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용 원룸 지고 부부용 투룸 뜬다

분양시장 대세는?

결혼을 앞둔 직장인 유선영(27·가명)씨는 3억원으로 신혼집을 구하던 중 전세난으로 아파트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예비남편과 상의 끝에 지하철역이 가까워 출퇴근이 수월한 신축 투룸 오피스텔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만한 가격이라면 아파트는 무리지만 상권이 형성되고 주변에 생활편의시설도 많아 쾌적하고 편리한 투룸 형태의 주거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과연 잘한 일일까.

수익형 부동산 중개시장서 수요 많아
오피스텔, 분양형 호텔 등 속속 공급

지난 4월 송도국제도시에서 분양된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시티’는 방과 거실(주방)이 문을 통해 분리된 투룸 구조의 58㎡(전용면적)가 성황리에 청약을 마쳤다. 92실 공급에 무려 471명이 모여 5.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오피스텔의 평균 경쟁률(3.22대 1)을 훌쩍 뛰어 넘었다.

지역·특성별로 
수익률 천차만별

서울 마포의 투룸형 오피스텔인 ‘신공덕 더 네스트’ 29㎡(전용면적)의 경우 현재 월세가격은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80만원 정도다. 같은 오피스텔이지만 원룸 구조인 15㎡(전용면적)는 2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정도로 투룸의 월세가 30만원 정도 높다.
바야흐로 투룸(two room) 수익형 부동산이 인기다. 분양시장은 물론 중개시장에서 수요가 많다 보니 인기가 높다. ‘원룸형’이 일색이었던 수익형 부동산 분양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원룸시대가 가고 투룸시대가 오는 것이다. 
그동안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비중이 낮았던 투룸형이 급부상하고 하는 이유는 전세난 해소와 2?3인 가구 주거 대안으로까지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등 주택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전세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가격이 저렴하고 원룸형보다 규모가 조금 큰 투룸형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0년 통계청 가구 구조 통계를 보더라도 4인 가구는 전체의 22.5%에 불과했지만 2인 가구(24.3%)와 3인 가구(21.3%)를 합치면 전체 가구의 절반에 육박해 투룸형 수익형 부동산의 잠재수요는 풍부한 편이다. 임대수요도 늘고 있다. 2?3인 가구를 염두에 둔 공급이 거의 없는 반면 고소득 독신자는 물론 신혼부부·은퇴부부 등이 투룸형을 꾸준히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투룸의 공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원룸형 공급이 88.2%, 투룸형이 11.8%였지만, 올해엔 원룸형 공급이 85.9%, 투룸형이 14.1%로 나타났다. 그동안 정부는 철저하게 전용면적 30㎡ 이하인 원룸형 주택 공급에만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1인 가구만을 위한 주택이어서 다양한 수요를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정부가 2009년 5월 도시형 생활주택을 도입한 뒤 지난해 9월 말까지 20여만가구가 넘어서고 원룸형이 80?90%를 차지하는 등 공급과잉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협소한 공간으로 생활의 질이 낮아진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오피스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공급된 오피스텔 4만5000여개실 중 90% 이상이 원룸이다.
투룸형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실거주가 아닌 임대사업 목적으로 투자를 하는 경우 지역별, 상품·특성별로 실제 수익률 차이가 나기 때문에 주거 인프라와 교통여건, 단지 내 입주민을 위한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진 상품을 고르고, 시공사 브랜드도 따져봐야 한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주변 시세대비 분양가가 저렴해야 하고, 절세면에 유리하며 관리비 등 부대비용도 적은 상품을 골라야 한다. 또한 지역 배후에 직장인 등 임대수요가 풍부한지,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임대 사업성이 높은 곳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회사 이사는 “투룸형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면 서울 강남권 및 대도시 도심 지역을 눈여겨볼 만하다”며 “다만 공급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경우 임대수요를 찾기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공급 추이를 살펴보면서 투자에 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오피스텔 = 대우건설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정자동 3차 푸르지오시티’오피스텔을 분양 중에 있다. 최고 34층 높이의 4개동, 전용면적 24?59㎡의 1,590실 규모로 국내 최고층 높이의 최대 규모 오피스텔로 주목받고 있다. 
또 아파트 못지않은 높은 수준의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점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지상 4층 옥상정원의 대규모 휴게공간을 마련했다. 오피스텔 전용 로비에는 무인 택배보관함을 설치해 입주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입주자 전용의 휘트니스센터와 고속도로 조망이 가능한 골프연습장도 갖췄다. 
여기에 SK C&C와 NHN 등이 위치해 탄탄한 임대 수요를 갖췄다는 평가다. 지리적으로는 분당선 지하철을 통해 서울 강남까지 16분대에 도달할 수 있고, 분당?수서간, 분당?내곡간, 경부고속도로, 외곽순환도로 등이 광범위하게 연계되는 도로 교통망을 갖추고 있다. 


대우건설은 ‘역삼 푸르지오시티’도 분양한다.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735-17번지 일대에 지하 7층?지상 15층 1개동 총 333실 규모다. 37%의 투룸형 오피스텔 구성으로 사업지 인근 및 강남권역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는 투룸 구조의 오피스텔 수요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는 강남구에서 보기 힘든 3.3㎡당 약 1500만?1600만원선이다. 

절세에 유리
부대비용도 적어


다함하비오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 ‘송파 파크하비오 푸르지오’ 오피스텔을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19층 5개동, 전용면적 21?74㎡ 총 3456실로 구성된다. 이 중 2283실을 일반분양한다.
이 오피스텔은 ‘2룸+거실’을 갖춘 스몰하우스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다. 분양가 역시 주변보다 200여만원 저렴한 편이다. 4가지 옵션을 제공해 벽체 타입이나 평면을 선택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이나 가족구성원에 따라 맞춤형 공간 구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천장높이도 2.44m까지 높였다.
MDM이 시행하고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은 오피스텔 ‘광교 더샵 레이크파크’도 분양 중이다. 레이크파크는 광교호수공원 영구 조망이 가능한 광교신도시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에 지상 35층, 40층 2개동으로 들어선다. 전용면적 48?49㎡ 141실, 58?59㎡ 289실, 68?73㎡ 78실, 84㎡ 125실, 104?182㎡ 14실 규모로 총 647실을 분양한다. 
200만㎡가 넘는 광교호수공원은 기존 신도시 내에 위치한 인공호수와는 차별화된 친환경 천연 호수로서 수도권 명소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전 가구의 호수공원 남측 영구 조망이 가능한 남향 배치는 물론 3면 개방 설계로 호수 조망, 채광, 맞통풍을 극대화해 그 어떤 주거상품보다 친환경적인 내부 공간을 자랑한다. 1?2인 가구를 위한 거실+1룸, 맞벌이·은퇴 부부 등 2?3인 가구를 위한 거실+2룸, 3?4인 가구를 위한 거실+3룸 등 고객 맞춤형 평면 설계를 적용했다.
대우건설이 분양 중인 ‘광교 센트럴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은 전체 1712실 가운데 262실이 주방(거실) 및 방과 완전히 분리된 구조의 투룸으로 공급 중이다. 대부분 타입은 현관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욕실이 있으며 왼쪽이 주방이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는 아일랜드식탁이 있어 공간을 분리했다. 
특히 39l1-T타입 등 일부 타입은 투룸 구조에 테라스까지 제공했다. 이 오피스텔은 지하 8층?지상 17층 규모로 롯데시네마, 롯데아울렛, 디지털 파크 등 판매시설 입점이 확정돼 오피스텔에서 생활·편의시설 이용 등 원스톱 생활이 가능하다.


동광건설이 청주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강서 동광 모닝스카이’도 투룸을 선보이고 있다. 오피스텔 총 419실 가운데 투룸은 전용면적 37㎡로 105실 규모다. 출입구를 들어서면 정면에 주방 겸 거실이 있고 왼쪽으로 방 2개가 위치했다.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을 합해 총 717실 규모로 청주에서는 보기 드문 대단지다. 높이도 최고 26층에 달한다.

‘2룸+거실’스몰하우스 인기
신혼·은퇴부부 꾸준히 찾아

▲도시형 생활주택 = 한국자산신탁과 중아건설은 부산 기장군 일광면에 전용면적 49㎡ 144가구 규모의 ‘동부산 쏠마레’도시형 생활주택을 분양한다. 지상 15층 3개동으로 구성된다. 49㎡A형이 103가구로 가장 많고 투룸형으로 구성된다. 3.3㎡당 600만원 초반에서 700만원 초반대에 공급한다. 
주변에 개발 호재가 많아 주목을 받고 있다. 2015년 일광역이 개통하면 기존 도시철도와 환승이 가능해져 교통이 훨씬 편리해진다. 이 밖에 장안고와 장안제일고가 인근에 있어 학군도 괜찮다. 월드컵빌리지, 꿈의 야구장, 야구박물관, 영산타운, 달음산 자연휴양림 등으로 인해 투자 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


시행사인 가양은 대전 유성구 봉명동 605번지에 투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인 ‘스카이뷰’ 112세대를 분양 중이다. 타입은 3가지로 풀옵션 구조다. 2013년 10월 준공돼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대전 지하철 유성온천역 도보 8분 거리, 충남대 도보 5분 거리, 대덕연구단지 차량 5분 거리 등에 위치해 대학생·직장인 임대수요가 풍부하다.


태성종합건설은 인천 구월동 중심상업지구에 도시형 생활주택 ‘리치캐슬’을 분양 중이다. 지하3층?지상10층 1개동 규모로 도시형 생활주택 94가구(공급면적 34.56㎡?84.24㎡형), 오피스텔 21실 등 115가구다. 인천 지하철 1호선 예술회관역 10m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초역세권 주택이다. 인천2호선 2014년 개통과 더불어, GTX(2017년 예정) 개통시 트리플역세권 등 많은 호재와 제2경인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등의 진출입이 편리하다. 
인천광역시청, 인천지방경찰청 등 17곳의 관공서와 길병원 종합센터 및 암센터, 삼성생명 신사옥, 삼성화재, 현대해상, 시티은행(본점), LIG생명 등 대기업이 밀집해 있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뉴코아백화점, CGV, 이마트, 홈플러스, 로데오거리, 중앙공원, 문학경기장 등 생활환경에 우수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남동공단 등이 인근에 있어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의 임대수요가 풍부하다.

서울 강남권 등 
도심 지역 주목


▲분양형 호텔 = 제이스피앤디그룹이 대구에서 분양 중인 분양형 호텔인 ‘대구 메리어트 레지던스 로얄스윗’역시 투룸을 선보여 수요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전용 47㎡A타입, 72㎡E타입, 83㎡F타입 등 3개 타입에서 81실이 투룸 구조다. E타입과 F타입의 경우 전용 테라스가 제공된다. 시공은 신세계건설이 맡았다. 
메리어트 호텔 내 피트니스클럽을 비롯해 200m 이상 조깅트랙, 수영장, 골프장, GX룸, 스파 등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피트니스클럽은 대구 최초로 운영되는 회원제 스포츠클럽으로 서울시내 특급호텔 수준의 시설과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계약자에게는 호텔 숙박·식당 할인과 더불어 감포 시사이드C.C, 제이스C.C 및 일본골프장 5곳의 그린피, 숙박 무료 또는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통합멤버십전용카드가 발급된다. 건강검진 프로그램과 메리어트호텔 체인망 할인이용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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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