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⑧2013 스캔들 메이커 13인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30 12: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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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만 푹푹 “욕 먹기 바빴다”

[일요시사=사회팀] 다사다난했던 2013년 묵은해가 지나고 2014년 갑오년 새해다. 한 해를 돌아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지난 한 해 각 언론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인물들은 누구일까.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인물 13인에 대해 알아봤다.




<일요시사>는 2013년 한 해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인물 13인을 한 데 모았다. 윤창중, 김학의, 이석기, 영남제분 사모, 강덕수, 현재현, 전두환, 조용기, 조양은, 이수근, 김주하, 류시원, 임성한. 순서대로 살펴보자.

[세계적 망신]
[   윤창중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2013년 5월5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길에 동행했다. 그런데 윤 전 대변인은 방미 도중인 9일 오전 11시에 전격적으로 경질됐다. 알고 보니 그는 전날 8일 오후 1시35분에 한국으로 귀국한 상태였다. 당시 청와대는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했다”면서, 윤 전 대변인의 경질 사유를 밝혔다. 미국 경찰은 이와 관련해 성추행 혐의를 토대로 수사를 벌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한 차례 툭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을 하고 나온 게 전부”라면서 “미국의 문화를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알몸 상태로 인턴 직원을 맞이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경기도 김포의 자택에서 칩거했다. 하지만 그 사이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이 인턴 직원의 엉덩이를 만졌고, 알몸 상태로 인턴 직원을 맞이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최근 중국 <신화통신>은 올해 세계 8대 굴욕 중 윤창중 성추행 사건을 포함했다.

[성접대 의혹]
 [  김학의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지난 3월 성접대 의혹에 휩싸여 사표를 제출했다. 건설업자의 사회지도층 인사 성접대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당시 김 전 차관은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저의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부과된 막중한 소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하고, 더 이상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당시 건설업자 윤모씨가 강원도 원주 소재 별장에서 성접대를 한 고위층 인사라는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성접대를 받는 동영상이 있다는 의혹과 관련, 건설업자 윤씨를 고소한 50대 여성 사업가 A씨 등 피해 여성들을 조사하면서 임의 제출 받은 파일 형태의 짧은 동영상 1편을 분석했다. 그러나 경찰은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성접대는 실제 있었다. 하지만 형사처벌은 미지수다.” 경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를 요악하면 이렇다. 결국 경찰은 김 전 차관을 입건하는 데 그쳤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한때 박근혜정부 검찰총장 후보 1순위였다. 하지만 별장 성 접대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한순간에 무너졌다. 비록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와 관련한 논란은 여전하다.

[내란음모 혐의]
 [   이석기    ]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경기도당에 속한 이석기 의원을 고발한 사건이다. 국정원은 2013년 8월28일 이 의원의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비롯한 10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국정원의 주요 주장은 이 의원이 지하혁명조직(RO)으로 한국 체제전복을 목적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른바 ‘남한 사회주의 혁명’을 도모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 등 경기동부연합 계열 활동가들이 2013년 5월 경기도 용인의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 경기남부지역의 통신시설과 유류시설 파괴를 모의한 것. 국정원 등 공안당국은 이 의원을 형법상 내란 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국정원이 이 의원을 고발할 수 있었던 것은, 2010년부터 내사를 벌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정원은 당시 증거물로 제시했던 녹취록 일부의 오류를 시인하면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의원에 대한 공판은 2014년 2월 중순에 판결이 날것으로 보인다.

[영남제분 사모님]
 [    윤길자     ]


사위의 불륜 현장을 잡기위해 여대생 하모(22)씨를 미행하다 청부살해(공기총)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의 사모 윤길자씨는 유방암, 파킨슨병 등을 이유로 2007년 형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이후 5차례 이를 연장했고, 이에 피해자 하씨의 가족은 윤씨가 거짓 환자 행세를 하며 세브란스 병원 호화병실에서 지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 이 사건은 급속도로 퍼졌고 검찰은 수사에 들어갔다. 결국 영남제분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윤씨 주치의인 세브란스병원 박모 교수가 윤씨 진단서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영남제분 측이 박 교수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했다. 이후 영남제분 류 회장과 함께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준 박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구속기소 됐다.

악몽 같은 한해 보낸 논란의 인물들
성추행·성접대에 불륜·사기·도박

[신화의 몰락]
 [   강덕수  ]

한때 샐러리맨 신화의 주역이었던 STX 강덕수 회장이 배임 건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 2011년3월 30억원을 들여 GOI라는 회사를 차렸고 2011년 5월 GOI는 강 회장의 (주)STX 주식을 제3자 담보로 300억원을 대출받고 이후 (주)STX 지분 250만주를 취득했다. 취득 주식을 대체 담보로 해 강 회장 지분은 담보 해지했다.




GOI는 강 회장이 대주주였던 포스텍으로부터 240억원을 빌려 대출금을 갚았다. 올들어 (주)STX 주식가치가 곤두박질치자 대출기관들은 GOI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 대부분을 처분했다. GOI는 채무 변제능력을 상실했고 포스텍은 손해를 본다. 강 회장이 STX에 대한 지분을 확대하려다 포스텍에 배임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그가 (주)STX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계열사를 이용하고 손실까지 떠안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TX 측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경영활동”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동양사태 주범]
 [   현재현    ]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의 세 번째 검찰 소환으로 동양그룹 수사가 정리 수순에 들어섰다. 현 회장은 사기성 CP(기업어음) 발행·판매 혐의에 대해서 “투자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발행 당시에는 갚을 능력과 의사가 있었다”며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는 조만간 일단락될 전망이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2005년 동양시멘트는 동양그룹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였으나, 구조적 공급과잉과 치열한 점유율 경쟁 그리고 건설경기 둔화 등의 영향을 받아 수익성이 크게 저하되기 시작했다. 거기에 2006년 동양그룹은 계열사를 24개로 확장하면서 현금이 필요하게 되자, 금융계열사를 통한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후 동양증권의 부채는 늘어났고 2013년 9월까지 CP로 돌려막기를 해왔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오리온 담철곤 회장이 동양그룹 지원 불가 입장을 표명하면서 결국 동양3사(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주)동양)에 이어 동양네트웍스와 동양시멘트도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드디어 털린]
 [   전두환  ]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지난 1997년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16년 만에 미납 추징금 1672억원에 대한 환납 계획을 발표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는 지난 9월 서울중앙지검에서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저희 가족 모두를 대표해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추징급 완납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이로써 2000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둘러싼 검찰과 전 전 대통령의 기나긴 싸움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전씨 일가의 미술품 총 낙찰액은 27억7000만원으로 모두 국고로 환수된다. 전씨 일가는 검찰에 압류된 경도 오산 땅 등 900억원 상당의 재산을 포기하고 부족한 부분은 가족들이 나눠내기로 했다. 미술품과 서초동 시공사 사옥, 북플러스 주식 등 전 전 대통령의 자녀 4남매가 개인 소유의 재산을 분담해 내놓기로 했다. 16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추징이 급물살을 탄 건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시행되면서부터였다. 결국 여론과 검찰 압박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불륜 폭로된]
 [  조용기   ]

2013년 11월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조용기 목사의 부적절한 불륜 관계와 조용기 일가의 수천억원대 재정 비리를 폭로했다. 특히 프랑스의 한국인 소프라노 정귀선씨가 쓴 소설 <빠리의 나비부인>(2003)의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 책에는 정씨와 조 목사가 내연 관계에 있었으며 이후 배신당했단 내용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조 목사는 이 책을 모두 회수했고 정씨에게 교회 재정으로 추정되는 15억원을 건네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것으로 모임 측은 밝혔다. 하지만 교인들은 모임 측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목사가 어떤 분인데 이럴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이에 모임 측은 폭로 내용이 한 점의 의혹 없는 사실이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조 목사에 대한 의혹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뭐만 하면 눈총
헤드라인 단골들

[손 못 씻은]
 [  조양은  ]

양은이파 두목으로 유명한 조양은씨가 사기 혐의로 인터폴 수배를 받다가 필리핀 현지 보안당국에 의해 붙잡혔다. 그의 해외도피는 2013년 11월26일이 마지막이었다. 1년6개월에 걸친 도피생활의 최후였다. 조씨는 2010년 서울 강남에서 유흥업소 2곳을 운영하며 허위 담보서류를 이용, 제일저축은행에서 44억원을 대출받아 챙긴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조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2011년 6월게 중국을 거쳐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이에 경찰은 그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경찰청 외사과를 통해 인터폴에 적색수배했다. 조씨를 붙잡기 위해 필리핀 이민국과 현지 경찰, 유엔마약범죄사무국(UNODC) 등이 협조했다. 조씨는 결국 잡혔다. 하지만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범서방파, OB파와 함께 1970~80년대를 삼분했던 조씨는 평생에 걸쳐 교도소 수감과 출소를 반복했다. 그는 10대 후반부터 주먹 세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맞대기 불법도박]
 [    이수근     ]

방송인 이수근이 불법 도박 혐의를 받았다. 휴대폰을 이용해 영국 프로축구 등에 베팅하는 이른바 ‘맞대기 도박’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2013년 12월,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90도로 고개를 숙여 사과의 말을 전했다. 당시 그는 “첫 기사가 나오고 20일 가량 지나는 동안 ‘꿈이었으면’하고 생각했다”며 “깊이 반성하고 뉘우친다”고 말했다.

이수근은 2008년 1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휴대전화로 해외 스포츠 경기의 예상 승리팀에 돈을 거는 이른바 ‘맞대기’ 및 불법 인터넷 스포츠토토에 3억7000만원 가량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수근의 변호인은 “(이수근씨는)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며 “불행한 가정사에도 불구하고 개그맨으로서 항상 웃어야 하는 감정노동의 스트레스를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수근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돌싱 아나운서]
 [   김주하    ]

김주하 MBC 전 앵커가 결혼 9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2013년 10월 법조계에 따르면, 김주하는 남편 강필구씨를 상대로 이혼 및 양육자 지정을 청구하는 소송을 지난달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했다. MBC의 간판 앵커로 활약해온 김주하는 2004년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는 강씨와 결혼했다. 2006년에는 아들을, 2011에는 딸을 낳았다. 김주하는 둘째 출산 이후 1년8개월 간 휴직했다가 방송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강씨와 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주하는 지난 4월 MBC 보도국으로 복귀했으나 뉴미디어국 인터넷뉴스부로 발령이 났다. 앞서 김주하는 2012년 1월 남편과 영화 <남쪽으로 튀어> VIP 시사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주하의 남편은 가수 송대관의 처조카다. 당시 MBC 측은 “이혼은 개인적인 일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진흙탕 이혼소송]
 [     류시원    ]

탤런트 류시원이 결혼한 지 2년6개월 만에 배우자 조예나씨와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다. 아니라 매달 300만원씩 양육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류씨는 항소심에서 검찰에 징역 8월을 구형받았다. 류씨는 2013년5월 아내 조씨를 폭행하고 조씨의 차량에 위치 추적장치를 몰래 단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에서 류씨가 전과가 없고 폭행과 협박 정도를 고려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류씨는 “끝까지 무죄를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혼소송은 계속 제자리걸음으로 지난 2012년 이후 또 한 해를 넘기게 됐다. 류씨와 조씨는 2013년9월 법원의 조정절차가 재개돼 총 세 차례에 걸쳐 가사조사관 면담을 받았지만 결국 조정이 불발돼 이혼 소송은 재차 조정에서 본안사건으로 전환돼 2014년 2월10일 변론준비기일을 갖게 됐다.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며 2년째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방송만 되면 논란]
 [    임성한      ]

MBC 드라마 <오로라 공주>는 2013년 안방극장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였다.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시청률로 안방을 사로잡았다. 사회적 통념과 기본적인 상식을 초월하는 내용 전개에 많은 사람들은 임성한 작가를 비판했지만 ‘150회’까지 이어지는 건재함을 보였다. 한때 임 작가 퇴출이라는 전무후무한 서명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시청자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특히 10만 번 절을 하면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로 돌아오고, 암도 생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설정과 대사는 수많은 이들의 실소를 자아냈고, 개연성 없는 자극적인 전개로 시청률을 올리며 ‘진격의 막장’이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이번 <오로라 공주>로 대중의 공분을 샀던 만큼 한동안 임 작가의 재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임 작가는 한류 비즈니스를 중점적으로 하는 콘텐츠 기업과 차기작 계약을 마친 사실이 알려지며 또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차기작을 TV에서 내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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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