 돈을 치러야 하는 월세로 밀려나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 
주택 부동산 시장의 경기위축이 지속되면서 일본식 장기불황의 우려가 커지는 한편 주택거래의 실종으로 건설노동자, 부동산 중개업소, 이삿짐센터, 인테리어, 도배 등 소위 밑바닥 경제에 종사하는 900여만명이 불황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서 새집으로 옮겨가지도 못하고, 대출받아 산 집값이 하락해서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살려 경기를 회생시키고자 4·1대책, 7·24 보완 대책, 8·28 대책 등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취득세율의 영구 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책의 집행을 위한 선결조건인 법률개정을 위한 소득세법, 주택법 등 26개 법률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14년에도 큰 변화 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
 
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월별 주택 가격 동향 따르면 9월부터 10월까지 2개월 연속 집값이 오르면서 2011년 이후 지속된 주택 가격 하락 추세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상승 국면으로 접어든 징후가 나타났다. 그러나 11월 들어 상승세가 멈추면서 집값 상승이 추세적 상승인지 아닌지의 여부가 모호해졌다. 기본적으로 주택 매매가격은 시중금리의 높고 낮음과 경기 여건의 좋고 나쁨에 따라 좌우된다. 즉, 금리가 하락하거나 시중경기가 좋아져야 주택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우선 낮은 금리는 주택 가격 상승 요인인데, 은행의 가계 대출 금리가 2012년 1월에 5.80%였지만 2013년 하반기 들어 4.1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집값이 상승할 수 있는 한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더욱이 당분간 금리가 크게 오를 가능성은 낮다. 그 이유는 우리 경제가 제힘을 발휘하지 못해 잠재 성장률 이하로 성장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졌고, 10월까지 소비자 물가가 1.2% 상승하는 데 그쳤는데 이 요인에 따르면 집값이 상승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런데 주택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경기순환 변동치가 2013년 들어 하락을 멈추고 느리지만,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다. 동행지수보다 6개월 정도 앞서 가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2013년부터 6월부터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밖에 매매가의 80%에 달한 전셋값 상승도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은행 통계를 분석해 보면 전세는 주택 가격에 3개월 선행해 움직여 왔는데, 지난 8월부터 전셋값 상승률이 다시 높아졌기 때문에 앞으로 주택 가격이 오를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국회의 계류 중인 각종 부동산 관련 법령개정안의 통과 여부가 매매가 변동에 작용하는 큰 요인으로 좌우될 것이다.
전세를 찾는 수요는 늘고 있지만, 집주인은 전세를 기피하면서 전세가 줄어들고 반전세와 월세가 증가하고 있다. 국토부 자료를 보면 9월 거래된 전국 전·월세 아파트 9만4199건 가운데 월세가 3만7610건으로 월세 비중이 39.9%였다. 임대주택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6월 36.5%에서 7월 39.6%, 8월 40.5%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로 살던 시민들이 월세로 많이 옮겨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전국 총 가구수 가운데 보증부월세 및 월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06년 전국 전세 가구 수는 356만 가구였고, 보증부월세 및 월세는 300만7000가구였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월세가 전세를 앞섰고, 이후로도 월세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거래량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보증부월세와 월세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반전세와 월세 비중의 급격한 증가는 전세물량의 감소로 이어지면서 전셋값이 급등하고, 이로 인해 세입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11월11일을 기준으로 전국 주간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2% 오르며 6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2년 말 대비 6.78% 상승했다. 전셋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올해 8월과 9월 그리고 10월 유난히 상승 폭이 크고, 서울 지역은 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더 높았다.
정부는 2014년 전국주택 공급 수가 26만호로 올해보다 6만호 늘어날 것으로 발표했으나 지역적인 수급여건을 고려할 때 전세수요가 몰려있는 수도권의 전세난은 2014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주 수요 증가로 인해 전세난도 한층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가

올해 상가 시장은 아파트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지역을 꼽으라면 송파 위례신도시, 문정지구, 강서 마곡지구, 왕십리 뉴타운, 송도 국제도시, 세종특별자치시, 대구 혁신도시 등이 있다. 다만, 장기간의 경기 침체가 상가 시장의 저변 확대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LH 단지 내 상가는 올해도 꾸준한 인기를 보였으며, 건설사들이 공급한 일반적인 단지내 상가보다는 스트리트형에 테라스를 접목한 거리형 상가들이 강세를 보였다.


테라스 상가의 경우 공간활용도의 측면에도 우수하고 접근성도 좋아 당분간 공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지식산업센터 지원상가도 인기가 좋았다. 문정지구가 지식산업센터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면서 주 동선상에 있는 점포들이 높은 인기를 끌었다. 신분당선이 2016년 개통 예정인 동천역 상가도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초 역세권 상가들도 강세였다. 강남역 인근 분양 상가들도 들썩였다. 검증된 상권의 상가들이 강세를 보인 한 해였다.
2014년 상가 시장 전망 및 전략은 어떨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다면 상가 투자의 메리트는 계속될 전망이다. 내년에도 아파트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상가가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2015년 2월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동탄2신도시가 상가 시장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오피스텔

중앙행정기관 정부청사 2단계 이전으로 세종시 상가도 약진이 예상된다. 송파 위례신도시나 문정지구도 상가 관심지역 중 하나다. 다만, 장기간 침체된 경기가 얼마나 살아날지 여부와 금리인상 여부 등이 상가 시장의 저변 확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오피스텔 시장은 공급과잉 논란에 휩싸인 한 해였다. 물론 개발호재를 등에 업고 초강세를 보인 지역도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강서 마곡지구, 송파 문정지구, 상암DMC, 평택시 등이다. 반면 개발호재의 약발이 떨어진 지역은 고전한 한 해였다. 대표적인 지역이 광교신도시다. 경기도청 이전이 불투명하고 각종 랜드마크 사업들이 지연 또는 취소가 되는 등 2014년에도 고전이 예상된다. 지난해에만 전국 3만2898실이 준공을 마치고 새로 입주를 시작했고, 2012년 대비 1.43배가 증가한 수치로 물량이 많아진 만큼 공실 위험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2014년에는 8414실이 늘어난 4만1312실이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이 같은 양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2013년 분양한 물량은 총 3만9778실로, 2012년과 비교해서 물량(전년 대비 약 12%가량)은 줄었지만 연간 물량 추이를 비교했을 때 적은 물량은 아니었다. 수도권인 서울과 경기에 공급이 집중됐다. 서울에서는 송파, 강서, 마포 등에 공급이 쏠리며 총 1만3584실이 분양했다. 내년에는 장기적인 매매가격과 월세가격의 하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에 입주물량이 집중되기 때문에 지방보다 수도권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기분양된 3만여실로 인해 2?3년 후까지 이 같은 양상이 지속될 확률이 높아 단기간 내에 수익성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도시형 생활주택

2013년 도시형 생활주택 시장은 어느 해보다 고전한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고 미분양이 늘면서 심지어 부도를 맞은 단지까지 등장해 투자수요자들의 기피 현상까지 나타났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정부가 2009년 도입했던 상품으로 한동안 임대사업용 주택으로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전국적으로 신규 공급이 확산되면서 2011년 2만3975가구, 2012년에는 5만3735가구가 준공됐다. 2013년에도 9월까지 6만2650가구가 쏟아졌다. 2010년과 비교하면 3년 새 무려 24배나 급증한 수치다.
공급이 넘쳐나면서 공실률이 높아지고 세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대료가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주차장 기준도 대폭 강화되면서 도시형 생활주택의 입지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경쟁상품인 오피스텔이 연간 수만실 공급되면서 내년 도시형 생활주택은 투자상품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세종특별차치시나 평택 등과 같이 아직 수요층이 많은 만큼 국지적인 강세가 예상된다.
올해 서울 지역 오피스 공실률이 꾸준히 증가했다. 오피스 시장의 공실 해소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역별 신규 공급과 기업 이전 및 금융기관의 통폐합 등으로 인한 기존 오피스의 공실이 반복되면서 평균 공실률 감소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피스

신규 오피스 공급으로 인한 임대료 인상은 나타날 수 있지만 렌탈프리(Rent free) 등을 감안한 실질 임대료 상승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오피스 시장은 임대 약세에도 불구하고 우량 오피스 수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서울 오피스 빌딩 평균 공실률이 5%대로 200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신규 오피스 공급에 따른 임차인 이전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오피스 공실률의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식산업센터

2013년 7월 정부가 내년 상반기부터 지식산업센터의 임대제한 규제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의 공급과잉으로 임대수익률이 떨어지자 임대사업자들이 새로운 수익형 부동산으로 지식산업센터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투기 조장 및 임대료 상승 등을 우려해 임대목적으로 지식산업센터 사무실을 분양 받는 것을 금지해 왔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투자자들은 정보기술(IT) 관련 업체와의 뒷거래를 통해 업체 이름을 빌려 우선 분양을 받고 이후 업체를 유치하는 식의 편법임대를 하기도 했다. 법을 위반하면서 임대사업을 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따랐던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식산업센터 임차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감안, 이르면 2014년 상반기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임대제한 규제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개인이 지식산업센터 임대사업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될 예정이다. 핫 이슈 지역은 당연 송파 문정동 비즈니스파크다. 강남권에 위치해 입지여건이 우수하고, 뿐만 아니라 인근에 개발호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분양형 호텔

2013년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분양형 호텔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 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을 겨냥한 틈새 수익형 부동산으로 부상한 것이다. 객실을 분양 받거나 임대수익을 배분 받는 분양형 호텔은 서울을 비롯해 인천·대전·부산 등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주요 도시에 호텔 분양이 부쩍 늘어났다. 


특히 제주도에 공급이 크게 늘었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더불어 배낭 여행족을 위한 숙박시설인 게스트 하우
스, 간단한 취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드 레지던스 등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호텔 등 숙박시설의 인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지역에서 공급이 급증하고 있어 배후수요나 예상 수익률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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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