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⑧2013 스캔들 메이커 13인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30 12: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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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만 푹푹 “욕 먹기 바빴다”

[일요시사=사회팀] 다사다난했던 2013년 묵은해가 지나고 2014년 갑오년 새해다. 한 해를 돌아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지난 한 해 각 언론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인물들은 누구일까.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인물 13인에 대해 알아봤다.




<일요시사>는 2013년 한 해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인물 13인을 한 데 모았다. 윤창중, 김학의, 이석기, 영남제분 사모, 강덕수, 현재현, 전두환, 조용기, 조양은, 이수근, 김주하, 류시원, 임성한. 순서대로 살펴보자.

[세계적 망신]
[   윤창중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2013년 5월5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길에 동행했다. 그런데 윤 전 대변인은 방미 도중인 9일 오전 11시에 전격적으로 경질됐다. 알고 보니 그는 전날 8일 오후 1시35분에 한국으로 귀국한 상태였다. 당시 청와대는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했다”면서, 윤 전 대변인의 경질 사유를 밝혔다. 미국 경찰은 이와 관련해 성추행 혐의를 토대로 수사를 벌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한 차례 툭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을 하고 나온 게 전부”라면서 “미국의 문화를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알몸 상태로 인턴 직원을 맞이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경기도 김포의 자택에서 칩거했다. 하지만 그 사이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이 인턴 직원의 엉덩이를 만졌고, 알몸 상태로 인턴 직원을 맞이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최근 중국 <신화통신>은 올해 세계 8대 굴욕 중 윤창중 성추행 사건을 포함했다.

[성접대 의혹]
 [  김학의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지난 3월 성접대 의혹에 휩싸여 사표를 제출했다. 건설업자의 사회지도층 인사 성접대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당시 김 전 차관은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저의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부과된 막중한 소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하고, 더 이상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당시 건설업자 윤모씨가 강원도 원주 소재 별장에서 성접대를 한 고위층 인사라는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성접대를 받는 동영상이 있다는 의혹과 관련, 건설업자 윤씨를 고소한 50대 여성 사업가 A씨 등 피해 여성들을 조사하면서 임의 제출 받은 파일 형태의 짧은 동영상 1편을 분석했다. 그러나 경찰은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성접대는 실제 있었다. 하지만 형사처벌은 미지수다.” 경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를 요악하면 이렇다. 결국 경찰은 김 전 차관을 입건하는 데 그쳤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한때 박근혜정부 검찰총장 후보 1순위였다. 하지만 별장 성 접대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한순간에 무너졌다. 비록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와 관련한 논란은 여전하다.

[내란음모 혐의]
 [   이석기    ]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경기도당에 속한 이석기 의원을 고발한 사건이다. 국정원은 2013년 8월28일 이 의원의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비롯한 10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국정원의 주요 주장은 이 의원이 지하혁명조직(RO)으로 한국 체제전복을 목적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른바 ‘남한 사회주의 혁명’을 도모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 등 경기동부연합 계열 활동가들이 2013년 5월 경기도 용인의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 경기남부지역의 통신시설과 유류시설 파괴를 모의한 것. 국정원 등 공안당국은 이 의원을 형법상 내란 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국정원이 이 의원을 고발할 수 있었던 것은, 2010년부터 내사를 벌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정원은 당시 증거물로 제시했던 녹취록 일부의 오류를 시인하면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의원에 대한 공판은 2014년 2월 중순에 판결이 날것으로 보인다.

[영남제분 사모님]
 [    윤길자     ]


사위의 불륜 현장을 잡기위해 여대생 하모(22)씨를 미행하다 청부살해(공기총)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의 사모 윤길자씨는 유방암, 파킨슨병 등을 이유로 2007년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이후 5차례 이를 연장했고, 이에 피해자 하씨의 가족은 윤씨가 거짓 환자 행세를 하며 세브란스 병원 호화병실에서 지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 이 사건은 급속도로 퍼졌고 검찰은 수사에 들어갔다. 결국 영남제분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윤씨 주치의인 세브란스병원 박모 교수가 윤씨 진단서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영남제분 측이 박 교수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했다. 이후 영남제분 류 회장과 함께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준 박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구속기소 됐다.

악몽 같은 한해 보낸 논란의 인물들
성추행·성접대에 불륜·사기·도박

[신화의 몰락]
 [   강덕수  ]

한때 샐러리맨 신화의 주역이었던 STX 강덕수 회장이 배임 건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 2011년3월 30억원을 들여 GOI라는 회사를 차렸고 2011년 5월 GOI는 강 회장의 (주)STX 주식을 제3자 담보로 300억원을 대출받고 이후 (주)STX 지분 250만주를 취득했다. 취득 주식을 대체 담보로 해 강 회장 지분은 담보 해지했다.




GOI는 강 회장이 대주주였던 포스텍으로부터 240억원을 빌려 대출금을 갚았다. 올들어 (주)STX 주식가치가 곤두박질치자 대출기관들은 GOI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 대부분을 처분했다. GOI는 채무 변제능력을 상실했고 포스텍은 손해를 본다. 강 회장이 STX에 대한 지분을 확대하려다 포스텍에 배임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그가 (주)STX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계열사를 이용하고 손실까지 떠안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TX 측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경영활동”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동양사태 주범]
 [   현재현    ]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의 세 번째 검찰 소환으로 동양그룹 수사가 정리 수순에 들어섰다. 현 회장은 사기성 CP(기업어음) 발행·판매 혐의에 대해서 “투자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발행 당시에는 갚을 능력과 의사가 있었다”며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는 조만간 일단락될 전망이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2005년 동양시멘트는 동양그룹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였으나, 구조적 공급과잉과 치열한 점유율 경쟁 그리고 건설경기 둔화 등의 영향을 받아 수익성이 크게 저하되기 시작했다. 거기에 2006년 동양그룹은 계열사를 24개로 확장하면서 현금이 필요하게 되자, 금융계열사를 통한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후 동양증권의 부채는 늘어났고 2013년 9월까지 CP로 돌려막기를 해왔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오리온 담철곤 회장이 동양그룹 지원 불가 입장을 표명하면서 결국 동양3사(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주)동양)에 이어 동양네트웍스와 동양시멘트도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드디어 털린]
 [   전두환  ]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지난 1997년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16년 만에 미납 추징금 1672억원에 대한 환납 계획을 발표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는 지난 9월 서울중앙지검에서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저희 가족 모두를 대표해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추징급 완납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이로써 2000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둘러싼 검찰과 전 전 대통령의 기나긴 싸움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전씨 일가의 미술품 총 낙찰액은 27억7000만원으로 모두 국고로 환수된다. 전씨 일가는 검찰에 압류된 경도 오산 땅 등 900억원 상당의 재산을 포기하고 부족한 부분은 가족들이 나눠내기로 했다. 미술품과 서초동 시공사 사옥, 북플러스 주식 등 전 전 대통령의 자녀 4남매가 개인 소유의 재산을 분담해 내놓기로 했다. 16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추징이 급물살을 탄 건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시행되면서부터였다. 결국 여론과 검찰 압박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불륜 폭로된]
 [  조용기   ]

2013년 11월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조용기 목사의 부적절한 불륜 관계와 조용기 일가의 수천억원대 재정 비리를 폭로했다. 특히 프랑스의 한국인 소프라노 정귀선씨가 쓴 소설 <빠리의 나비부인>(2003)의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 책에는 정씨와 조 목사가 내연 관계에 있었으며 이후 배신당했단 내용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조 목사는 이 책을 모두 회수했고 정씨에게 교회 재정으로 추정되는 15억원을 건네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것으로 모임 측은 밝혔다. 하지만 교인들은 모임 측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목사가 어떤 분인데 이럴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이에 모임 측은 폭로 내용이 한 점의 의혹 없는 사실이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조 목사에 대한 의혹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뭐만 하면 눈총
헤드라인 단골들

[손 못 씻은]
 [  조양은  ]

양은이파 두목으로 유명한 조양은씨가 사기 혐의로 인터폴 수배를 받다가 필리핀 현지 보안당국에 의해 붙잡혔다. 그의 해외도피는 2013년 11월26일이 마지막이었다. 1년6개월에 걸친 도피생활의 최후였다. 조씨는 2010년 서울 강남에서 유흥업소 2곳을 운영하며 허위 담보서류를 이용, 제일저축은행에서 44억원을 대출받아 챙긴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조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2011년 6월게 중국을 거쳐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이에 경찰은 그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경찰청 외사과를 통해 인터폴에 적색수배했다. 조씨를 붙잡기 위해 필리핀 이민국과 현지 경찰, 유엔마약범죄사무국(UNODC) 등이 협조했다. 조씨는 결국 잡혔다. 하지만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범서방파, OB파와 함께 1970~80년대를 삼분했던 조씨는 평생에 걸쳐 교도소 수감과 출소를 반복했다. 그는 10대 후반부터 주먹 세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맞대기 불법도박]
 [    이수근     ]

방송인 이수근이 불법 도박 혐의를 받았다. 휴대폰을 이용해 영국 프로축구 등에 베팅하는 이른바 ‘맞대기 도박’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2013년 12월,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90도로 고개를 숙여 사과의 말을 전했다. 당시 그는 “첫 기사가 나오고 20일 가량 지나는 동안 ‘꿈이었으면’하고 생각했다”며 “깊이 반성하고 뉘우친다”고 말했다.

이수근은 2008년 1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휴대전화로 해외 스포츠 경기의 예상 승리팀에 돈을 거는 이른바 ‘맞대기’ 및 불법 인터넷 스포츠토토에 3억7000만원 가량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수근의 변호인은 “(이수근씨는)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며 “불행한 가정사에도 불구하고 개그맨으로서 항상 웃어야 하는 감정노동의 스트레스를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수근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돌싱 아나운서]
 [   김주하    ]

김주하 MBC 전 앵커가 결혼 9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2013년 10월 법조계에 따르면, 김주하는 남편 강필구씨를 상대로 이혼 및 양육자 지정을 청구하는 소송을 지난달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했다. MBC의 간판 앵커로 활약해온 김주하는 2004년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는 강씨와 결혼했다. 2006년에는 아들을, 2011에는 딸을 낳았다. 김주하는 둘째 출산 이후 1년8개월 간 휴직했다가 방송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강씨와 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주하는 지난 4월 MBC 보도국으로 복귀했으나 뉴미디어국 인터넷뉴스부로 발령이 났다. 앞서 김주하는 2012년 1월 남편과 영화 <남쪽으로 튀어> VIP 시사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주하의 남편은 가수 송대관의 처조카다. 당시 MBC 측은 “이혼은 개인적인 일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진흙탕 이혼소송]
 [     류시원    ]

탤런트 류시원이 결혼한 지 2년6개월 만에 배우자 조예나씨와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다. 아니라 매달 300만원씩 양육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류씨는 항소심에서 검찰에 징역 8월을 구형받았다. 류씨는 2013년5월 아내 조씨를 폭행하고 조씨의 차량에 위치 추적장치를 몰래 단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에서 류씨가 전과가 없고 폭행과 협박 정도를 고려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류씨는 “끝까지 무죄를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혼소송은 계속 제자리걸음으로 지난 2012년 이후 또 한 해를 넘기게 됐다. 류씨와 조씨는 2013년9월 법원의 조정절차가 재개돼 총 세 차례에 걸쳐 가사조사관 면담을 받았지만 결국 조정이 불발돼 이혼 소송은 재차 조정에서 본안사건으로 전환돼 2014년 2월10일 변론준비기일을 갖게 됐다.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며 2년째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방송만 되면 논란]
 [    임성한      ]

MBC 드라마 <오로라 공주>는 2013년 안방극장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였다.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시청률로 안방을 사로잡았다. 사회적 통념과 기본적인 상식을 초월하는 내용 전개에 많은 사람들은 임성한 작가를 비판했지만 ‘150회’까지 이어지는 건재함을 보였다. 한때 임 작가 퇴출이라는 전무후무한 서명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시청자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특히 10만 번 절을 하면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로 돌아오고, 암도 생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설정과 대사는 수많은 이들의 실소를 자아냈고, 개연성 없는 자극적인 전개로 시청률을 올리며 ‘진격의 막장’이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이번 <오로라 공주>로 대중의 공분을 샀던 만큼 한동안 임 작가의 재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임 작가는 한류 비즈니스를 중점적으로 하는 콘텐츠 기업과 차기작 계약을 마친 사실이 알려지며 또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차기작을 TV에서 내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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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